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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각자의 이름이 우리 존재를 나타내듯, 모든 것들엔 이름이 붙어 있지요. ‘이름 짓기naming’라는 말이 있는데 어떤 존재, 사물 혹은 생각이라도 그것이 내 머릿속에 떠오른다는 것은 이미 구름같이 엉켜 있는 추상적 생각이 기호화됐다는 뜻입니다. 우리의 일상은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밤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기호sign와 뗄 수 없이 진행되는 삶이지요. 세상을 이루는 모든 현상이나 대상, 그리고 우리가 사회를 살아가는 행동이나 사고방식, 또 자신을 표현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구조는 기호라는 것으로 이뤄져 있으니까요. 미술사에서 다루는 미술작품들과 미술이론에서 다루는 시각문화 또한 그렇습니다. 실존주의자인 사르트르조차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대상은 기호다”라고 말한 바 있어요.
--- p.17 ▶ 교수님 코멘트: 원래 멜랑콜릭은 반상징적인 심리구조로 말미암아 미술이나 문학과 같은 상징 행위를 할 수가 없는데, 크리스테바가 『검은 태양』에서 보여주는 멜랑콜릭 아티스트들은 이 불가능한 일을 해 낸 것입니다. 역설적이죠.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해냈으니까요. 그럼 이런 반전이 어떻게 일어났으며,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알아야겠지요. 그것을 크리스테바가 읽은 홀바인의 〈죽은 그리스도〉를 통해 살펴보는 것이 이 발제의 핵심입니다. 홀바인이 그린 죽은 그리스도의 시체가 드러내 보여주는 ‘그것’, 이제까지의 상징체계에서는 언어화, 시각화 할 수 없었던 ‘그것’은 과연 무엇인지 궁금증을 가지고 발제를 계속 들어봅시다. --- p.72 오늘도 시간은 한정되어 있는데 하고픈 이야기는 너무 많은 게 문제입니다. 이럴 땐 헤밍웨이의 말을 제 나름대로 적용한 말로 스스로 위안을 한답니다. 그건 “빙산을 다 설명할 필요는 없다. 우린 언제나 빙산의 표면만 이야기할 뿐이고 그 정도면 족하다.”라는 겁니다.1 이제 정신분석학의 이론을 다루려는데, 그 엄청난 빙산을 얼마나 다룰 수 있을까요? 그저 표면을 통해 빙산 덩어리의 몸체를 추측할 뿐입니다. 이 시간에는 프로이트, 클라인, 그리고 라캉의 관계를 살펴보면서 주체의 자기 인식, 주체와 언어 및 사회와의 관계, 그리고 성 정체성에 관한 내용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 p.119 거울단계 이론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우선 여러분에게 두 가지 질문을 던져봅니다. ‘우리는 도대체 언제부터 자기 자신(주체 혹은 자아)에 대한 인식을 갖게 되는 것일까?’ 또 ‘그 최초로 갖는 주체나 자아의 개념은 어떤 의미일까?’ 평소에 생각하지 못한 질문들이지만 정말 궁금한 것들 아닙니까? 이 중 먼저 후자에 답하자면, 유아의 자기 인식이란 그것이 어떻든 어른이 된 우리가 갖고 있는 복잡다단한 그것과는 전혀 다를 것이라는 점은 예상이 되지요. --- p.143 그런데 거울단계의 핵심은 이 부분에서의 반전입니다. 놀랍게도 라캉은 시각계를 통한 이러한 주체 인식은 환영에 기반하며, 그 내부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오인’이라고 말했으니까요. 그리고 이렇게 주체가 주체임을 인식하는 생의 첫 순간은 오히려 주체가 주체로부터 ‘소외’를 겪는 순간이라는 충격 선언을 합니다.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은 타인의 눈에 보여진 이미지를 내가 2차적으로 보는 것일 뿐이고, 내가 나를 직접 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입니다. 한 마디로 라캉은 우리가 거울에 속는다고 말했어요. 왜 그러냐고요?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 p.1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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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이론적 틀을 갖추기 위한 방향을 찾는 이들에게
오늘날 미술이론 전공 학생은 물론, 실기 전공자의 경우도 자신의 시각적 사고에 뒷받침이 될 만한 이론적 틀을 어느 정도씩은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한 우물만 파라”는 조언은 그들에게 미덕일 수 없다. 사정이 사뭇 달라진 것이다. 교수나 연구자 입장에선 이미 학문 간 통섭을 추구한 지 오래고 학생들 또한 복수 전공을 선호하는 추세다. 더구나 매시간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속에 무엇을 어디까지 취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이처럼 날로 선택 범위가 넓어지는 상황에서 어느 정도 이론의 주요 가닥은 잡혀야 하는데 바로 그 범위와 방향성을 제시해 줄 수 있는 게 좋은 수업이 아닐까 생각된다. 물론 전공의 전문성을 중심으로 해야겠지만, 타분야의 사유와 개념 또한 과감히 끌어와서 생각의 구조를 보다 창의적으로 펼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바로 이 책이 의도하는 바다. 자신의 주체를 잘 이해하고 거친 세상에서 스스로를 자신있고 자유롭게 펼쳐나가기를 『더 세미나』는 실제 공간에서 이뤄졌던 대학에서의 수업을 일반 독자와 그대로 공유하려는 아이디어로 시작되었다. ‘강의실을 개방한다’는 컨셉을 살리기 위해서 수업의 방식 그대로 책을 구성했다. 우선 강의의 내용을 정리했고, 수강생들의 논문 발제로 미술이론의 내용을 심화했으며, 이러한 이론적 시각으로 미술작품을 새롭게 보는 사례연구를 다뤘다. 다시 말해 이 책은 포스트모더니즘의 대표적인 이론들을 소개하고 그것이 미술이론에서 어떻게 활용되는가를 고찰한 후, 그 시각으로 작품을 심도있게 이해하고자 했다. 수업의 실제 내용을 책으로 만든다는 건 가슴 설레는 일이다. 강의가 일회성으로 흘러가지 않고 활자화됨으로써 학문적 토대를 보다 견고하게 다지는 느낌이 있다. 이 책에는 미술사학과 대학원 세미나 및 예술학과 4학년의 수업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