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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 Lev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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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시 온 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예요. 사실, 어제 들은 이야기 때문에 혼란스러웠어요.” 앨리스가 고백했다.
“그래서 뜬눈으로 밤을 새웠고요, 당신 때문에.” “이해해, 네 입장이라면 나도 그랬을 테니까.” “진실을 말해주세요, 정말로 어제 그 모든 걸 본 거예요?” “진실? 맙소사, 미래는 대리석에 새겨져 있는 게 아냐. 너의 미래는 너의 선택으로 이뤄지는 거니까.” --- p.55 친구야, 이제부터 내 말 잘 들어. 브라이튼에서 크리스마스이브를 보낸 뒤로 너는 더 이상 예전의 네가 아니야. 네 안에서 너를 괴롭히는 무언가, 보이지 않는 작은 불씨들이지만 밤에는 불을 일으키는 거야. 그러니까 너도 나처럼 벽장에서 뛰쳐나와. 나는 두려움을 억누르면서 런던 거리를 뛰어다녔어. 벽장 안에 웅크린 채 미쳐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뛰쳐나가는 게 더 견딜 만하더라고. --- p.102 ‘근데 너는 어떻게 이 모든 냄새를 맡을 수 있을까?’ 엄마는 이해하지 못하셨어, 내가 내 삶의 매 순간을 그런 특별한 냄새로 기억해둔다는 걸. 냄새는 나의 언어였고, 나를 둘러싼 세상을 배우는 방법이었다는 걸. 나는 지난 시간들의 냄새를 추적할 수 있어. 수십 개의 냄새를 종류별로 구분할 수 있거든. 나뭇잎을 타고 흘러내리다 이끼와 섞여서, 태양이 숲의 향을 더해주는 순간에 피어나는 비 냄새, 여름의 건초와, 우리가 숨던 헛간의 짚 더미, 네가 나를 밀쳐서 엎어졌던 퇴비 냄새…… 그리고 열여섯 살 내 생일에 네가 선물한 라일락 꽃향기도. --- p.242 “내 말은 두 분이 특별한 사이냐고 묻는 겁니다.” “그게 당신과 무슨 상관인데요?” “어, 방금 그거 대답한 겁니다.” “아니, 난 대답 안 했어요, 다 아는 것처럼 굴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미스터 가이드!” “갈구는 거 보니까 내가 예민한 곳을 건드리긴 했나 봐요.” “나는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에 대해 갈구고 그러는 사람이 아니에요! 그리고 난 당신을 갈구지 않아요, 그럴 이유가 전혀 없으니까.” “아무튼 내 질문에 아직 대답 안 했습니다.” --- pp.258~259 고통스러워하는 어머니를 보면서 깨달은 게 있었거든요. 한 남자가 여자를 사랑한다는 것은, 한 여자의 아름다움을 꺾어버리고 안전한 곳에서 지극한 사랑을 받고 있다고 느끼도록 온실 안에 가둬버리는 것임을. 시간이 흘러 그 아름다움이 시들면 남자들은 다른 꽃을 꺾으러 떠나죠. 그래서 나는 다짐했어요. 어느 날 내가 사랑이라는 걸 하게 된다면, 진정으로 사랑하게 된다면 그 꽃을 절대 꺾지 않고 지켜주겠다고. --- p.265 가슴속에 각인되어 있는 순간들, 증발해버린 특별한 순간들을 상기시켜 주는 향수, 어떤 장소를 떠오르게 하는 향수예요. 후각적 기억만이 유일하게 절대로 흩어지지 않는다는 거 알아요? 사랑했던 이들의 얼굴은 세월이 흐르면 지워지고 목소리도 잊히지만, 냄새만은 아니에요, 절대로. 미식가인 당신이 어린 시절에 먹던 음식의 향이 기억을 불러일으키면 모든 것이 되살아날 거예요, 사소한 것까지 모두 다. --- p.29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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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이브의 한 놀이공원에서
인생을 영원히 바꿔놓을 사건이 시작되다! 향수를 제조하고 디자인하는 조향사인 앨리스는 여가 시간이면 친구들과 함께하며 평온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서점에서 일하는 샘, 트럼펫 연주자 앤턴, 간호사 캐럴, 그리고 거리에서 노래하는 에디.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상처를 지닌 앨리스에게 친구들은 매 순간 희로애락을 나누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그렇게 앨리스는 비교적 행복했다. 크리스마스이브 전날 만난 점쟁이의 예언을 듣기 전까지는. 그날 친구들과 함께 찾은 놀이공원에서 점쟁이는 앨리스에게 ‘자신을 기다리는 인생을 위해 여행을 떠나라’는 말을 남긴다. 운명이니 점괘니, 미래를 점치 타로 카드니 하는 것들을 무시하고 살아왔지만, 앨리스는 그 말을 마음속에서 지울 수 없었고 이후 매일 밤 현실보다 더 생생한 끔찍한 악몽에 시달리게 된다. “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남자, 그 남자가 방금 전 네 뒤를 지나갔어. 그를 찾으려면 여섯 명의 사람을 만나야 해.” 앨리스는 점쟁이의 예언을 이정표 삼아 이스탄불로 떠난다 한편 앨리스의 옆집 이웃이자 독신남 달드리는 까칠한 태도와 예의 깍듯한 행동 사이를 오가는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로, 교차로 풍경만 찾아 그리는 화가다. 트램 운전사와 마부의 언쟁, 참견하는 행인들, 아수라장 속 교통정리를 하는 경찰들, 그사이 실속을 차리는 소매치기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소한 일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 작업의 철칙이라면 철칙. 그런 그에게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햇살이 비치는 통유리창 아래에서 누군가에게 감동을 줄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단, 이 주택에서는 유일한 그 방이 앨리스의 차지라는 사실이 달드리에게는 가장 큰 골칫거리다. 그러던 중 평소 어머니를 힘들게 했던 아버지의 죽음으로 유산을 상속받게 되면서 달드리는 앨리스의 방을 자신의 소유로 할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간다. 그는 두 사람의 여행 경비 전부를 부담하고, 조향사와 화가인 직업적인 특성을 고려해 여행에 따른 수익 지분을 나누자는 조건을 내걸면서, 이스탄불로의 ‘비즈니스 여행’을 계획하게 되는데……. “기억에서 사라진 순간들을 되살리고, 잠든 장소들을 깨어나게 하고 싶어요” 한번 맡은 냄새는 영원히 기억하는 앨리스와 교차로만 찾아 그리는 화가 달드리의 이상한 여행 여행의 조건에서 목적까지, 출발 전부터 티격태격하는 앨리스와 달드리. 두 사람은 경유지인 오스트리아 빈에서 잠입하듯 몰래 들어가 관람한 오페라 〈돈 조반니〉부터 얼굴도 신분도 모르는 ‘신랑감’을 찾겠다고 방문 목적을 밝혀 통과 못 할 뻔한 튀르키예의 여권 심사대를 거쳐,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이스탄불에 도착한다. 그리고 바를 어슬렁거리면서 손님을 모집하는 가이드 칸을 만나면서 여행은 급물살을 타듯 빠르게 진행된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들어선 골목길에서, 악몽을 꿀 때마다 나타난 집과 동일한 장소를 발견한 앨리스. 발길 닿는 곳마다 골목 구석구석의 모습이 낯설지 않은데, 특히 그곳의 냄새는 앨리스의 기억 속을 헤집으며 새로운 진실들을 떠올려준다. ‘사랑했던 사람들의 얼굴은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지고 목소리도 잊히지만, 향기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평소 그녀의 믿음대로. 이제 두 사람의 여행은 ‘인생의 남자를 찾는 여행’에서 ’비즈니스 여행’으로, 그리고 ’잃어버린 과거의 비밀을 찾기 위한 여행’으로 또 한번 탈바꿈한다. 처음부터 너무도 친절했던 자칭 이스탄불 최고의 가이드이자 통역사 칸, 말 못 할 비밀을 숨긴 듯한 카디쾨이의 늙은 교사, 그리고 숲 전체를 그대로 재현한 향수를 만들어내는 이스탄불의 장인까지…… 마침내 앨리스는 점쟁이가 예언한 여섯 명의 사람에게 이르게 되고, 그 끝에는 앨리스의 출생과 가족사에 얽힌 충격적인 진실이 기다리고 있다. 반복되는 악몽과 여섯 번의 만남 끝에 앨리스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1950년대 런던과 이스탄불을 오가며 진행되는 이 소설은 자동차와 마차가 공존하고 비행기 여행이 드물던 시기, 핸드폰도 이메일도 없이 서신만으로 오로지 마음을 나누던 시기를 배경으로, 사랑과 우정, 관용과 용기, 신뢰와 공감 등 삶의 가치들을 풀어놓는다. 또한, 소설은 자신의 근원을 찾아가는 흥미진진한 모험을 다루면서도 아르메니아인 대량 학살과 1, 2차 세계대전이 남긴 상흔을 통해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적 아픔들을 일깨우고 있기도 하다. 이 모든 이야기들을 한 편의 소설 안에 담아내며 마르크 레비가 하고 싶었던 말은 어쩌면 “운명이란 것은 결국 우리의 선택으로 이뤄진다”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 선택은 곧 ‘사랑’과 ‘용기’에서 비롯된다는 사실과 함께. 오색찬란한 그랜드 바자에서 회색빛 베일에 가려진 보스포루스 해협까지, 천년의 고도를 누비며 놀라운 비밀을 하나씩 밝혀내는 달드리와 앨리스. 그들의 운명을 결정할 한 조각의 퍼즐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추천의 글 지금까지 마르크 레비가 쓴 최고의 소설 가운데 하나. _《르 피가로》 마르크 레비의 또 다른 성공._《익스프레스》 복잡한 사랑의 속임수. 이것이 바로 놀라운 이야기꾼 마르크 레비의 재능이다. _《르 파리지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