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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누구라도 이 꽃을
봄날은 간다 / 틀니 / 무밥 / 새 / 울 아버지 / 누에의 꿈 / 깎는다는 것 / 외갓집 가는 길 / 꽃 심기 / 둥지 / 눈사람 / 별 / 반려 / 김득구 선수의 추억 2부 당신이 가꾸시는 꽃밭은 몇 평 강물 / 석양 1 / 석양 2 / 모과나무 / 눈물에 대하여 / 기억 / 정지선에서 / 나비의 꿈 / 세 평 / 갈등 / 바람 / 하얌 1 / 하얌 2 / 어버이날 3부 당신을 담다 1분 영화 / 별똥 교수님 / 처음이었다 / 기짱 어른 / 낮은 땅에서 살아보려고 / 반가사유상 / 유림이 / 정희에게 / 경희 / 지리산 풍금소리 / 한 지붕 1 / 한 지붕 2 / 내 친구 이야기 1 / 내 친구 이야기 2 / 오줌발 내기 / 체 / 뭔 떡 할껴? / 박무식 / 화장하는 남자 4부 바람을 담다 바람개비 / 별똥별 / 풀잎의 노래 / 꽃향기 / 0.1mg 희망 / 나무의 기술 / 옹달샘 / 황지연못 / 꽃 / 깨와 좁쌀 / 복수초 해설 추억에서 찾아낸 시적 관조 · 이동순(시인, 문학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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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버린 시간에 대한 위로와 감사
황화섭 시인은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면서, 그 시간 속에 깃들어 있는 감동스런 순간들을 고요한 시어로 되살려놓는다. “밤에 살이 불어가는 이맘때쯤에는 무밥이 그리워진다.”(「무밥」)에서 알 수 있듯이, 시인이 그리워하는 것들은 삶의 원형에 닿아 있다. “살다가 가끔씩 아주 가끔씩은 내가 풀잎처럼 느껴질 때”(「풀잎의 노래」) 시인이 그리워하는 것들은 하나둘 정체를 드러낸다. 시인은 “기억의 처음은 내가 기어 다니다가 첫걸음을 걸으면서 똥을 내질렀다는 것”(「시인의 말」)이라고 고백한다. 그 ‘첫걸음’의 순간에 내지른 ‘똥’은 가장 원형적이면서 근원적인 삶의 모습이다. 그런 의미에서 “먼 훗날 어머니는 내가 그리워하는 별이 되었다.”(「별)」에서의 ‘별’은 ‘똥’과 상통하는 그리움의 한 형태이다. 시집 『낮은 데서 시간이 더 천천히』에는 황화섭 시인의 그리움이 곳곳에 스며있다. 시인의 그리움과 만나는 순간, 독자의 내면에 숨죽이고 있던 무수한 그리움도 눈을 뜬다. “꼬불꼬불 어머니 삶처럼 어느덧 이제 / 나의 삶이 되어버린 그 길”(「외갓집 가는 길」)처럼, 시인의 삶과 독자의 삶이 연결된다. 그리움을 시로 옮겨놓은 시인의 목소리에는 간절한 호소가 담겨 있다. 이러한 시적 호소는 지나버린 시간과, 그 시간을 견뎌낸 자신의 삶을 향한 위로와 감사의 표현이다. 시인의 삶과 문학을 이루는 힘과 신비 황화섭 시인은 “기억의 습작 연습은 내 삶의 중요한 일상이 되었”(「기억」)고, “꽃이 져도 그 향기는 바람 속에 남는다는 것을”(「바람」)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들길 걷다가 바람을 만나거든 안아주세요. / 다시 만나지 못할 바람을 안아주세요. / 먼 훗날 그 바람 그리울지도 모르니 꼬옥 안아주세요.”(「바람개비」)라고 말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시집 『낮은 데서 시간이 더 천천히』가 지니고 있는 아름다움은 더욱 단단해진다. “강물은 무심히 흐르면서 기억을 남”(「경희」)기는 것처럼, 우리의 삶은 매 순간 기억되기 위해 흘러가는 시간과 같다. 시인은 흘러가는 시간의 갈피마다 사람과 풍경을 정성스러운 방식으로 새겨놓는다. 이렇게 새겨진 기억의 힘으로 시인은 삶을 이어나가고, 그 삶은 오롯이 시가 된다. “시인은 기억 속에서 생명의 원천을 발견하고 현실 속으로 이끌어낸다. (황화섭) 시인은 이 기억이 지니는 비상한 힘의 위력과 신비함을 잘 알고 있”(「해설」)는 것이다. 시를 향해 나아가는 기억의 비밀통로 강길 따라 걷다가 길을 잃었다. 나는 걸음을 멈췄는데 내내 같이 걷던 강물은 제 갈 길을 가더라. 흐르는 강물에게 멈추라 할 수 없으니 무심한 강물에 내 눈물 한 방울 보태서 같이 흘려보냈다. ―「강물」 전문 “강길 따라 걷다가 길을 잃”는 순간, 자연의 순리에서 이탈하여 자기를 돌아보는 순간, 시를 향해 가는 기억의 비밀통로가 열린다. 그리하여 “제 갈 길을 가”는 강물에 “눈물 한 방울 보태”주는 일은 시인에게 주어진 시적 운명이 된다. 그 운명은 일상에 단단한 기억의 매듭을 만들어내고, 그 매듭은 때때로 스스로의 생을 돌아보게 한다. 『낮은 데서 시간이 더 천천히』에 담긴 시편들은 그동안 황화섭 시인이 생의 강물 위에 흘려보냈던 눈물의 언어이다. “나의 울음소리가 온 산천에 진달래꽃을 피워냈다.”(「봄날은 간다」)고 한 것처럼, 눈물이 피워낸 한 떨기 꽃 같은 시들을 읽다 보면 황화섭 시인의 맑고 투명한 삶이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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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화섭 시인의 첫 시집은 시인과 화자가 분리되기 이전의 어떤 원형에 대한 그리움으로부터 시작된다. 시인은 유년의 기억을 오늘의 푯대로 삼고 사는 사람 같다. 시인의 천진한 낭만주의자로서의 면모는 3부의 인물 서사를 끌어들인 시에서 천연덕스럽게 폭발한다. 경험과 상상이, 직설과 비유가, 과거와 현재가 한데 모여 냄비 속 태평추처럼 끓는다. 미사여구 이전의 생의 진정성이, 작위적 기법 이전의 풋풋한 감동이, 과도한 실험 이전의 문장의 고요함이 여기에 있다. - 안도현 (시인,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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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화섭 시세계의 배경 공간은 아름다운 내성천과 황지연못, 검무산과 외나무다리, 옹기종기 모여 사는 작은 초가집들의 마을, 예천 감천면의 아름다운 산골동네 정경들이다. 그곳에는 ‘동화식당’ 주인 부부의 살뜰한 설화가 살아있고, 백발노인 부부가 서로 오줌발 내기를 하는 기이한 동화를 연출하기도 한다. 그 여러 시적 질료들은 서로 교호하고 작용하면서 그윽한 관조의 풍경 내부로 들어가 제 자리를 잡는다. - 이동순 (시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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