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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 전야 / 어머니 / 그리고 가리 / 개마무사 / 삶과 죽음 / 온달 장군을 아니? / 약조 / 연이은 비보 / 조문 / 평강의 의지 / 우경 선인 / 찔레꽃 향 / 재회 / 검은 복면 / 자객 / 억울하였느냐? / 무력한 존재 / 쇠뇌 / 목숨값 / 녹족 / 쇠뇌 비기 / 탕척 / 전운 / 출정 / 중상 / 도새 / 도발 / 임유관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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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덕. 수주(隨主)의 백만 대군이 나라의 국경을 향해 침략 행군을 단행한 이때 그대를 대장군으로 임명하노니, 북방 최전선 요해지인 요동성을 굳건히 지키라.”
--- p.10 견벽청야(堅壁淸野). 성벽을 튼튼히 하고 들판을 깨끗하게 한다. 즉 성벽을 견고히 다지고 들판의 곡식을 모두 없애 적의 군량 조달을 미리 차단하는 전술이야말로 이악스럽게 성에 매달릴 적을 지치게 할 수 있는 첫 번째 방책이자, 대군을 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방책이었다. --- p.11 나는 용기를 내어 불거로에게 물었다. “스승님, 소인은 우리 고구려를 지키는 개마무사가 되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개마무사가 될 수 있습니까?” 나의 정함은 이제 개마무사가 되어 큰 공을 세우고 벼슬길에 올라 자식 바라지로 시름겨운 어머니를 안거할 수 있게 함이라 했다. 또한 그 뜻이 오래전 연 의원에게 다짐했던 ‘큰 사람’과 일맥상통하리라 확신했다. --- p.40 “너는 태왕 폐하와의 약조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 “알고 있소.” “너를 두둔해주신 공주마마의 은혜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알고 있소.” “대모달님 또한 네게 기회를 주겠다 하셨으니 온몸이 부서져라 수련에 정진해야 옳을 것이다.” “여부가 있겠소? 더는 어머니의 기대 또한 저버리는 일 없도록 하겠소.” --- p.84 “제아무리 무예가 빼어나고 지략이 뛰어난 자라 할지라도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법이다. 특히, 군부를 이끄는 장수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첫째, 나를 믿어주는 주군이 있어야 하고, 둘째, 나를 옳게 인도해줄 친우가 있어야 하며, 셋째, 목숨을 다해 나를 보좌해줄 충실한 군사, 부하가 있어야 한다.” 나는 여느 때처럼 우경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 p.137 가리가 무어라 한 마디를 더하는 듯했지만, 귀에 닿지는 않았다. 이어지는 명진의 목소리만 나직하고 명료했다. “몸이 무너지고 수壽가 다하면, 더운 기운이 떠나고 목숨이 멸하여 음을 버리는 때에 이르는데, 이를 죽음이라 하였소. 잡아함경雜阿含經에 나오는 말이지요. 하지만 처자의 상태는 독이 퍼지면서 몸이 무너지고 더운 기운은 떠났으나 생기가 남아 고동하니 수가 다하지 않았다 여겨졌소.” --- p.184 “전하. 소인 을문덕, 온달 장군을 흠모하여 무인이 되고자 결심한 자이옵니다. 또한 온달 장군의 부인이시자 폐하의 여제이신 대공주 전하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나이다. 아직 입신하지 못하여 목표한 바에 다가가지 못하였사오나, 주군에 대한 의를 다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신 것과 진배 없사옵니다. 이는 또한, 한낱 미물이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은혜를 내려주신 것과 같사옵니다. 그런즉, 부디 소인에게 이 크나큰 은혜의 백의 하나라도 갚을 기회를 주시옵소서.” --- p.211 “아아, 살았어, 가리야! 살았어! 살았어! 가리야! 가리야!” 이제껏 부른 수의 몇 곱절을 그 이름에 매달렸다. --- p.255 “을문덕 공, 그대의 예상이 맞았네. 장안성으로 향하리라 예상했던 수나라 수군이 기수를 돌렸다는 사실을 오늘에야 확인할 수 있었네.” --- p.298 기도해다오. 내가 나의 나라 고구려를 위해 공을 세울 수 있기를. 나로 인해 대고구려 태왕 폐하의 위명이 선황이신 광개토태왕 폐하의 그것을 능가하여 감히 그 어느 누구도 넘보지 못할 나라로 거듭날 수 있게 되기를.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무사히 돌아가 너를 다시 만날 수 있게 되기를. --- pp.301~3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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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을지문덕이어야 하나?”
을지문덕, 그의 사라진 발자취를 이제는 찾아야 할 때다. 치밀하고 짜임새 있는 구성 『살수의 꽃』은 윤선미가 쓴 두 번째 역사소설이다. 첫 번째 역사소설인 『여제 소서노 1, 2』 이후 12년이라는 공백을 깨고 나온 이 책은 그간 발표했던 다수의 소설, 그간 활동했던 드라마와 영화 시나리오 작가 경험을 더해 빚어진 작품이다. 따라서 구성이 치밀하고 짜임새가 있어 문장 하나도 허투루 사용하지 않았다. 툭 던진 문장 하나의 의미를 소설 뒷부분에서 ‘아하!’ 하고 깨닫게 된다. 소설을 다 읽으면 퍼즐 조각이 딱 맞아떨어지는 듯한 쾌감을 가져다준다. 이는 자료가 없어서 상상력이 많이 요구되는 고대 관련 다른 역사소설과 크게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을지문덕의 사라진 발자취를 찾아야 할 때 『살수의 꽃』은 살수에서 수나라 대군을 물리친 고구려의 장군 을지문덕, 평양지방 전설의 여인 녹족부인의 모습을 담고 있으며, 고구려의 개마무사, 신라의 쇠뇌 등 작가의 철저한 역사적 고증이 없으면 나올 수 없는 사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물론 고구려와 을지문덕에 관한 자료는 너무나 적다. 따라서 작가는 사료가 적은 만큼 상상력을 다해 관계를 설정하고 역사 인물들을 표현했다. 그 과정이 과거의 인물을 현재로 가져오게 하였으며, 역사적인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누구나 쉽게 안타까워하고 통쾌해하고 공감하게 하며, 우리 역사에 자긍심을 갖게 한다. 2022년 9월, 중국국가박물관이 한·중 수교 30년을 맞아 주최한 ‘한·중·일 청동기 전시’에서 우리가 제공한 연표에서 고구려와 발해를 삭제해 물의를 빚었다. 중국은 요하 문명을 자국의 역사로 만들려고 한다. 이제는 중국의 만행으로부터 우리의 역사를 적극적으로 지켜야 할 때다. 내 나라 역사를 되찾기 위해 고구려를 더 크게 외치고 발해를 노래해야 한다. 그 시대를 살아간 다양한 위인과 사건을 들여다봄으로써 자랑스러운 역사를 돌아봐야 한다. 지금 우리가 을지문덕 소설 『살수의 꽃』을 꼭 읽어야 할 이유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소설 이 책은 온달 장군과 평강 공주 이야기를 새롭게 해석했다. 작가는 백성 출신 ‘바보’ 온달이 그저 철부지 평강 공주의 간택이 아니라, 온달 자신의 용맹함과 진력을 다함으로 고구려의 부마이자 장군이 되었다고 언급하고 있다. “우리 아버지가 온달 장군과 한 고향 사람이랬다. 어려서는 온달 장군 집이 그 동리에서 제일로 가난해서 하루에 풀뿌리 섞인 좁쌀죽 한 끼 먹기도 힘들었다고 하더라. 그런데도 성품만은 너볏하고 조용하다 못해 순박해서 ‘바보’ 소리를 꽤 들었던 모양이다. 대신, 기골이 장대하고 힘이 장사라 씨름을 해서는 누구에게도 져본 적이 없는데, 황소 뿔을 잡아 넘어뜨리기도 했다더라.” -본문 중 『삼국사기』에 보면 ‘을지문덕의 출생과 성장 배경을 알 수 없다’고 나온다. 을지문덕의 출신을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을지문덕 역시 평민으로 설정하고 있다. 자신의 미천한 신분에 좌절하지 않고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로 묘사하고 있다. 역사책 속의 위인으로 국한하지 않고, 개인 을지문덕의 인간 드라마가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우리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의 끈을 잡고, 자신이 처한 현실에 맞서는 이 소설의 주인공들을 통해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의 모습, 현자의 자세를 발견할 수 있다. 작가의 말 내 나라 역사를 지키지 못한다면 내 뿌리를 잃는 것이오, 미래도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중국에 사대하고 굴욕당했던 조선의 역사조차 포용해야 하는 것은, 반성하여 반복을 막기 위함이니, 이 또한 우리의 역사다. 어느 나라에도 굴하지 않고 독보적인 대제국을 구가했던 고구려 역사라면 말할 나위가 없다. 우리 몸속에 면면히 흐르는 고구려인의 기백과 호방한 천성을 떠올린다면 지금이라도 내 나라 역사를 되찾기 위해 고구려를 더 크게 외치고, 발해를 노래하며, 고조선이 어떤 이념으로 탄생하였는지 더욱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개마를 타고 삼족오의 깃발을 휘날리며 만주와 중원을 누비던 한민족의 역사 고구려를 기억하고 완전한 우리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이 필요하다. 그래서 많은 역사 인물 중에 누구보다 을지문덕이어야 했고, 그를 숭앙하는 마음으로 이 작업을 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