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008 여는말
풀꽃나무한테 고맙다고 꾸벅 절을 합니다 ㄱ 012 가는잎그늘잔디 013 가뭄 014 가재 016 가죽나무 018 각시붓꽃 019 감꽃 020 감자 022 개나리 023 개복사나무 024 고구마꽃 026 고욤 027 고추 029 고추잠자리 030 구기자꽃 032 금낭화 033 금은화 035 까마중 037 깨 039 깨꽃 040 꿀 ㄴ 044 날나무 046 냉이 047 노간주나무 048 노루귀꽃 050 논두렁콩 052 눈 054 느릅나무 056 느티나무 ㄷ 060 닥나무 062 단감 064 닭벼슬꽃(맨드라미꽃) 066 담금주 067 담배꽃 069 도깨비바늘 070 도꼬마리 071 도라지꽃 072 돌나물 074 두부 076 등꽃 078 등목 080 디딜방아 081 떡갈나무 ㅁ 084 마가목 086 마늘 088 마늘씨 090 마늘 캐기 092 막걸리 094 말밤 095 매미 097 맷돌 099 머루 101 멍석 103 메주 104 멧딸기 105 멱감다 107 모과나무 109 모깃불 111 모심기 113 무궁화 ㅂ 116 박달나무 118 박주가리꽃 120 반딧불이 122 밤 124 배롱나무 125 뱀딸기 126 뱀알 128 버드나무 130 버들강아지 132 버즘나무 134 벼랑 135 벼바심 137 보리 139 부들 140 부지깽이 142 부처손 144 분꽃 146 비 148 비새(빈대·소벌레) 149 빵떡 151 뽕나무 153 뿌리 154 삐비 ㅅ 158 사과 159 사마귀 161 산수유 163 살구 165 새싹 166 솔가리 168 솔밭 169 솔잎 171 솔치다(소나무 가지치기) 173 솜꽃 175 솥뚜껑 176 쇠똥구리 177 수박 179 수수 181 순이나무 182 싸리꽃 ㅇ 186 엿 188 오줌 189 옥수수 191 왕고들빼기 192 울콩과 양대콩 194 이팝나무 196 익모초 ㅈ 200 잔대 201 잔디 203 재 205 정구지 206 조 207 쥐똥꽃 209 질그릇 211 쪽제비싸리나무 213 찔레나무 ㅊ 216 참나무 218 채송화 ㅋ 222 콩고물 ㅌ 226 타래붓꽃 227 탈탈이(경운기) 228 탱자 ㅍ 232 팔랑종이(삐라) ㅎ 236 호미 238 호박꽃 240 홍시 242 환삼덩굴 244 흙 246 맺음말 나를 키워 준 시골 풀꽃나무 |
숲하루(김정화)의 다른 상품
|
바닥에 쪼그려앉아 감꽃을 주워 모아두고 울타리에 걸린 감꽃을 베어문다. 어린날 감꽃이 떠올랐다. 그때 맛이 날까 또 씹었다. 고운 꽃이 살짝 달면서도 떫고 쓰다.
--- p.19 감자를 보자기에 싸서 산을 하나 넘고 밭에 닿으면 어머니 아버지는 감자 잘 삶아 타박타박하다고 한다. 어머니 아버지는 쉬지도 않고 일하고 새참을 갖고 오기를 기다린다는 생각에 그 먼 멧허리를 걸어가는 길이 힘들지만은 않았다. 우리는 감자로 찌개하고 볶고 삶아서 물리도록 먹는다. 캄캄한 땅속에서 알알이 잘 영글어 주렁주렁 달고 나온 감자는 저를 먹으면서 둥글둥글하게 타박하게 살기를 바라겠지. --- p.21 밤이 깊어 갈 무렵이면 어머니는 배추뿌리를 씻어 주고 고구마도 깎는다. 날것으로 깨물면 천둥소리가 난다. --- p.24 구기자잎은 개나리잎보다는 보드랍고 고춧잎보다 빳빳하다. 나뭇가지가 가늘어 금낭화처럼 휘청이도록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다. 푸른빛이 노랗게 익고 빨갛게 무르익어 빛깔이 곱다. 우리는 빨갛게 익은 것만 골라 땄다. 산수유는 씨가 있어 알이 탱탱한데 구기자는 물컹해서 작은 알을 따려고 힘을 주다가는 손힘에 툭 터진다. 물컹하게 튀어 얼굴과 옷에 물든다. 빛깔이 고와 맛이 있을 듯하지만 쌉싸름하다. 붉게 잘 익으면 달금하다던데 내 입맛에는 밍밍하다. --- p.30 사람들이 곡식을 심으면 다른 풀은 잡초라고 뽑아내고 매서운 약을 치고 하는데, 우리 몸에 좋은 풀은 하나같이 지심인 듯하다. 뽑아내도 또 자라 흔하게 나니 흔하게 먹고 우리 몸을 돌봐주려고 우리 몸 가까이에서 자꾸 씨앗을 퍼트리는 듯하다. 풀이 우리를 먹여살리기도 하고 몸을 고치기도 하는데, 이런 풀이 이젠 우리와 너무 멀리 떨어지려고 하네. --- p.36 냉이는 겨울 밭에 가장 먼저 돋아나 봄을 부른다. 잿빛 흙에 풀빛이 눈에 잘 보이고 얼었던 흙이 녹자 햇볕에 일찍 깨어나 찬바람에 발갛게 그을리며 봄을 부른다. 새풀 옷을 입고 첫봄을 알리니 봄도 냉이 부름에 웃고 성큼 오는지 모른다. --- p.46 어린 날 새벽에 눈을 뜨면 문밖이 환한 적이 있다. 달빛에 밝아서 환하기도 하지만 밤새 눈이 내렸다. 잠결이지만 문을 열어 달빛인지 눈이 내렸는지 눈으로 보고 다시 잠든다. 내가 먼저 마당에 눈을 밟고 싶었다. 하얀 마당에 발자국을 내고 신발 자국을 동그랗게 찍는 재미가 있었다. --- p.52 우리는 밭에 오르면 한 골씩 맡아 꽃봉오리를 찾는다. 서로 터트리려고 이랑을 넘나드느라 도라지가 넘어지고 밭이 엉망이 된다. 도라지꽃은 풍선껌을 불어서 붙여놓은 듯 바람이 빵빵하게 찼다. 두 손으로 꼭 누르면 뽕뽕 소리를 내며 터진다. 어떤 봉오리는 픽 하고 바람이 실실 빠진다. --- p.71 돌돌 만 반죽이 서로 달라붙지 않게 밀가루를 묻혀 가면서 훑는다. 반죽을 보자기만큼 커다랗게 밀면 널어 두고 마실 한 바퀴 돈다. 꿋꿋해지면 착착 접어서 꽁지를 잘라내고 채썰었다. 우리는 꼬랑지를 받으려고 눈이 빠지도록 기다렸다. 꼬랑지를 아궁이에 넣고 불에 구우면 올록볼록 부풀고 바삭하다. --- p.116 여름이 되면 반딧불이가 찾아온다. 반딧불이가 꽁무니를 빼고 날아가면 쫓아다녔다. 부엌은 백열등을 썼다. 부엌과 수돗가를 비추는 불은 그을림이 앉아 불을 켜도 어둑하다. 밤이 깊으면 부엌에 불을 켜 놓았다. 마당에 펼쳐 놓은 자리에 누워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빛나는 작은 별과 그 가운데 더 반짝이는 별을 찾아보면서 하나둘 헤아렸다. 밤하늘 별을 보았더니 우리 집 마당에 별이 찾아온 듯했다. --- p.120 열두세 살에 어머니가 밭에 나가고 없을 적에 어머니 작은 소쿠리에서 화장품을 뒤졌다. 벽에 걸린 거울을 벗겨서 창살문 기둥에 세우고 어머니가 쓰는 분을 발랐다. 어머니 입술물(립스틱)은 얼마나 오래 썼는지 돌려도 올라오지 않는다. 어머니가 손가락에 찍어 바르길래 나도 새끼손가락에 찍어서 입술에 문질렸다. --- p.144 |
|
126가지 나를 키워 준 시골 풀꽃나무 이야기
『풀꽃나무하고 놀던 나날』은 나를 키워 준 시골이라는 곳을 풀과 꽃과 나무라는 이름으로 다시 읽어보려 했다. 이번 책은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벌레 한 마리도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는 2022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자 숲하루 작가와 함께한다. 이번 책은 숲하루 작가가 셋째 아이한테 ‘엄마가 살아온 어릴 적 시골 이야기’를 느끼도록 들려주고 싶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아이들하고 시골집에 가면 아이들은 들일하고 밭일을 마치 놀이처럼 돕는다. 흙을 만지고 감자를 캐고 고추를 따고 콩알을 까고 벼바심을 하는 일을 무척 신나 한다. 이때까지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경북 의성 사곡면 상전리라고 하는 시골에서 보낸 나날이 얼마나 값지고 아름다웠는가를 제대로 몰랐다.”고 밝혔다. 그가 ‘풀꽃나무’라는 글감을 찾게 된 연유는 “일자리를 다니면서 틈이 나는 대로 산을 오르는데, 아줌마가 되어 산을 오르내리다 보니 어릴 적에 보던 풀하고 꽃하고 나무가 새롭게 보였다. 어릴 적에는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던 풀꽃나무가 이제는 그냥 보이지 않았다. 작은 풀꽃하고 커다란 나무를 다시 볼 적마다 어머니 아버지가 떠오르고, 할아버지도 생각났다.”고 말했다. 작가 말처럼 이번 책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어린 시절로 돌아가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시골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은 ‘맞아, 나도 이랬는데’ 하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126가지 나를 키워 준 풀꽃나무 이야기’라는 부제답게 이번 책은 한글 자음순으로 이야기를 갈무리했다. 해서 처음부터 차곡차곡 글을 읽어도 되지만, 먼저 차례를 보고 관심 있는 풀꽃나무 이야기를 골라 해당 쪽수를 찾아서 읽어도 좋다. 첫눈이 온 오늘은 ‘눈’이라는 제목을 골라 읽어보기도 하고, 곧 있으면 찾아올 봄을 기다리며 ‘냉이’를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먹는 밤을 좋아한다면 ‘밤’을 읽어보자. 바로 밤을 찌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글감이 풋풋한 우리네 풀꽃나무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글맛이 투박하지만 정겹다. 추천사를 써준 김한실 상주 ‘푸른누리’ 숲지기도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벌레 한 마리도 따뜻한 눈길로 보고 쓴 글은 우리 마음을 울린다.”고 전했다. 숲하루 작가는 “오늘이라고 하는 나를 키워 준 시골이라는 곳을 풀과 꽃과 나무라는 이름으로 다시 읽어 보려고 했다. 내가 살던 집과 들과 멧골을 낀 마을은 어린 내가 본 온누리였고, 별과 같았다. 눈을 감으면 선하게 떠오르는 어린 날 해와 별과 달과 구름과 바람과 비는 여린 몸으로 태어난 나를 살려준 숨결이로구나 싶어, 이런 얘기를 글로 옮겨 보려고 했다.”고 출간 소감을 밝혔다. |
|
숲하루 님이 그동안에 누리그물 새뜸인 〈배달겨레소리〉에 올린 글을 모아 책을 펴낸다는 말을 듣고 반가웠습니다. 메와 들에 절로 자라는 풀과 나무를 따뜻한 눈길로 보고 쓴 글이에요. 사람이 태어날 때는 누리러 온다고 생각하여 우리 한아비들은 삶터를 ‘누리’라고 지었지요. 이 누리에는 사람만이 아니라 여러 짐승, 온갖 벌레, 푸짐한 푸나무가 한데 어우러져 저마다 한껏 목숨을 누립니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벌레 한 마리도 따뜻한 눈길로 보고 쓴 글은 우리 마음을 울립니다. - 최한실 (상주 ‘푸른누리’ 숲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