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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를 모르고
개정판
오수영 저
고어라운드 2024.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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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 1부. 기억으로부터

만남없는 세대 15/ 오래된 아이들 17/ 마음이 낡길 바라는 마음 19/ 전혜림과 학림다방 23/ 환절기 26/ 꿈의 몰락 28/ 방랑자의 삶 32/ 빗속의 산책 34/ 맥가이버 아저씨 38/ 우리들의 추억 41/ 몰랐던 당신과 몰랐던 나 46/ 멀어지는 일 48/ 악필의 사연 49/ 녹슬지라도 영원한 53/ 어디로부터 어딘가로 56/ 안개와 연인들 57/ 고전을 읽는 밤 60/ 진심이라는 말 63/ 오래된 서적 65/ 짧은 연애 소설 67/ 영원에 관여하는 71/ 오늘의 선곡 73/

* 2부. 생각으로부터

식물과의 대화 77/ 마음의 생김새 80/ 떠나보내며 82/ 편지의 무게 85/ 사랑과 이별의 말들 86/ 밥벌이의 고단함88/ 날마다 작별하는 91/ 회복실 93/ 빈센트 97/ 사랑과 미로 100/ 기록하는 일 102/ 흔들리는 자화상 104/ 삶의 나침반 108/ 어른의 삶 111/ 자취의 역사 113/ 불면의 밤 118/ 위로 전문가 120/ 해석된 풍경 123/ 길치의 마음 125/ 보통의 삶 128/ 연극의 공간132/ 감정놀음 134/ 이뤄질 수 없는 약속 139/

*3부. 마음으로부터

파리의 청년들 143/ 이국의 거리에서 146/ 목욕탕 가던 날 148/ 달의 영역 151/ 나를 감싸는 시선 153/ 희망이 깃들길 154/ 계절을 앓는 사람들 156/ 회색 취향 160/ 오늘의 기분 162/ 바쁘다고 말하겠습니다 164/ 명절의 아이러니 166/ 냉소를 품은 사람들 169/ 사랑보다 중요한 것들 172/ 독서의 마음 174/ 타인이라는 중력 177/ 일상의 이면 180/ 웃는 얼굴 184/ 낭만의 이면 186/ 뜻밖의 선물 188/ 자백하는 날 189/ 진찰 192/ 유흥의 거리 195/ 항공 노동자의 기록 197

저자 소개 1

작가. 출판인. 생활인. 일상의 작은 이야기를 쓰고 만든다. 한동안 항공사 객실승원부에서 근무했고, 지금은 먼 길을 우회하여 다시 꿈꾸는 삶으로 돌아왔다. 저서로는 『흘러간 시간에 기대어』 『사랑하는 일로 살아가는 일』 『조용한 하루』 『사랑의 장면들』 『순간을 잡아두는 방법』 『깨지기 쉬운 마음을 위해서』 『아무 날의 비행일지』 『긴 작별 인사』 『우리는 서로를 모르고』 『진부한 에세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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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5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200쪽 | 113*188*15mm
ISBN13
9791198090027

책 속으로

우리는 실시간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만나지 않는다. 언제나 서로라는 존재의 곁을 맴돌지만 마주치지 않는다. 우리는 서로의 실명을 모르고 서로의 민낯을 모른다. 우리는 서로가 꾸며놓은 각자의 공간을 구경하며 그것이 서로의 본모습이라고 믿는다. 이미지가 사람을 대변해 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서로가 정성껏 꾸며놓은 이미지에 휩쓸리듯 빠져든다.
--- p.15

중심의 궤도에서 조금씩 벗어나 있던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통행권을 만들어 간신히 어른의 세상에서 입국했다. 그 후. 매일을 마주하던 우리의 만남은 뜻하지 않게 기약 없는 약속이 되었다. 이따금 만남이 이뤄지는 날의 우리는 서로의 어깨에 하얗게 쌓인 비듬 같은 세상의 때를 말없이 털어주기 시작했다.
--- p.17

그렇다면 이 시대의 질병이란 결국은 ‘정신의 결핍과 고갈’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까. 시대정신의 상징이던 우리가 잃어버린 문학청년들은 과연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혹은 지금의 청년들은 이미 시대에 맞는 새로운 낭만과 문화를 즐기며 살아가고 있는데, 오직 문학과 독서만을 고집하는 건 지나치게 구시대적인 우려일까.
--- p.25

어쩌면 우리의 지루한 일상이 실은 외발로 중심을 잃지 않으려는 발버둥이라면, 가끔은 일부러 빗물에 기대어 조금은 미끄러져 보는 것도 좋겠다. 결국 메마른 마음을 녹여주는 것은, 그리고 생각의 각도를 틀어주는 것은 미끄러짐처럼 우리가 흔히 실수라고 여기는 것들이 아닐까. 빗속의 산책은 순전한 낭만으로만 그치지 않고, 우리의 일상에 잔잔한 안정과 평온을 안겨준다.
--- p.37

어쩌면 우리는 서로의 본모습에 대해서는 애초부터 관심이 없었는지도 모릅니다. 다만 상대방의 이미지가 자신이 원하는 모습에 가깝길 바라는 욕심에 모든 감정과 마음을 소모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우리는 오래전 서로를 잠시나마 알았던 사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때는 서로를 잘 안다고 믿었는데. 실은 우리가 서로에게 무엇을 원했는지를 이제야 알게 되었지요.
--- p.47

끊임없이 변하는 지평 위에 나는 서 있다. 영원이라 믿었던 것들도 세월과 현실 앞에서는 어느새 모습을 바꾼다. 다만 변화와 타협에 맞서는 자신과의 소리 없는 싸움만이 지루하게 펼쳐진다. 뜨겁던 열망과 열정, 그리고 온전히 내 것이었던 정신과 인식조차 휩쓸리려 한다.
--- p.54

오래된 서적 속 젊은 시절의 엄마가 남겨둔 흔적들을 따라간다. 내가 밑줄을 긋고 싶은 곳마다 이미 밑줄이 그어져 있고, 인상 깊은 페이지마다 종이는 색이 바래져 있다. 샐린저의 책 속에 숨어들어 엄마의 흔적을 따라가는 일이란, 낯설지만 나를 닮은 누군가를 처음부터 다시 알아가는 느낌이다. 그렇게 책의 마지막 장에 닿을 무렵의 나는 지금보다 엄마를 더 많이 사랑하게 될 것 같다.
--- p.66

사람들은 사랑하다 이별하면 그것으로 인연의 끈이 완전히 끊어져 과거와 상관없는 새로운 삶을 살게 될 줄 알지만, 실은 인연은 순간뿐이라는 착각과는 달리 비로소 영원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들에 관여한다. 그러한 것들은 우리의 여생을 끈질기게 따라다니며 삶을 끌어안는다. 그런데 우리는 그걸 무엇이라고 불렀던가.
--- p.72

가끔은 극심한 노동의 피로를 덜어내고, 자아의 막대한 소진을 막아내기 위해 책꽂이에서 무작정 손에 잡히는 책을 뽑아낸다. 그리고는 억지로라도 나의 정신을 책 속에 욱여넣으며 흠뻑 빠져들게 만든다. 노동으로 손상된 자아가 문장 사이를 떠돌다 결국은 정화된 채 내게 돌아온다. 하나의 문장 속에는 내가 지난 세월 동안 읽었던 모든 문장들의 연결점이 존재한다.
--- p.104

하지만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의존하기 시작하면 상처를 직시할 수 없다. 결국 사람은 자신의 성찰 속에서 스스로 성장하는 동물이다. 그래서 섣불리 누군가의 손길을 잡으면 머지않아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걸 목격하게 된다. 고민상담도 위로도 한순간 듣기 좋은 말들이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특정한 누군가가 아닌 모두에게 적용되는 위로의 효용이란 과연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 모든 일회용은 견고하지 않다.
--- p.122

결국 똑같은 풍경을 바라보는 해석이 저마다 다른 개인들 시선의 반영이라면. 우리가 보는 것과 우리에게 보이는 것 또한 각기 다른 삶의 이력이고 내면의 민낯일 것이다. 우리의 일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절대 남들과 똑같은 하루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남들과 비슷하게 살아가려고 애쓰는 것뿐이다.
--- p.124

세상의 모든 만남과 작별이 존재하는 곳. 그래서 세상의 모든 낭만과 슬픔이 공존하는 곳. 날마다 공항과 기내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마주하며 일한다는 건 행운일까 혹은 불행일까. 찰나의 인연이 서로에게 남길 수 있는 건 선물일까 혹은 상처일까. 끝없는 질문들 앞에서 나는 말없이 사람들을 관찰할 뿐이다. 오늘도 서로를 모른 채 한순간 스쳐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을.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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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p.103

사락에서 원문보기
기록의 형태와 깊이도 세월을 따라 날마다 변한다. 꾸준함도 중요하지만 무엇이든 강박이 되면 자신을 갉아먹는다. 기록과 조금 멀어졌다는 이유로 불안이 엄습하는 걸 보면 나 또한 기록을 즐거움보다는 강박으로 다뤘던 게 아닐까? 언제든 마음의 준비가 되면 다시 나만의 시선으로 기록을 시작할 텐데. 구태여 찰나의 공백을 나태함으로 몰아세울 필요까지는 없을텐데. 나 자신을 조금
YES마니아 : 플래티넘 t*****i 2024.06.05. 신고 공감0 댓글0
종이책

p.54

사락에서 원문보기
나는 여전히 창작물들에 흠뻑 취해 있고 취향도 점점 확고해지고 있지만 어쩐지 너무 적당히만 사는 느낌을 받는다. 얼마든지 전속력으로 달릴 수 있는데 자꾸만 누군가 뒤에서 밧줄로 잡아끄는 기분이랄까. 소란스럽지 않고 정적인 건 20대 때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지금은 단지 정적이기만 하다. 삶은 분명 안정적으로 흘러가고 있는데 아무런 생동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t*****i 2024.06.05. 신고 공감0 댓글0
종이책

p.20

사락에서 원문보기
비록 생활의 반경은 비좁은 삶이지만 누군가 그것을 침해하려 한다면 저는 모든 일을 제쳐놓고 반경 안의 생활을 철저하게 지켜냅니다. 누군가 저를 지나쳐서 저 멀리 앞서가는 일에는 전혀 개의치 않지만 만약 누군가가 제 반경을 침해하고 관통하면서까지 앞서가려 한다면 그것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사람마다 각자의 삶의 방식이 있다는 건 인정하지만 그것 또한 상대방에게 피해를
YES마니아 : 플래티넘 t*****i 2024.06.05. 신고 공감0 댓글0
종이책

p.10

사락에서 원문보기
아무런 계산없이 사랑에 빠지는 일이란 오직 이성간의 낭만적인 사건이라 믿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나는 다시 글쓰기를 맹목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이유는 없지만 사랑하는 일. 목표는 없지만 계속하는 일. 글쓰기를 향한 나의 마음을 이보다 더 자세히 설명할 방법은 없었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t*****i 2024.06.02. 신고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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