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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말과 말을 전달하는 자의 입장만 있으면 희곡을 쓸 수 있습니다. 등장인물이 말을 하기 시작하면 알아서 갈등하고 알아서 대전환을 이끌게 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저는 희곡은 말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말을 통해 세상이 굴러가고 시간이 흘러가고 시대가 지나갑니다. 저는 그 사실을 통해서 현실을 들여다보고 세계상을 진단합니다. 저는 말을 아끼지 않고 빠듯하게 다 써버리는 극작가입니다. 흔히 저를 장광설의 작가, 입심의 작가라고 부릅니다만 그 말에 신경을 쓰면 앞으로 글을 쓰는데 방해가 되겠지요. 다만 한 가지, 극작가로서 특징적 개성을 획득했단 점에서는 만족합니다. ---p.6
막상 희곡을 한 장 쓰려고 마음먹으면 머릿속에 떠올려지는 빈 무대와 빈 객석이 너무나 막연해서 힘이 빠진다는 말을 종종 듣습니다. 제가 주로 쓰는 퍼즐 세 조각이 있는 데요. 각각의 퍼즐은 ‘음악 고우, 조명 이-인. 병사 1’ 등장 입니다. 여러분에게 이 말은 더러 익숙하실 테고 더러 낯선 경우일 겁니다. 음악이 있고 조명이 켜지면 누군가 무대 중앙에 있습니다. 이 필연적인 관계를 우선 머릿속에 구조화시킵니다. 내가 써보고자 하는 세계가 공간을 얻고, 공간을 채우는 소음을 통해 실제 공간 속에 살고 있는 등장인물을 불러내는 것입니다. 가끔 글이 막히고 앞으로 밀고 나갈 수 없을 때 가끔 눈을 감고 속삭여봅니다. ‘음악 고우. 조명 이-인. 병사1 등장’ 그 이후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저로서도 알 수 없는 긴장감이 있습니다. ---p.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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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극작수업 시리즈
국립극단은 공연예술 제작 과정을 기록하고 현장과 연결된 예술 이론 및 담론을 구축하고자 공연기획팀 내에 학술출판 부서를 설립하여 다양한 출판물을 출간하고 있다. 그 중 『극작수업』은 국립극단 제작 공연에 참여한 극작가들이 관객들을 대상으로 자신만의 극작법을 소개한 대화 형식의 프로그램을 작가의 말과 질의응답으로 구성한 출판물이다. 2012년 『극작수업I. 배삼식』, 『극작수업II. 고연옥』, 2013년 『극작수업III. 최치언』 세 권의 책을 발간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한국의 대표 작가들과 그들의 작업 방식 및 노하우를 소개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