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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선〉……, 그리고 〈고스트〉
세상에 무작위로 생기는 일은 없다 피터 레이크, 돌아오다 〈선〉…… ……그리고 〈고스트〉 한여름 페티파스에서의 이른 저녁식사 기계의 시대 4부 황금시대 구름 장벽의 매우 짧은 역사 배터리 다리 백마와 다크호스 아프가니스탄의 하얀 개 돌아온 어비스밀러드 엑스 마키나 첼시의 군인과 선원들을 위하여 불타오르는 도시 황금시대 끝마치며 역자 후기 |
Mark Helpr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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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히어리스 주민들에게까지 깊은 인상을 심어주고도 남을 만큼 엄청난 눈이 나무와 언덕을 절반쯤 덮어버린 채 공원을 가득 메웠다. 곧 죽은 듯 묻혀 있는 자동차들 위로 조용히 스키를 타고 지나가며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일이 거의 일상이 됐다. 공기가 어찌나 맑은지 사람들은 “흔들어라, 그러면 깨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매일, 매주, 매달, 살을 에는 듯한 농밀한 바람이 마치 분리된 빙하처럼 눈과 얼음을 밀어대며 북쪽에서 불어 내려왔다.
겨울은 엄청난 기세로 밀려와 폭발했다. 늘 실험과 극한의 계절이던 겨울은 누군가에게는 희열을, 누군가에게는 자살의 충동을 주었다. 겨울은 화강암 바위와 나무를 쪼개놓고 결혼의 서약을 찢어놓았다. 그것은 또한 겨울 로맨스의 비율을 세 배로 늘려놓았고, 썰매와 스키를 부활시켰으며, 뉴잉글랜드에 크리스마스에 관한 소책자를 다시 가져다주었고, 허드슨 강을 단단한 고속도로처럼 얼려놓았다. 심지어는 항구도 절반쯤 얼게 만들었다. ---pp.11~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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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을 넘은 현대 미국문학의 명작
1900년대 초반의 뉴욕, 정체를 알 수 없는 구름 장벽에 둘러싸인 뉴욕은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떠나는 도시다. 구름 장벽은 그 안으로 들어간 이들을 모두 삼켜버린다고 하는데, 삼켜진 이들이 어디로 가는지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인간에 손에 의해 태어나 인간과 함께 성장하고 늙어가는 도시 뉴욕. 어느 겨울날, 백마 한 마리가 주인의 손을 벗어나 마구간에서 탈출한다. 그리고 뉴욕 구석에 살고 있는 또 한 남자, 피터 레이크는 한때 몸담았던 조직, 쇼트 테일 갱단을 배신한 대가로 쫓기고 있는 신세다. 그는 우연히 만난 신비한 백마 덕분에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벗어나고, 백마와 함께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죄를 짓기로 한 피터 레이크는 새 출발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백만장자 아이작 펜의 저택에 침입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상한 소녀 베버리를 만난다. 아이작 펜의 딸인 베버리는 늘 열 때문에 상기된 얼굴로 독특한 언행을 일삼는 특이한 소녀다. 밤이면 저택 지붕 위의 텐트 안에서 잠을 자고, 미친 듯이 피아노를 치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 그녀는 지병 때문에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선고를 받은 상태다. 베버리는 자기 집에 침입한 도둑인 피터 레이크를 보고도 전혀 무서워하거나 경계하지 않는다. 피터 레이크는 이 이상한 소녀에게 걷잡을 수 없이 끌리기 시작한다. 마치 약속된 것처럼 사람에 빠진 두 사람. 하지만 피터 레이크는 도시를 지배하는 갱단에 쫓기고 있는 신세고, 베버리는 언제 병세가 악화될지 모른다. 뉴욕이라는 대도시를 배경으로 두 사람의 사랑, 그리고 인간의 삶, 문명의 발전, 정의에 대한 깨달음까지 담아낸 장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윈터스 테일》은 시작부터 독특한 분위기로 읽는 이를 사로잡는다. 뉴욕은 지금까지 수많은 소설과 영화의 배경이 되었던 거대하고 매력적인 도시지만, 《윈터스 테일》의 뉴욕은 굉장히 독특하다. 사람을 삼키는 구름 장벽에 둘러싸여 있는 이 도시는 엄청난 양의 황금을 실은 황금 운반선이 오가고, 지하에는 산 사람조차 물속에 가둬버릴 수 있는 기이한 묘지를 품고 있는 곳이다. 이곳을 무대로 살아가는 인물들 역시 범상치 않다. 먼저 지도에 없는 습지에서 자라 최고의 기계 기술자에서 갱단이 되었다가 마침내 도망자가 된 피터 레이크. 그는 도시 속에서 여러 가지를 얻고 또 잃어가는 인간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그리고 도시를 지배하는 쇼트 테일 갱단과 그 우두머리인 펄리 솜즈. 그는 대도시 속에 존재할 수밖에 없는 악과 범죄를 대변하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상하지만 순수한 소녀 베버리와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난 백마가 있다. 이 둘은 대도시의 혼란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사라지지 않는 순수함을 상징한다. 그 밖에도 다양한 인물들이 각각 도시 속에서 나타나고 사라지는 여러 가치들과 삶의 모습을 대변해주고 있다. 사실 인간의 삶은 도시가 만들어내는 것이다 《윈터스 테일》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마치 신화 속의 등장인물처럼 뚜렷한 개성을 가지고 도시의 여러 단면들을 상징한다. 그들의 말이나 행동은 때로는 지나치다고 느껴질 정도로 과장되게 묘사되어 있는데, 리얼리티보다는 비유와 상징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품을 쭉 읽어 내려가다 보면 그 과장되고 이상하게 보이던 인물들이 모여 오히려 리얼리티를 강조한 작품들보다 더 현실적인 그림을 그려내는 순간들이 많다. 세월을 넘어 수백 년간 꾸준히 사랑받아 온 고전 명작들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순간들이다. 그것이 바로 《윈터스 테일》이 ‘뉴욕 에픽’이라 불리며 오랫동안 미국 독자들에게 작품성을 인정받아 온 이유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저자 마크 헬프린은 신화적인 비유들을 사용해서 현대 인간의 삶과 자본주의 도시 세계의 단면들을 감각적으로 그려낸다. 그러면서 정의와 사랑 같은 보편적이지만 추상적인 가치들을 효과적으로 작품 속에 구체화한다. 이렇게 뚜렷한 메시지들과 함께 마크 헬프린 특유의 감각적인 묘사와 독창적인 은유, 아름다운 문장들이 더해져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지극히 신화적인 ‘또 하나의 뉴욕’이 탄생한다. 이 작품의 제일 중요한 주인공은 바로 뉴욕이라는 도시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최대의 도시인 뉴욕은 배경으로서도 이미 수많은 이야기의 가능성을 품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윈터스 테일》의 뉴욕은 단순한 이야기의 배경이 아니라 주인공이다. 저자는 여러 인물들을 통해 처음에 도시를 만든 것은 인간이지만 결국에는 그 도시가 인간의 삶을 결정하게 됨을 보여준다. 뉴욕이라는 대도시가 지니고 있는 장대한 역사와 그 속의 삶들을 1000페이지 남짓의 소설 한 편에 담는다니, 무모한 도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저자 마크 헬프린이 그 무모한 도전을 통해 그리고자 했던 것, 그리고 마침내 그려낸 것은 바로 도시 그 자체의 삶이었다. 저자는 독창적인 상징과 은유를 통해 셀 수 없는 인간과 문명, 그리고 물질이 모이는 대도시의 삶이야말로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삶 그 자체라는 사실을 전해준다. 뉴욕보다 더 많은 인구가 모여 사는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를 가지고 있는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꼭 도시가 아니더라도 이미 언론과 자본이 만드는 문명의 거대한 흐름에 휩쓸려 살아가고 있는 현대의 독자들에게는 더욱 특별한 가치를 가지는 작품이다. 처음에는 신화와 역사, 현실과 환상, 사랑과 정치, 야망과 배신이 뒤얽혀 수많은 이야기에 한 번에 펼쳐지는 이 작품과 보조를 맞춰가기가 힘들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지막 여정까지 함께한 다음에는 이런 작품이기에 그 거대한 도시를 오롯이 담아낼 수 있었다는 평가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대도시 그 자체를 한 편의 소설로 담아낸 장대함부터 그리고 아주 사소한 장면이나 복선까지도 이야기의 일부로 승화시키는 섬세함까지, 곱씹어 읽으면 읽을수록 새로운 감동을 발견하게 되는 작품이 바로 《윈터스 테일》이다. 독자에게 아부하는 듯한 가벼운 소설에 질려 있던 이들, 세월을 뛰어넘어 오랫동안 곱씹으며 다시 읽고 싶은 소설을 찾고 있던 이들에게는 오랜만에 현대문학의 무게감을 다시 느끼게 해줄 작품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