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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PART1 너를 사랑하는데 왜 네가 힘들까 너를 기다리다 마흔을 얻었다 / 우리는 ‘첫째’라고 부르고 세상은 ‘늦둥이’라고 부른다 / 마흔에 생긴 새로운 소원 / 아무것도 안 하는데 마음만 불안해 / 나는 안 그럴 줄 알았지 / 오늘도 너를 울렸어 / 거기 누구 없소? / 온 맘을 다하지 않을 것 PART2 엄마도 아이도 행복한 최소한의 육아 1 결국은 놀이터의 개미였어 엄마랑 노는 게 제일 재밌어 / 식당에서는 휴대전화 말고 가방에서 보물찾기 / 동요가 지겹다면 키즈보사 / 뒷정리 힘든 종이접기 말고 수건 접기 / 물감이 아니어도 괜찮아 / 놀이의 알고리즘 / 네가 가장 행복한 순간은 2 길 위에서 우리가 배운 것들 어린이집 등원길은 여행길 / 너로 인해 겸손해지는 날들 / 값비싼 조식 대신 내가 얻은 것 / 우리는 심심하기 위해 떠나왔어 / 육아와 운동을 동시에 / 계절이 너를 비껴가더라도 3 매일 오늘이 반복되지만 똑같은 하루는 없어 파란 눈의 육아 동지, 옐루 / 서재는 없지만 책이 좋아 / 잠자리 독서? 엄마가 미리 녹음해놨어 / 친구들 이름부터 써봐 / 25센티미터의 기적 / 우리는 마음이 부자야 PART3 쉽게 행복해지는 사람, 나는 엄마입니다 나만 안 하나, 미러클 모닝 / 엄마도 엄마가 있어 / SNS에 불행은 없어 / 세상의 오지라퍼들에게 / 전력 질주 말고 이어달리기 / 설거지 예찬 / 부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 세상이 나를 찾든지 말든지 에필로그 |
첫 아이를 낳고 종일 기저귀를 갈고 모유를 짜내는 나에게 20대에 누렸던 자유분방함은 외계의 시간처럼 느껴질 만큼 낯설고 아득했다. 아이만 있으면 이전의 어떤 행복과도 비교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건 오만이었다. 게스트하우스 도미토리에서 쭈뼛쭈뼛 국적을 묻던 여행자들의 배낭 냄새가 그리웠다. 지네에 물리고 코브라와 싸워봤다는 히피들의 무용담을 다시 듣고 싶었다.
‘떠날 수 없으니 내 공간으로 히피 여행자들을 초대해보면 어떨까.’ ---p.57 엄마표 육아는 거창한 게 아니었다. ‘가르쳐야겠다’는 욕심을 내려놓고 아이를 수평적 존재, 능동적 존재로 존중하고 공감하자 몸도 편해지고 나에게 여유가 생기니 아이도 더 예뻐보였다. 놀이하는 시간은 특별한 지식을 배우는 시간이 아니라 함께 웃으며 추억을 만드는 시간이라는 것을 깨닫자 아이도 나도 행복해졌다. ---p.67 나이를 먹으며 성과 없는 행동을 하는 게 줄었다. 취미를 배우기 전에, 사람을 만나기 전에 그것이 나에게 어떤 보상을 줄까를 먼저 생각했다. 개량된 수치나 효과로 나에게 보상이 될 일만 시작하고 싶었다. 아이와 잠깐 나들이를 할 때조차 의미와 효율을 따지려 들었고 더 많이 챙기고 더 많이 보여주려고 했다. 그러나 아이는 내가 가만히 기다려주기만 하면 나뭇가지 하나에서 수만 가지의 놀이와 게임을 생각해냈다. ---pp.97-98 “정글아, 네가 원하는 옷 입고 나와. 엄마도 제일 예쁜 옷 입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저가항공 수화물 규정에 맞춘 7킬로그램의 세간살이라 갈아입을 옷도 딱히 없었다. 어디서든 밥 말리 티셔츠와 반바지를 사는 것으로 여행을 시작했고, 깨끗이 빨아 새로 사귄 히피 친구들에게 선물하는 것으로 여행을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아이가 미소를 가득 머금고 걸어 나온다. “짜잔!” 아이는 알몸에 양말 한 켤레만 신고 나타났다. 여름 햇살 밑에서 담금질된 아이의 갈색 피부가 달빛 아래 빛났다. 아이가 타인의 하얀 피부를 부러워하는 대신 많은 도시의 이야기가 축적된 자신의 피부를 사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우리 춤출까?” ---pp.141-142 나는 내 아이들이 지극히 평범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또래보다 공부를 잘해 선생님들의 칭찬과 집중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타인의 칭찬이 없어도 괜찮다는 것은 내가 가르쳐주면 된다. ‘착하다’는 말로 양보와 배려를 종용하고 싶지 않다. ‘똑똑하다’는 칭찬으로 우월감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다. ‘뭐든지 잘하는구나’라는 칭찬은 되도록 피한다. 뭐든지 잘하는 사람은 없고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아이가 지나치게 노력하지 않았으면 한다. ---p.180 내가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동안 무릎 밑에 담요를 넣어 높이를 맞춰주고, 젖가슴을 가려주고, 같이 얘기해주는 사람. 텃밭에서 금방 뜯은 상추에 갓 짠 들기름을 듬뿍 넣어 겉절이를 해주는 사람. 아침에 더 자라고, 낮잠 한숨 자라고 아이를 데리고 나가 놀아주는 사람. 나와 내 남편, 내 아이들을 위해 다 해주면서도 시종일관 눈치를 보는 사람. 나는 온종일 내 새끼 챙기느라 정신없고 엄마는 당신 딸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엄마의 노쇠한 눈빛과 핏줄만 선명하게 자리 잡은 손등, 작년보다 더 굽은 허리에 짜증이 났다가 미안했다가 마음이 시리다. ---p.201 |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아이와 함께합니다”
육아는 아이를 끌고 달려가는 게 아니라 아이와 함께 걸으며 눈을 맞추는 일 엄마가 되면 뭐든 다 잘 해낼 수 있을 거라, 아이만 있으면 이전의 어떤 행복과도 비교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육아는 또 다른 시작이었다. 다양한 육아서와 방송을 통해 좋은 정보가 넘쳐나지만 작가는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어떻게 육아의 균형을 잡아야 할지 고민하며 이리저리 흔들렸고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나는 어떤 엄마가 될 것인가로 이어졌다. 20대 때 인도와 네팔, 남미를 여행하며 지구별 여행자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했던 작가는 여행에서 답을 찾았다. 첫째 아이를 낳고 육아에 지쳐갈 때, 당장 떠날 수 없으니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이 되기로 결심한다. 온종일 아이에게 포커스를 맞추다 자신을 들여다보며 내가 행복한 것들을 찾기 사작하자 조금씩 육아의 여백이 보였다. 좋아하는 것들을 아이와 함께하면서 어떤 엄마가 되고 싶은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도 그려졌다. 작가가 자신의 시간과 취향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은 여행이었다. 게스트하우스를 하며 다양한 여행자들을 만나며 다시 떠날 용기를 얻었고, 가장 좋아하는 여행을 하며 잊고 지냈던 자신을 찾았다. 게스트하우스 비수기인 겨울, 아이와 함께 배낭을 메고 단출하게 긴 여행을 떠난다. 작년 겨울에는 육아휴직 중인 남편과 둘째까지 네 식구가 긴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여행은 일상에서도 계속된다. 아이와 눈을 맞추며 걷는 등원길도, 아이와 함께 붉게 물든 산을 오르는 것도, 가끔은 온 가족이 편의점으로 나서는 길도 여행이 된다. 물론 육아의 현실은 매일 아침 반복된다. 하지만 작가는 나로 존재한 시간과 아이와 유대를 쌓은 시간이 켜켜이 축적되어 좀 더 단단해진 자신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 이상 아이를 위해 행복을 미루지 말 것!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하고 이름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모든 엄마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만능 육아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아이가 자라는 속도, 말하는 속도가 제각각이듯 육아엔 정답이 없고 엄마의 성장 속도도 다 다르다. 육아는 누군가의 희생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답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작가는 육아에 지친 엄마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아이에게 완벽하게 해주지 못한다는 죄책감을 내려놓고 잠시라도 온전히 나로 존재할 시간이라고 말한다. 이제 작가는 자신의 삶을 즐기고 채울 절대적 시간을 확보하는 것에 대해 남편과 아이들에게 더 이상 미안해하지 않기로 했다. 아이를 쫓아다니며 밥 한술 더 먹이는 것보다 오늘 하루도 수고할 자신을 위해 커피를 탄다. 육아에 자신을 갈아 넣는 대신 유연하게 최소한의 육아로 자신을 지킨다. ‘나는 언제 행복한가? 나는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좋아하는가?’를 자문하며 꾸준히 자신을 들여다본다. 훗날 아이에게 ‘너를 낳고 키우느라 내가 좋아하는 공부도 여행도 못하게 되었지’라고 말하는 대신 ‘너를 낳고 키우면서 나는 이렇게 근사해졌어’라고 말하는 엄마가 되기 위해서다. 독자들도 작가가 좋은 엄마처럼 보이느라 분주했던 삶에서 벗어나 진짜 엄마가 되는 과정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육아 궤도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엄마’라는 이름이 버거울 땐 언제든 작가의 말을 떠올리면서. 이만큼 견뎌내느라 고생했다. '잘했다, 잘했어.‘ |
육아라는 노동은, 많은 순간 지치고 질린다. 똥 냄새가 난다. 모성 신화는 개뿔! 저절로 되는 것은 없다. 세상의 엄마들은 매일 아침 새롭게 책임지고 헌신할 것을 결심할 뿐이다. 하지만 과장된 행복이 SNS에 경쟁적으로 전시되는 사이, 육아도 어느덧 예쁜 옷을 입은 허구가 되어버렸다. 이 시절에, 그래서 바로 이런 글이 필요했다. 뽀샤시한 앱을 사용하지 않은 육아의 정면, 필터링 안된 엄마의 내면이 적나라한 글. 당신이 아이를 키운다면 작가의 손을 덥석 잡고 “나도 그래!” 하며 커밍아웃하고 싶어질 것이다.
작가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은 잘 돌보고 싶은 마음과 그것이 잘 안된다는 고백의 총합임을. 한없이 이타적인 헌신과 때때로 이기적인 자아 찾기의 줄다리기임을. 옳다! 그래야 100세 인생에서 달랑 20년 차지하는 육아 프로젝트에 여성이 인생 전부를 갈아 넣지 않고도 아이를 키울 수 있다. 또 그렇게 키운 아이들이야말로 더 건강한 어른이 된다. 그러므로 그녀가 나날의 소소함에서 충만함을 이끌어내는 순간마다 독자들은 엄청난 위로를 받을 것이다. 그 힘이 엄마가 되기 전에도, 이후에도 멈추지 않는 그녀만의 ‘일관된 탐험’을 기반으로 한다는 사실에서. 어서 이 글 속으로 들어오라. 진짜 육아의 땀과 웃음 속으로. 진실이 엄마를 자유케 하리라. - 오소희 (『엄마의 20년』,『언니들의 마음공부』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