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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말
우리가 함께 만든 공감의 무늬 1장 슬픔을 연구하는 슬픔 깊은 슬픔을 지닌 이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마치 계속해서 화살을 맞는 사람처럼 세상과 나를 연결지어준 여자들 이제 도움 받는 일에 익숙해져보려고 해요 수치심을 덜 두려워하기 2장 우울과 고통을 말하기 우울증에 걸리지 않기가 어려운 사회 제가 잃어버린 사람들을 기억해요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잘 모르지요 부단히 연습하며 마음을 전달하려 애써야 해요 고통의 언어와 치유의 언어 우리 서로를 걱정하는 것일까요? 3장 나아지기 위해, 나아지지 않더라도 고통을 겪었고 눈물을 흘렸고 괴로워했다고 저는 또 다른 모래성을 쌓고 싶어요 언제부턴가 비관주의자가 되었어요 희망이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싶다구요! 세상이 결코 나아지지 않는다고 해도 하지만 너의 상처는 나의 상처 4장 네 곁에…… 내가 있어 나의 오래된 페미니스트 친구들 영웅이 되지 않는 여자들 사이를 헤매며 학계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일 저는 고작 스무 살이었어요 우리의 삶은 늘 삶을 넘어서고 서로에게 반응하고 응답하는 것 우리는 더 보듬어야 해 맺음말 슬퍼하는 사람들과 그 곁에 있는 이들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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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께서도 깊은 슬픔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오셨지요. 그분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마다 어떤 생각을 하셨을지 궁금합니다. 설거지를 하다가 빨래를 개다가 메일을 보내다가 문득문득 떠올라 내가 다 억울해진 적이 있으셨을까요. 너무 커다란 타인의 고통 앞에서, 나의 고통에 대해서는 겸허해진 때가 있으셨을까요. 돕고 싶지만 도울 수 없는 순간을 자주 만나셨을까요. 고통은 결국 한 사람 안의 일이라 무력해진 때가 있으셨을까요. 함부로 이입하거나 공감하지 않으려고 거리를 둔 때도 있으셨을까요.
--- pp.22~23 저는 오늘날의 사회에서 우울증에 걸리지 않기가 매우 어렵다고 생각해요.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인가 아닌가의 차이가 있을 뿐이죠. 이런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몇몇 예외적인 ‘초적응자’들을 제외하고 누가 삶을 편안하고 안락하게 느낄 수 있겠어요? 반면 세상은 온통 ‘초적응자’들만을 정상이라고 간주하고 있는 상태죠. --- p.64 고통의 이야기들을 오랫동안 채록해오면서 제가 느낀 것은,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느끼면서도 그 고통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고, 알더라도 언어로 표현하지 못한다는 사실이에요. 물론 느끼는 것과 아는 것과 말하는 것 사이에는 각각 간극이 있겠죠. 아픔을 느껴도 무엇 때문에 아픈지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또 정확히 어디가 아픈지를 알더라도 어휘에 한계가 있거나 사회적으로 이해되기 어려운 언어기에 표현하기 어려울 수도 있죠. --- p.99 선생님, 저는 사실 선생님이 걱정이 돼요. (우리 서로를 걱정하는 것일까요?) 저는 당사자성이 있었고, 이야기하고 싶었던 고통이 저의 고통과 바로 맞닿아 있었기에 오히려 이 작업을 하며 편하게 쓰거나 말하거나 생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선생님이 해오신 작업은 그렇지 않았던 것 같거든요. --- p.109 저는 세상이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변화의 방식이나 속도가 충분하지 않다고 하더라도요. 그 변화에 제가 기여할 수 있다고 믿고요. 무엇보다 저는 그 믿음이 유용해서 계속 유지하고 싶어요. 등산할 때 봉우리만 보고 가면 너무 지치지만, 앞 사람 뒤꿈치를 보며 걷다 보면 어느새 꽤 많이 올라와 있는 것처럼, 주변 사람들의 구체적인 얼굴을 떠올리며 애쓰고 싶어요. 봉우리는 여전히 멀어 보이더라도 뒤를 돌아보면 올라온 길이 쭉 보이는 것처럼요. --- pp.130~131 결혼하고 자녀를 둔 남성은 성숙하고 일을 더 잘할 거라고 여겨지지만, 여성은 가정에서의 역할로 인해 맡은 일에 진지하게 임하지 못할 거라고 여겨지지요. 또, 학위 과정을 밟으며 결혼해 아이를 둔 여성 대학원생은 보육비 마련이 어려워 학계에 남기를 포기하고 다른 직장을 찾기가 쉬워요. 교수가 되기 전 연구교수나 연구원, 시간강사직을 맡고 있을 때도 마찬가지예요. 학계의 편견과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아이가 있는 여성들은 교수라는 목표를 포기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높아져요. --- p.204 미나야. 우리는 상처를 받았고 또 상처를 받았고 또 상처를 받았지만, 그리고 그 상처에 대한 기억들이 한참 지난 다음에도 우리의 몸을 휘두르지만, 너와 나는 여전히 살아가고 있지 않니? 나는 그 점이 중요하고, 또 우리는 친구로서 서로의 생존을 칭송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해. --- p.234 도저히 이해해낼 수 없는 고통을 이해해보려는 시도는 마치 퍼즐을 맞추는 일 같아. 우리는 끝내 퍼즐이 모두 맞춰진 전체 모습을 알 수 없겠지. 하지만 퍼즐 조각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는 알게 되겠지. 언니는 퍼즐 조각을 완전히 맞출 수 있다고 말해주는 대신 우리에게 관계가 있다는 걸 알려주었어. --- pp.241~242 나는 이렇게 생각해. 고통이 중력이라면, 우리는 그 중력에 발을 딛고 삶을 꾸려가야만 해. 중력 속에서 집도 짓고, 마을도 만들고, 심지어 우주선도 띄워야 하지. 인간의 삶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는 없지만, 우리는 적어도 그 안에서 더 나은 삶을 상상하고 만들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고통을 단순히 불행이나 실패로 치부하는 대신에, 고통과 함께 다르게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할 수 있겠지. --- p.251 |
동녘이 펴내는 편지 시리즈 ‘맞불’
지금 가장 뜨겁고 빛나는 작가들의 편지! 동녘에서 펴내는 편지 시리즈 ‘맞불’은 마주보며 타오르는 불처럼 두 작가가 주고받는 대화가 피워내는 미덥고 빛나는 이야기들입니다. 번역가 노지양X홍한별의『우리는 아름답게 어긋나지』, 90년대생 만성질환자 안희제X이다울의 『몸이 말이 될 때』에 이어 이현정X하미나가 세 번째 맞불을 지핍니다. 우울증과 사회적 고통을 연구하는 두 여성이 세상의 고통과 자신의 상처, 그리고 사람을 살리는 돌봄에 대해 나눈 진솔한 편지들은, 슬픔이 가득한 세상에서 우리가 왜 타인의 고통에 귀 기울여야 하는지를 되새기게 할 것입니다. “우리 서로를 걱정하는 것일까요?” 슬픔과 괴로움에 연대하는 여자들이 나눈 우울과 돌봄에 관한 고민들 하미나가 띄운 첫 편지는 ‘동지 이현정 선생님께’라는 말로 시작된다. 타인의 고통을 연구하고, 고통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는 사람으로서 “오랫동안 남몰래 연대감을 느꼈던” 이현정에게, 하미나는 2030 여성 우울증을 취재하며 그들의 고통을 가까이 마주하는 일의 어려움에 대해 고백한다. 작업이 힘에 부칠 때 자신은 프리다이빙을 하면서 일상의 호흡을 찾는다며 자기 돌봄의 노하우도 묻는다. 그에 화답해 이현정은 자신은 “고통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을 어떻게 돌보아야 하는지, 방법을 전혀 몰랐다”고 솔직히 털어놓으며 “우리는 자신을 스스로 돌봐야만 남을 돌볼 수 있다”고 선언한다. 이현정이 던진 ‘동지’의 의미에 대한 질문에, 하미나는 2016년 강남역 여성 표적 살인 사건 이후 일어난 페미니즘의 불길을 계기로 여성들과 연결되었던 경험을 말하며 “글을 쓰는 여성, 또 그중에서도 타인의 고통을 보고 쓰기로 마음먹은 여성”에게 느끼는 다정한 연대감을 드러낸다. 이현정은 강남역 살인 사건 당시 여전히 여성에게 행해지는 폭력에 대한 분노와 더불어 젊은 여성들에게 미안함과 자책감을 느꼈다며, 다른 세대와 어떻게 연대하고 함께 싸워나갈지 고민하지 못했던 ‘영페미’ 세대를 돌아보는 동시에 “‘동지’가 되는 이 과정이 제겐 매우 가슴 떨리는 일”이라며 편지를 주고받는 기쁨을 전한다. 돌봄의 중요성과 사회적 고통의 원인에 대한 이야기도 오고 갔다. 이현정은 친구에게서 생활의 도움을 받은 경험을 이야기하며, 타인의 고통을 들여다보는 작업을 하면서도 “자신은 도움을 받는 일과 무관한 것처럼” 생각했던 건 아닌지 반성한다. 하미나는 우울증이 심한 친구를 돌본 경험을 말하며, 현대 한국 사회에서 젊은 사람들의 우울증이 증가한 이유를 고민한다. 둘은 타인의 돌봄을 받기를 수치스러워하는 사람들, 끝없이 발전해야 한다는 사회의 압박 속에 밀려나는 사람들의 괴로움을 하나하나 짚어본다. 그리고 사회적 고통과 그 이유를 언어화하는 사람으로서, 고통을 말하는 언어와 마음을 치유하는 언어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눈다. “부단히 연습하며 마음을 전하려 애써야” 하는 이유, 고통에 대해 잘 말하고 설명하는 것의 어려움, 타인의 고통을 듣기 위해 필요한 “이해의 지평”과 위험을 감당할 결심”에 대해 탐구하고 이해를 넓혀간다. 편지가 오가며 우정이 쌓일수록 두 사람은 서로를 궁금해 하고, 또 서로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찾았다. 첫 책 『미쳐있고 괴상하고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의 집필을 끝마친 하미나를 격려하며 이현정이 “작가님의 우울에 대해서는 우리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을 던지면, 하미나는 “저는 사실 선생님이 걱정이 돼요. 우리 서로를 걱정하는 것일까요?” 하고 상대방을 더욱 염려하기도 했다. “세상이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vs. “희망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세대가 다른 페미니스트들의 치열한 담판, 따뜻한 화해 2022년 초, 대선을 앞두고 “젊은 세대 남녀 간의 적대와 싸움을 부채질하는” 정치인들을 보며 이현정은 현실 정치에 대한 실망을 드러낸다. 하지만 하미나는 뉴미디어 언론 〈닷페이스〉에 출연해 이재명 후보와 대담했던 일화를 들려주며, “세상은 점점 나아진다”고 믿으며 작은 희망을 보려고 노력한다. 하미나는 조금씩 천천히 일어나는 변화와 젊은 여성 정치인들의 행보에 주목하지만, 이현정은 사회적 변화는 정치인이 아닌 수많은 보통 사람들의 실천에서 비롯된다고 단언한다.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다른 둘은, 잠시간 서로의 생각에 반박한다. 이현정이 “현실 정치에 어떤 기대나 희망을 갖고 있지 않다”고, “세상이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거침없이 말하면, 하미나는 자신이 세상이 나아질 거라고 믿는 건 “그 믿음이 유용하기 때문”이고, 앞서 연구자의 길을 걸어간 이에게 “노력하는 한 희망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며 받아친다. 평행선을 달리는 듯했던 불일치를 끝낸 것은, 서로의 내면을 궁금해하는 손 내밂이었다. 하미나는 이현정이 “현실 정치에 갖는 큰 반감이 괜히 생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 그에게 “희망과 낙관이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궁금해하며, 그의 지난 흔적들을 되짚어본다. 그리고 이현정이 오랫동안 세월호 참사를 비롯한 사회적 고통을 연구하며 써내려간 문장들이 마치 스스로의 고통을 담고 있는 것처럼 읽혔다며, “너의 상처는 나의 상처”라고 이해와 위로를 건넨다. 그리고 이현정은 하미나가 내민 손을 잡으며, 앞으로는 “희망의 근거를 찾아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힘을 보태”겠다고 다짐한다. “이 고통의 퍼즐을 전부 맞추지 못하더라도, 괜찮아” 같은 상처로 연결되고 공명하며 만들어지는 새로운 관계 서로가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자 편지에는 서로를 더 정확히, 잘 알아가고 싶은 마음이 담기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대학 시절 친구들과 페미니즘 운동을 했던 경험을 들려준다. 1997년 이현정이 ‘달나라딸세포’에서, 2016년 하미나가 ‘페미당당’에서 동시대 페미니스트 여성들과 연결되고 함께 목소리를 내고 한편으로는 불화했던 일들은 무척 비슷하면서도 다른 경험이었다. 베를린으로 유학을 떠나는 하미나를 위해 이현정이 자신이 학계에서 여성 연구자로 살아가며 겪었던 차별에 대해 이야기하자, 하미나는 학생일 때 선생님과 교수로부터 겪은 성폭력의 상처를 조심스레 꺼내놓는다. 서로가 한 번도 꺼낸 적 없던 상처를 내보인 후, 이현정이 보낸 다음 편지는 ‘미나에게’라는 말로 시작되며 두 사람의 거리를 단번에 좁힌다. 동지이자 같은 여성의 입장에서 마주 슬퍼하고 화를 내며, 마치 오랜 친구에게 비밀을 털어놓듯이 자신이 겪은 성폭력 경험을 나눈다. 그리고는 때때로 폭력의 기억들이 “깨진 퍼즐 조각처럼 다가오지만”, 그리고 “우리는 죽을 때까지도 그것을 완전히 이해하거나 꿰어맞추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서로에게 서로가 있기에 “우리는 결코 파괴되지 않을 것”이라고 힘주어 위로한다. 다음 편지에서 하미나는 ‘현정 언니’라는 살가운 호칭으로 답하며 고마움을 전한다. 도저히 이해해낼 수 없는 고통을 이해해보려는 시도를 퍼즐 맞추기에 비유하며, “우리는 끝내 퍼즐이 모두 맞춰진 전체 모습을 알 수 없겠”지만 “퍼즐 조각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는 알게” 될 거라고 말한다. 이제 두 사람은 “우리의 삶에 가장 선명하게 실재하는” 중력 같은 고통을 다시 바라보며, 상처받은 이들의 곁에서 그 고통에 발을 붙이고 고통과 함께 살아가는 삶을 탐색하기로 결심한다. 타인의 고통을 연구하는 두 여성은 세상의 고통과 자신의 상처에 대한 내밀한 고백을 통해 연결되고, 자신의 고통과 경험을 재해석하고, 서로와 새로운 관계를 맺는다. 그리고 결국에는 고통의 이야기를 듣는 행위로 상처들이 보듬어지기도 한다는 것을, 함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연대하며 공감의 무늬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깨닫는다. 누군가의 고통과 슬픔이 선명히 들려오는 세상에서, 이 책은 우리가 서로를 보듬고 연대해야 하는 하나의 증명이 될 것이다. 동녘의 ‘맞불’ 시리즈는 계속 타오릅니다 에코페미니즘과 동물권을 종횡무진 사유하는 이라영X전범선, 성형과 식이장애를 중심으로 여성의 몸과 아름다움을 다시 보는 박지니X임소연의 편지가 타오를 예정입니다. 이 그치지 않는 대화들이 독자와 사회를 끓게 하는 작은 불티가 되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