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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1 - 6
버드나무가 있는 공원 - 8 나무 그늘 아래 - 21 비 오는 날엔 - 33 보이는 건 침묵 - 49 혼자인 순간들 - 103 꿈속의 여름 - 115 눈꺼풀 너머 - 125 사랑의 미로 - 133 잠시나마 영원해지는 - 141 작가의 말 2 - 1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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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완전히, 오롯이 이해하는 일은 불가능하지.
그게 사랑이라면 더더욱.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를. --- p.11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두려워하고, 두려워하는 것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서성이다 뒷걸음질치고, 질끈 눈을 감아버리고. --- p.14 어디까지 걷고 올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걷는다. 걷는 일은 단순하고 솔직하다. 아는 길이든 모르는 길이든 그저 순간의 발걸음을 따라가다 보면 마음이 가벼워진다. 뜻밖의 골목과 나무와 바람과 고양이와 시간들. 무릎과 발바닥의 반가운 감각들. 언제라도 그만 걷고 싶으면 그만 걸으면 되는, 발 가는대로 걷는 산책이야말로 가장 선명한 삶인 듯하다. --- p.18 작은 정원을 혼자 걷는다. 순간의 문이 열리고 수천수만 갈래의 투명한 날개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그때 나는 조금 새로워졌다. --- p.23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단어를 고르고 문장을 쌓아올려 마음을 짓는다. 영원은 없다는 듯이 읽고 마치 영원할 것처럼 쓴다. --- p.26 새벽에 물 마시려고 일어났다가 창밖의 어스름을 바라보며 한참을 서 있었다. 아직 새들이 깨어나기 전이다. 아침이 오고 있는 건지 저녁이 오고 있는 건지 모호해지는 시간. 몽롱해지는 정적. 내가 왜 여기에 이렇게 서 있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가끔 그럴 때가 있다. 내가 알고 있던 나 자신이 아닌 것처럼 모든 게 낯설어지는 기분. 순간적으로 나와 연결된 현실의 고리들을 잃어버리고, 단숨에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듯이 하얗게 표백되는 느낌. 나는 나일까? 소설 같기도 하고, 영화 같기도 하고, 이대로 다시 잠들어버리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을 것 같기도 한. 그건 꿈이었을까? --- p.105 사랑은 그 사람과의 사소한 순간들 속에서 슬픈 영원을 발견하는 일이다. 그런 순간에는 시제(時制)가 없다. --- p.1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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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1
눈을 감아본다. 시간이 멈춘 듯하다. 눈꺼풀 속에서 움직이는 눈의 온기를 느끼는 동안 기억의 배경이 나타난다. 새카만 강가의 반딧불이 한 무리. 천장 너머로 쏟아지는 빗소리. 아득히 멀어지는 발자국 소리. 내가 걷고 있는 세계가 조금씩 두꺼워진다. 이 책의 원고를 쓴 지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여느 때보다 그 간극이 크게 느껴진다. 오래 기억될 여름을 떠나 보냈다. 많이 걸었고 많이 마셨다. 많은 생각을 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장면이 뒤죽박죽이다. 아무것도 쓸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으로 오래된 나무들 사이를 서성인다. 느낌의 세계를 그리는 사람과 함께 한 권의 책을 낸다는 것이 기쁘다. 오랫동안 그림을 지켜봐왔기 때문에 더더욱. 여기서 우리는 시제가 없는 이야기를 나눈다. 말없이, 기억의 공동체로서. 눈을 감고도, 느낌의 세계 어딘가에서, 걷고 있다는 사실을, 서로 알고 있다. - 최유수 작가의 말 2 눈을 감아본다. 보이는 건 침묵에 가깝다. 차분히 감고 있다 보면 하나둘씩 상이 떠오른다. 떠오르는 상은 때로는 점이기도 하고 선이기도 하다. 명과 암을 가지기도 하고 색을 띠기도 한다. 다시 한번 눈을 감아본다. 내가 걸어온 길과 거기서 만난 인연들, 마주치기도 하고 엇갈리기도 한, 마주한 이들과의 기억은 점과 선이 모이듯 리듬이 되고 다시 명과 암이 비치듯 선율이 된다. 하모니를 이루는 하나의 춤이 된다. 나는 이 춤들을 종이 위에 이미지로 번역한다. 점과 선, 명과 암, 그리고 색으로써. 이미지라는 매체는 순간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렇기에 번역된 이 기억의 춤 속엔 시제가 없다. 사소함 속에서 슬픔을 발견하고자 했던 유수 작가의 글처럼 말이다. - 류재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