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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엄마
박성경
문학과지성사 2015.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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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푸른문학

책소개

목차

세 가지 소원
학생인권조례
시 쓰는 공인중개사
전갈과 무화과
작전명 강유리
유리꽃
나쁜 엄마
시적인 (체하는) 댓글놀이
소문과 의심
시를 쓰다 잠들다 vs. 소설을 쓰며 잠들다
일진회, 청문회
개 같은 날
나쁜 엄마의 자식들 모임
엄마를 죽인 날
복수는 나의 것
모전자전
기본과 상식
전갈과 개구리
비(非)모전여전
쿠키와 나무
비긴 어게인
사랑은 그런 게 아니야
어울리는 것과 그럴듯한 것
그럴듯하게 어울리는 것
오늘의 교훈

작가의 말
이 소설에서 인용한 작품

저자 소개1

서울에서 태어나 덕성여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영화 〈S다이어리〉, 〈소년, 천국에 가다〉의 각본, 장편소설 『쉬운 여자』 『나와 아로와나』(2020 아르코 문학나눔 선정) 『피우리 미용실』 『사랑에 관한 농담 혹은 거짓말』(2023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 청소년소설 『나쁜 엄마』 『날마다 크리스마스』 등이 있다. 『쉬운 여자』 『나쁜 엄마』 『나와 아로와나』는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북투필름(BOOK TO FILM) 선정작이며, 『나쁜 엄마』는 베트남에서도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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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6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00쪽 | 274g | 145*210*14mm
ISBN13
9788932027524

책 속으로

내 이름은 지환이며 고2다. 엄마 이름은 지연옥이고 서른여섯 살의 미혼모다. 나는 지옥과 연옥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어서 하는 말이다. 차라리 엄마 이름이 하늘이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나을 뻔 했으니까. (중략) 엄마는 내게 아버지의 이름을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누군가의 이름을 알게 되면 그때부터 아주 힘들어진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건 그에게로 날아가서 꽃이 되거나 그가 내게로 날아와서 꽃이 되는 일이라고 했다. 서로에게 꽃이 된다는 건 그때부터 감당하기 힘든 어마어마한 신세계가 열리는 일이라고 했다. 나와 아버지는 애당초 서로에게 꽃이 되기는 글러먹은 관계라고. 그러니 관심을 끄는 게 나을 거라고 충고했다.
--- p.10-11

엄마의 닉네임은 무화과였다. 그 많은 닉네임 중에 왜 하필 무화과일까. 꽃 시절도 없었던 등신 같은 열맨데. 슬픈 사람이라면서 ‘ㅎㅎㅎㅎㅎ’는 또 뭐야. 자기가 생각해도 쑥스러운가 보지? 정말 깨는 아줌마다. (중략) 둘은 저렴한 비용으로 빠른 시간에 술 취하는 방법도 교류했다. 간단했다. 소주에 물을 타 마시면 된다는 것. 처음엔 물이 술처럼 넘어가다가 나중엔 술이 물처럼 넘어간다고 했다. 이건 엄마가 제공한 정보였는데, 전갈은 “술이 물처럼 술술 넘어가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고 댓글을 달아놓았다. 엄마도 “ㅎㅎㅎㅎㅎㅎㅎㅎ”를 남발했다. 둘 다 좀 헤퍼 보였다. 웃음에 대해 둘은 하나의 제공한 정보였는데, 전갈은 “술이 물처럼 술술 넘어가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고 댓글을 달아놓았다. 엄마도 “ㅎㅎㅎㅎㅎㅎㅎㅎ”를 남발했다. 둘 다 좀 헤퍼 보였다. 웃음에 대해 둘은 하나의 규칙을 정해놓은 것 같았다. 전갈은 ㅋㅋㅋ로만 웃고 엄마는 ㅎㅎㅎ로만 웃었다.
저러다 세상에서 가장 날씬한 일본인은 “비사이로 막가”나, 가장 잔인한 일본인은 “깐이마 또까”라는 고전시대 막가파 유머까지 나누게 되지 않을지 심히 걱정이었다.
--- p.39-41

엄마가 말했다. 세상의 모든 엄마는 나쁜 엄마라고. / 세상에 훌륭한 엄마로 알려져 있는 맹자 엄마나 한석봉 엄마도 알고 보면 나쁜 엄마라고. / 우선 엄마는 맹모삼천지교로 유명한 맹자 엄마부터 비난했다. (중략) 엄마란 모름지기 자식의 의견을 묻고 존중해주어야 하는 법이라고 했다. 그런데 자식의 의사도 물어보지 않고 교육을 핑계로 세 번이나 이사를 하는 게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고 뭐냐는 것이다. (중략) 엄마가 말했다. 한석봉 엄마는 무섭기까지 한 나쁜 엄마라고. / “자식에게 불을 끄고 붓글씨를 쓰라니. 이거야말로 공포심을 조장하고 겁주는 행위가 아니고 뭐니?”
--- p.58-60

“어머니 혼자서 힘드시겠습니다.” / “뭐가요?” / “아무래도 가정엔 아버지가 있어야 질서가 잡히니까요.” / 엄마가 얼굴에서 마스크팩을 떼어내며 벌떡 일어섰다. 엄마의 얼굴이 울긋불긋해지더니 이내 홍옥빛으로 변했다. 화상통화가 아닌 것이 다행이었다. / “지금 동정하시는 거예요?” / 엄마는 학교엔 가보겠지만 사과할 의사는 없다고 담임에게 말했다. 엄마는 병원비 무는 걸 택했다. 꼰대의 의사 전달에 실패한 담임은 당황했다. / 엄마가 먼저 전화를 끊었다. / “이런 개무시를 봤나……” /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질 나쁜 종류의 무시가 바로 성별 갖고 사람 무시하는 거라고 했다. 그러곤 수명이 다하기도 전에 떼어버린 마스크팩을 아까운 듯 바라보았다. 다시 펴서 붙이기엔 너무 망가져 있었다.
--- p.134-135

“이 학교엔 교칙만 있고 용서란 건 없습니까? 벌칙 대신 이해나 너그러운 마음은요? 보호가 필요한 학생에게 학교가 또 다른 폭력을 가한 건 아닌지, 고민해볼 여유는 없나요? 찌그러진 주전자가 학교에서 우리 애 모습일 거란 생각은 왜 못하세요?!” / 이번엔 엄마가 담임을 향해 물었다. / “집에 아버지가 있어야 질서가 잡힌다고요? 엄마 혼자 아이를 키우면 안 됩니까? 그 말에 우리 애 마음 무너지는 건 어떻게 책임지실 건가요?” / 흥분한 엄마가 마침내 선생님들 앞에서 주전자를 흔들어댔다. / “애들한테 뭐가 제일 필요한지 아세요? 애들한테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알고 계시냐고요. 질서는 화장실에서 줄 설 때나 지키고 애들 마음부터 지켜달라고요! 마음부터!” (중략) 엄마가 담임을 향해 또박또박 걸어갔다. 담임이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엄마가 담임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 “저어, 부탁 하나 해도 될까요?” / 담임이 벙 찐 표정으로 엄마를 바라보았다. 엄마는 좀 전보다 더 낮게 속삭였다. / “동정심은 개나 줘버려.”

--- p.138

줄거리

입만 열면 “개XX” “외롭다”는 말을 달고 사는
십팔년산 아들 딸린 미혼모
블로그에서 시 쓰며 댓글로 썸 타는 닉네임 ‘무화과’

누구냐고? 세상에서 제일 나쁜 우리 엄마입니다

학교에서는 존재감 제로, 일진회 물 셔틀도 모자라, 집에서는 한성질 하는 엄마 때문에 고민인 고2 지환. 열여덟에 임신해 가출하고 미혼모의 길을 택한 엄마 ‘지연옥’ 여사는 지환에게 이 모든 불행을 선사한 근원이자, 골칫거리다. 걸핏 하면 욕설을 내뱉기 일쑤, 훌륭하다고 이름난 ‘맹자 엄마’ ‘한석봉 엄마’도 알고 보면 ‘나쁜 엄마’라며 매사 나름의 논리로 투덜거리기 바쁜 엄마가 지환은 도무지 이해 불가다.
그런 지환에겐 세 가지 소원이 있다. 아빠, 쿠키 굽는 엄마, 예쁜 여친. 평범해 보이지만, 어딜 가도 튀는 엄마 때문에 지환에겐 “평범이란 단어는 오르지도 쳐다보지도 못할 나무와도 같다.”(10쪽) 지환이 찍어놓은 여친감은 학교에선 인기짱인 유리. 부유한 환경에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예쁜 유리는, 지환에겐 없는 아빠, 엄마, 오빠(형)에 골든 레트리버까지 모든 것을 갖춘 더없이 완벽한 상대다. 버스 정류장에서 우연히 만난 유리와 지환은 조금씩 가까워지기 시작하고, 지환은 유리에게 잘 보이기 위해 문예부에 들어가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출판사 리뷰

젓갈도 아니고, 전갈?
엄마의 블로그에 수상한 놈이 나타났다

그 무렵, 엄마에게도 비밀이 생긴다. 엄마가 온라인으로 ‘전갈’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상대와 가까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엄마의 본업은 공인중개사. 어울리지 않게 시를 좋아하는 엄마가 부동산 매물을 홍보하려는 목적으로 만든 블로그에서 둘은 시를 핑계 삼아 농담 따먹기식 댓글을 주고받으면서 점점 각별한 사이가 되어간다. ‘전갈’이 엄마보다 9살 연하에 미혼 남성임을 알게 된 지환은, 부쩍 아이크림을 발라대는 횟수가 는 엄마가 낯설기도 하고, 전갈이 영 수상쩍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환이 유리와 나름 친해졌다고 느낄 때쯤, 학교에는 유리를 둘러싼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유리가 지환을 괴롭히는 일진짱의 여자친구라는 것도 모자라 일진짱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유리가 강유리빠 중 한 명인 한 여자애와 키스한 레즈비언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유리 역시 지환에게 점점 마음을 열기 시작한 찰나, 지환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유리와 가깝게 지낸다는 이유로 일진짱에게 두들겨 맞은 지환. 엄마 역시 불미스런 일로 영업정지를 당하고, 어느 날부터 블로그 활동도 뜸해진다. 잘 풀릴 것 같았던 일들이 그렇게 하나둘 꼬이기 시작하는데…… 과연 유리를 둘러싼 소문은 사실일까? 전갈이라는 녀석의 정체는 무엇일까? 지환의 세 가지 소원은 영영 소원으로 끝나고 마는 것일까? 행복은 지환에게 어울리지 않는 말일까?


편견과 위선으로 가득 찬 세상, 통쾌한 한 방을 날리다!
뾰족하게 날을 세운 ‘정상성’에 대한 물음들

열여덟에 임신, 가출, 출산이라는 화려한 이력, 뉴스 시청하다 방송국에 전화 걸어 딴지 걸기, 학원이나 과외는 절대 불가, 선생님들에게 윽박지르기는 기본. ‘지연옥’ 여사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거친 말과 행동으로 지환을 당혹스럽게 만들기 일쑤다. 특히 “맹자 엄마는 자식의 의사도 물어보지 않고 교육을 핑계로 세 번이나 이사를 하는 이기적인 엄마”(59쪽) “한석봉 엄마는 가뜩이나 밖에서도 경쟁하느라 힘든 아이에게 집에서까지 공포심 조장에 경쟁까지 불사한 무서운 엄마”(60쪽)라는 논리는 폭소를 자아내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준다. 다소 황당한 궤변으로 보이지만, 곱씹어보면 ‘헬리콥터 맘’ ‘타이거 맘’ ‘매니저 맘’에 대한 풍자가 담겨 있다.
또한 그녀의 행보는 한부모 가정에 대한 편견에 당당하게 맞서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에도 일침을 가한다. 이로써 우리 사회에서 ‘모범’으로 일컬어지는, 혹은 ‘표준’으로 제시되는 기준들이 과연 옳은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소설은 시종일관 밝은 분위기를 이어가지만, 그것이 담고 있는 무게가 결코 가볍다고 단정 지을 수 없는 까닭이 바로 그것이다. 왕따, 청소년 자살, 입시 위주의 교육정책, 강남 일대의 사교육 열풍, 미혼모에 대한 편견, 보신주의에 찌든 학교, 동성애 혐오 등 저자는 ‘나쁜 엄마’를 통해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들을 콕콕 집어내어 통쾌하게 비판한다.


자신의 엄마를 ‘나쁜 엄마’라 믿는 청소년들을 위한
무규칙 변종 청소년소설!

얼마 전, 온라인 커뮤니티상에서 “입학 일주일 만에 엄마가 오늘 교무실 엎었음. 전학 갈 듯 도와줘”라는 제목의 글이 화제가 되었다. 학교에서 비상벨이 울리는 데 고장 난 것이라며 가만히 있으라고 한 학교의 안일한 대처에 “내 새끼 불에 타 죽으면 당신들이 책임일 거야!”라며 교무실에서 소동을 피운 어느 한 중학생의 엄마 이야기다. 평소에 큰소리 한 번 낸 적 없던 엄마가 전학 온 지 얼마 안 되어 일으킨 소란에 놀라움과 미안함을 느끼면서도 다음 날 등교를 걱정하는 학생의 사연은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회자되었다. 이 이야기는 소설 『나쁜 엄마』에서 주인공 지환의 눈에 ‘세상에서 제일 나쁜 엄마’로 묘사되는 지연옥 여사의 모습과 겹쳐진다.
그동안 많은 청소년소설에서 타의 모범이 되는, 헌신적이고 희생적인 엄마의 캐릭터를 주로 그려왔다면, 『나쁜 엄마』는 과감히 그 틀을 깨버린다. 미혼모라는 꼬리표에도 주변의 눈치를 보며 자신의 욕망을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주체적으로 삶을 살아나간다는 점에서 기존에 없었던 캐릭터를 만들어냈다고 볼 수 있다.
분명 아들 ‘지환’의 눈에 비친 엄마 ‘지연옥’은 사회적 통념으로 볼 때 모나고 삐딱한 ‘나쁜 엄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거나 그들의 기준에 맞추려하지 않고, 온갖 부정한 것들을 정면으로 거부했기 때문이다. 지환에게 엄마의 반응이 지나치게 과격하고 유별나게 느껴진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엄마가 이러한 문제에 대해 모른 척, 상관없는 척, 침묵하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상식’을 실천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때론 지환에게 부끄럽고 민망한 순간을 선사하지만, 그 ‘상식’을 지키는 것이 결국은 올바른 일이었음, 지환에게 용기를 불어넣는 일이었음을 깨닫게 한다. 티격태격하는 두 모자의 이야기를 통해 청소년들에게는 부모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부모나 교사들에게는 청소년들의 마음을 공감할 수 있게 하는 좋은 통로가 될 것이다.

추천평

오늘의 한국 청소년이 살아가는 현실은 심하게 뒤틀려 있다. 학교는 진정한 ‘배움’과 거리가 멀어졌고, 세상에는 이른바 ‘인성’이 의심스러운 어른들이 많다. 현실의 뒤틀림을 표현하는, 뒤틀린 언어가 아이러니이다. 『나쁜 엄마』는 성장소설의 관습을 깨고 아이러니를 도입한다. 그리하여 ‘좋은’ 것의 위선을 경쾌하게 폭로하면서 ‘나쁜’ 것이라고 하는 것 속에 오히려 진실이 숨어 있음을 보여준다.

최시한 (작가, 숙명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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