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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서문 8/ 행복의 구성 15/ 이국의 거리에서(1) 16/ 휴식의 예감 17/ 삼청로30, 미술관 앞 19/ 타인의 일상 22/ 바다의 풍경 23/ 오래된 말씀 25/ 사막의 선인장 27/ 오늘의 문장 29/ 파주와 나 32/ 일상의 맷집 33/ 등의 곡선 35/ 경쟁의 되풀이 36/ 계절의 사물들 38/ 유월의 마음 39/ 집밥 40/ 소원의 순서 43/ 원점 44/ 마음의 공원 46/ 시간과 마음 48/ 사과의 그물 49/ 문장의 경로 50/ 개운한 아침 52/ 이국의 거리에서(2)/ 책과 사람 55/ 문턱의 초입 58/ 눈 내리는 밤 60 *2부 기억의 파도 65/ 바람 부는 길 66/ 사랑의 흔적 67/ 작품과 인생 69/ 설원의 발자국 71/ 생각의 심연 73/ 몽상의 의미 75/ 자기소개 77/ 일상의 장막 80/ 길고 검은 차 82/ 우리 두 사람 84/ 위태로운 길목 85/ 빗소리 87/ 기도 88/ 기억의 성질 89/ 세상의 속도 90/ 귀마개 92/ 첫눈 94/ 도서관 95/ 미래의 흔적 97/ 다음의 시간 98/ 사람의 뒷모습 100/ 물방울 화가 101/ 유영하는 밤 102/ 중식축 105/ 몰아 쓴 시간 106/ 예술병 108/ 거창함 109/ 기다리는 마음 110/ 겨울의 온기 112 *3부 파도의 질문 115/ 절반의 감정 117/ 이국의 거리에서(3) 119/ 방랑하는 삶 121/ 몸이 보낸 신호 123/ 산책의 다짐 125/ 우연과 노력 127/ 자화상 129/ 몸의 시간 130/ 정직한 예감 132/ 사람의 일 134/ 멈춤의 시간 135/ 숲길 136/ 한낮의 산책 137/ 초기화 139/ 회복의 다짐 140/ 상자의 풍경 142/ 산책의 마음 144/ 루틴의 행복 153/ 조용한 대답 155/ 지난날 156/ 산책자의 발자국 1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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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기댈 수 있는 건 시간의 흐름뿐이었다. 시간은 세정력이 탁월해서 마음의 얼룩을 무심히 지우며 흘러갔다. 그때는 너무 깊숙하고 절실했던 마음이라 생각했는데, 이제와 조각난 글들을 돌아보니 그토록 마음을 앓을 만한 문제는 아무것도 없었다. 말 그대로 평범하고 조용한 날들이었으나, 나만 홀로 생각의 우물에 갇혀 유별나게 소란한 날들을 보냈다.
--- p.9 팬데믹으로 서로가 단절되고 고립되었을 때, 사람들은 모처럼 타인이 아닌 자신에게로 눈을 돌리고 귀를 기울였다. 자신을 어루만지는 낯선 고독의 손길이 실은 불안과 공포가 아닌 스스로 건넬 수 있는 최대치의 위안이었다는 걸 그때는 모른 채 살았다. 범람하는 소란과 말들 사이에서는 좀처럼 들리지 않던 내면의 목소리. 이제는 옛 시대의 철 지난 화두처럼 외면받는 그 내면의 목소리가 그때는 낯설게만 느껴졌다. --- p.19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이 찾아오는 걸까. 이 정도면 남들보다 잘하고 있다며 오만해지는 순간. 자신보다 걸음이 조금 느린 사람들의 표정을 외면한 채 앞선 사람들의 뒷모습만 쫓게 되는 순간. 과거를 잊은 채 상황이 달라진 만큼 태도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자기모순에 빠져드는 순간. 그리고 그 모든 변화를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는 성장통의 틀 안에 뭉뚱그려 넣으려는 순간. --- p.26 세상을 적당히만 알고 싶다고 적었던 문장을 읽었다. 세상 이야기를 반 정도만 받아들이고 나머지 반쯤은 외면한 채 살아가고 싶었던 철없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세상을 너무 많이 알게 되면 정작 내가 좋아하는 것들보다 내게 절박한 것들만을 가까이 둘 것이라는 두려운 예감을 했던 걸까. --- p.29 모두가 같은 곳을 향해 같은 속도로 질주하며 행복을 추구한다는 건 터무니없는 말처럼 들리지만, 어쩌면 우리는 대부분 그렇게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대열 속 행복도 있고, 대열을 이탈한 행복도 있겠지만, 언젠가 대열을 의식하지 않을 때 진정한 내 몫의 행복이 결정되지 않을까. --- p.37 너무 빠른 시간 속의 나는 추격하는 사람 없이도 달아나는 사람, 다그치는 사람 없이도 불안한 사람. 더 많은 여유와 더 느린 시간을 목격하고 체험하다 보면 나도 조금은 시간과 나란히 걷는 방법을 알게 될까. --- p.53 남겨진 작품들은 날마다 낯선 사람 앞에서 이렇게 다시 태어나며 영생을 이룬다. 생물학적 죽음만으로는 끝나지 않는 삶도 있다는 것. 오히려 세월이 흐를수록 더 많은 축복과 기대를 받으며 다시 태어나는 삶도 있다는 것.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인생은 결코 짧지 않다. --- p.70 집에 돌아오는 길이 허탈하고 씁쓸했던 건 모임의 문제도 사람의 문제도 아니었다. 생각해 보면 언제나 나를 가장 괴롭히는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었다. 나한테 기대하고, 나한테 실망하고, 나한테 화내면서, 그렇게 한시도 나를 가만히 내버려 두질 않았다. 이 정도면 스스로 못살게 구는 일은 충분히 한 듯한데, 그렇다면 이제 나한테 사과하는 일만 남은 걸까. --- p.79 금방이라도 다시 찾아올 듯했던 순간이 칠 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야 찾아왔다. 그것은 오늘뿐만은 아니었다. 이제는 모든 다음이라는 시간이 얼마나 까마득한 약속인지 안다. 아마도 다음은 무리하지 않으면 웬만해선 다시 찾아오지 않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 p.99 일상에 새카만 때가 묻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였을까. 몰랐다고 둘러대기에는 나는 날마다 내일의 일상만 차려입고 어제의 일상은 벗어서 그대로 빨래 바구니에 던져둔 채 오랫동안 살펴보지 않았다. 그렇게 흐른 시간이 오늘의 밀린 빨래를 만들어 낸 걸까. --- p.14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