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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Part 1. 무리수는 던져졌다 01 도망 다녀오겠습니다 - 〈순례를 떠난 이유〉에 대하여 02 아프리카 대탐험 - 〈편견〉에 대하여 03 순례자가 될 준비 - 〈준비〉에 대하여 Part 2. 내가 지금 아프구나 04 순례길에 튜토리얼은 없으므로 - 〈페이스〉에 대하여 05 더 이상은 못 걸어 - 〈좌절〉에 대하여 06 순례길에는 아픈 사람이 많다 - 〈치유〉에 대하여 07 해가 가장 긴 날, 태양의 나라에서 - 〈휴식〉에 대하여 08 담배 냄새 - 〈예민〉에 대하여 09 깜지를 채우는 것처럼 - 〈반성〉에 대하여 10 카르마, 나의 카르마 - 〈업보〉에 대하여 Part 3. 버렸거나, 잃어버렸거나 11 쉬어요 - 〈재정비〉에 대하여 12 순례자의 이름으로 - 〈선한 영향력〉에 대하여 13 역마 - 〈자유〉에 대하여 14 솜씨가 예술입니다 - 〈꿈〉에 대하여 15 비가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 난 당신을 생각해요 - 〈관계〉에 대하여 16 순례자의 밤 - 〈외로움〉에 대하여 Part 4. 운명 같은 게 어디 있어 17 일해요 - 〈성실〉에 대하여 18 비포 선라이즈 인 까미노 - 〈로맨스〉에 대하여 19 도네이션의 대가(代價) - 〈기부〉에 대하여 20 운명을 믿나요 - 〈운명〉에 대하여 21 달이 차오른다, 가자 - 〈모험〉에 대하여 22 여행은 무엇으로 기억되는가 - 〈여행〉에 대하여 Part 5. 고점에 물린 듯 23 형아 - 〈꼰대〉에 대하여 24 어느 맑은 날의 단상 - 〈잡념〉에 대하여 25 까미노의 꼭지점 - 〈낭만〉에 대하여 26 세상에 오르막 개수만큼 내리막이 있다 - 〈슬럼프〉에 대하여 27 메디테이션 알베르게 - 〈명상〉에 대하여 28 50:50 - 〈작별〉에 대하여 Part 6. 할 수 있다면 29 그걸 왜 갖고 싶은데 - 〈충동구매〉에 대하여 30 인싸의 삶 - 〈관심종자〉에 대하여 31 다 내 까미노에서 나가 - 〈심술〉에 대하여 32 담백하게 의미부여 하는 법 - 〈느끼함〉에 대하여 33 할 수 있다면 - 〈완주〉에 대하여 34 걷다 보니 알게 된 것들 에필로그 |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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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꺼먼 옷으로 위아래 맞춰 입고 한 달째 방치한 덥수룩한 수염, 우울한 낯짝이 더해지니 ‘순례자’보다는 ‘방랑자’가 어울렸다. 숭고함과 기쁨이 없는 수행은 아무리 성스러운 길이라도 순례가 될 수 없구나.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는 게 이 뜻인가 보다.”
“훗날 누군가 까미노를 두고 ‘왜 그런 개고생을 사서들 하느냐’는 비아냥에, 변호를 할 것인지 맞장구를 칠 것인지는 오로지 지금 내 마음가짐에 달렸다는 거다.” “더 중요한 것은 모든 해답도 내 안에 있었음을 깨달아 가는 것. 마음가짐이나 태도를 달리하면 훨씬 걷기 수월해지는 경험을 하면서, 문제와 해답 두 가지 모두 내 안에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나의 카르마는 결국 내 안의 문제를 남 탓으로 돌리다 쌓인 부작용, 지금의 내 모습이다.” “그러나 가장 견딜 수 없이 지겨운 건 그 무엇도 아닌 나 자신이었다. 정체된 내 모습은 헌신짝처럼 느껴졌다. 까미노로 떠나온 가장 큰 이유도 지난주, 지난달과 똑같은 내 상태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불길함이 엄습했던 것은 이제 나에게 남은 현금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에이, 아무리 마을이 작아도 카드 리더기는 있겠지. 좀 많이 시키지 뭐. 그러나 항상 그렇듯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고, 이 마을 유일한 바는 ‘놉, 온리 캐시.’ 딱 잘라 말했다.” “그러니까 ‘진짜 꼰대’들이 화를 내며 ‘다르다’ 자리에 ‘틀리다’를 넣을 때, 나는 그것이 어느 정도는 순수에 대한 질투의 감정도 섞인 게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다 해봤는데, 그거 안돼.’ 염증의 원인은 타인의 실패에 대한 걱정보다는, 좌절되었던 본인의 순수에 대한 한풀이라고.” “많은 날들을 낭만을 잊은 채 살았다. 치열하게 살았던 날들의 최종 목적은 결국 사실 이런 거면서. 아무 생각 없이 아무 제약 없이 그냥 누워서, 하염없이 별이나 세면서, 풀 냄새 바람 냄새를 맡으면서, 늘어져 가는 시간을 느끼고 싶었던 거면서. 그러나 지난 날을 아쉬워할 마음도 잊은 채 그저 별이 가득한 밤을 부유하는 중이다. 황홀한 무아지경. 여기는 그런 곳이다.” “다시 일어날 힘은 늘 발바닥에서 나온다. 슬럼프에 넘어진 자신을 다시 일으킬 힘. 가장 원초적인 힘. 나는 이곳에서 발바닥으로 매일 땅을 밀어내며 조금씩 그 힘을 기르는 연습을 한 걸지도 모른다.” “치열한 날들의 최종 목적은 결국 이런 거면서. 아무 생각 없이 아무 제약 없이 그냥 누워서, 하염없이 별이나 세면서, 풀 냄새 바람 냄새를 맡으면서, 늘어져 가는 시간을 느끼고 싶었던 거면서.” “슬픈 나의 운명은 내가 믿어주지 않은 까닭에 어딘가 다리 밑에서, 두 갈래 길에서 살펴봐 주지 않았기 때문에 쓸쓸히 사라져가는 중일지도.” “여하튼 걸어보기로 결정했으니, 자빠지지 않으려면 치열하게 발을 내미는 수밖에 없다. 까미노가 가르쳐준 것처럼, 한 발 한 발, 하루하루, 차곡차곡. 그 끝에 무얼 보게 될지는, 걷다 보면 알게 될 테니!”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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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뭐, 어떻게든 되겠지...”
길도, 인생도 걸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으니 오늘도 걸어보는 수밖에! 주체적인 삶, 주인이 되는 삶, 원하는 것을 쟁취하는 삶... 인생을 사는 그럴듯한 방법은 많고 많지만 마음에 드는 것이 없다. 수많은 사람이 자기다운 삶을 찾으려 하지만 쉬울 리 없고 그럴 때마다 우리는 무기력함에 빠지고 만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떠나야 한다.” 라는 말에 용기를 얻어 떠난 저자는 “내가 지금 딱 그랬다. 내 인생 재부팅이 절실했다. 망가진 인생을 피해 도망칠 곳이 필요했다.”고 말한다. 스타트업에서의 하차, 출간의 무기한 연기, 연인과의 이별, 무너지는 건강... 설렘과 희망으로 가득 찬 시작이 아니라 권태와 좌절로 시작한 이 산티아고 순례길이 어떨지는 저자 자신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저자는 꽤 후련하게 책의 끝을 맺는다. 인생은 여하튼 걸어보는 수밖에 없음을, 그리고 걷다 보면 알게 되는 것이 있음을, 걷기로 했으니 아무튼 오늘도 한 발자국 내디뎌야 함을 배웠다고 말한다. 사실은 떠나기 전에도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 이 책을 읽을 독자들 역시 당연한 말이라며 웃을지 모른다. 그러나 길도, 인생도 걸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기에 우리는 하루하루 차곡차곡 걸어보는 수밖에 없다. 그 끝에 무엇이 있을지 기대도 절망도 상상도 예측도 해보면서, 찌질하고 바보처럼 느껴질 만큼 성실하게 말이다. 이 책은 그런 길을 걸었고, 그런 인생을 다짐하는 저자의 기록이다. 지금 당장 어딘가 나를 던지고 싶다면,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 건지 혹은 이대로 살아도 괜찮을지 등 고민이 든다면 이 책을 통해 조금의 위로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