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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본문 줌아웃 : 공관 복음서, 사도행전 편
부제 성경 본문이 건네는 새로움
박병규
생활성서사 2022.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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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들어가면서 텍스트라는 숲속 오솔길 … 6
이야기 1 동방 박사 이야기(마태 2,1-12) … 14
이야기 2 행복 이야기(마태 5,1-12) … 25
이야기 3 하늘 나라 이야기(마태 18,23-35) … 42
이야기 4 씨앗 이야기(마르 4,1-20) … 57
이야기 5 눈먼 이 이야기(마르 10,46-52) … 70
이야기 6 수난 이야기(마르 14,1-31) … 83
이야기 7 나자렛 회당 이야기(루카 4,16-30) … 101
이야기 8 착한 사마리아인 이야기(루카 10,25-37) … 117
이야기 9 부자와 라자로 이야기(루카 16,19-31) … 130
이야기 10 베드로의 오순절 설교 이야기(사도 2,14-39) … 142
이야기 11 베드로와 코르넬리우스 이야기(사도 10,1-11,18) … 161
이야기 12 예루살렘 사도 회의 이야기(사도 15,1-35) … 183

저자 소개 1

대구대교구 소속 신부로 2001년 사제품을 받았다. 프랑스 리옹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DEA를 수료하고, 로마 성서대학에서 수학했으며, 2009년 리옹가톨릭대학교에서 성서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성서를 가르치고 있다. 지은 책에 「아침을 여는 3분 피정-마르코 복음 단상」 · 「요한복음서-성경 펼쳐 읽기」 · 「시서와 지혜서-구약성경의 이해」 · 「공관복음-신약성경의 이해」 · 「요한계 문헌-신약성경의 이해」(공저), 옮긴 책에 「성경 읽는 재미-설화분석 입문」(공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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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2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200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4816299

책 속으로

종교를 가진다는 게, 신앙을 산다는 게 결코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도처에서 배운다. 움직이면 안 된다고, 변화하면 죽는다고 세상은 꼼짝 말라고 다그치는 듯하다. 믿고 따르는 분은 저만치 가라고, 저렇게 변해야 한다고 손짓하는데, 세상은 적당한 지점에서 적당히 타협한 채 머뭇거리며 딴짓한다. 우리가 믿는 그분께 미안해서일까, 우리는 변하지는 않지만 욕먹지 않도록 반듯이 살겠다며 자기 자리를 정돈하는 데 열심이다. 별은 저만치 가는데, 별을 그리워하나 별을 좇지는 못한다. 그 대신 여기서 잘 살겠노라 궁핍한 핑계로 다짐한다.
---「동방 박사 이야기」중에서

행복은 이성적 논리에 따른 인과 관계의 정립으로 규정되지 않는다. 행복은 극단적 대립 개념들의 화해 안에서 가능한 것이다. 이런 천박하고 비참하고 서글픈 삶의 자리에서도 하느님이 계시다는 간절한 외침이 행복이다. 예수님은 행복이 잘난 사람, 성공한 사람에게 있다고 가르치지 않는다. 삶의 역경이라 여기는 지금 이 시간, 예수님의 행복은 시작된다. 행복할 때, 행복하다고 말하는 건 너무 쉽지 않은가. 이 불행의 자리가 행복해야 한다고 외치고 다짐할 때, 비로소 우리는 예수님이 말하는 행복을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예수님이 말(원)하는 가난의 성질이며 그 가난으로 하늘 나라는 이미 시작된 것이다.
---「행복 이야기」중에서

마태오 복음서를 ‘교회’의 복음서라고 한다. ‘교회’, 곧 집회, 모임이라는 그리스어 ‘엑클레시아ε?κκλησι?α’가 사용되었다는 이유로, 그 교회가 하늘 나라의 가시적 표징이라는 이유로 마태오 복음서를 ‘교회의 복음서’라고 부른다. ‘진복팔단’(마태 5장)으로 시작한 하늘 나라의 선포는 ‘황금률’(마태 7,12)로 요약되며, 예수님은 ‘황금률’을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여정에서 구체적으로 제시하신다. 휑하고 딱한 우리 삶의 자리에 기적이라 일컫는 것들, 위로라고 감격하는 일들을 예수님은 하늘 나라라는 이름으로 찬찬히 풀어놓는다. 마태오 복음서 18장은 그런 이야기의 흐름에 종지부를 찍는 듯한 이야기를 전한다. 어린아이가 되었건(마태 18,1-5), 작은 이가 되었건(마태 18,10-11) 형제는 조건 없이 용서하고 받아들이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은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도 용서하라.’라는 말로 끝맺는다(마태 18,21-22).
---「하늘 나라 이야기」중에서

믿음은 간절함을 기반으로 하되, 그 간절함은 철저한 해방으로 이루어진다. 우리의 믿음은 간절함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것을 원하지만 저것을 내려놓는 데 주저한다. 간절함이 약할수록 해방은 더디다. 이런저런 것에 얽매여 주저하는 삶의 반복에 지쳐 생겨난 작디작은 욕망의 공허한 여백을 믿음이라 고백하기도 한다. 내려놓고 비워 낸 자리가 아니라, 무엇이건 유일한 간절함의 자리가 믿음의 자리가 된다.
---「눈먼 이 이야기」중에서

부활은 죽음을 뛰어넘는 사건으로 묘사되지 않고, 제자들이 흩어지는 것과 상반된 상황으로 묘사된다. 부활은 그러므로 ‘모아들이는 일’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흩어지는 제자들과 달리 예수님은 여전히 갈릴래아라는 곳에서 제자들을 먼저 이끌어 모아들일 것이다(‘먼저 가다’의 그리스어 동사는 ‘프로아고προ?γω’로, ‘이끌다’는 의미도 있다). 그게 부활이다. 부활은 흩어짐의 분노와 충격을 필연적으로 거쳐야 하는 모아들임의 혁명이다.
---「수난 이야기」중에서

루카는 예수님으로부터 시작한 구원의 시대는 이러해야 한다고 보았다. 즉 불행 속에 잠겨 있는 이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촉구해야 한다(루카 10,25-37 참조). 더불어 죄에 허덕이는 이들 역시 용서로써 자유롭게 되어야 한다. “갇힌 이들”(루카 4,18)은 해방되어야 한다. ‘해방’이란 단어 ‘아페시스?φεσι?’를 루카는 죄인의 용서로 이해하곤 했다(참조: 루카 1,77; 3,3; 24,47; 사도 2,38; 5,31; 10,43; 13,38; 26,18). 영적으로나 육적으로 눈이 가려져 구원의 시대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에게도 구원의 기쁨은 전해져야 한다(참조: 루카 1,78-79; 2,30-32; 3,6; 6,39; 사도 9,8-18; 13,47; 22,11-13; 26,17-18). 누구도 예외는 없다. 어떤 것에 억압받아 제 존재의 가치와 이유가 부정당하는 일이 없어야 했다. 구원은 옳고 그름을 논하는 자리가 아니라 어떻게든 많은 이가 하느님께 모여드는가의 문제이므로(루카 1,16 참조).
---「나자렛 회당 이야기」중에서

요즘 들어 사람들이 성당에 오지 않는다고, 오는 사람들 역시 예전 성실한 신앙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고 한탄하는 목소리가 부쩍 늘어 간다. 혹자는 세속을 탓하고 경계하며 돈과 물질로 타락한 사람들이 교회의 거룩함과 순결함을 보지 못한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생각은 틀렸다. 적어도 세상은 교회를 만만하게 보기 시작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현명할 것이다. 교회에서 배울 것도, 나눌 것도, 논쟁할 것도 찾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세상에서 더 깊게, 더 열렬히, 더 진지하게 고민하고 사유하며 나누고 있다. 강도 만난 사람을 회피하며 제 삶의 자리만을 고집했던 사제와 레위인은 실은 세상에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자비와 친교, 그리고 형제애에서 소외당한 채 스스로 거룩하다 여기는 불쌍한 존재들일 뿐이다.
---「착한 사마리아인 이야기」중에서

부자와 라자로는 행위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하느님을 신앙하며 사는 것은 행위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에 대한 사유와 그 존재에 대한 사랑의 문제이다. 누가 ‘무엇을 했느냐’가 아니라 누가 ‘어떤 삶에 처해 있느냐’가 첫 번째 질문이어야 한다. 구걸의 삶을 사는 것이 자기 노력의 결핍에서가 아니라 함께 사는 세상의 직무 유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려야 한다. 부자와 가난한 자, 능력 있는 자와 쓸모없는 자, 부지런한 자와 게으른 자의 대립 구도로 세상을 인식하는 동안 사람이라는 존재의 본디 가치는 황폐해진다. 사람은 그 자체로 존중받고 인정받으며 더불어 사는 것에 당연한 권리를 지닌 존재라는 사실은 하느님의 모상이라는 존재론적 가치에서 시작한다.
---「부자와 라자로 이야기」중에서

회개는 개인적 성찰이나 성숙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이, 낯선 이들을 향해 뻗어 나가는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것이 된다. 지금의 나를 미래의 우리 속으로 던져 넣고 거기서 서로가 용서하고 더불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성령에 취하는 것이 회개다. 그 회개를 우리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세례로써 확증하고 세례를 통해 폐쇄적인 ‘내’가 ‘우리’라는 신자들로 분화하여 현존한다(참조: 사도 2,41; 4,4; 5,14; 6,1.7).
---「베드로의 오순절 설교 이야기」중에서

신앙한다는 건, 나의 무시로 세상을 향해 퍼부은 폭력을 조금씩 사그라들게 만드는 매우 지난한 일이다. 세상 안에 늘 육화하는 예수님을 보호하고 지키기 위해서라도 타인과 세상을 향한 나의 무시는 이제 그만하면 안 될까. 타인과 세상이 육화한 하느님의 자리라는 사실은 행복이나 기쁜 체험이 아니라 실은 수없이 아프고 힘든 체험으로 터득한 복음의 진리다. 그래서 신앙은 십자가의 길이다. 아프지만, 힘들지만 보람된 일이 십자가의 일이고 신앙의 일이다.
---「베드로와 코르넬리우스 이야기」중에서

신앙은 본래 낯선 것이었다. 유다 사회가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도 신을 믿지 않아서가 아니라 신은 이러저러해야 한다는 습관화된 신에 대한 인식 때문이었다. 신앙을 전하는 데 있어서도 습관화된 신 인식이 걸림돌이 될 때가 있다. 타인의 삶에 대한 섬세한 인식 없이 제 인식의 결과물을 전하는 편리함은 때론 폭력이 된다. 누군가는 타인의 삶을 통해 그가 살아 낸 시간들의 상처를 더듬을 수 있고, 또 누군가는 그 삶이 지니는 고유한 가치를 제 삶의 교훈이나 지렛대로 해석할 수도 있다. 다만, 이런 타인에 대한 읽기는 자기를 떠날 수 있는 해방의 길에서나 가능하다.

---「예루살렘 사도 회의 이야기」중에서

출판사 리뷰

‘줌아웃ZOOM OUT’의 시작,
‘성경을 읽는다’는 것


‘문해력’이라는 단어가 인터넷 검색의 중요 키워드로 등장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금일’을 ‘금요일’로 알고 날짜를 착각했다는 한 대학생의 이야기가 있었고, ‘심심한 사과’, ‘사흘’ 등 이와 유사한 에피소드들이 연이어 쏟아졌다. 대부분의 국민이 의무 교육을 받고 문자를 읽는 비율도 세계 정상급임을 자처하는 대한민국의 현대 사회에서 ‘읽지 못해’ 벌어지는 ‘웃픈’(웃기지만 슬픈) 에피소드들이다.

이러한 에피소드가 우리 신앙인들에게는 어떻게 다가올까? 읽을 수 있는 언어로 번역된 성경을 구하기 쉽고, 매주 혹은 매일 미사에서도 성경의 말씀을 읽을 수 있지만, 그렇게 읽은 성경 말씀이 우리 신앙인에게는 어떻게 이해되고 해석될 수 있을까? 그 말씀을 단순히 ‘읽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구조를 살펴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한 후 우리 각자의 삶에 가닿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성경 본문 줌아웃』은 ‘성경을 읽는다는 것’을 함께 고민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읽기’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얼마나 있을까? 저자는 ‘읽는다는 것’은 “글에 대해 독자의 고유한 관점을 제시하는” 행위라고 규정한다. 그에 따르면 읽는 행위는 단순히 글자들의 집합을 소리 내어 말하는 것에서 멈추는 것이 아닌, “글을 통해 묻고, 물은 바를 고민하고, 고민한 바를 다시 묻는 끊임없는 작업이다.”

‘이야기의 세상’으로의
신선한 여행, ‘읽기’


『성경 본문 줌아웃』에는 ‘읽는다는 것’을 세 가지 범주로 구분한다. 첫째는 “이야기 속 표현과 단어를 통해 역사적 실재와 사건을 간접적으로 만나는 일”이다. 이것은 성경의 이야기가 주는 사건에 대해 묻고, 그 사건이 현재의 독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되묻는 작업이다. 오늘날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의 성경 공부가 이 범주에 포함된다. 그러나 이야기는 한편으로는 실재 사건의 이야기로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구조화하고 만들어 내기도 한다. 요한 복음서 2장의 ‘성전 정화 사건’은 예루살렘의 멸망을 다루지만, 복음서의 저자는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로 재해석했고, 더 나아가 제자들이 믿음의 주체로 성장하는 상징으로 소개한다.

둘째는 “이야기가 꾸며 놓은 세상으로 여행을 시작하는 일”이다. 이는 이야기의 ‘흐름’과 ‘짜임새’에 관한 것으로, 이야기의 세상이 독자를 어디로 안내할 것인가를 파악하는 작업이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신약 성경의 이야기 안으로 들어가 이야기가 어떻게 변화되어 흘러가는지, 그 변화의 순간마다 이야기가 엮어 내는 짜임새는 어떠한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이야기는 움베르토 에코의 표현을 따르자면, ‘텍스트라는 숲속’을 가로지르고 연결하는 ‘흐름’과 ‘짜임새’라는 오솔길과 같다.

셋째는 독자의 관점으로 보는 ‘읽기’이다. “글자 너머의 의미, 글자 사이에서 빼꼼히 삐져나오는 의미 다발을” 독자가 자신의 이야기로 만드는 과정이다. 읽는 행위를 거울삼아 독자 자신이 삶을 읽어 내는 것은 자신에 대한 고백이자 반성이며, 그로 인해 자신의 모습을 새로이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읽는다는 것’의 세 가지의 범주를 활용해 『성경 본문 줌아웃』은 성경의 원문을 풀어서 제시하고, 그렇게 풀어낸 문장으로 성경의 교훈을 되새겨, 그 교훈이 독자의 삶에서 사유하고 살아 낼 수 있도록 안내한다. 그렇게 성경의 이야기는 독자의 삶에서 살아 움직이는 하느님의 말씀이 된다.

‘읽기’와
그 다음의 것들


우리는 눈앞에 보이는 것들을 읽는다. 그것은 거리의 간판일 수도 있고, 스마트폰 화면 속의 뉴스나 SNS 게시물일 수도 있으며, 정보를 얻기 위해, 시간을 보내기 위해 무언가를 읽는다. 때로는 읽는다는 행위는 아주 사소해 보여 그 자체로는 어떤 의미도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신앙인의 읽기는 그것과는 달라야 하지 않을까?

“읽는다는 것은 글을 거울삼아 독자 자신을 읽어 내는 자신에 대한 고백이자, 자신에 대한 반성이며, 그로 인해 전혀 기대치 않았던 자신의 모습을 다시 발견하는 일이다.”(들어가면서, 13쪽).

‘말씀을 살다.’라는 말을 자주 접한다. 그 말씀을 살기 위해 우리는 성경을 읽어 그 말씀을 체득한다. 즉 ‘읽기’는 말씀을 살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방법 중의 하나인 것이다. 『성경 본문 줌아웃』은 성경을 읽고 그 안에 담긴 하느님의 말씀을 살고자 하는 신앙인들에게 좋은 사례와 구체적인 방법을 안내하는 친절한 동반자의 역할에 충실한 책이다.

무엇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성경 본문 줌아웃』은 성경의 여러 책들 중에서 신약 성경, 그중에서도 공관 복음서인 마태오, 마르코, 루카 복음서와 사도행전을 주요 텍스트로 다룬다. 정보 전달의 매체로써 이야기의 장점은 독자(혹은 청자)에게 더 편하게 가닿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예수님께서도 하늘 나라의 복음을 전하기 위해 이야기의 형식을 자주 사용하셨고, 사도행전에서 볼 수 있는 베드로의 이야기들 또한 같은 이유로 즐겨 사용되었을 것이다.

『성경 본문 줌아웃』에서는 마태오 복음서 2장의 ‘동방 박사 이야기’에서 시작해 사도행전 15장의 ‘예루살렘 사도 회의 이야기’까지 모두 열두 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각 이야기는 해당 이야기의 배경 정보와 그 이야기의 의미가 담긴 도입부로 시작해, 이야기가 포함된 성경을 저자가 원문의 의미를 살려 직접 번역한 ‘이야기 읽기’가 펼쳐진다. 그렇게 읽어 낸 성경의 이야기에서 성경이 드러내어 말하고자 하는 것과, 배경과 사소한 대화 속에 숨겨 둔 의미를 찾아 펼쳐 보인다.

성경은 하느님의 사랑에 초점을 맞춘다. 하느님을 향한 우리의 사랑이 아닌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이다. 이 사랑의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반드시 성경 원문을 찾아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랑’은 개별 독자가 추상적이거나 주관적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례는 여행 중에 강도를 만나 상처 입은 사람을 돌본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루카 10,25-37)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말 성경은 사마리아 사람이 그 상처 입은 사람을 보고서는 ‘가엾은 마음이 들었다.’라고 번역했다. 그러나 이 문장의 그리스어 원문을 보면 이해의 폭이 한층 더 넓어질 것이다.

“여행 중인 사마리아인, 그는 강도 만난 사람에게 가엾은 마음을 지닌다. 우리말 성경에서는 ‘스플랑크니조마이σπλαγχν?ζομαι’, 즉 ‘내장’이란 명사가 동사화되어 ‘가엾은 마음이 들었다’로 번역되었다. 다소 약한 번역이다. 자신의 내장이 끊기는 아픔, ‘애가 타고 녹는’ 아픔을 가리키는 이 동사는 사마리아인과 강도 만난 사람을 하나로 엮어 놓는 기능을 한다.”(착한 사마리아인 이야기, 123쪽).

『성경 본문 줌아웃』은 성경의 특정 단어들을 그리스어 본문을 직접 해석함으로써 내용에 깊이를 더한다. 거기에 더해 저자의 사유를 통해 성찰로 이어지는 복음적 실천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루카 복음서 4장의 ‘나자렛에서 희년을 선포하신’ 이야기에서 갇힌 이들의 ‘해방’을 의미하는 단어 ‘아페시스?φεσι?’를 루카 복음사가는 자주 죄의 ‘용서’로 이해하곤 했다. 이는 ‘누구든지’ 죄를 용서받음으로써 영적 해방으로 나아갈 수 있고, 그로 인해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복음사가의 신념을 반영한다. 어느 누구도 구원의 기쁨에서 제외될 수 없다. 이러한 의미들을 현대의 상황에 비유하여 현실의 문제들을 꼬집으면서 이를 복음적 시선과 행동으로 옮기자고 저자는 촉구한다.

‘또 다른 이야기’
성경을 어떻게 살아 낼 것인가?


『성경 본문 줌아웃』은 각 이야기의 마지막에 ‘또 다른 이야기’를 두어 원문 읽기에서 시작한 성경 본문 읽기를 매듭짓는다. ‘또 다른 이야기’는 저자가 본문을 읽으면서 든 생각을 기록한 것으로, 해당 이야기에서 살펴본 말씀 가운데 일상을 살아가며 손에 꼭 쥐고 있어야 할 성찰을 기록한 것이다. 여기에는 이 책을 읽고 성경을 공부하는 독자들이 ‘아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삶 속에서 하느님을 깊이 만나 앎을 삶으로 ‘살아 내는 것’을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이는 하느님 안에서 진정한 삶의 본질을 찾기 위한 오늘날 신앙인의 고민과도 맞닿아 있다.
마르코 복음서 4장에 나오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에서 우리는 좋은 땅에 떨어진 씨앗에 주목하게 된다. 그렇지 못한 곳에 떨어진 씨앗은 무의미해 보인다. 그러나 저자는 씨앗이 떨어진 곳도 중요하지만, 어디든 가리지 않고 뿌려지는 씨앗을 먼저 보자고 제안한다. 그 씨앗들은 하느님의 조건 없는 사랑의 상징이다. 서로 다른 상태의 땅은 그 사랑을 받아들일 우리들의 마음 밭이다. 인간의 마음이 항상 같은 상태일 수는 없다. 다만 가시덤불 속에서도 씨앗은 싹을 틔우려 노력했듯이, 우리 마음의 상태가 어떻더라도 하느님 말씀의 씨앗은 움틀 준비가 되어 있다.

“말씀이 떨어지는 서로 다른 땅의 처지에 마음을 열자. 말씀에 대한 여유는 삶의 다양한 처지에 대한 이해와 고뇌를 가능케 한다. 말씀이 다다른 곳이 좋은 곳이어야 한다는 당위와 좋은 곳만이 될 수 없다는 현실 사이의 긴장을 우리는 여유롭게 즐겨야 한다. 신앙의 이름으로 나쁜 것과 좋은 것을 갈라놓고 좋은 것에 과도하게 집착하면 신앙은 억압이 된다.”(씨앗 이야기, 68쪽).

성경 본문 탐구
‘줌인’과 ‘줌아웃’


생활성서사는 앞서 『성경 본문 줌인』 구세사 1, 2편을 출간했다. 『성경 본문 줌인』의 저자 김혜윤 수녀는 구약 성경에 등장하는 구세사救世史적 주요 장면을 성경 원문을 직역한 ‘읽기’, 함축된 내용을 찾는 ‘밑줄 긋기’, 저자의 단상인 ‘오늘 살기’, 깊은 묵상을 위한 한 줄 ‘깊이 만나기’로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이는 성경을 읽으면서 그 문장에 ‘줌인ZOOM IN’하여 단어와 문장 자체를 분석하고 이해하는 작업이었다.

“하느님 말씀을 해석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작업은 본문을 그대로 읽고 그 메시지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하느님의 말씀을 만나고 그분과의 거리를 좁히는 진정한 해석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성경 본문 줌인』 구세사 편 1, 머리말, 15쪽).

『성경 본문 줌아웃』은 본문을 그대로 읽는 과정에 더해 그 본문을 구성하는 단어와 배경 그리고 그것들의 조화로 나타내고자 하는 성경 저자의 의도에 주목한다. 이는 성경 본문 ‘줌인’이 성경 본문의 이해의 심도를 깊게 가져갔다면, ‘줌아웃ZOOM OUT’은 그와 달리 의미의 폭을 넓게 확장시켜 성경을 삶으로 연결 짓는 방식을 활용한다. 이는 유배 후 디아스포라를 경험한 유다인들의 역사와 신앙을 한곳으로 모으는 것에 초점을 두었던 구약 성경과 예수님의 탄생과 죽음 그리고 부활 이후, 하느님의 복음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 것에 집중했던 신약 성경의 저술 목적과도 부합한다. 그러나 이 두 종의 책이 그리고 성경과 그 성경을 알고자 하는 마음, 성경을 공부하는 이유는 크게 다르지 않다. 그것은 성경을 읽고 그 내용을 삶으로 살아 내고자 하는 것이다.

“본문을 있는 그대로 읽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우리 안에 현존하시며 소통하시는 하느님을 만나고, 그분을 만나 알아 가며 사귀게 되고, 사귐을 통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여 저절로 마음에 담게 되며, 담기니 닮아 갈 수밖에 없게 됩니다. … 이 모두가 ‘복음화’의 여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성경 본문 줌인』 구세사 편 1, 머리말, 19쪽).

“성경의 이야기를 읽는 것은 이야기를 통해 우리 자신이 또 다른 우리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 읽기는 이야기 세상에 파고들고 그 세상에서 느끼고 체험한 것이 독자의 삶의 자리로 전환되는 열림과 초월의 작업이 되어야 한다.”(『성경 본문 줌아웃』 들어가면서, 13쪽).

‘공관 복음서와 사도행전 편’으로 시작한 『성경 본문 줌아웃』은 ‘요한 복음서와 서간들 그리고 묵시록 편’을 담은 두 번째 책도 출간될 예정이다. 이로써 신약 성경 전반에 걸친 이야기들을 읽어 알고, 그 앎을 삶으로 확장시켜 신앙인으로서의 삶을 사는 과정을 독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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