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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담는 삶 / 글 서주희
소리를 담는 악기장의 인생여정 - 시간과 인내로 만든 길 기奇: 뛰어나다 - 남다른 고집의 조용한 모범생 - 정치활동으로 재산을 탕진했던 아버지 몰沒: 빠지다 - 오직 기술만이 살길 - 라일락 향기 풍기는 5월의 어느 날, 스승을 만나다 - 한국 전통 타악기 복원에 힘써온 스승 박균석 공空: 비우다 - 마음을 비우는 일 - 비움의 삶을 채워준 아내를 만나다 - 비워야 지킬 수 있다 대待: 기다리다 - 북이 그의 손에서 탄생하기까지 - 잘려나간 오른손 집게손가락 한 마디 - 화마가 휩쓸고 간 자리 진進: 다가오다 - 인류가 발명한 악기 중 가장 오래된 악기의 명맥을 잇다 - 문화유산의 미래를 생각하다 - 아버지의 뒤를 잇는 아들 나무와 가죽의 합, 북 / 글 이선용 북 - 북의 의의와 유래 - 북의 종류와 분류 - 북 제작에 쓰이는 재료 제작 과정 1. 가죽 고르기 및 다루기 2. 통 만들기 3. 북 메우기 4. 단청하기 5. 틀 만들기 작품 소개 - 법고 - 노고 - 무고 - 좌고 - 승무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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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소리가 좋았어요.”
어려운 살림 속, 세상 풍상을 헤쳐 나가야 했던 어린 나이의 이정기는 시계 수리, 구두 제작, 타일 붙이는 일 등 월급 없이 기술을 배우는 조건으로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궂은일 마다하지 않고 노력했다. 그러니까 이정기는 만 13세 때부터 가장이 된 셈이다. 모든 것이 부족했던 1960~70년대, 많은 이들이 어린 나이에 산업전선에 뛰어들었던 그 시절 이정기 역시 어깨너머로 기술을 배우기 위해 노력했다. (27쪽) ‘국가지정무형문화재 제63호 북메우기전수소’라는 현판이 붙은 서민아파트 2층에 자리한 20평 남짓한 공방에는 각종 연장을 비롯해 크고 작은 북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나무를 깎고 다듬는 대패를 비롯한 다양한 연장들을 보고 있노라면 목공소를 연상케 하지만 색색의 안료를 풀어 태극, 용, 호랑이 등의 전통문양을 그려 단청 입히는 작업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아 마치 미술화실을 연상케 했다며 스승의 공방을 처음 마주했던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그가 말했다. (31쪽) “라일락꽃이 만발했던 날이었어요. 향기가 기가 막혔죠. 그런 날에 친구와 함께 간 곳이 북 만드는 공방이었는데. 친구가 선생님을 ‘이숙’이라고 하더라고. 그러니까 사촌 이모부한테 나를 소개한 거죠.” “내 나이 18살 무렵부터 선생님 공방에서 일했으니까요. 그때 자장면이 120원, 라면이 20원이던 시절이었어요. 돈이 많고 적고를 떠나 다른 재주는 없으니까... 그저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열심히 일했어요.” 박균석 선생 문하에서 일한 지 4년째 되던 무렵, 22살 이정기는 군 입대를 하게 되었다. 제대 후 그는 한국산업화의 중심지였던 구로공단에 취직해 더 많은 품돈을 받고 일해볼까도 생각했지만 스승님 곁에 남기로 결심하고 더욱 북 만들기에 매진했다. (47쪽) “저에게 마음을 비우는 일이란, 욕심을 버리는 과정의 연속이었어요.” 북 만들기의 공정은 크게 나무를 다루는 ‘목공예’, 가죽을 다루는 ‘피혁공예’, 나무와 가죽을 서로 결합하는 ‘북 메우기’, 북에 안료를 칠해 꾸미는 ‘단청공예’까지 총 4가지의 공정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의 북이 그의 손에서 탄생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북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나무판 다듬기, 북통 깎기, 무두질, 가죽 메우기, 단청 등 복잡하고 기나긴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51쪽, 55쪽) “가끔 옹이 박힌 나무를 켜보면 상처 하나 없는 나무들과는 좀 다르더라고요. 상처 입은 문양 하나하나가 우리 인생의 굴곡진 삶을 보는 것 같더라고.” 나무의 결과 문양은 나무가 살았던 흔적이다. 나무의 흔적이 아름다운 이유는 바로 나무가 가진 본연의 성품, 결대로 살았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도 결대로 살아갈 때 가장 아름답다고 말한다. 북 메우기는 작업한 나무통에 가죽을 고정하는 작업인데 오랜 시간 쌓아온 장인의 경험과 경륜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다. 북통을 두들겨 소리를 들어보면서 가죽을 팽팽하게 조이는 작업인데 가장 까다로우면서도 숙련된 장인만이 할 수 있는 고급기술이다. (57쪽, 62쪽) “모든 과정이 다 중요하지만, 북 만들기의 핵심은 북 메우기 작업이에요. 이 과정에서 소리가 완성됩니다. 무엇보다 소리를 감지하는 능력이 필요해요” 북을 만드는 일은 돈이 아닌 시간을 들여야만 하는 일이다. 조급해서도 안 되고 늘 그 순간에 할 수 있는 만큼 해놓아야만 전 과정이 맞물려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북을 비롯한 악기를 만드는 장인을 가리켜 족히 10년을 내다보고서 매일 그날의 몫만큼 차곡차곡 쌓아가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악기장은 소리로 문화를 전하는 사람이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그 모양과 특징은 달라도 ‘북’은 인류에게 가장 오래되고 친숙한 악기로서 존재해왔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세상 속에서 북을 두드리는 그 목적과 방식이 변해간다 할지라도 북소리의 깊은 울림은 현재에도 미래에도 계속해서 이어져 나갈 것이다. (87쪽, 89쪽) “지나온 인생을 돌이켜 보면 힘든 일도 많았지만 그래도 지금 이 자리까지 잘 견디며 살아온 내 자신에게 고맙고…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살아있는 전승의 순간을 기록하는 무형유산 총서 시리즈 한국문화재재단의 무형유산 총서는 인간문화재의 삶을 통해 이 시대의 무형유산을 재조명하고 전승의 순간을 기록하여 대중에게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사)대산신용호기념사업회의 지원을 받아 2021년부터 제작되고 있으며, 이번『소리를 따르는 순례자 이정기』는 그 세 번째 도서로 출간되었다. “모든 과정이 다 중요하지만, 북 만들기의 핵심은 북 메우기 작업이에요. 이 과정에서 소리가 완성됩니다. 무엇보다 소리를 감지하는 능력이 필요해요” - 악기장 이정기 - 북 만들기 공정은 나무를 다루는 ‘목공예’, 가죽을 다루는 ‘피혁공예’, 나무와 가죽을 결합하는 ‘북 메우기’, 북에 안료를 칠해 꾸미는 ‘단청공예’로 나눌 수 있다. 그 중 ‘북 메우기’는 가죽을 팽팽하게 조여 소리를 만드는 작업으로 숙련된 장인만이 할 수 있는 고급 기술이다. 북 만들기는 1980년 「국가지정무형문화재 북메우기」로 지정되었다 1995년 현악기를 만드는 「악기장」과 통합되어 「국가무형문화재 악기장」이 되었다. 2012년에는 편종, 편경 제작도 포함하여 현재 총 5명의 보유자가 있다. 긴 시간과 인내의 합으로 쉼 없이 정진해 온 이정기 악기장 이정기 보유자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어려서부터 시계 수리, 구두 제작 등의 기술을 배우며 실질적인 가장으로서의 삶을 살아야 했다. 18세 때 친구의 소개로 간 박균석 보유자의 공방에서 북소리에 매료된 후 반백 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북을 만들고 있다. 이정기 보유자는 자신이 마음에 담고 귀에 새긴 울림 있는 소리를 만들기 위해 매일매일 나무를 다듬고 가죽을 만지며 한결같은 마음으로 삶의 행보를 걸어왔다. 울림 있는 소리를 향한 인고의 시간은 느리지만 꽉 차게 흘렀다. “좋은 것일수록 쉽게 얻어지지 않잖아요. 그만큼 포기해야 하는 것들도 많고. 좋은 북 소리를 만들려면 모든 잡념을 잊고 몰두해야 좋은 소리를 얻을 수 있어요. 나도 이 울림 있는 북 소리를 만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 악기장 이정기 - 악기장 이정기 보유자의 생애사 부분 집필은 공예 컬럼리스트이자 방송인인 서주희 씨가 맡았다. 그는 이정기 보유자와 지인들에게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며 장인의 삶과 정신을 글로 담았다. 악기장 이수자 이선용 씨는 게임회사를 다니다 아버지 이정기의 권유로 2014년 정식으로 입문하여 2018년 이수자가 되었고, 이번 책에서 북의 설명과 승무북 제작 과정을 집필하였다. 독자들은 책장을 넘기다보면 나무와 가죽의 합으로 완성하는 소리의 울림을 좇아가는 그의 삶을 따라 동행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