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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y Meye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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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가 단서의 모습으로 내게 돌아오리라는 걸, 나는 늘 알고 있었다. 그게 16년이나 걸릴 줄 몰랐을 뿐이다. 그때 나는 스물일곱 살이었고, 필라델피아에 살았으며, 과하게 열성적이라 할 만큼 헌신적인 8학년 역사 교사였다. 같은 학교의 또 다른 8학년 역사 교사인 남자친구 집으로 얼마 전 이사를 와서, 생애 처음으로 비밀스러운 동거 생활을 하던 중이기도 했다. 학기가 막 끝난 시점이었다. 노예 해방 선언과 지하 철도 조직에 관한 학기 말 시험지를 모두 채점해서 학생들에게 돌려주고 최종 성적도 배포했으니, 이의를 제기하는 학부모가 나타나지만 않는다면 우리는 공식적으로 여름 방학에 돌입할 수 있었다.
--- p.33 열쇠들은 차가웠고 끝부분에 부드러운 사용흔이 남아 있었다. 지도나 빌리의 수수께끼를 기대했는데, 푸로스퍼로 서점의 열쇠라고? 나는 중학교 역사 교사였다. 서점처럼 특화되고 영향력 있는 사업은 둘째 치고, 경영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런 실제적인 문제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푸로스퍼로 서점. 나는 그 달콤하고도 케케묵은 냄새, 1년 내내 봄철 같던 그 분위기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 긴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나는 그 냄새, 그 분위기로 돌아가고 싶었다. --- p.77 우리가 그간 프랑켄슈타인을 괴물로 인식해왔고, 실제로 소설 속 빅토르 프랑켄슈타인 역시 괴물의 모습을 하고 있기에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할 수 있었다. 하지만 프랑켄슈타인도 누군가의 아들이었다. 누군가의 형제였고, 어머니의 죽음을 슬퍼하며 무너져내린 사람이었다. 이 젊은 과학자가 자신을 생명순환에 관한 실험에 매진하도록 만든 현대 화학의 기적에 대한 강의를 듣기 전까지는, 아니 그 실험 탓에 파멸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 p.147 나는 엄마에게 전화할까 고민했다. 엄마는 내가 잘못했다는 걸 알면서도 그걸 잘못이라고 말하지 않는, 그런 근심의 방식으로 내 말을 가만히 들어줄 텐데. 그런 엄마가 절실히 필요한 순간이었다. 누가 내 곁에 있어주더라도, 그 사람은 엄마가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죽은 삼촌의 아파트로 가는 계단을 끊임없이 오르며 냉기를 피하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 p.255 버트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빌리가 그에게 무얼 기대했는지는 몰라도 그에겐 그럴 능력이 없었다. 그러나 버트가 내뱉은 말도 안 되는 말 가운데 어쩐지 뇌리를 떠나지 않는 단어가 있었다. ‘살인자! 살인자!’ 빌리는 살인자가 아니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 p.301 에벌린이 서점 일을 시작했던 1970년대 후반에는 서점에서 『템페스트』를 판매하지 않았다. 셰익스피어의 다른 작품도 취급하지 않았다. 『제인 에어』조차도. 제인 오스틴, 헨리 제임스, 버지니아 울프, 너새니얼 호손의 작품도 없었다. 존 업다이크의 토끼 소설도 없었다. 빈약한 정치 소설 섹션에 『캐치-22』 『1984』 『화씨 451』 『닥터 지바고』 같은 소설들이 갖춰진 정도였다. 『서부 전선 이상 없다』나 『무기여 잘 있거라』도, 『여성성의 신화』나 『벨 자』도 없었다. 에벌린은 이런 불균형을 못마땅해했다. 사랑 없는 전쟁이 무슨 의미가 있나? 삶에 감사하는 이야기가 빠진 교훈문학이 무엇이란 말인가? 개개인의 몸부림 없이 어떻게 변화의 움직임이 일어난단 말인가? --- p.3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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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페스트』부터 『제인 에어』 『프랑켄슈타인』 『비행공포』에 이르기까지
문학작품의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밝혀내는 ‘나의 비밀’ 이 책의 특이점은 주인공이 진실을 좇는 방식에 있다. 삼촌 빌리는 조카 미랜더에게 자신이 숨긴 비밀을 알려주는 방식으로 ‘퀴즈’를 활용한다. 이는 새로운 무언가를 알아가는 데 있어 두 주인공 간에 이미 합의된 규칙이자, 극을 끌고 나가는 동력이자, 독자를 극에 참여시키는 역동적 수단이다. 이 과정에서 『템페스트』 『제인 에어』 『프랑켄슈타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분노의 포도』 등 모두가 알 만한 문학작품들이 동원된다. 작가는 각 작품 속 캐릭터의 성격, 배경, 특정 목적, 교훈 등을 활용해 미랜더에게 비밀에 다가설 수 있는 단서를 주고, 미랜더는 그 단서가 가리키는 인물과 지역을 찾아가 삼촌의 비밀을 알고 있는 이들과 만난다. 이로써 독자는 『서점 푸로스퍼로』를 읽는 동시에 『제인 에어』를 이해하며 두 세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를 발견하게 된다. 이렇듯 책이 책을 조명하고, 탐구하고, 구현하는 『서점 푸로스퍼로』를 통해 독자는 미랜더의 ‘발견의 항해’에 동행하게 되는 것이다. 아픈 과거를 품고도 미래로 나아가는 법, 그리고 가능성으로서의 가족 자신의 과거이지만 소명되지 않은 과거에 둘러싸여 있는 미랜더는 편안한 거짓과 불편함이 예고된 진실 사이에서 매번 그 어떤 주저함도 없이 불편한 진실을 택한다. 자기 손으로 파헤치고 있는 땅에 자기 자신을 잡아먹을지도 모르는 비밀이 묻혀 있을 거라는 예감을 갖고도 파기를 멈추지 않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진실을 말해주지 않으려는 부모님과 반목하고, 엄마를 기꺼이 미워해버리기로 결정하기도 한다. 『서점 푸로스퍼로』에서 진실이란 지금 내가 가진 것을 의심하고 부정한 끝에 도달하는 은밀하고도 침침한 지점이다. 그리고 그 진실은 오직 과거로 진입해야만 만날 수 있다는 게 미랜더에게 주어진 운명이다. 그러나 책은 말한다. 미래로 제대로, 확실히 나아가기 위해서는 과거를 알아야 한다고. 알고도 품을 수 있어야 한다고. 역사 교사인 주인공이 "나는 가르치는 일이 아니라 역사를 사랑했던 거였다. 지나간 시간을 사랑했던 거였다"고 고백하는 데서 이 책이 결국 과거라 일컬어지는 멈춘 기억에 바치는 송시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서점 푸로스퍼로』는 '과거를 사랑한다'는 의미를 다시 써낸다. 주인공은 수수께끼를 푸는 과정에서 알아낸 자신의 과거를 인정하고 포용함으로써 현재를 살고 미래로 전진한다. 그것이 바로 주인공이 '지나간 시간을 사랑'하는 방식이다. 그녀는 주어진 운명과도 같은 푸로스퍼로 서점을 제대로 경영해보기 위해, 그 대의에 이끌리는 자신의 충동에 솔직해지기 위해 줄곧 쌓아 올린 경력을 포기한다. 그리고 바로 거기에서부터 그녀는 자신이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깨닫는다.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며 '그래서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그동안 많은 작품과 작가가 질문하고 답해왔던 그 반복된 물음 앞에 다시 한번 서게 된다. 저자는 "피를 나누지 않았어도 가족은 가족"이라거나 "옆을 사랑으로 지켜주는 것이 가족"이라는 계도적 주장으로 그 관계를 정의하려 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 가족은 단지 '밉지만 떨쳐낼 수 없는' '어쨌든 계속되는' '질긴' 관계라고 어렴풋이 이해될 뿐이다. 그리고 그 어렴풋함이 갖고 있는 개방성이야말로 작가가 제안하는 '가족'의 가장 현대적인 정의다. 특수한 상황에 놓인 미랜더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가 처한 그 상황의 본질이 우리 일상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는 걸 쉽게 눈치챌 수 있다. 회한, 질투, 책임의 방기에서부터 그에 따른 죄책감, 죽음까지. 그래서 진실을 얻어내기 위한 미랜더의 분투는 단지 좀 더 크고 복잡한 차원에서 이뤄지는 일상의 한 모습일 뿐이다. 우리는 우리의 현재와 과거를 돌아보기 위해, 그리고 미래를 마주하는 태도에 대한 어떤 힌트를 얻기 위해 이 책을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