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1부 펜 혹의 향기
독활 / 시인의 꽃 / 독수리 난민 / 백야와 흑야 사이 / 고래란 소리가 올 때 / 고래, 비치코밍 / 운명 / 고통, 고래 / 시로 가는 길을 묻기에 / 시를 쓰려면 / 혀꽃의 사랑법 / 사랑한다는 말은 / 금목서 여자 / 반짝반짝, 간질간질 / 황금세월을 사다 2부 수국총수국총 위대한 독서 / 꽃의 항의 / 수국이 핀다 / 수국총수국총 / 쪽빛 적멸 / 별불 / 만월 단청 / 쪽빛 화엄 / 복사꽃 목도리 / 쉿! / 머꼬? / 큰일 났다! / 때죽나무꽃인 듯 / 사는 것이 무엇인지 / 슴슴한 슬픔 3부 꽃가지의 금강보살 그냥 / 독거의?꽃 / 지리산서 백두산까지 / 내 탓, 네 탓 / 봄꿈, 진해 / 공존의 이유 / 꽃의 모성 / 선물 / 창조 중인 시인 / 죽음의 형식 / 은목서 사랑 / 저기 동백이 오고 있다 / 작별 / 수국이 피는 풍경 / 바다의 장례 / 제주 폭낭 / 왕년에, 왕년에 / 사랑, 그 불변 4부 가볍게 말하지 마라 11월의 사랑 / 오메보시 / 크샤나의 고래 / 줄가자미 맛에 대한 보고 / 봄 도다리의 고백 / 꽃에 자결을 허하라 / 침묵시위 / 인공위성0728 / 동백에 대한 편견 / 붉은 오로라 / 히말라야 작은 별 / 아마다블람 정상에 롯지를 짓고 / 풀꽃에 야단맞다 / 백시 해설 빈손의 시간을 견디는 고래의 화엄 · 이병국 |
정일근의 다른 상품
|
시를 쓰려면 자신의 목을 걸고 써라
정일근 시인은 “상처가 스승이어서, 병이 스스로 약을 찾아내는 일”(「독활-서시」)에 천착한다. 상처는 존재가 세상과 만난 흔적이고, 그 흔적을 통해 존재는 자신을 세상에 증명할 수 있다는 믿음을 얻는다. 이러한 증명의 과정을 두고 시인은 ‘병이 스스로 약을 찾아내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시인은 “내 목을 친친 감게 될 // 깊은 바다 무게 같은 운명”(「운명」) 앞에서 “등짝 갈라져 피가 나도록 고통스러운 시를 쓰는 날”(「고통, 고래」)과 마주한다. 시인에게 주어진 삶이 그러한 고통을 동반하는 운명이라면, “무진장 무진장 눈 오는데 // 누군가 다섯 수레 책 이고 지고 오는데 // 그의 발자국 눈에 찍히지 않는다면 / 그것이 시(詩)”(「시로 가는 길을 묻기에」)라는 인식은 시의 수행자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오랫동안 수행자의 자세로 시의 길을 걸어온 정일근 시인은 “누가 읽든 단숨에 시의 꽃이 피지 않는다면 시인은 그 자리에서 스스로 제 목을 쳐야 하리.”(「시를 쓰려면」)라고 강조한다. 『혀꽃의 사랑법』에 이별의 순간이 자주 나타나는 것은 정일근 시인이 자신의 목을 걸고 시를 쓴다는 증거이다. “온몸으로 사랑한다고 노래하지 않아도 / 11월 빛나는 영혼의 고백과 복종의 자세로 마주 서자”(「11월의 사랑」)고 다짐하는 시인의 태도는 얼마나 듬직한가. 이는 살아 있는 시, 생명 있는 시, 사람을 살리는 시를 향해 나아가려는 시인의 곧은 의지이다. 정일근 시인의 시적 수행은 자연의 시간과 흐름을 삶의 시간과 흐름으로 체화하며 이루어진다. 시인은 “풀리지 않는 시에 고민하다 백 살이 넘은 은현리 음나무 찾아가 답을 물었”다. 그러자 “백 년 가지 못하는 시는 써서 뭐 할라꼬”라는 물음이 되돌아왔다. 이에 시인은 “아뜩해지다가 온몸에 소름 가시 돋는”(「머꼬?」)다. 시인의 영혼에서 발화한 소름의 가시들은 시인이 쓴 시에 잠재해 있다가 시를 읽는 독자의 정곡을 찔러댄다. 그리하여 독자는 자신의 영혼이 살아 있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언어 없이 말하는 시 북해도 여행길에서 사 온 유리 펜으로 추운 바다를 닮은 블루블랙 잉크 찍어 시를 적었다 내 귀 얇아 주변의 부추긴 장단에 춤추며 그 시 액자에 담아 전시까지 했다 더러 돈 받고 팔려나갔고 더러는 폼 잡고 선물했다 내 시가 누군가의 어디에서 장식이 되는 것이 부끄러웠다, 나만 즐길 일을 무슨 자랑이었는지 오래 후회했다, 어느 날 누군가 말해주었다 액자 속 시가 볕에 바래 시나브로 사라지다가 내 도장 찍힌 빈 종이만 걸려 있다고! 이렇게 고마울 수가! 시침 뚝 떼고 말했다 나는 그런 적이 없다고, 그냥 하얀 종이만 건넸다고 종이에 붉은 도장만 찍어 드렸는데 보이지 않는 시를 읽은 당신의 시안(詩眼)이 대단하다고 그 시가 백시(白詩)란 내 대표작이라고, ―「백시(白詩)」 전문 시를 통해 무언가를 표현해내는 것은 시인의 책무이자 숙명이다. 어쩌면 영원과 영속을 꿈꾸는 헛된 욕망이지도 모른다. 정일근 시인은 즉물적 완결에 집착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시를 유예하고 우회하여 바라보고자 한다. 이러한 방식은 자신의 삶과 시를 성찰하는 과정으로 나아간다. 40년 동안 시를 써오면서 정일근 시인이 확인한 것은 “시가 볕에 바래 시나브로 사라지”고 남은 “그냥 하얀 종이”다. 언어 없이 말하는 시, 침묵으로 형상화하는 시, 그러한 경지에 이르기까지 시인이 쌓아온 웅숭깊은 내력이 시집 『혀꽃의 사랑법』에 오롯이 담겨 있다. |
|
꽃이라 쓰고 사람이라 읽는다. 삶이라 말하고 시라고 불러본다. 필멸을 사는 존재가 마주하는 크고 작은 삶의 불꽃들. 그 속에서 정일근의 시는 태어난다. “깊이에 비례하는 아픈 수압을 견디며”(「봄 도다리의 고백」), “고통의 순간순간 참을 수 없다는 듯”(「시인의 꽃」) 솟아오른다. 삶도 시도 순간에 피어나는 꽃! 적멸이고 화엄이다. - 휘민 (시인)
|
|
정일근 시인의 시가 지닌 진정성은 사회적 윤리의 당위론적인 응답을 넘어 자연의 섭리를 삶의 방식으로 일체화함으로써 이를 존재의 연원으로 삼는 데 있다. 그런 점에서 정일근 시인의 시적 발화는 침묵을 경유한 ‘고래(孤來)’의 반영태라 볼 수 있겠다. 시대와 사회, 이 세계를 온몸으로 앓으며 “오랜 겨울 춥고 적막한 빈손의 시간”(「11월의 사랑―노래하듯이」)을 견디는 고독한 존재의 내면을 톺는 시인은 만추의 계절에 닿아 삶이 내어주는 선물을 우리에게 넌지시 읊는다. - 이병국 (시인,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