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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_ 예술의 철학자, 메를로퐁티 7
1부 현대 미술사의 해시태그, 메를로퐁티 39 1장 제1 철학으로서 예술철학, 메를로퐁티의 미학 40 2장 세잔으로서의 메를로퐁티, 메를로퐁티로서의 세잔 82 3장 모던 아트의 거장들에 대한 메를로퐁티의 해석 120 2부 20세기의 혁명적 작가들과 메를로퐁티 167 4장 프랜시스 베이컨의 삼면화와 메를로퐁티의 표현의 존재론 168 5장 메를로퐁티와 파울 클레: 그림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한다 200 6장 앙드레 말로와 메를로퐁티의 예술철학: 표상과 표현 사이의 긴장 234 3부 첨단 인터스페이스 시대의 메를로퐁티 267 7장 소통의 플랫폼, 디지털스킨과 감성적 ‘살’ 공동체 268 8장 건축의 살, 메를로퐁티와 팔라스마 305 9장 댄 그레이엄과 메를로퐁티의 상호신체성 339 출처 368 참고문헌 3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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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적 경험은 예술가의 작품 활동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다. 예술가가 그의 예술작품에서 표현하는 것은 명시적으로 정의된 사유의 번역일 수는 없다. 왜냐하면 명시적 사유는 이미 어떤 사람에 의해서 표현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어떤 지성주의에 의해서도 설명될 수 없다. 왜냐하면 화가가 그리고자 하는 지각된 세계는 개념화되기 이전, 즉 선 개념화된 원초적인 세계이기 때문이다. 회화 예술가의 활동은 더 이상 분명히 규정된 일련의 사유들로부터 도출된 개념의 활동이 아니고 오히려 개념을 규정한다. 따라서 회화의 예술가적 활동은 발생적으로 개념에 앞서 있다.
--- p.76 세잔은 그림을 무척 더디게 그렸다. 그는 풍경 앞에서 오랫동안 생각하고 그려야 할 풍경의 모티프를 포착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이러한 세잔의 오랜 숙고는 자연에 뒤덮인 문명적인 또는 인위적인 사유 습관을 벗겨 내기 위한 작업이다. 세잔은 원초적인 자연을 포착하기 위해 그런 사유 습관을 “잊는다”고 말했는데, 그것은 마치 메를로퐁티가 원초적인 지각적 세계를 파악하기 위해 판단을 중지하는 작업을 하는 것과 유사하다. --- p.91 메를로퐁티의 사상 전반에 걸쳐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예술가는 세잔이다. 우선 앞에서 언급했듯이, 『지각의 현상학』의 출판 시기가 「세잔의 회의」와 같다는 점을 다시 들어 그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이 글에서 세잔 작품에 대한 그의 심도 깊은 현상학적 시각이 드러난다. 그가 철학자로서 세잔에게 지대한 관심을 보인 이유는 아무래도 세잔 회화가 가진 독특성에 있다. 그는 말하기를, “만약 세잔의 그림을 본 후에 다른 화가들의 작품을 본다면, 긴장을 풀고 편안함을 느낄 것이다”. 불편하고 긴장감 어린 세잔 회화의 수수께끼 같은 시각 구조를 예리하게 포착했음을 알 수 있다. --- p.141 그러나 메를로퐁티에 따르면 마네의 회화부터 표현이라는 회화의 다른 요소가 나타난다. 여기서 표현은 재현처럼 완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상의 세세한 부분까지 그림으로 똑같이 재현해 내는 것이 아니라 몇 개의 선과 움직임만으로 대상의 보이는 외관과 내부의 동세를 그려 내도 더 높은 표현적 가치를 가질 수 있다. 이제 화가는 그림에서 사물 그 자체를 나타내려는 목표를 갖지 않고, 사물과 자신과의 접촉을 표현하려 한다. --- p.180 보이지 않는 것이 예술적으로 형상화될 때에는 그에 합당한 표현 형식을 취하게 된다. 선, 색, 빛, 운동, 깊이, 추상, 양식 등등은 서로 유기적으로 융합되어 그림의 내적 생명성과 표현력을 형성한다. 현대미술은 사물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집착으로부터 벗어났기 때문에, 이러한 표현 형식에 의존해서 그림의 의미를 구현하는 등가체계를 다양화하고 있다. 표현 형식은 그림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언어이다. 표현 형식을 통해서 세계의 살의 차원이 개념 없이 구현된다. --- p.217 메를로퐁티는 말로의 양식 이론에 대한 ‘수정’을 제안하면서, 예술 창작을 지각의 세계와 역사적 상황 속에 재배치한다. 그는 말로가 예술가를 세계로부터 지나치게 분리하고, 예술가의 천재성을 세계를 초월하는 것으로 상정함으로써, 양식의 작동 방식 자체에는 끝내 몰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 p.249 메를로퐁티는 자신의 철학을 통해 줄곧 몸을 매개로 인간과 세계, 나와 타자가 인과적 관계를 넘어 횡단하며 상호침투하는 ‘실존적인 순환 관계’를 탐색했다. 세계를 몸으로 직접 체험하는 것을 강조한 메를로퐁티는 과학의 객관적인 자연주의 태도와 데카르트 인지 모델에 근거한 사이버네틱스에 다음과 같은 부정적인 견해를 지녔다. --- p.272~273 팔라스마에 따르면 건축에서 시각중심주의는 특정 양식의 문제이기에 앞서 근본적으로 철학의 문제이다. 왜냐하면 “메를로퐁티는 ‘회화의 이론치고 형이상학 아닌 것이 없다’고 했는데, 사실 이 말은 현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모든 종류의 예술로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회화는 그 자체가 세계의 본질에 대한 화가의 추정에 근거한다. 일례로 캔버스에 스펙트럼의 일곱 가지 색만을 사용하기로 마음먹은 인상주의 화가는 세계(최소한 경험에 주어지는 세계)를 순수한 일곱 가지 색의 복합체로 간주하는 것이다. --- p.315 관람자가 오브제를 경험하는 것은 메를로퐁티가 말하고 있는 주체와 대상이 분리되지 않는 순간을 그리고 존재를 체험하는 것이다. 마주 보고 있는 두 개의 거울이 반사된 대상의 이미지를 끝없이 소급하듯이 주체와 대상의 관계 역시 얽혀 있다. 내가 하나의 대상을 바라볼 때, 본다는 체험과 보이는 체험 둘 다를 갖게 된다. 내가 보는 것은 대상뿐만이 아니고 그 대상을 보고 있는 나인 것만도 아니다. 그레이엄의 작품에서 렌즈와 모니터를 동시에 갖춘 비디오카메라, 또는 카메라와 모니터는 신체처럼 지각하는 주체이면서 지각되는 대상의 기제가 된다. 또한 거울은 주체를 보이는 대상으로서도 그리고 보고 있는 자신의 사회적 환경 역시 볼 수 있게 하는 매체이다. --- p.358~3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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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은 결과가 아니라 생성의 구조이다
살아 움직이는 사유 기제, 메를로퐁티! 살의 존재론으로 다시 읽는 메를로퐁티! 예술, 철학, 디자인을 가로지르는 현상학의 현재성 『메를로퐁티 현상학과 예술세계』는 지각의 과정과 표현의 생성 속에서 사유와 실천의 구조를 새롭게 노정한다. 진보는 여전히 가능하지만, 그것은 지각과 표현의 반복 속에서 세계와의 관계가 다르게 열릴 때에만 가능하다. 모리스 메를로퐁티는 단순히 ‘몸의 철학자’나 ‘지각의 현상학자’에 그치지 않으며, 그의 현상학은 완결된 하나의 학설이 아니라, 오늘날의 예술 · 미학 · 디자인 · 기술 환경을 해석할 수 있는, 여전히 살아 움직이는 사유의 기제이다. 『메를로퐁티 현상학과 예술세계』의 편저자와 공저자들은 메를로퐁티의 철학을 특정 영역에 가두지 않고, 회화, 조형, 건축, 미디어아트, 현대미술사, 디자인이론과의 구체적인 대화를 통해 그의 사유가 여전히 어떻게 작동하면서 변형되는지를 보여 준다. 이 책은 메를로퐁티 철학의 중심 개념인 ‘살’(la chair)의 존재론을 특히 예술과 감각, 매체와 공간, 주체와 세계의 얽힘 속에서 재사유하는 데 그 핵심이 있다. 여기서 예술은 철학의 예시가 아니라 존재가 스스로를 드러내는 근원적 사건이며, 철학은 이를 사후적으로 해설하는 학문이 아니라 그 생성 과정에 동참하는 실천이 된다. 이 책이 예술철학을 ‘제1 철학’으로 다시 호출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개정증보판과 이전 판의 결정적 차이: 해설의 파노라마에서 해석의 작동구조로! 이번 개정증보판은 이전 판의 단순한 보완이나 자료 추가가 아니다. 이전 판이 메를로퐁티와 현대미술의 관계를 정리하고 소개하는 데 무게를 두었다면, 이번 개정증보판은 그 관계를 이론적으로 재구성하는 총론을 전면에 배치함으로써 책 전체의 성격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증보된 총론 속 「현상학적 알고리즘의 내막」, 「스피노자를 위한 교착배어 현상학」, 그리고 「현상학적 리얼리티」와 「미학의 패러다임」은 메를로퐁티 철학을 이해하는 새로운 독해 틀을 제시한다. 또한 메를로퐁티의 핵심 개념인 키아즘, 임박성, 표현성, 양의성은 그에 대한 단순한 개념 설명을 넘어, 서구 철학의 이원론적 언어 구조 자체를 해체하는 사유의 전술로 제시된다. 특히 ‘고유한 몸’(corps propre)과 ‘체화된 의식’(conscience incarnee)에서 보인 체언과 용언 사이의 문법적 분석, 그리고 스피노자의 “신즉자연”에 비견되는 “의식 즉 신체”라는 반-모순율의 사유 전략은 국내 메를로퐁티 연구에서 보기 드문 깊이와 독창성을 보여 준다. 이 총론은 메를로퐁티를 단순히 구조주의 이후의 해석 지형 속에 배치하거나 후기 존재론으로만 환원하는 독해를 넘어, 전기에서 후기까지 일관되게 관통하는 ‘교착배어적 현상학’의 내적 논리를 드러낸다. 이로써 개정증보판 『메를로퐁티 현상학과 예술세계』를 메를로퐁티에 대해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메를로퐁티를 ‘새롭게 독해하는 책’으로 만든다. 어떻게 읽을 것인가? 그리고 무엇을 얻을 것인가? 예술가, 연구자, 실천가를 위한 메를로퐁티 입문이자 심화 개정증보된 『메를로퐁티 현상학과 예술세계』는 특정 독자층만을 위한 전문서만도, 가볍게 훑고 지나가는 개론서만도 아니다. 오히려 서로 다른 지층의 독자가 각자의 위치에서 다르게 읽을 수 있도록 설계된 책이다. 철학 연구자에게 이 책은 메를로퐁티 현상학의 핵심 쟁점을 언어론, 존재론, 미학의 차원에서 재정식화한 중요한 참고서가 될 것이다. 또 미술사학자와 예술이론가에게는 세잔, 베이컨, 클레, 말로, 미니멀리즘, 현대 설치미술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작품 분석을 통해 현상학적 해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 주는 실질적인 방법론서가 된다. 끝으로 건축과 디자인, 미디어아트 분야의 독자에게는 파사드, 스킨, 거울, 피드백 구조를 둘러싼 논의를 통해 감각 · 공간 · 신체의 문제를 철학적으로 사유하는 도구를 제공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강점은 공저자들의 개별 논문이 총론의 문제의식과 느슨하게 병렬되는 데 그치지 않고, 역동적인 ‘살의 흐름과 분화’라는 공통의 존재론적 지평 위에서 서로 공명하도록 배치되어 있다는 것이다. 각 장은 독립적으로 읽을 수 있으면서도, 전체를 따라 읽을 경우, 메를로퐁티 철학이 예술과 세계를 가로지르며 어떻게 확장되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 준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독자는 예술을 단순한 재현으로만 이해하지 않게 되며, 표현을 하나의 결과가 아니라 발생의 차원에서 현상학적으로 새롭게 사유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동시에 철학 역시 추상적인 개념 체계가 아니라 지각하고, 느끼며, 만들고, 관계 맺는 삶의 현장에서 작동하는 사유의 형식임을 체감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메를로퐁티 해설서이자 오늘날 예술과 철학을 다시 사유하기 위한 하나의 현상학적 실험실이라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