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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우리 미용실
박성경
폭스코너 2023.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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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헤어스타일
사각사각
복수는 우리의 것
뭣 같은 기분
카페 울프
오후 한때 소나기
로켓맨
휴먼 스테인
진짜 딸 vs 가짜 딸
생일 vs 돌잔치
눈썹데이
설렁탕 vs 곰탕
버지니아 울프
오늘도 화창한 날씨
고통의 분류
세 가지 질문
임시인
날달걀
마지막
시작
야심
데뷔전
가위 들고 달리기
연무 속 햇빛 비침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서울에서 태어나 덕성여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영화 〈S다이어리〉, 〈소년, 천국에 가다〉의 각본, 장편소설 『쉬운 여자』 『나와 아로와나』(2020 아르코 문학나눔 선정) 『피우리 미용실』 『사랑에 관한 농담 혹은 거짓말』(2023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 청소년소설 『나쁜 엄마』 『날마다 크리스마스』 등이 있다. 『쉬운 여자』 『나쁜 엄마』 『나와 아로와나』는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북투필름(BOOK TO FILM) 선정작이며, 『나쁜 엄마』는 베트남에서도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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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7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204쪽 | 276g | 128*188*20mm
ISBN13
9791193034040

책 속으로

내 이름은 피우리. 피우리 미용실에서 일한다. 물론 내 미용실은 아니다. 이름이 같은 건 순전히 우연일 뿐. 나는 보조 미용사다. 다가오는 생일에 서른이 되지만, 아직 정식 미용사는 되지 못했다.

나는 사람들을 머리로 이해한다. 어딜 가도 내 눈에는 사람들의 머리만 보인다. 그렇다. 나는 가슴보다는 머리 쪽이다. 살면서 맹세코 머리 말고 가슴이 먼저였던 적은 없다. 그러므로 나는 헤어스타일에 목숨 거는 스타일이다. 헤어스타일은 사람이고 사람에겐 헤어스타일이 중요하니까.
--- pp.9~10

여성에겐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고 한 건 버지니아 울프였다. 인간의 불행은 자기만의 방에 혼자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생긴다고 한 건 파스칼이었고.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방은 필요하다. 그러나 자기만의 방에서 항상 혼자 있을 수만은 없기에 뛰쳐나가 누군가를 만나 함께하는 것이다. 설령 그 일로 인해 불행해질지라도.
--- pp.33~34

지난번에 학원 수업을 빼먹고 왔던 여고생이 아침부터 미용실 안으로 들어섰다. 평소 같으면 학교에 있어야 할 시간인데 이번엔 학교 수업을 빼먹고 나온 것이다. 실장은 왜 아침부터 미용실에 왔냐고 묻는 대신 여고생의 머리를 커트하기 시작했다. 나 역시 분위기상 물어보면 안 될 것 같아 스펀지를 든 채 실장 옆에 서서 커트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커트 후엔 스펀지로 톡톡 머리칼을 털어낼 것을 새삼 다짐하면서.
--- p.91

나는 대수롭지 않은 양 언니에게 물었다. 동시에 어깨를 으쓱하면서.
“그럼 내 어깨에 기댈래요?”(기대서 쉴래요?)
순간 임시인 언니가 움찔했다(분명 그렇게 느껴졌다). 하지만 언니도 대수롭지 않은 척 답했다.
“그 좁은 어깨에 기댈 데가 어딨다고.”
나는 그제야 언니를 불렀다. 언니의 이름을.
“임시인.”
“왜?”
“나 임시인 좋아해도 되나요?”
나는 이미 반해버린 사람한테 이런 질문을 던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대수롭지 않은 척해도 언니는 분명 움찔하고 있었으니까. 움찔한 나머지 대답도 못 하고 있었으니까.
“좋아해도 되냐고요?”
“부담스러운데.”
“조금은 괜찮죠? 조금 정도는.”
“그래도 부담스러워.”
“그럼 요만큼은 어때요? 손톱만큼은?”
나는 내 손톱을 언니의 코앞에 내보였다. 손톱의 자르지 않은 흰 부분을. 언니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마도 내 손톱이 너무 짧아서 실망한 모양이었다. 나는 계속해서 언니를 다그쳤다.
“네? 임시인?”
“내 이름 좀 그만 불러. 지겹지도 않아?”
“아니요. 난 자꾸만 부르고 싶은데요. 임시인?”
드디어 언니가 꽥 소리를 질렀다.
“그만 부르라고! 누가 들으면 나 임신한 줄 알겠다고!”
“피이, 그러게 누가 임청하 닮으래.”
--- pp.141~142

당신이 마을 하나를 세우겠단 야심을 펼칠 때, 나는 그 마을 어딘가에서 사람들의 머리를 잘라주는 미용사가 되고 싶다. 당신이 학교를 짓겠다던 꿈을 기어코 이룰 때, 나는 비를 들고 그 학교 곳곳을 청소하는 청소부가 되고 싶다. 예수님 옆에서 귀를 쫑긋 세우고 오로지 말씀에만 집중하던 마리아보다, 예수님을 대접하기 위해 부엌을 분주하게 드나드는 마르다가 되고 싶다. 손에 물기가 마를 날이 없는 마르다가 되고 싶다. 진실로 고백건대 이것이 바로 내 꿈이자 야심이다. 내가 꿈을 갖기 시작했던 첫날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간직해온 포부이고 야심이다.

---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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