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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귀향
2. 어린 형수 3. 베트남 4. 미여지벵뒤 5. 관시탕 6. 까마귀 하르방 7. 빗창의 혼 8. 악몽 9. 잃어버린 여인 10. 신내림 11. 장두 12. 종이꽃 13. 에필로그 |
권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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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에서 베트남전, 5월 광주를 거쳐 오늘에 이른 핏빛 한국 현대사를 헤집는 본질적 물음
‘빗창’은 제주 잠녀(해녀)들이 ‘물질’에 사용하는 가장 중요한 도구이다. 바닷속 바위틈 깊숙이 파고든 소라 전복은 맨손으로 따기 힘들뿐더러 무리하게 따려 하다가는 다치거나 심지어는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 목숨을 담보로 가족의 삶을 일구기 위해 제주 여인들이 소중이(물질할 때 입었던 옷) 허리춤에 매고 바닷물 속을 누볐던 빗창은 밭일에 쓰던 골갱이(호미)와 더불어 삶의 질곡을 표상하는 도구였을 뿐 아니라 권력에 맞섰던 저항의 도구였다. 전태일문학상 수상작 〈악어〉 등 이미 발표한 작품에 드러나듯, 작가는 실용주의와 신자유주의적 파고에 이념과 서사가 꺾인 시대에도 끊임없이 굴곡진 우리 현대사에 천착해 왔다. 우직하리만치 역사의 고갱이를 부여잡고 민초들의 삶의 현장을 발로 누빈 끝에 마침내 제주 4·3에서 오늘 우리 삶을 규정하는 본질적 질문을 끌어냈다. “성님, 그놈덜이 누구 편이꽈? 우리 편 마씸? 경허민 그 ‘우리’는 대체 누구꽈? 날만 새민 우리 제주 사롬덜 싹 쓸어다 죽이는데 그놈덜이 어떵 우리영 혼패란 말이꽈!” 해방 후 혼란의 틈바구니에서 이념의 균열을 파고들어 강자를 등에 업고 변신에 성공한 리바이어던은 자신들만의 공고한 카르텔 구축에 성공했다. 한 끼니에 삶을 걸어야 했던 인민들이 고대했던 새로운 세상은 없었다. 한 가마 쌀의 무게에도 미치지 못할 권력의 욕망이 곳곳에서 처참한 억압으로 드러나고, 희망의 끈을 부여잡고자 했던 공동체적 삶은 처절하게 무너져 내렸다. 그렇게 제주에서 시작된 핏빛 저항의 현장은 여수 순천으로, 이 나라 청춘들의 고통스런 희생을 담보로 국경 넘어 베트남 인민의 피까지 머금더니 다시 이 땅 광주의 5월로 이어졌다. 그 역사의 과정 어디에 같은 시간 한 하늘을 이고 사는 인간애를 찾을 수 있었던가. 한때 ‘명의’ 소리까지 들으며 편안하게 안주할 수도 있었던 한의사의 길을 내려 놓고 실존적 인간의 행복을 찾아 나선 작가이다. 그러니 통한의 세월을 거슬러 왜곡된 오늘의 정치 경제 사회적 실존을 규정하는 근원적 질문이 소설로 드러난 건 당연한 귀결이리라. 거대 담론이 사라진 자리에 정치적 허무주의와 실용주의적 욕망이 들어앉은 시대이지만, 역사는 반복되고 나락에서도 희망은 언제건 공기처럼 스며들므로 인간적 삶에 대한 작가의 근원적 의문이 이 소설을 통해 독자들의 가슴에 서서히 스며들 수 있으리라 믿는다. 작가의 말 소설에 입문할 때 들은 말이 있다. 이야기란 제 스스로 앞장서 이끄는 힘이 있으므로 쓰다보면 글이 저절로 풀려 나오게 되어 있다고. 나 역시 작품이 거듭될수록 그런 기분으로 동력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장편 『빗창』을 쓰기 시작할 즈음, 종잡을 수 없는 힘이 수시로 나를 붙잡고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게 했다. 탈고 뒤 곰곰 생각해 보니 그건 역사의 무거움 때문이었다. 소설가란 본시 그럴 듯한 거짓을 꾸며 독자를 진실의 문으로 인도하는 업고를 진 자가 아니던가. 동시대인들이 바로 세우지 못한 현대사에 묻혀 있던 상처들을 들추어내 반추하는 작업에 나는 진땀을 흘렸다. 취재 과정에서 표토를 걷어내자 눈앞에 마주한 진실은 저마다 다른 빛깔이었고 잘만 다듬으면 훌륭한 의미로 거듭날 원석과 들여다볼수록 구역질나는 오물이 마구 뒤섞여 있었다. 발굴한 고대 유물에서 옥석을 가리듯 나는 그렇게 정리한 재료에 의미와 방향성을 부여했다. 잠시는 아플지라도 길게 보아 그것이 옳다는 믿음에 한 점 의심이 없을 때까지 나 자신을 거울에 비추어 보아야 했다. 빗창을 퇴고하면서 유난히 작품 속 김 순경에게 애정을 느꼈다. 그는 여순과 제주를 넘나들며 역사의 현장을 증언하고 연결시키는 통로이다. 여순의 한(恨)과 제주의 그것은 데칼코마니임에도 그동안 마치 별개의 사건인 양 그 연결성을 주목받지 못했다. 긴 세월 국가 폭력 세력이 만들어 놓은 이념의 부정적 이미지에 서로가 엮이고 싶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그것은 비교적 표현이 자유로운 문학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항쟁의 도화선에 불을 붙인 세력이 한쪽은 인민들이었고 한쪽은 군인들이었다는 점이 다르다면 다르겠으나 둘 다 해방된 세상을 제대로 세워 보려는 인간애의 발로였음을 나는 의심하지 않는다. 더구나 여순항쟁은 이 나라 정규군이 외세 의존적 신생 정부의 반민족 반헌법적 명령에 분연히 저항하여 민중과 연대한 세계사적으로도 드믄 사건이었다는 확신으로 나는 빗창을 완성할 수 있었다. 제주 해녀들의 생계 수단이자 저항의 상징인 빗창은 소설 속에서 해녀 사대를 거치며 그 상징성을 돋보이게 하는 장치다. 나는 소설 속 오석준에게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당시 민초들의 애환을 드러내는 역할을 부여했다. 종장에서 그가 골리앗에게 도전하는 나름의 저항 방식을 찾아낸 것을 다행으로 여긴다. 써놓고 보니 소설 한 권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욱여넣은 듯싶다. 할 말이 많았나 보다. 작품에 대한 판단은 오로지 독자의 몫이다. 소설 『빗창』이 현대사를 재조명하는 데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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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싸움의 기록이다. 강정의 오늘에서 제주 4·3과 광주, 그리고 베트남 전쟁에 이르기까지 잊힌 기억들을 기록하는 분투이자, 잊혀서는 안 되는 말들을 되살리는 싸움이다. 그 싸움의 기록에서 우리는 제주와 베트남을, 그리고 광주를, 동아시아의 처절한 역사를 오늘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 그것은 오늘의 현장에서 어제를 말하는 일인 동시에 어제의 기억으로 내일을 쌓아 올리는 영계 울림이다. 죽은 자들의 목소리들이 생생히 살아나는 지극한 오늘이자, 기억을 여전히 오늘의 일로 되새기는 지독한 되새김이다. - 김동현 ((사)제주민예총 이사장,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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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빗창』은 70여 년 전 제주 섬에서 뚝뚝 부러져 간 4·3 원혼들을 위한 진혼굿을 시작으로 섬사람들의 애환과 굴곡의 한국 현대사를 명징하게 드러낸다. 탄탄한 취재와 소설적 상상을 더해 살려 낸 제주민들의 아픈 역사는 ‘우리’라는 가짜 명분을 앞세워 일방적으로 가해진 국가라는 리바이어던의 폭력에 다름 아니다. 간결하면서 속도감 있는 문체로 제주어의 맛을 살려 낸 대화들은 억지스럽지 않아 더욱 좋다. 소설이 모든 폭력으로부터 희생되어야 했던 원혼들에게 진혼곡이 되길 빌며, 제주의 아픈 역사가 올곧은 이름으로 역사에 새겨지길 기대한다. - 양성주 (제주4·3희생자유족회 사무처장, (사)제주다크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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