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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
문학과지성사 2016.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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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목차

1부 깃털을 보았다
계절감 /아찔 /옛날이야기 /공포 /미시감 /오늘 치 기분 /아무개 알아? /구멍 /미완 /뭉클 /폭우 /너무 /일주일 /아저씨 /풀쑥 /대중 /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
2부 유에서 유를
말맛 /마술 /문법 /필요불충분조건 /지면 /빛 /구원 /트라이앵글 /표현 /다움 /만약이라는 약 /이상한 접속어 /말실수 /책 /읽다 만 책
3부 투명 위에 투명이
손 /내일의 요리 /백화점 /차악 /우리 학원 /샬레 /척 /합평회 /승부처 /졸업 시즌 /서바이벌 /청춘 /어른 /질서 /폼 /반의반 /청문회
4부 나머지 말
좋은 냄새가 나는 방 /움직씨는 움직인다 /우발적 /애인 /함구하는 손 /짠 /느낌 /맥거핀 /묵묵 /문탠 /절반이라는 짠한 말 /홀 /흡혈성 /시간차공격 /오픈 /나머지

해설 | 놀이와 혁명_권혁웅

저자 소개 1

등단한 순간과 시인이 된 순간이 다르다고 믿는 사람.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은 정말이지 열심히 한다. 어떻게든 해내고 말겠다는 마음 때문에 몸과 마음을 많이 다치기도 했다. 다치는 와중에 몸과 마음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했다. 삶의 중요한 길목은 아무도 시키지 않았던 일을 하다가 마주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아니 오히려 그랬기에 계속해서 무언가를 쓰고 있었다. 쓸 때마다 찾아오는 기진맥진함이 좋다. 무언가를 해냈다는 느낌 때문이 아니라, 어떤 시간에 내가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는 느낌 때문이다. 엉겁결에 등단했고 무심결에 시인이 되었다. 우연인 듯, 필연적으
등단한 순간과 시인이 된 순간이 다르다고 믿는 사람.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은 정말이지 열심히 한다. 어떻게든 해내고 말겠다는 마음 때문에 몸과 마음을 많이 다치기도 했다. 다치는 와중에 몸과 마음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했다. 삶의 중요한 길목은 아무도 시키지 않았던 일을 하다가 마주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아니 오히려 그랬기에 계속해서 무언가를 쓰고 있었다. 쓸 때마다 찾아오는 기진맥진함이 좋다.

무언가를 해냈다는 느낌 때문이 아니라, 어떤 시간에 내가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는 느낌 때문이다. 엉겁결에 등단했고 무심결에 시인이 되었다. 우연인 듯,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순간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무언가를 해냈다는 느낌은 사람을 들뜨게 만들지만, 그것을 계속하게 만드는 동력은 되지 못할 수도 있다. 글쓰기 앞에서 번번이 좌절하기에 20여 년 가까이 쓸 수 있었다. 스스로가 희미해질 때마다 명함에 적힌 문장을 들여다보곤 한다.

“이따금 쓰지만, 항상 쓴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살지만 이따금 살아 있다고 느낍니다.” ‘항상’의 세계 속에서 ‘이따금’의 출현을 기다린다. ‘가만하다’라는 형용사와 ‘법석이다’라는 동사를 동시에 좋아한다. 마음을 잘 읽는 사람보다는 그것을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2002년 봄 『현대시』를 통해 등단했다.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시집 『호텔 타셀의 돼지들』,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유에서 유』, 『왼손은 마음이 아파』, 『나는 이름이 있었다』와 산문집 『너는 시방 위험한 로봇이다』, 『너랑 나랑 노랑』, 『다독임』이 있다. 박인환문학상, 구상시문학상, 현대시작품상,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작란作亂 동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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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8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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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28.20MB ?
ISBN13
9788932029719

출판사 리뷰

무거운 진실을 토해내는
가벼운 단어들의 유희

두번째 시집에서 얼핏얼핏 드러났던 사회와 체제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의식은 세번째 시집에 와서 더욱 깊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시집 출간 이후 한국은 더욱 살기 어려운 나라가 되었고, 전 국민을 슬픔으로 몰아넣은 비극적 사건이 있었으며 그로 인한 트라우마 속에서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애도하거나 외면하는 사태가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다. 오은은 그사이 세월호에 대해, 헬hell조선이라 불리는 이 나라의 어둠에 대해 숨김없이 말해왔고, 그의 이번 시집에는 그의 마음을 반영하는 시가 다수 수록되었다.

우리 중 하나는 이제 떨어진다는 거죠?
우리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하나만 중요했다
-「서바이벌」 부분

오은은 현 사회 전반에 자리하고 있는 쓸쓸함과 불안감의 실체를 ‘서바이벌’에 빗대어 드러낸다. “살다의 반대말은 죽다가 아니야/떨어지다지”라는 시인의 시구처럼, 한국은 살아남거나 혹은 떨어지는 사회로 요약될 수 있다. “내가 살아남았다는 것은”, 곧 “누군가는 떨어졌다는” 뜻과도 연결된다. 오은은 “우리” “너” “나” “하나”와 같이 가볍고도 흔한 단어들로, ‘내가 살고, 너는 떨어진다’는 사회의 이면을 드러냄과 동시에 ‘우리’가 사라지고 ‘하나’만이 남는다는 서바이벌의 규칙을 한국 사회에 접목시킨다.

빛나는 졸업장은 곧장 서랍 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서랍 속에서 나날이 빚이 날 것이다.

[……]

시간은
빛이 달아나는 속도처럼 빠르거나
빚이 불어나는 속도처럼 더 빨랐다

졸업 직전, 친구 중 하나가 휴학했다
졸업 직후, 친구 중 하나가 대학원에 갔다

-「졸업 시즌」 부분

“빛”이 나야 할 졸업장은 곧장 서랍 속에 처박히고, “빛”이 아닌 “빚”이 늘어난다. “졸업 직전”과 “졸업 직후”는 전/후의 큰 차이지만, 다시 학교라는 곳에 발붙인다는 점에서 차이는 쉽게 상쇄되어버린다. 오은은 ‘빛/빚’ ‘아/어나는 속도처럼’ ‘졸업 직전/후’ ‘친구 중 하나가’ 등 단어의 형태상 차이가 크지 않은 단어들을 배치하면서 의미상의 차이를 끌어내는 방식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드러낸다. 표면에 나타난 형태와 다른 이면의 아픈 지점이 끄집어내는 것이다.
이 시에서 한 가지 더 중요한 지점은 시인이 학생에서 사회인으로 넘어가는 어떤 시기를 다시 졸업 직전과 직후로 나누며 세밀하게 나누고 그의 언어로 박아놓는 작업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오은은 한 인터뷰에서 ‘시가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말도 안 되는 상황을 각자의 말로, 우리의 말로 기억하는 것’이 시가 가지는 최소한의 역할이라 말한 적이 있다. 언어가 가진 세밀한 차이를 자유자재로 부릴 줄 아는 시인인 만큼 상황을 세세히 나누고, 그를 함께 짊어지는 태도 또한 그의 시를 읽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학점을 잘 받아야 해
꿈을 잊으면 안 돼
대신, 현실과 타협하는 법도 배워야 해
돈 되는 것을 예의 주시해야 해
돈 떨어지는 것과 동떨어져야 해

[……]

다움 안에는
내가 없었기 때문에
다음은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다움」 부분

“다움”이란 ‘어떤 성질이나 특징이 있다’는 대상의 속성을 나타내는 말이다. ‘~다움/~답다’라는 언어에 오은은 ‘~해야 해/하면 안 돼’라는 당위, 명령의 언어들을 발견하고, 점층적으로 준엄한 사회의 명령들을 폭로한다. ‘학생답다’라는 말에 부과된 언어들은 대략 이렇다. “학점을 잘 받아야” 하지만 동시에 “꿈을 잊으면” 안 되고, 거기에 더해 “현실과 타협하는 법”까지도 배워야 한다. ‘학생다움’을 제약하는 언어들은 비단 학생에게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인으로서 한국인답기 위해서는 “한국 팀을 응원해야” 하지만, “영어는” 또 잘해야만 한다. 개인들은 “눈치를 잘 살펴야” 하고, 더불어 “눈알”도 잘 굴려야만 한다. “다움”이란 단어에 붙는 수많은 당위가 더해지면서 결국 “다움 안에는/내가 없”다는 이면의 진실이 드러나고, 오은의 시는 단어를 이리저리 굴리며 형성되는 흥겨운 리듬감 아래에 사회의 명령, 즉 이데올로기를 비판하는 강력한 언어가 된다.

말들이 말들을 만나 새로운 말들이 되는
말놀이, 그 아수라장

오은의 시는 선행하는 그 어떤 길도 따르지 않는다. 그는 시에서 끊임없이 놀이play를 벌인다. 놀이 외에는 아무것도 아닌 놀이, 시가 말로 되어 있으니까 당연히 말놀이, 말놀이 외에는 다른 아무것도 되지 않는 놀이._권혁웅(문학평론가)

그가 이 책에서 사회의 어두운 면에 몰두했다고만 말할 수는 없다. 이 시집의 또 다른 측면에 “몰라서 달콤한 말들”을 꿈꾸는 “꿀맛” 같은 달콤함이 살아 있다. 그의 지난 시집들에서 주목받은 ‘말놀이’의 특징들, 그 유희의 측면이 이번 시집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나에 대해, 너에 대해
내가 너에게 더 가까워지려는 찰나에 대해

너무에 대해, 너무가 갖는 너무함에 대해, 너무가
한쪽 팔을 벌려 나무가 되는 순간에 대해, 너무가 비
로소 생장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는 순간에 대해, 너
무가 세상을 향해 팔 뻗는 순간에 대해, 너무가 품은
부정적 의미는 사라져
-「너무」 부분

‘너무’와 ‘나무’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 단어이지만 오은의 시 세계에서 ‘나무’는 ‘너무’가 한쪽 팔을 벌린 모양새다. ‘ㅓ’가 팔을 뻗어 ‘ㅏ’가 되었을 때 ‘너무’가 갖고 있던 부정적 의미는 나무의 가지가 뻗어갈 때의 생동감과 힘찬 자신감으로 이어지고, 비로소 ‘너무’의 부정성은 사라진다. 사소한 변주만으로 언어 형태의 부정성을 끌어안고 나아가 의미를 전복시키는 오은 시의 힘이 여과 없이 드러난다.

너에게 반을 줄게
나는 나머지 반을 가지면 되니까

나는 반과 반을 합치면 하나가 된다고 생각했다

[……]

나에겐 아직도 반이 남아 있단다

나는 반의반을 떼어주었다
네가 그것을 떼어먹을 것을 알면서도

반에 반했다가
반에 반(反)해버리듯이
-「반의반」 부분

「반의반」에서는 하나의 ‘반’과 또 다른 ‘반’을 나누고, 그 반들을 가지고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낸다. ‘반’ 다음에 “반나절”이 오고, 그다음에 “반의반”이 오고, 또 그다음에 ‘반하다’가 오는 식의 사전식 배열은 처음 ‘반’에서 시작한 그의 말놀이를 끊임없이 이어지게 한다. 오은은 ‘반’이라는 일상적인 단어의 의미를 확장하고, ‘반’ 위에 확장된 의미의 ‘반’들을 쌓고, 중첩시키면서 상투적인 맥락 이상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반’으로 할 수 있는 새로운 놀이의 경험을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어둡고 쓸쓸한 풍경을 떠도는 언어들의 놀이, 언어들의 유희는 결국에 이 시들이 모두 오은의 시임을 말해준다. “겉돌다가 헛돌가다 마침내 감돌게 될 때까지”(「구원」) 단어가 만들어내는 유희를 즐기고 때론 의미를 뒤바꾸고 사회를 폭로하는, 전복에 전복을 거듭하는 시인 오은. 우리가 사랑했고, 여전히 사랑하는 오은의 시가 우리 곁에 다시 돌아왔다.

■ 뒤표지 글
마음이 가는 걸, 기울어지는 걸,
와르르 쏟아져버리는 걸 어떻게 하니.

시인의 말
꿀맛이 왜 달콤한 줄 아니?
꾼 맛도 아니고 꾸는 맛도 아니어서 그래.
미래니까, 아직 오지 않았으니까.

몰라서 달콤한 말들이 주머니 속에 많았다.
2016년 여름
오 은

리뷰/한줄평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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