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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례
005 시인의 말 ____ 제1부 013 신종직업이 필요하다 014 안녕 016 이끼 바위 018 부력 019 한 목숨의 긴 내력 020 여치 시인 021 확인 022 동거자의 거부 024 할머니와의 약속 026 마디 027 우리란 말을 028 목련꽃 피고 지고 ____ 제2부 031 돌배나무 일기 032 따로따로 함께 034 풍차 036 늦봄비 037 풀꽃 성자 039 부엉이의 노래 041 그리움의 중심 043 시인의 꿈 044 왼손의 드레 046 저만큼 안에 이만큼 048 사슴의 울음을 보다 050 저 높이 레드우드 나무 앞에서 ____ 제3부 055 마주서서 웃다 056 뽕나무 앞에서 058 춤추는 그림자 060 몸으로 끝 자 음미하기 062 오늘의 기도 064 그대여, 함께 066 사람의 향기 067 상자 속에 그 샘물 069 언제라도 070 기도하는 풀벌레에게 072 간이역 073 나무친구 자카란다에게 ____ 제4부 079 Carve Away the Shade 081 The dignity of my left hand 085 Can You Hear the Tree Rings? 089 Going to My Star 093 Companion 096 The Fox I Met on Mount Diablo 100 A Reply Several Millennia Ago 104 The Water Droplet’s Song 107 The Sound of Frost 111 An Excellent Photograph 115 Song of Heaven 119 A Window in the Sky 121 Whale Tail 125 Hanging a White Flag 129 The Weight of a Single Leaf 131 Inheritance(Abalone) 133 시인의 산문 | 내 시집을 말한다 | 유봉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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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왼쪽 손을 무릎 위에 올리는데
중닭의 무게다 오븐에 놓고 찜통에 넣던 통닭무게 악수할 때 나선 적 없고 중요한 서류에 싸인해 본 적 없지만 반가운 포옹에는 조용히 오른손을 마주 잡아 따듯한 둥지를 만들어 주고 기도할 때는 다소곳 정성을 보태주던 왼손 그러다가 휘청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라도 하면 온 힘으로 버텨서 기어코 몸을 일으켜 세워주던 거침없이 찬조 역에서 주역으로 건너뛰던 왼팔과 왼손 새삼스레 왼손을 쓸어본다 나비의 양 날개처럼 새의 두 날개처럼 양쪽 팔과 손이 함께할 때 푸른 하늘이 열리는 걸 이제 알았다 닭은 날개 달린 공룡의 후손이라며? 중닭의 무게가 왼팔의 드레*가 되는 이 시간 우리란 말을 고요히 완성시키는 세상의 왼손들에게 고마움을 * 사람의 품격으로서 점잖은 무게 ---「왼손의 드레」중에서 겨울비 봄비처럼 내리는 한낮 건너편 파란 능선이 보드랍다 한번 굴러보고 싶은 30도 능선 가보면 질퍽이는 흙탕 밭 휘돌아서 숲으로 들어가면 낙엽들이 빗물을 머금고 가는 발걸음 내내 따라오는 길 그대여, 오셨는가 귀에 익은 홀로움의 저 발자국 소리 흔들리는 앞니를 빼어 지붕 위에 얹고 새는 바람 부끄러워했을 그때부터 내 곁을 맴돌던 그대 그대는 알 수 없는 수화로 구름을 피워 밤낮없이 차가운 비 뿌렸고 나는 먼 이방의 나라로 숨어도 보았지만 세상은 이미 공개된 다빈치 코드 이제 그대 이름 차라리 정답게 부르니 나를 오래 따라오며 다리 아픈 그대 홀로움이란 이름의 친구여 어서, 내 어깨에 기대시라 ---「그대여, 함께」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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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조각가는 대리석 안에서 어떤 상을 미리 보고 그것이 원하는 대로 손을 움직여 작품을 탄생시키고, 유능한 정원사는 나무 앞에 서면 실제로 나무가“여기 좀 다듬어 주세요.”하는 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이런 경지에 이르도록 끝없이 노력하는 사람만이 진정한 시인일 것이다. 그러나 그 길은 너무 아득하다. 잡힐 듯 잡히지 않고, 보일 듯 보이지 않지만 따라가야 하는 길. 어떤 절대나 절정의 세계에 이른다는 것이 쉬운 일이겠는가. 그래도 시인은 그런 절대의 언어를 향해 나아가는 자가 아닐까.
- 자서 우리는 언제나 한 존재의 소중함을 뒤늦게야 깨닫게 되는가. 매일 오른 손을 중심으로 이어가던 삶에서 어느날 왼손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낄 때 있으니. 그 왼손은 누구와 악수할 때도 사인을 할 때도 그것을 오른 손에게 양보하였다. 그러나 반가운 사람을 만나 포옹할 때 왼손은 조용히 오른손을 마주 잡아 따듯한 둥지를 만들어 주었다. 또한 기도할 때도 왼손은 다소곳이 정성을 보태어주었다. 어느날 느닷없이 몸의 균형 잃고 넘어질 때. 왼손은 자기를 먼저 내던져 우리 몸을 보호한다. 그러니 왼손이 없다면 삶의 기쁨과 지극한 정성도 성취할 수 없는 것. 오른손만으로는 어느 것도 완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인은 1970년에 도미하여 샌프란시스코 부근의 월넛 크릭(Walnut Creek)에서 살았다. 버클리문학 활동을 펼치며 좋은 시를 썼다. 2014년 한국에서 ‘시인들이 뽑는 시인상’을, 그리고 2018년에는 ‘제1회 시와정신해외문학상 시인상’을 수상하였다. 2022년 여름 ‘시와정신국제센터’에서는 8월 2일 샌프란시스코 라스모어 달러 하우스에서 시상식을 열었다. 시인은 다소 불편한 왼손을 오른 손으로 감싸 쥐고 있었다. 오른 쪽과 왼쪽이 서로 존중할 때 우리 사회도 아름다운 꽃을 피우느니. 시인은 ‘우리’라는 말을 고요히 완성시키는 세상의 왼손들에게 극진한 고마움을 전하고 있었다. - 2022. 8. 2. 제1회 시와정신해외문학상 수상식장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