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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골골송이 흘러나올 게다
조은
아침달 2022.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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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다시 여행하다, 라는 뜻을 지닌 나무

고양이가 왔다 013
짧은 환각, 긴 현실 022
당신을 좀 알아요 033
깨어진 하트 044
나는 스타야 051
무섭도다, 인생 총량의 법칙 066

2부 마음을 주면 다 준 거지

커다란 루비 한 알 077
캔디와 순자 085
1층에는 릴리 향이 094
내 고양이들의 노래 104
그를 두고 하는 농담들 113
젠틀맨을 들이다 121
호박이는 럭키 세븐 129
너 떠난 뒤 136

3부 우리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내가 만난 탐정들 149
나의 아름다운 정원 158
누가 준 선물일까 169
의사 캣대디 177
두 청춘, 두 캣맘 185
잃은 것과 얻은 것 193
식물 대 동물 204

저자 소개 1

1960년 경상북도 안동에서 태어났다. 1988년 계간 ‘세계의 문학’에 『땅은 주검을 호락호락 받아주지 않는다』 외의 시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한 묵시론적 통찰을 보여주면 등단하였다. 그 이후 세 권의 시집 『사랑의 위력으로』, 『무덤을 맴도는 이유』,『따뜻한 흙』,『생의 빛살』과 산문집 『벼랑에서 살다』,『조용한 열정』장편동화『햇볕 따뜻한 집』,『동생』,『다락방의 괴짜들』『또또』등을 출간하였다. 이 밖에도 다큐멘터리 사진 작가 최민식과 공동 작업한 포토 에세이집『우리가 사랑해야 할 것들에 대하여』등의 저서가 있다. 현재 서울 사직동의 소담한 한옥에서 조요하지만 치열하게 글을
1960년 경상북도 안동에서 태어났다. 1988년 계간 ‘세계의 문학’에 『땅은 주검을 호락호락 받아주지 않는다』 외의 시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한 묵시론적 통찰을 보여주면 등단하였다. 그 이후 세 권의 시집 『사랑의 위력으로』, 『무덤을 맴도는 이유』,『따뜻한 흙』,『생의 빛살』과 산문집 『벼랑에서 살다』,『조용한 열정』장편동화『햇볕 따뜻한 집』,『동생』,『다락방의 괴짜들』『또또』등을 출간하였다. 이 밖에도 다큐멘터리 사진 작가 최민식과 공동 작업한 포토 에세이집『우리가 사랑해야 할 것들에 대하여』등의 저서가 있다. 현재 서울 사직동의 소담한 한옥에서 조요하지만 치열하게 글을 쓰며 살고 있다. 한편,어린이들에게 폭넓은 사랑과 우정의 의미를 일깨워 주는 따뜻한 동화 쓰기에도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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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1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272g | 130*210*20mm
ISBN13
9791189467739

책 속으로

내가 고양이라는 필터를 통해 사람들을 본 뒤부터 그들에 대한 신뢰도는 과거에 비해 턱없이 낮아졌다. 하지만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기 때문에 이젠 더 이상 사람들에게 실망하지 않는 반면, 작은 일에도 쉽게 감동한다. 이 엄청난 아이러니가 날이면 날마다 놀랍다.
--- p.21

이사한 집에서 맞는 첫해의 봄. 친구가 ‘마따따비’라고 불리는 개다래나무 묘목 두 그루를 선물로 보냈다. “‘다시 여행하다’라는 뜻을 지닌 나무야. 여행을 할 수 있을 만큼 다시 기운을 차리게 하는 나무라니 멋있지 않니?”
--- p.23

굶주린 동네 고양이에게 밥을 주기 전까지 나는 인간에 대한 낭만이 있었다. 성악설이니 성선설이니 하는 대화마다 대체로 부정적 의견을 말했음에도 내심 인간의 선한 면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그랬건만 삼십여 년 봐온 이웃의 진면모를 보고 몸서리쳤고, 그런 한편 반대급부의 사람들도 있음에 감사했다. 그들이 없었으면 나는 이렇게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내가 이 지점에서 인간을 사랑할 수 있으면, 꽤 괜찮은 존재일 터이다.’
--- p.43

언제부턴가 나의 화두는 ‘인생 총량’이 되었다. T자형 좁은 길에서 피할 수 없는 운명을 만나듯 인생 총량의 법칙 또한 피할 수 없는 것. 좋은 핸드백이나 구두 같은 것에 마음을 빼앗길 수도 있던 젊은 시절에도 ‘그깟 핸드백! 그깟 돈!’ 하던 나는 독신의 홀홀한 삶을 택했고, 그럭저럭 살았다. 이제 복복리의 이자로 그 삶이 가여운 생명을 통해 내게서 환수되고 있다. 그걸 깨달으니 지금 내 삶에 숙연해진다. 그래, 내처 가보는 거다.
--- p.73

젠틀맨과 호박이를 관찰하다가 어느 날 서로 잘 지내는 줄만 알았던 호박이가 왕따를 당하고 있음을 알았다. 이 또한 인간의 감정일지도 모르지만, 일방적으로 상대방에게 살갑게 구는 호박이에게 우리 집 모든 고양이가 무신경하게 대하고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밖에서 늘 인기가 있었던 호박이의 표정은 상처받은 인간과 다르지 않았다. 호박이가 바라보건 말건, 기대건 말건 관심도 보이지 않다가 열심히 핥아주는 중에 쌩 가버리는 녀석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좋지 않다. 이 또한 저들의 질서이니 내가 관여할 순 없다.
--- p.135

‘그래, 거기서 편히 죽어라.’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그뿐이었다. 그러자 죽는 데도 힘이 필요하다던 어른들의 말이 떠올랐다. 힘을 내서 잘 죽으라는 의미로 나는 물과 습식 사료를 넣어주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록 녀석은 버티고 있었다. 물 한 모금 먹지 않은 채 그토록 버틸 수 있는 것도 대장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 p.172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면서 나는 인간에 대한 기대치를 팍 낮췄다. 낮춰도 낮춰도 더 낮춰야 한다는 다짐을 하다 보니 내가 그들과 같은 인간종이라는 게 점점 슬퍼진다. 탄생하는 순간 인간은 이미 발아된 씨앗처럼 본질에 맞게 치열하게 생존해야 하는 존재가 되었다는 생각도 한다.
--- p.205

어제 읽은 책에서는 식물도 기억력을 갖고, 혹독했던 환경으로 인한 기억에 영향받으며 성장한다고 했다. 아, 동물이든 식물이든 생명을 가진 것들은 모두 얼마나 애처로운가.

--- p.214

출판사 리뷰

고양이의 필터로 본 세상과 사람들
아이러니한 삶을 이해하는 뜻밖의 여정


시인은 한때 인간에 대한 낭만을 품고 있었지만 이웃의 이기심으로 드러난 악행들을 겪어내며 더는 기대하지 않게 되었다. 책 속에서 고양이는 인간에 의해 무참히 죽어 나가기도 하고, 벼랑 끝에서 구원받기도 한다. 호기심에 뗀 한 발자국의 걸음으로 생사가 오고 가는 고양이의 아슬아슬한 생존 속에서 시인은 온기로 싸여 있는 단호함으로 세상의 선입견이나 인간의 이기심, 부재중인 공존과 싸우며 투쟁한다. 실제로 이 책에는 경찰 조사가 익숙한 강철한 시인의 모습이 담겨 있으면서도 동시에 동물병원에서 겁쟁이로 통하는 모습이 양면적으로 담겨 있다. 늘 위기에 처해 있던 아픈 고양이를 품에 안고 허겁지겁 병원에 찾아갔기 때문이다. 삶의 아이러니 속에서 깨닫는 여러 의미가 고양이라는 필터로 하여금 보이게 된다.

삶이라는 빛과 어둠에 가려져 생긴 그늘 속에서도 시인은 고양이라는 존재를 실천적으로 호명하며 함께 아름답게 공존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고 또 되묻는다. 총 3부로 이루어진 이번 산문집에서는 시인과 인연이 된 고양이와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함께 있을 때 최선을 다하기로 한 시인의 온기는, 살아생전 아버지와 함께하지 못했던 가족 여행에 대한 아쉬움에서, 17년이란 세월을 동반했던 반려견 또또에 대한 추억에서, 내면에 어둡게 드리워져 있던 지난 회사 생활의 회상으로 시작하여 이제는 지금 눈앞에서 지켜나가야 할 아름다운 공존과 그 질서에 앞장서고 있다. 위급한 상황 속에서 안타깝게 살리지 못한 생명을 두고 시인은 자신을 책망하기도 하지만 곁에 잠깐이라도 머물러 있었던 존재를 실천적 온기로 불러주며 작은 이름들을 이 책 속에 돌올히 새겨넣었다.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나아가 사랑할 수 있는 이해를


추천사를 쓴 심윤경 소설가는 시인의 오랜 이웃으로서 “사직동에 그의 직심스러운 발걸음이 닿지 않은 땅이 한 조각이라도 있을까?”라고 묻는다. 시인이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짐작하게 한다. ‘독립투사’처럼 자신의 기조를 지키면서도 고양이를 위해 헌신해온 시인을 “위태로움과 유머, 세상을 바라보는 자기만의 영민한 눈, 그리고 세상이 조각나도 변하지 않을 강인함을 한데 섞은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거리에 도사리고 있는 인간의 이기심과 무자비함 속에서 생긴 균열은 지금의 단단하고 올곧은 시인의 발걸음이 되었다.

책 속에는 현장감 있는 이야기와 끊임없는 사건 사고가 연속적으로 이어진다. 고양이의 생사가 오고 가는 긴박한 장면 속에서도 시인은 자신의 감정에 쉽사리 매몰되지 않고 오히려 냉소적이면서도 단호한 자세로 상황을 판단하고 헤쳐나간다. 고양이라는 사랑스러운 존재 뒤에는 이처럼 하루를 앞다퉈 생존의 문턱에 서 있는 생명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다양한 존재들과 공존하는 방식을 고민하는 우리 앞에 놓인 이 이야기가, 이름도 없이 태어나 인간의 이기심과 무질서 속에서 자신의 앞길을 헤쳐나가야 하는 여린 생명 앞에 놓인 이 이야기가 오늘도 무사히 살아내기 위해 애쓰는 여러 마음을 다독인다. 크고 작은 분란 속에서 생명의 존엄을 온기로 지켜가고 있는 한 시인의 노래가, 어느 고양이의 털을 빗겨주고, 여린 숨을 붙들고 살아가려는 고양이의 골골송을 불러일으키는 시간으로 뒤바뀌기를.

◆ 작가의 말

어쩌다 보니 원하지 않았던 삶을 십 년 넘게 살아냈다. 원하지 않았지만, 가장 치열했고,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야기. 이 책은 그것에 관한 글이다. 어두운 듯하지만 밝고, 얼음장 같으나 근원적 온기가 넘치는 이야기.
이 시기에 나는 환상을 가지고 대하던 인간들에 관한 시선을 성큼성큼 조정해야만 했다. 오래 몰입했던 문학을 통해서도 이처럼 큰 진보인지 퇴보인지를 경험하지 못했다.
나는 이제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말할 수 있다. 만만찮은 내 나이를 생각하면 더 일찍 이 말을 해야만 했다.
“내 삶에 훈수를 두지 마세요.”
십 년 넘도록 ‘선을 넘은’ 나에게 여러 번 경고했던 사람들을 위해 이 통쾌한 말을 한 번 해볼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이런 나의 역설을 이해할 수 있다면, 그는 꽤 재치 있고 너그러운 사람일 터이다.

2022년 가을날에
조은

추천평

조은 시인은 나에게 사직동과 동의어다. 사직동에 그의 직심스러운 발걸음이 닿지 않은 땅이 한 조각이라도 있을까? 늘 분주해 보이는 자그마한 그의 모습을 이웃하며 지켜본 지 15년째인데, 정신병을 앓는 개 또또를 17년간 보살핀 후 그에게 닥친 다음 미션은 동네 길고양이들을 돌보는 일이었다. 그가 캣맘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회유와 고문에도 굴하지 않고 36년간 독립을 위해 싸우신 독립투사들은 바로 저런 유형의 어른들이었겠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는 천성이 무척 온화한 사람이고 때로는 발걸음이 휘청거리는 것 아닌가 싶을 만큼 연약해 보일 때도 있지만, 혹시나 싶어서 물어보면 언제나 변함없이 한 조각 위트를 섞은 꿋꿋한 대답이 돌아오곤 했다. 그렇게 많이 싸우고 그렇게 많이 상처를 입으면 마음이 온통 굳은살로 딱딱해지지 않을까 싶은데, 고양이들의 사연과 성격, 그 마음의 흐름을 읽어내는 시인의 시선은 변함없이 따스한 웃음기를 머금고 있다. 세상의 인간들은 추하지만 시인의 곁에 둥지를 튼 고양이들은 제각각 천연덕스럽고 사랑스러워, 그 이야기에 피식피식 웃고 그 골골송에 함께 귀를 기울이다 보면 폭풍우 속의 평화란 이런 것일까 생각하게 된다.

위태로움과 유머, 세상을 바라보는 자기만의 영민한 눈, 그리고 세상이 조각나도 변하지 않을 강인함을 한데 섞은 사람이 바로 조은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의 그런 모습들을 조금도 더하거나 빼지 않고 그대로 담고 있다. 가혹한 현실을 살아가면서도 아름답고 사랑스럽기를 포기하지 않는 고양이와 시인은, 그러고 보니 서로 똑같이 닮았다. - 심윤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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