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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5 시인의 말
____ 제1부 017 그대를 만나게 되리 018 바람에 기대어 019 한 얼굴이 있습니다 020 이별 인사 021 그러며 꽃 피는 것이다 023 숲으로 모입니다 024 마지막 달력을 넘기며 025 달맞이꽃 026 침묵의 축제 027 편지 029 그때는 알게 될 거야 030 그대가 보고 싶으면 031 길거리에서 만난 너 033 그대는 내게 멀지 않구나 034 그대라는 깊이 ____ 제2부 037 꽃이 필 때 039 지구의 저편에선 040 가지치기 041 목련 042 들꽃 044 구름 이야기 045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 046 제비꽃 047 바람 한 점 049 별을 사랑하십니까 051 나팔꽃 052 눈물을 털어내는 어둠 ____ 제3부 057 걸음을 멈춘 자리 058 첫눈 060 그대의 봄이 되어 061 아직은 기다리는 아침 063 씨앗 한 톨의 기적 064 잠든 사이 065 눈꽃 편지 068 호수에 물든 가을 070 햇살 한 줌 더하면 072 겨울 편지 073 첫눈 오는 날 074 나무 한 그루 서 있다 075 가을은 끝내 돌아오지 않더이다 ____ 제4부 079 하늘사랑 080 치매 082 깊이 숨 쉬는 것이어서 083 어둠이 창가에 기대 앉고 086 그대도 가는구나 087 당신 앞에서 088 그대 예쁜 얼굴 089 나는 죄인이로소이다 091 고요 093 집으로 가는 길 095 그대를 향한 기도 096 거울 앞에 서면 097 당신의 손 ____ 제5부 101 푸른 점 하나 102 아버지 집 103 하루 종일 104 나의 기타 105 합창 106 한길 107 사람인 게다 108 그대에게 묻고 싶다 110 자화상 112 느린 하루 114 나의 하루 116 가슴을 펴 117 하루가 저물고 118 오월의 십자가 121 해설 | 내게 멀지 않은 그대에게 | 김완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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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기대어 나는 늘 살아왔네
소리 내 우는 바람에 기대어 살다가 평생 잊을 수 없는 단 한 사람 그대를 사랑하며 마음 졸였네 그저 지나칠 수 없는 바람에 기대어 깨어나고 잠들 때도 있었네 바람에 기대어 나는 늘 살아왔네 지울 수 없는 나의 사랑은 봄의 꽃잎으로 피어나 무작정 그대를 찾아 떠나는 길이 되곤 했네 어디선가 그대 향기 실은 바람이 불면 오늘도 한껏 기울어져 그대를 보고 있네 내 마음 흔드는 바람에 기대어 깨어나고 잠들 때도 있었네 --- p.18 창문을 열었지 파란 하늘 스며들고 봄은 싹을 피웠지 나뭇가지 움이 틔었지 물감 풀어 신비롭게 빚어낸 봄의 색조 걷다 만나는 반가운 얼굴들 힘들게 버틴 겨울 침묵 후 돋아낸 옹아리 살며 견디어낸 봄의 노래 돌아보면 아름다운 인생 그 세상의 끝에서 환히 웃을 수 있도록 그 부르심의 자리 기쁘게 꽃피울 수 있도록 창문을 열었지 겨우내 무겁던 겉옷 한 겹 두 겹 벗으면 이만큼 가벼워지지 햇살 한 줌 더하면 완연한 봄날이지 --- pp.70-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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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칠순 때, 나는 어머니의 가냘픈 손을 잡고 약속 한 가지를 드렸다. 그 약속은‘어머니’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개인전을 열어 드리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그때 어머니는 환하게 웃으셨다. 아마도 어머니는 바쁘게 살아가는 아들에게“그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괜찮아, 그 마음만 받을게”라는 표현으로 내 등을 쓰다듬어 주신 것 같다. 나는 그 약속을 23년이 지나 어머니의 임종 때까지 이루어 드리지 못했다. 늘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그리고 어머니 역시 그 약속을 언급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어머니는 늘 내 편이셨고 힘들 때마다 내 손을 잡아주셨지만 아들에게 부담될 말은 입 밖에도 뻥끗하지 않으시는 분이셨다.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겠지만 나는 어머니의 작은 비석 앞에서, 파릇파릇 자라나는 잔디를 쓰다듬으며 부끄럽지만 또 한 번의 약속을 드렸다. 약속은 상대방이 있어야 지켜지는 것이지만, 그 약속은 어머니의 묘 앞에서 내가 나에게 했던 약속이었다.
그 두 번의 약속은 내게 아직 유효하다. 내가 아직 살아 있기에 가능한 일이고, 사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하루를 이등분해 이틀을 사는 듯 살아가고 있다. 마음속에서 지울 수 없는 어머니의 환한 미소는 내게 동력이 되고 에너지가 된다. 첫 번째 약속, 개인전은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듯하지만, 가을이 깊어가는 날 두 번째 약속인 시집 출간이 이루어져 오랜 시간 기다려 준 어머니를 뵐 면목에 소풍 가는 전날처럼 마음이 한껏 들떠 있다. 어머니는 늘 내 곁에 계실 때에도 불현듯 바람처럼 몰려오는 그리움이었다. 틈틈이 써놓은 시들을 정리하다 보니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를 끄집어낼 수 있었는데 그것은‘그리움’이었다. 그 그리움은 나를 끌고 여기까지 온 모티브였고, 끊임없이 나를 재촉한 발걸음이었다. 밤을 밝히는 빛나는 별빛이었고, 지친 나를 만지고 지나가는 바람이었다. 그리고 40년을 살아도 문득 문득 생소해지는 이방인의 아픔이었다. 내속엔 그 희로애락의 순간 모두가 그리움으로 각인돼 마음에 새겨져 있다. 기억의 앨범 속에 고스란히 감춰져 있던 시간들을 펼치면 시 한 구절이 노래처럼 입술에 담겨진다. 어머니와의 두 번째 약속을 준비하며 시집 첫 장에 들어갈 문장을 정리하다보니 벌써 그리움이 깊어가고 있다. 그리움이 창가에 앉아 나를 부르고 있다. 나의 첫 번째 시집 『바람에 기대어』를 어머니께 드립니다. ----- ‘시인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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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란 우리 삶을 흔드는 요소일 것인데, 그러한 중에도 시인은“그대를 사랑하며 마음 졸였네”라고 하여 그대를 통해서 그 바람을 견뎌내고 극복한다고 하였다. 여기에서‘바람’은 우리에게 삶의 시련과 고통을 제공하는 어려움일 것이다. 그것은 고난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 삶 속에서도 시인은 그대를 의지하며 살아내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 일상은 늘 바람처럼 떠도는 일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바람이 부는 대로 꽃이 피는 대로 흔들리면서도 꿋꿋하게 살아간다. 그래서 시인은 그러한 우리 삶을 집약하여“바람에 기대어 나는 늘 살아왔네”라고 표현한 것이다. 그러한 삶의 과정에서도 우리는 늘 평생 잊을 수 없는 어느 한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을 모아서 그에게 조아리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것을 일러서 우리는 사랑이라 말하는 것이다. 결국 시인의 시세계는 바람이 부는 대로 흔들리며 살아가는 삶 속에서도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 한 자락으로 그것을 버텨낸다는 것일 터이다. 그러한 마음으로 시인은 오늘도 시를 쓰고 또 그대를 사랑하며 살아간다. - 김완하 (시인, 한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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