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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단장하는 여자와 훔쳐보는 남자
서양미술사의 비밀을 누설하다 양장
이봄 2013.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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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시작하며-나는 관음증 환자다

1장 마지막 양말 한 짝을 벗다
2장 벌거벗은 채로
3장 물에 몸을 담그다
4장 몸을 말리다
5장 머리를 빗다
6장 거울을 마주하다
7장 화장하다
8장 옷을 입다
9장 마지막 치장

그림 목록
옮긴이의 말-그림을 통해 본 유혹과 욕망의 이중주

저자 소개 2

파스칼 보나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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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scal Bonafoux

1949년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소설가이자 전시 기획자, 미술사학자로 빌라 메디시스(아카데미 드 프랑스의 해외 수학기관) 연구원이었고, 파리8대학 명예교수로 오랫동안 미술사를 가르쳤다. 미술 에세이, 특히 자화상을 주제로 하는 책을 다수 발표했는데 직접 기획한 뤽상부르 궁 전시회 《나! 20세기의 자화상》을 기점으로 『내가 보는 나』를 발표해 큰 호응을 얻었다. 그 외에도 『그림 속으로 들어간 화가들』, 『렘브란트, 빛과 혼의 화가』 『반 고흐, 태양의 화가』(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베르메르』 『반 고흐』(위대한 미술가의 얼굴 시리즈) 등이 출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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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인류학과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불어불문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 5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옮긴 책으로는 《에릭 바튀 철학 그림책》 시리즈와 프랑스 미술사학자들의 인문에세이 『몸단장하는 여자와 훔쳐보는 남자』『살림하는 여자들의 그림책』을 비롯해 『노년예찬』, 나를 움직이게 하는 철학에세이 《나는, 오늘도》 시리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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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12월 20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452g | 120*200*20mm
ISBN13
9788954623438

책 속으로

나는 관음증 환자다. 부끄러워도 어쩔 수 없다. 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관음증 환자란 ‘에로틱한 광경을 몰래 엿보면서 만족을 느끼는 사람’이니까 거부감이 들기도 하지만, 이름 모를 강둑이나 연못가에 앉아 있는 여인-사람들 말로는 아르테미스 여신이라고 한다, 목욕탕에서 나오는 여인-사람들 말로는 다윗 왕이 탐낸 밧세바라고 한다-또는 목욕통 안에 쭈그리고 있는 이름 없는 여인을 몰래 바라보는 사람이 관음증 환자가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에밀 졸라가 자기 소설의 주인공 나나를 바라보듯이 “대야와 스펀지에서 올라오는 수증기와 코를 찌르는 향유 냄새 때문에 흡사 작은 욕실처럼 보이는 규방의 깊숙한 구석”을 들여다보고, “단지와 대야가 있는 난장판에서 달콤하고 강렬한 향기 속에 행하는 여인의 몸단장을 내밀한 세부까지” 들여다보는 사람이 관음증 환자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나는 관음증 환자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당신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다. 따지고 보면 그림을 보는 행위는 관음증 환자의 행동과 다를 바가 없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그림은 언제나 욕망과 맞물려 있었다. (…) 욕망이 그림의 기원이라는 사실을 부인한다면 그림에 대해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처사이다. ---「시작하며」

그녀는 이제 결심했다. 전에는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 몸단장을 해야 했지만, 이제부터는 남들에게 조금도 보여주지 않기로 말이다. 그녀의 이야기는 오로지 혼자 있을 때만 시작될 수 있는 까닭이다. 그러니 이런 결정은 일시적 변덕이 아니다.
그녀를 모델로 그림을 그린 화가들은 이런 특별한 고독의 필요성을 이해한 듯했다. 그녀의 상념을 감싸는 고요한 고독을 흩뜨리는 것이라고는 오로지 천들이 서로 스치는 소리, 물이 찰랑이는 소리, 대리석 탁자 위에 향수병을 올려놓을 때 나는 짧고 건조한 울림, 멀리서 들려오는 웅성거림뿐이다. ---「1장 마지막 양말 한 짝을 벗다」

디아나에서 수산나, 비너스에서 밧세바에 이르기까지 신화나 성서에서 누드화의 명분을 찾는 일을 그만두자, ‘이국적’인 것을 추구한다는 새로운 구실이 등장했다. 특히 이슬람 세계의 부인들이 거처하는 금남의 장소인 하렘은 누드를 그리기에 가장 적합한 주제였다. 그러나 하렘이 불러일으키던 음탕한 흥분은 곧 잊혔다. 사창가의 여인들도 터키 황제의 후궁들 못지않게 아름다웠다.
화류계 여성의 방에 놓인 목욕통이 하렘의 목욕탕을 대신했다. 어떻게 해서 19세기의 몇 년 사이에 화가들이 그전의 모든 가식적인 명분에서 벗어나 그저 평범한 여인의 누드를 그리게 되었는지, 그녀는 아직도 놀라울 따름이다. 에드가 드가(Edgar Degas, 1834~1917)가 그린 목욕하는 여인들처럼 말이다. ---「2장 벌거벗은 채로」

그녀는 어느 화가의 작업실에서 있었던 일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는 석고상의 배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거기에는 털이 없으며, 자신은 절대 털을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화가들이 모델에게 요구하는 것은 한결같았다. 조각상이 아닌가 싶을 만큼 털 한 오라기 없이 매끄러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음 날 화가를 다시 찾아갔을 때, 그녀의 몸에는 털이 한 올도 없었다. 그런데 화가는 뒷모습을 그리겠다고 해서 그녀를 놀라게 했다. 뒷모습을 그릴 셈이었다면 왜 그런 요구를 했을까?
미처 물어볼 겨를도 없이 화가는 그녀를 거울 앞에 세웠다. 거울에 비친 그녀의 음부는 비너스의 그곳처럼 매끈했다. 털이 있든 없든 관심이 없는 화가들도 비너스의 언덕이 보이지 않는 포즈를 취하라고 요구해서 체모를 밀었는지 안 밀었는지, 뽑았는지 안 뽑았는지 볼 수 없는 그림을 그렸다.

---「3장 물에 몸을 담그다」

출판사 리뷰

서양미술사 속 누드화를 모두 모았다
이 책의 표면적인 주제는 ‘몸단장하는 여자’이다. 하지만 정작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서양미술 속의 ‘누드화’이다. 서양미술사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그림, 아니 서양미술의 역사에서 대부분의 그림은 ‘누드화’이다. 선사시대의 ‘빌렌도르프 비너스’까지 가지 않더라도, 예술과 역사적 가치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꼼꼼히 살펴보고 뜯어보는 대상은 역시 대부분 ‘벗고 있는 여자’이다.
이 책은 바로 이런 점을 그냥 지나치곤 했던 서양미술사의 음흉한 비밀을 밝힌다. 우리가 그동안 말로 꺼내지 않고 에둘러서 했던 이야기, 그럼에도 꼭 하고 싶다면 ‘무례한 사람’이라는 오명을 각오해야 하는 이야기를 그 누구도 아닌 ‘미술사학자’가 꺼낸다.
이 책의 저자 파스칼 보나푸는 세련되고 아름다운 문체로 유명한 파리 8대학의 미술사학과 교수이다. 그 역시 처음에는 ‘자화상’을 연구해왔으나 최근 예순을 넘겨서 누드화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들었다.
누드화를 주제로 이야기하는 것은 자칫하면 선정적일 수 있다. 저자가 의도하지 않더라도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그 선정성에 집중한다. 그런데 저자는 이 함정에 빠지지 않는다. 자신이 사실 ‘관음증 환자’라는 폭탄선언과 함께 누드화 속 여인들에게도 발언권을 주는 것이다.
이 책의 화자는 두 사람이다. 파스칼 보나푸라는 남자 미술사학자, 그림 속의 그녀들. 그녀들의 이야기는 남자 미술사학자의 입을 빌어 나오기는 하지만, 이보다 더 여자를 잘 이해하는 남자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녀들의 입장을 정확하게 대변한다. 그래서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서양미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그림이 ‘누드화’임을 다시 한 번 실감하며, 그림을 겉핥기 식으로 보는 게 아니라, 저자처럼 대놓고 관음증 환자가 되어, 마음 편하게 감상할 수 있게 된다. 감상자들의 시선에 대해 그림 속 그녀들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주기까지 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누드화 감상 책이 또 어디 있겠는가.

욕망은 그림의 또다른 이름이다
‘누드화’라는 주제에 대한 책은 많다. 하지만 이를 ‘몸단장하는 여자’로 영역(몸단장)을 확장하고, 대상(여자)을 명확하게 했을 때, 그림은 좀더 명확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인간의 역사에서 ‘그림’이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이며, 왜 존재하게 되었는가를 알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그림은 ‘인간의 욕망’과 닿아 있다고 말한다. ‘욕망이야 말로 그림의 또다른 이름’이라고 한다. 이런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그림 속에서 화가가 펼쳐놓은 욕망의 전략은 어떤 것인지, 지금은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베르메르, 렘브란트, 부셰, 드가, 피카소,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그림이 그간 서양미술사 속에서 고대, 중세, 근대, 현대 미술로 분류되어 전혀 공통점이 없어 보였다면, 이 책을 통해서는 이들 사이의 공통분모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몸단장하는 여인’이라는 주제는 고대에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예술의 역사를 관통하는 매우 보기 드문 주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핵심은 여인, 그림 그리고 욕망이다.

리뷰/한줄평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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