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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경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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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제1부

터키정원
독일정원
라벤더
영국정원
세계의 정원
비밀의 정원
인도보리수
사막정원
릴리와 또 다른 릴리
다링 만다린 오렌지꽃

제2부

미인수
적멸의 꽃
허공, 황금 작약에게
원추리
자작나무 숲길을 지나다
돌꽃
흔적
부겐빌레아
산수국에 장맛비 내리다
씨앗의 배후
눈 내리는 후박나무 숲에서

제3부

매화에 내리는 비
오라 사과꽃 오로라
낮달맞이꽃
복숭아 성전
참나리가 필 때
수국
계요등
겨울꽃
은사시나무
짙푸른 양귀비

제4부

꽃무릇
동백꽃
자귀꽃 피는 오후
새벽 실내정원
엉겅퀴
후피향나무 아래서
귀경게
정적 속에서
황금 성전 아래서
백년 정원
순천읍성 푸조나무

저자 소개 1

시인. 문학평론가. 경상남도 밀양 출생. 2013년 [시와 문화]에서 시, 2015년 [시와 세계]에서 문학평론으로 등단했다. 시집 『독수리의 날들』, 『섬광, 쇄빙선』, 『푸른 벽을 세우다』가 있고, 시 평론집 『생태시학의 변주』가 있다. 송수권시문학상 젊은시인상을 수상했다. 현재 연경인문문화예술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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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0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73쪽 | 112g | 140*205*15mm
ISBN13
9791197766114

추천평

석연경 시편은 단아하고 고전적인, 그러나 그 저류(底流)에는 삶의 형식을 상상적으로 확장하여 표현하는 역동적 환상의 이미지들을 품고 있다. 그 이미지들이 파동치는 순간, 그녀는 자신을 둘러싼 사물이나 오랜 기억을 지속적으로 불러내면서 그것들이 얼마나 탄력 있고 선명한 감각으로 재현 가능한지를 아름답게 보여준다. 그래서 석연경 시편은 그러한 상상력의 첨예한 미학적 범례로 우리에게 뚜벅뚜벅 다가오면서, 감각이라는 일차적 운동 형식에 의해 착상되고 발화되어 궁극적으로는 사물의 움직이는 말들을 상상적으로 듣고 있는 자신을 시집 곳곳에 배치해간다. 그럼으로써 이 모든 것이 사물과 소통하고 그것을 선명한 감각으로 재현하는 자신의 내면에서 발원하는 것임을 보여준다. 구체적 감각을 통해 한결같은 심미적 상상력으로 나아가는 완미한 도정을 구현해가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서정시가 시간에 대한 고유한 경험 형식으로 씌어지고 읽힌다는 점에서, 석연경 시인은 시간에 대한 경험과 기억의 재구성이라는 서정시의 본도를 충실하게 견지해온 미학적 사제인 셈이다. 아닌 게 아니라 그녀는 시간에 대한 깊은 사유를 통해 인간의 실존적 고독과 함께 생명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경이롭게 드러내고 있다. 아름다운 ‘꽃’의 생태학과 고독의 실존을 통해 시간의 한계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론적 빛과 빚을 함께 노래하는 것이다.

찰랑대는 바위산
빛나는 주검들
어두워서 빛나는 것들
별도 고통의 뼈다
뼈 무더기가 밤하늘을 마신다
먹빛의 기쁨아
모든 빛을 받아들여
어둔 이마가 빛난다

한 묶음의 바람이 머리카락을 풀어헤치고
꽃밭으로 가네
꽃이 없는 꽃밭
꽃대가 마르고
꽃씨는 날아가 버리고
오로지 쓰러진 꽃대만 있는 곳
그나마 사라진 곳

찰랑거리는 것은 물이 아니다
꽃들의 잔상
바람의 잔상
바람의 프레임들이 겹쳐 슬로우 비디오로
풀들을 눕히고 있다
이것은 생의 절정

바람은 아무 것도 복사하지 않는다
휘몰아 쓰러지고
무너지고
쓰다듬고
일어나 사라지는 부싯돌
― 적멸의 꽃 전문

이 시편은 모든 것이 무너지고 사라져가는 적멸의 상태를 상상하면서, 그 안에 바위산에 아슬하게 서서 빛을 뿌리는 ‘꽃’을 배치한 일종의 환상 시편이다. 시인은 어두워서 더욱 빛나는 별들이 “고통의 뼈”이고, 그 뼈 무더기가 밤하늘을 마시면서 “모든 빛을 받아들여/어둔 이마가 빛”을 내는 순간을 목도한다. “한 몸으로 얽힌 삶과 죽음”( 무풍대 사슴 두 마리)을 연상시키는 우주적 스케일과 고통의 밀도가 작품을 꽉 채우고 있다. 나아가 시인은 쓰러진 꽃대만 남고 모든 것이 적멸로 들어선 꽃밭으로 불어가는 바람을 바라본다. 그렇게 “꽃들의 잔상”과 “바람의 잔상”을 함께 느끼는 시인은 그 순간 역설적인 “생의 절정”을 경험하게 된다. 이때 모든 것을 휘몰아 쓰러뜨리고 쓰다듬는 바람 앞에서 “일어나 사라지는 부싯돌”이야말로 새로운 존재 생성의 순간인 ‘적멸 이후’의 상태를 예감하게끔 하고 있지 않은가. 결국 이 시편은 “단단한 고독의 뼈”(미인수)로 가파른 생을 지탱하면서 “막막한 우주의 절벽”(마삭 만삭 티베트 악사)에서 사라져가는 존재자들을 통해 가장 아름다운 “생의 절정”을 바라보는, 석연경 시인이 추구하는 세계의 스케일과 밀도를 보여준 의미 있는 결실이라 할 것이다. - 유성호 (한양대 교수)
석연경의 시에는 초목들이 자주 등장한다. 초목들로 대표되는 자연과 그 자연 안에 내재해 있는 생명의 힘이 석연경 시인 시들의 중요한 소재고 또 주제이다. 하지만 흔히 볼 수 있는 생태시들의 자연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생태시들은 자연을 이상화하고 신비화한다. 이상화된 자연은 세상을 넘어서는 초월적인 원리가 되어 관념화된다. 이렇게 관념화된 자연은 결국 또 다른 이데올로기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와 달리 석연경 시인의 시들에 등장하는 자연은 구체적이다. 아니 구체적이라는 말로는 부족하고, 그의 시들은 자연으로 하여금 스스로를 말하게 만든다.
다음 시를 통해 석연경 시인이 어떻게 자연과 관계 맺는지를 살펴보자.

비로 내리는 당신
나는 진다
낙화라는 사랑법
당신 무게에 견디지 못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살고 지고자 내린다
젖어 내리는 내 한생
봄날의 일만이 아니다
둥근 열매 열리는 날
단단한 우리 사랑
여름 빗소리로 다시 피리니
이 봄 매화에 내리는 비
젖어 울지 않으리
―「매화에 내리는 비」 전문

시인은 시를 통해 매화와 소통을 한다. 꽃과 소통을 한다는 것은 꽃이 단순히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시에서 표현된 매화는 의인화나 알레고리와는 거리가 멀다. 누구를 위한 대리물이거나 다른 관념으로 환원되는 존재가 아니라 바로 매화 그 자체이다. 또한 매화는 다른 어떤 것의 비유도 아니고 더 큰 존재를 대신하는 환유도 아니다. 꽃은 시인과 대면하는 하나의 구체적인 존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매화’는 “젖어 내리는 내 한생/ 봄날의 일만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사람이 보고 있는 동안 의미 있는 존재가 아니라 그 자체가 의미를 형성하는 존재이다.

이를 자연과 인간의 관계로 놓고 생각해보면 좀 더 알기 쉬워질 것 같다. 석연경 시인의 시에서 인간과 자연은 한 세상에 함께 있으며 서로 소통하는 존재이다. 끊임없이 자연을 타자화하여 인간과 자연으로 세상을 이분하지 않고 자연에 초월적인 지위를 부여하여 인간을 자연에 복속시키지도 않는다. 이것이 석연경 시인이 자연과 관계 맺는 방식이다. - 황정산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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