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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소개
프롤로그 : 어떤 하루 제1장 : 발가락 없는 아이 / 도쿄의 피에로 / 송별회 / 우연 / 달리는 느림보 / 같은 하늘 아래 / 벚나무 아래서 / 불운 / 피에로의 사연 / 용기 / 재회 제2장 : 도쿄에 부는 바람 / 갈라지는 마음 / 천직 / 봄날의 천둥 / 질투 / 이상한 싸움 제3장 : 귀향 / 오해 1 / 오해 2 / 오해 3 / 해후 제4장 : 아버지 / 각자의 사정 / 약속 제5장 : 영원한 선물 에필로그 : 어떤 하루 저자 후기 역자 후기 |
Akio Morisawa,もりさわ あきお,森擇 明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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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아버지라도 단 한 가지 존경스러운 면이 있었다. 매일 아침 어머니가 끓인 국물을 눈을 감고 맛볼 때. 아버지는 그 순간만큼은 의젓하고 늠름한 옆얼굴을 보여주었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맛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겠다……. 그 모습이 어린 마음에도 멋져 보였기에, 가게를 이어받은 지금 데쓰오도 맛을 볼 때만큼은 하루하루가 진검 승부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다. ---「어떤 하루」 중에서 “이 녀석. 남자가 울면 못써. 발가락쯤 없는 거, 그게 뭐 어때서 그래? 오히려 발가락 외엔 다 가졌으니 넌 행복한 아이란다. 한번 생각해볼까? 발가락이 없는 만큼 넌 천천히, 천천히 걷잖아. 천천히 걸으니 다른 사람이 못 보고 지나치는 걸 발견할 수 있어. 그렇지? 음, 우리 겐지, 오늘은 뭘 가져왔을까?” 어머니가 그렇게 물으면 어린 겐지는 울면서 길가에 핀 꽃 이름을 말하기도 하고, 진기한 벌레 이름을 말하기도 했다. 논두렁 길에서 캔 미나리랑 뱀밥을 어머니에게 보여주기도 하고, 반들반들 빛나는 돌멩이를 내밀기도 했다. “어머나, 정말 멋진 걸 발견했네. 겐지는 예전부터 행운이 따르는 아이였어.” ---「발가락 없는 아이」 중에서 도쿄에서 상처 입고 도쿄 험담을 하면서도 우리는 줄곧 ‘도쿄 말’을 쓰고 있었다. 열여덟 살에 상경한 후 필사적으로 익히고 습득한, 이 억양 없는 도쿄 말을. 대화 상대가 같은 고향 사람인데도 주위의 시선을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이다. 모순이라 느끼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도 생각하고, 또 그렇게 생각하는 자신이 조금 싫어지기도 한다. 그렇게 또 우리는 우리 자신을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상처 입힌다. ---「같은 하늘 아래」 중에서 “고향의 과수원, 아빠랑 자주 산책했어요. ‘나나미, 별님 만나러 가자.’ 한손에 캔 맥주를 들고 아빠가 날 부르곤 했죠. 내가 손전등 담당이었는데 그 시간이 왠지 즐거운 거예요. 아빠랑 손잡고 과수원 한가운데까지 가면 거기서 일단 손전등을 끄는데, 그러면 별이 굉장히 많이 보여요. 캄캄한 시골 마을이니까.” “멋지겠다.” 나도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빌딩과 빌딩 사이로 뻗은 좁고 긴 하늘에 다섯 손가락으로 충분히 셀 수 있을 만한 별들이 뿔뿔이 흩어져 빛나고 있었다. 도쿄의 이 자그마한 하늘이 쓰가루와 연결된다고 생각하니 왠지 가슴이 뭉클해졌다. ---「같은 하늘 아래」 중에서 나 자신도 놀랐지만, 누군가가 내 가족을 무시하니 위장 부근에서 정체 모를 열불이 치밀어 올라 도저히 삼키기 힘들었다. 제정신이 들었을 땐 숫돌 위에 올린 칼을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호흡하는 방법조차 잊었는지 귀 안쪽에서는 쿨렁쿨렁 혈액 흐르는 소리가 들렸고 몸 전체가 딱딱하게 경직되는 듯했다. 유일하게 움직인 것은 입이었다. “아버지는, 자신의 칼을, 늘 소중히 다룹니다…….” 숫돌에 시선을 떨군 채 가까스로 쉰 목소리를 짜냈다. 주방장은 흥, 하고 코웃음을 쳤다. ---「피에로의 사연」 중에서 나나미를 알게 된 후 도쿄에 부는 바람의 질감이 조금 바뀌었다. 왠지 동그스름해진 느낌이다. 우리는 도쿄에서 이제 ‘혼자’가 아니라 ‘둘’이기 때문에 마음을 덮는 피부까지 두 배로 두터워진 듯했다. 요즘은 사소한 일로는 더 이상 마음에서 피가 흐르지 않았고, 가끔 푹 찔려서 상처가 나도 함께 슬퍼하거나 웃어넘겨주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만으로 그 상처가 달콤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나나미와 나는 이제 도쿄를 험담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자극적인 도시에서 모험하는 마음으로 함께 즐기자는 입장이 되었고, 언제부턴가 우린 둘 다 도쿄라는 이 도시를 좋아하고 있었다. ---「도쿄에 부는 바람」 중에서 고교 시절이란 참 신비로운 시기다. 터무니없는 모순으로 가득했기에 그만큼 자유로운 시절이기도 했다. 미래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안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눈부신 희망도 분명히 느꼈다. 품어왔던 꿈을 포기하기에도 필사적으로 좇기에도 딱 좋은 미묘한 계절이었다. 앞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원하는 대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지만,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자신감이 사라져 있었다. 삶의 의미를 알 수 없어서 암흑에 갇힌 것 같다가도 그 중심엔 뭔가 소리 치고 싶은 열정과 흥분이 도사리고 있었다. 모든 것을 얻을 가능성을 가진, 텅 빈 손. 그러나 아무것도 쥐고 있지 않기에 불안하다. 고교 시절이란, 그런 우주 같은 수수께끼로 가득한 시절이지 않았던가? ---「귀향」 중에서 쓰가루 메밀국수는 도쿄의 그것과 만드는 법이 완전히 다르다. 우선 메밀가루에 뜨거운 물을 붓고 반죽을 한다. 그걸 주먹 크기로 둥글게 빚어 하룻밤에서 이틀 밤 정도 우물물에 담가둔다. 물에서 꺼낸 반죽에 콩즙과 콩가루를 섞어서 얇게 펴고 자른다. 그 면을 삶아 국물에 넣고 바로 먹으면 된다. 또 다른 방법도 있다. 삶아서 바로 먹지 않고 일단 식힌 다음, 면을 1인분씩 사리로 만들어 다시 하룻밤에서 이틀 밤 정도 놔뒀다가, 먹을 때 다시 재빨리 데쳐서 국물에 말아 먹는 방법이다. 후자가 바로 전통 쓰가루 메밀국수이다. ---「귀향」 중에서 묻고 싶은 건 산더미 같았지만 일단 우리는 오랜만에 만난 기쁨을 나누며 서로의 어깨를 두드렸다. “내 아들, 겐이야.” 겐이라 불린 소년이 싱긋 웃으며 나를 보았다. 그러고 보니 고교 시절 마사무네의 모습을 닮은 것 같기도 했다. “너, 결혼했어?” “응. 이혼도 했지.” 눈썹을 팔자로 내리고 쓴웃음을 짓는 표정은 옛날 그대로다. ---「귀향」 중에서 셋이 배를 잡고 웃는다. 나는 약간 기분이 복잡한 웃음이었다. 미즈키가 지칠 때까지 웃다가 눈에 눈물을 담은 채 중얼거린다. “아~아, 왠지 신비로워, 추억이란 거. 즐거웠던 일도, 안타까웠던 일도, 죽을 만큼 슬펐던 일도, 결국은 모두 웃을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되네.” 분명 그랬다. 그땐 그때대로 있는 힘을 다해 살았다. 설마 10년 후에 이처럼 웃을 수 있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러게 말이야…….” 미즈키가 한 말을 마사무네도 조용히 음미하는 듯했다. 이때 우리 사이로 세피아 색 공기가 흐르기 시작하면서 조금 전까지 선명한 칼라였던 추억이 차츰 멀리 떠나가고 있었다. 달콤한 과거에서 현실 세계로 두둥실 돌아온 듯한 신비롭고 쓸쓸한 기분을 느꼈다. ---「귀향」 중에서 “이건 내가 어릴 때, 이 식당을 처음 만든 할아버지한테 몇 번이나 들은 이야긴데.” “네…….” “모든 일의 끝에는 반드시 감사가 있어야 한다……. 그렇게 배웠단다.” “감사?” “그렇지. 어떤 일이든 마지막엔 감사하는 마음으로 마무리해야 한다는 것. 그렇게만 한다면 모두가 좋은 기분을 간직할 수 있다고 초대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단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어깨를 주무르며 아버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 말을 생각하면 식당 주인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 하루에도 몇 번이나 손님에게 ‘감사합니다’ 인사하잖니?” “네.” “고맙다거나 감사하다는 말은 뭐랄까, 좀…… 신비한 힘을 가진 것 같더구나.” ---「아버지」 중에서 좌절한 우리는 잠시 쉬기로 했다. 흔들리는 보트에 몸을 맡긴 채 머리 위를 올려다보며 밤 벚꽃의 아름다움에 젖는다. 나나미는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암흑 속에서 카메라를 들여다보는 나나미의 자태가 묘한 멋을 발했다. 나는 그 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나미는 사진작가를 꿈꾸고 있다. 그러나 나는……. 만약 떨어지는 벚꽃 잎을 잡는다 해도 나나미와 나에게 ‘영원’이 있을까? ---「약속」 중에서 세 사람이 숨을 죽이고 지켜보는 가운데, 욧짱은 양손을 입가에 대고 뱃속의 작은 생명에게 속삭이기 시작했다. 여태까지 들어본 적 없는, 따스한 온도를 지닌 음성이었다. “어이, 오모리 2세. 내 목소리 들려? 이 자개는 말야, 너의 손자한테 주는 거야. 그러니까 미안하지만, 네 것도 아니야. 나는 분명 너보다 먼저 죽을 테니 그때가 되면 이 세상에 없겠지만, 넌 내 마음을 손자한테까지 반드시 전해줘야 해. 알겠지? 부탁한다.” ---「영원한 선물」 중에서 ‘오모리 요이치’라는 이름은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제목란에 [꿈은 일본 제일의 식당]이라 적힌 걸 보고, 나는 무심코 심호흡을 했다. 허용되는 문자수에 맞춰 최대한 길게 적어둔 글을 차분한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다. 벽시계가 뎅 하고 한번 울었다. 그러고는 똑딱 똑딱 똑딱 다시 시간을 새기기 시작한다. 미래를 과거로 바꾸는, 그 어떠한 것에 대해서도 평등한 리듬. 그렇게 모두 조금씩 성장하며 나이를 먹는다. ---「에필로그 ‘어떤 하루」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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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것은 시간을 넘어 이어진다”
100년의 시간을 잇는 사랑과 인연의 이야기 베스트셀러 《무지개 곶의 찻집》 《당신에게》의 모리사와 아키오 신작 장편소설 ‘제2의 아사다 지로’ 모리사와 아키오. 100년의 시간을 넘어서는, 변함없이 소중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다 베스트셀러 《무지개 곶의 찻집》 《당신에게》의 모리사와 아키오가 펼치는 사랑과 인연 1969년 일본 지바 현에서 태어나 와세대학 인간과학부를 졸업한 모리사와 아키오는 ‘제2의 아사다 지로’(《철도원》 《프리즌 호텔》의 저자)라 할 수 있을 만큼,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과 인생을 잔잔하고도 가슴 울리는 이야기로 담아내는 작가이다. 바닷가 찻집에 들러 상처를 치유받고 희망을 수혈받아 떠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무지개 곶의 찻집》, 사별한 아내가 띄운 마지막 편지를 찾아 떠나는 남편의 여정을 그려낸 《당신에게》 등의 베스트셀러를 잇는 《쓰가루 백년 식당》은, 순수한 젊은이들의 사랑과 방황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는 가치와 소중한 인연을 그린 모리사와 아키오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쓰가루 백년 식당》은 1800년 중반 메이지 시대 쓰가루(津?)에서 시작된 오모리 식당 창업주인 1대 겐지와 그의 부인 도요의 애틋하고 정겨운 사랑 이야기, 4대째 후손인 요이치와 요이치의 여자친구 나나미의 아기자기하고도 위태로운 사랑 이야기로 구성된다. 주인공 요이치의 아버지이자 현재 오모리 식당의 주인인 데쓰오가 프롤로그에 등장하고, 요이치의 어머니인 아키코가 에필로그에 등장해 소설의 문을 닫는 독특한 구조이다. 가업으로 이어온 고향의 메밀국수집 ‘오모리 식당’을 떠나 고독한 대도시 도쿄에서 아르바이트로 살아가는 요이치. 사진작가의 꿈을 품고 상경해 현장에서 부딪히며 성장하는 나나미. 같은 고향 출신에 엉뚱하고도 순수한 두 사람은 우연히 만나 운명처럼 사랑에 빠지고, 고독하고 차가운 도시 도쿄에서 서로의 존재를 통해 깊이 위로받는다. 그러나 언젠가는 고향에 돌아가 가업을 이어야 할지도 모르는 요이치와 도시에 남아 사진작가로 활동해야 할 나나미는 이렇듯 서로 다른 미래를 구상하면서 갈등과 오해가 깊어가는데……. ‘쓰가루’는 일본 아오모리 현 서부 지역을 뜻한다. 에도시대에 쓰가루 씨가 지배한 영역이라는 이유로 이런 호칭이 붙었다는 설도 있다. 《인간실격》으로 유명한 다자이 오사무의 고향이기도 한데, 그가 쓰가루 지역을 여행하고 쓴 기행문 형식의 소설 《쓰가루》로 인해 더 유명해진 곳이다. 현대 젊은이들의 풋풋한 사랑과 함께, 간직해야 할 소중한 가치와 고향의 정감을 다룬 《쓰가루 백년 식당》은 벚꽃 잎이 흩날리는 쓰가루에서 100년의 시간을 넘어 영원으로 이어지는 사람과 사람, 사랑과 인연의 이야기를 전한다. 섬세하면서도 곳곳에 유머감각이 돋보이는 문장, 주변에서 한 번씩은 만나본 듯한 친근하고 정감 어린 등장인물과의 에피소드를 읽는 동안 독자는 어느새 흐뭇하고 따스한 미소를 짓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가장 흔한 곳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길어 올리는 따스하고 유쾌한 시선의 작가 모리사와 아키오는 소설 · 에세이 · 논픽션 · 그림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필력을 발휘해왔다. 과거와 현재, 카페 여주인에서 웨이트리스, 방황하는 이 시대의 청춘까지 다양한 주인공을 넘나드는 모리사와 아키오 작품을 관통하는 공통점은, 작지만 소중한 것들과 하루하루의 일상에 대한 따스한 시선이다. 별다를 것 없는 에피소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들, 누구나 한 번쯤은 느끼고 겪어봤을 상처와 기쁨들. 그러나 이러한 평범한 사람과 사건들이 모리사와 아키오의 재치 있고 간결한 문장을 거쳐 아주 특별하고 소중한 순간으로 탈바꿈한다. 커다란 각오나 부담감 없이 모리사와 아키오의 책을 펼친 독자들은, 가끔은 키득키득 웃다가, 이내 흐뭇하게 미소 짓다가, 눈가를 촉촉이 적시는 감동에 젖어들게 된다. 《쓰가루 백년 식당》과 《당신에게》 모두 일본에서 영화로도 제작되어 호평을 받았고, 일본의 ‘국민 배우’ 요시나가 사유리, 다케우치 유코(〈지금, 만나러 갑니다〉〈골든 슬럼버〉〈장미 없는 꽃집〉 등 주연), 아베 히로시(〈테르마이 로마이〉〈트릭〉〈걸어도 걸어도〉 주연) 등이 출연하는 《무지개 곶의 찻집》도 2014년 가을 개봉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