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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힙합을 위한 작은 노력삶이라는 캔버스 | 남피디빈지노 - If I Die Tomorrow아빠와 술 한잔하고 싶어 | 김근이센스 - The Anecdote한강에서 반짝이는 꿈의 윤슬 | 김근더 콰이엇 - 한강 gang megamix(Feat. 장석훈, 창모, 쿠기, 수퍼비, 빈지노, 제네 더 질라)PAID IN SOUL | 남피디던말릭 - Paid in seoul다시 삶을 연기하기 위하여 | 김근pH-1 - DRESSING ROOM(Feat. 모쿄)앨범 심층 리뷰팝과 힙합의 교집합 | 남피디pH-1 2집 〈BUT FOR ME NOW LEAVE ME ALONE〉팬데믹이 만들어낸 아이러니 | 김근우원재 - 우리거부할 수 없는 너의 표정을 나는 원해 | 남피디씨잼 - 포커페이스헤이 우리 어디 놀러 갈까? | 남피디팔로알토 - Matiz앨범 심층 리뷰차갑지만 따뜻한 생존의 의미 | 남피디팔로알토 6집 〈Dirt〉욕망의 가상을 벗어나 삶의 주인공으로 | 김근최엘비 - 주인공오지 않은 시간을 향한 주문 | 김근이센스 - Writer's Block삶의 밑바닥에서 우린 춤추고 노래해 | 김근정상수 - 달이 뜨면(광대)불안이 만든 전위적 유희 | 김근허클베리피 - Everest앨범 심층 리뷰조와 함께한 시간 | 김근QM 3집 〈돈숨〉한입 베어 문 햄버거의 맛 | 남피디JJK - Double Cheese & Dr.Pepper냉소와 숭고 | 남피디XXX - Bougie진정성을 넘어서 참된 희망으로 | 김근차붐 - 안산 느와르(Feat. 링고제이)또 다른 세상을 향한 분노의 질주 | 김근다민이 - DOG OR CHICK 3앨범 심층 리뷰체험 래퍼의 현장(생존판) | 남피디오도마 1집 〈밭〉돌보지 못한 유년에 대한 애도 | 김근아이언 - 하남 주공아파트지금을 살고 노래하는 젊은 현자 | 남피디화지 - 이르바나불가능한 여행을 위해 | 남피디이센스 - MTLA(Feat. 마스타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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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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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힙합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드랍 더 비트”는 래퍼들이 랩을 시작하기 전에 DJ에게 비트를 요청하는 말이다. 말 그대로 무대 위로 비트가 비처럼 떨어지기 시작하면 래퍼들은 이야기를 흘려보내기 시작한다. 리스너들은 이렇게 만들어진 강에서 헤엄치고 물을 길어 마신다. 마치 물처럼, 이제 힙합이 없는 한국 대중음악은 상상하기가 힘들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는 이렇게 넓고 깊어진 랩의 강줄기를 어떻게 이해하며 받아들이고 있을까? 혹시 힙합은 그 표면에서 들려오는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우리에게 말하고 있지는 않을까?20년 동안 신화적 상상력과 압도적인 리듬을 가진 언어로 시를 써온 『뱀 소년의 외출』의 김근 시인과 날카로운 취향과 감각으로 레트로 문화의 부흥을 이끈 『디스 레트로 라이프』의 남피디는 〈시켜서하는tv〉 유튜브 채널에서 랩 벌스(가사)를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고유한 언어와 리듬으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랩 벌스는 시와 다르지 않다. 그리고 시가 그러하듯 랩 벌스도 래퍼들이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과 수용하는 태도를 드러낸다. 『드랍 더 비트』는 그들이 랩을 통해 구축한 내밀한 세계를, 섬세하면서도 과감하게 열어내고 있다. 김근 시인과 남피디는 책에 〈시켜서하는tv〉 채널에서 진행했던 벌스 리뷰를 그대로 옮기지 않았다. 그 곡과 래퍼의 색다른 면모를 발견할 수 있는 곡들을 다시 엄선하여 처음부터 완전히 새로 집필했다. 중간중간에는 곡이 아닌 한 앨범을 심층적으로 리뷰하여, 트랙의 흐름을 따라 전 앨범을 감상하는 리스너들을 위한 꼭지를 마련하였다. 『드랍 더 비트』는 평소 힙합, 랩, 래퍼를 좋아하는 리스너들에게는 물론이고 힙합을 잘 듣지 않던 사람들에게도 힙합에 대해 품고 있던 막연한 선입견을 벗겨줄 값진 기획이다.꿈꾸고 일하고 오르기를 멈추지 않는 직업윤리, 허슬(hustle)힙합에서 허슬은 ‘분투’라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과거 미국 본토의 흑인 래퍼들은 가난하고 차별적인 환경을 벗어나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노력했고 그 노력을 랩으로 풀어냈다. 그러니 허슬은 힙합의 근간이 되는 정신이다. 한국 래퍼들도 이런 정신을 이어받아 입을 모아 매일 곡을 작업하고 성실하게 일에 정진하는 태도 자체를 강조한다. 하지만 김근 시인은 이 허슬을 행하는 개인의 마음에 주목한다.뭐라도 해볼라고 꺼낸 펜으론줄만 수십 개 그었네 계속_이센스 ‘Writer’s Block’김근 시인은 이센스의 ‘Writer's Block’을 통해 창작의 벽에 부딪힌 예술가의 내면을 보여주면서 허슬링의 다른 측면을 들춘다. 그가 줄만 수십 개 그으면서 책상에 앉아 생각하는 것은 새로운 랩이 아니라,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하던 미국 래퍼들의 음악이다. 그러면서 그는 이내 요즘 한국 래퍼들의 곡이 과거의 미국 래퍼들의 곡만큼 좋게 들리지 않았음을 떠올리고, 이어서 좋은 랩이 나오길 기다릴 게 아니라 “내가 해야지”라며 의지를 다진다. 여기서 김근 시인은 이 다짐이 다른 래퍼들을 넘어서겠다는 말이라기보다 지금의 내 언어보다 더 나은 언어를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메시지로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허슬은 타인과의 경쟁이 아니라 ‘자신과의 경쟁’이라는 것이다. 래퍼들이 유년을 기억하는 방법유년의 기억은 강렬하게 남아 한 사람의 평생을 지배하기도 한다. 그래서 글을 쓰는 사람들은 자신을 드러내는 종류의 글을 쓸 때 자주 유년을 언급한다. 자기 이야기를 랩에 녹여내야 하는 래퍼들에게도 자신의 유년을 이해하는 일은 중요하다. 이들은 순수하고 패기 넘치던 시절을 그리워하거나, 불우했던 시절에 방황하던 나를 용서하고 애도하거나, 감사와 존경의 대상을 되새기며 앞으로의 나날들을 그 앞에서 다짐한다.오늘 밤이 만약 내게 주어진돛대와 같다면 what should I do with this?Mmmm maybe지나온 나날들을 시원하게 훑겠지_빈지노 ‘If I Die Tomorrow’‘If I Die Tomorrow’에서 빈지노는 ‘내가 내일 당장 죽는다면 어떤 기분일까?’라는 특이한 가정에서부터 이 과정을 수행한다. 죽음 앞에 선 화자는 파노라마처럼 흘러가는 지난 시절을 시원하게 훑는다. 낯선 나라에서 새아버지를 만나게 되고 미술학도였던 자신이 힙합에 눈이 멀게 되는 과정까지. 남피디는 대체 빈지노가 왜 이런 가정을 하기 시작했을까를 되묻는다. 인간에게 기억이란 무슨 의미인지, 또 기억으로 말미암은 예술은 어떤 의미를 갖는지 파헤치기 시작한다. 남피디가 끄집어낸 결론은 결국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예술이며, 빈지노에게는 그것이 음악이라는 사실이다. 빈지노는 죽음 앞에서 되돌아본 자신의 인생이 마치 ‘오렌지색의 터널’과 같았다고 랩을 뱉으며 언어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인생의 여정을 아름다운 이미지로 압축해낸다. 시인이 읽어내는 래퍼들의 진솔한 고백, 힙합의 시론!『드랍 더 비트』가 다루는 래퍼들은 이센스나 빈지노처럼 다양한 방식을 통해 자신과 주변을 성찰하고 음악으로 자기가 처한 부조리를 극복하려 한다. 그러니 이 책은 래퍼라는 예술가들의 성장담으로 읽히기에 모자람이 없다. 시인들은 시가 아니라면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 시를 쓴다. 래퍼들도 랩이 아니라면 충만하게 다루지 못하는 것들을 위해서 랩을 쓸 것이다. 세간에 트렌드 세터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젊고 예민한 감각으로 자신과 더불어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의 면면을 포착하고 있다. 그러니 지금 우리가 왜 이 래퍼들에게 귀를 기울여야 하냐고 묻는다면, “우리의 삶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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