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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사랑의 슬픔
사랑이란 게 그렇지, 뭘/ 꽃이 져도 오시라기에/ 영도의 바다가 울렁거린다/ 사랑을 선택하다, 결국/ 열정을 흔드는 울음/ 망미단 골목에서 한탸를 찾다/ 아이오와의 푸른 얼굴/ 앨리스의 고양이는 어디로 갔을까/ 달콤한 인생/ 구멍가게가 있는 풍경/ 청춘, 그 설렘의 푸른 언어/ 이별도 사랑일지 몰라 2부 인생은 왜 그럴까 카프카와 함께 빵을 먹는 오후/ 그대 어디로 떠나고 싶은가, 지금/ 세상의 무언가를 기억하는 일/ 낯선 고것/ 템페스트, 그 폭풍 속으로/ 의자, 그 미학적 거리/ 떠다니는 배와 작은 물방울/ 모퉁이 커피숍의 빵 굽는 냄새/ 뒷이야기가 더 궁금하다/ 당신은 어떤 집에서 쉬고 싶으세요?/ 삼켜진 영혼들/ 살아서 건너오는 글 3부 추상적인 너무나 추상적인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의 황홀한 만남/ 우리가 이만 원으로 책을 산다고 생각하세요?/ 우리들의 이력서/ 모자와 불안에 대한 이상한 가역반응/ 부풀린 영혼/ 당신의 시간을 빌려주실래요?/ 농담과 과학 사이/ 그래서 도망칠 수 있었다/ 고요에게 손을 내밀다/ 누구를 위한 왕관인가/ 마지막 골목의 몽상가/ 팅커 벨의 금빛 가루 4부 상실의 시간을 지나 느린 거북이가 늘 머릿속에 있었지/ 탈진했지만 우리는 아직 살아 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와 악수를 하다/ 나무도 조금씩 흔들린다/ 어느 돌 위에서 낮잠을 자다/ 침묵에 대한 세 가지 시선/ 붉게 울다/ 선택하는 인간의 괴로움/ 비밀의 방/ 말을 담는 그릇, 목소리/ 당신들의 에덴을 위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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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의 문에는 작은 유리창이 끼어 있었는데 불빛을 가리느라 늘 까만 천을 대었다. 그 조그만 네모 유리창은 책의 세계로 가는 비밀의 문이었고, 새어나갈까 두려워했던 불빛은 내 영혼의 타오르는 심지였을 테지만 그때는 작가를 꿈꿔서라기보다는 그저 책 읽는 게 좋았다.
--- p.6 톰 골드의 말처럼 인간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불행할 때에만 제 존재를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인식은 때론 책 속에서만 존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현실에까지 뛰쳐나와 사랑하는 이들을 힘들게 하지 않았으면, 그냥 카프카와 함께 빵을 먹으며 웃었으면, 빵 냄새가 폴폴 나는 그런 따스한 오후였으면…. 하루쯤 &카프카와 함께 빵을 먹는 아름답고 행복한 오후&여도 세상은 아무 일도 없을 텐데. 그렇지 않나. --- p.93 또 잡힌다. 결국 잡히고 만다. 말뚝처럼 콱 꽂혀버린다. 겨우 한 줄의 문장에, 푹 빠진다. 두 줄도 아닌 한 줄에 온통 정신이 나간다. 문장의 막강한 힘에 나는 맥이 풀리고 만다. 내 심장은 아마 힘들 것이다. 주인장이 잘 놀라고, 저리 절망하고, 미친 듯 행복하니 불행하니 탄식하고, 잘 생긴 문장 하나 보고도 이렇게 난리를 치니 참 귀찮고 유난스런 존재일 것이다. 누가 뭐래도 나는 오늘, 저 한 문장에 몸을 떤다. --- p.105 글을 쓰다가 잠시 쉬느라 쳐다봤던 그 창들. 창은 생각을 펼치기도 하고 모아주기도, 숨을 쉬게도 하고 마음을 멀리 데리고 가기도 했다. 가끔 창밖의 세상이 창 안의 세상으로 들어와 악수를 하며 웃어주었다. 창은 길이다. --- p.145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잠든 밤, 잠 못 자고 읽은 책과 마음으로 글을 되새김질한 시간 속에서 문장이 새로이 생겨난다. 결핍된 문장이 채워지고 지운 문장이 되살아난다. 어둠 속에 두고 물만 주면 자라는 콩나물처럼 문장은 우리의 생각을 먹고 자란다. 술이 익듯이 성숙해지려면 시간이 좀더 필요하다. 우리 머릿속, 허공이라는 공간에서. 사람들 마음 속 깊은 곳이나, 종이나 화면 위 톡톡거리는 손가락 아래에서. 아니 우리 영혼 안에서. --- p.1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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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라는 창을 통해 내내 바깥을 내다보았으나
읽은 것은 결국 내마음이었다 그녀의 세상은 많은 부분 책과 그림, 음악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여정은 잔잔하지만 뜨겁고, 험난하지만 아름다우며, 형이상학적인 듯하지만 일상과 밀착되어 있다. 어느 날 문득 세상에 던져져 경험한 세상을 '나'라는 프리즘을 통해 통과하여 새로운 빛을 만들어내는 것이 삶이다. 자신이 읽은 세상을 자신의 언어로 창조하는 것이 작가의 일이다. 바쁘게, 쏜살같이 달려가는 세상을, 이경은 작가는 자꾸 붙잡는다. 난 이제 틀렸어, 하고 주저앉지 않고, 나랑은 상관없는 세상이라며 외면하지도 않고, 계속 들여다보고 말 걸고 대화를 시도하며 사귀려 노력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미술과 음악을 즐기고, 후배들과 부지런히 소통하며, 무엇보다 무식하게, 책을 읽는다. 작가 이경은의 책 읽기는 일상이다. 누군가 슬쩍 알려준 낱말 하나를 디딤돌 삼아 낯선 세계로 건너가고, 여행길의 방문지에서 알게 된 작가의 전집을 무턱대고 사들이는가 하면, 남의 하소연을 듣다가도 카프카의 소설을 떠올려 새로운 이야기를 이어간다. 은퇴한 남편이 취미로 하는 사진에 단상을 붙여 두터운 포토에세이집을 만들어내고 서점을 찾아다니며 책이 이어준 인연과 수다를 떤다. 세계관에 대한 폭넓은 탐구는 그녀를 과학의 세계로 인도하기도 한다. 과학자의 실패담이 주는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과학자의 문장에 심취하며 추상적인 관념으로 가득찬 자신의 머릿속을 물리적인 사실과 과학적 증명의 공기로 환기시킨다. 늘 새로운 콘텐츠를 발견하고 그것에 반응하는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는 작가의 힘이 오롯이 담긴 이 책은 항상 읽고 쓰는 일을 멈추지 않는 그녀의 실천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보여준다. 그것은 무한대의 긍정성이다. 삶이 어떻게 흘러가든, 세상이 어떤 험악한 모습을 보이든 자신의 공간을 깊고 넒은 앎에의 추구와 깃털처럼 가벼운 발걸음의 수없는 반복으로 채워넣는다. 이 책을 읽어가다 보면 일상의 모든 순간을 예술적 경험으로 승화하려는 자기만의 방식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조각조각 나누어주려는 그녀의 지극한 나눔은 독자에게 책 읽는 순간의 행복을 선물처럼 건네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