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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로컬 씨, 당신은 누구인가요
1. 길고양이가 이끄는 골목 2. 내가 살던 동네도 사라질까 3. 색깔을 만드는 일 4. 새벽시장의 도시 5. 아이가 자란다 6. 내게 알맞은 속도와 리듬을 찾아 7. 제자리에서 세계를 넓히는 방법 8. 내일의 이웃을 찾아서 9. 낭만에 대하여 미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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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마을 만들기를 실패 사례로 봐야 할까? 효자1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시범사업으로 추진했던 고양이 무료 급식소가 철거되고, 이후 해외 사례처럼 고양이를 테마로 한 관광명소가 되진 못했으니 행정적으로는 실패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좀 엉뚱하게 들리려나? 으레 춘천에 붙어온 ‘호반의 도시’ ‘낭만의 도시’라는 수식에 별 감흥이 일지 않았던 나는 영화 〈고양이 집사〉 속 이야기를 좇아 효자동의 길고양이 민원부터 고양이 마을 만들기 시도까지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며 ‘춘천, 사람 사는 동네였네?’ 하고 이 도시가 새삼 살갑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 p.36~37 우려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요. 우리가 청소년들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들이 참 많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초기에는 이용률이 굉장히 낮았어요. 무료라는 데에 아이들이 의외로 쭈뼛쭈뼛해요. 입소문이 나는 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맡겨놓은 카페 홈페이지에 ‘맡겨놓은 카페 MAP’ 서비스를 추가했어요. 아이들이 민망한 경험을 하지 않도록 맡겨놓은 카페가 어디어디에 있고, 현재 몇 잔의 쿠폰이 남아 있는지 사전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한 것이죠. --- p.49 춘천이 이토록 다양한 성격의 도시를 지향하는 것이 그만큼 이곳에 관련 자원과 매력이 많기 때문이라고 봐야 할까? 시가 내세우는 각양각색의 도시 브랜드들도 저마다 이유가 있고 전략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법정문화도시처럼 정책 사업으로 일정한 지위를 가지는 브랜드가 있는 반면, 비전 제시에 그치거나 관련 정부 사업에 도전했다가 선정되지 못하면서 흐지부지된 것도 상당수다. 이쯤에서 이 도시를 수식하는 또 하나의 문구가 떠오른다. ‘공무원의 도시’ 춘천. 너무도 열심히들 일한 것 아닌가 싶다. --- p.80~81 최상의 환경을 갖춘 지역이 있고 내가 그곳에서 살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가 않다. 춘천을 오가며 지역을 보는 시선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 현재 얼마나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는 곳인가를 가늠하기보다 얼마나 여지가 있는 곳인지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되는 것 같달까. 그러고는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어디에서 내 고유의 색깔을 드러내며 살아갈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 p.104 우연이었다. 효자동 골목을 걷다가 좀 독특해 보이는 건물이 있어 가까이 갔더니 도서관이다. 이름부터 범상치가 않다. 담작은도서관. 담은 작은 게 아니라 아예 없었다. 얼른 검색해 어린이도서관이라는 정보를 얻었다. 다 큰 어른이, 그것도 외지인이 혼자 들어가긴 좀 그런가 싶어 발길을 돌리려는데 3층 창가에 책을 읽고 있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보였다. 문을 빼꼼히 열어 “저, 들어가도 되나요?” 하고 묻자 “그럼요.” 경쾌한 답이 돌아왔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도서관은 오랜만이었다. ‘어린이도서관이라 그런가?’ 생각하며 들어가 마주한 것이 바로, 방금 이야기한 경쾌한 웃음과 세상 편한 자세가 어우러지는 낯설고도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 p.141~42 나는 제자리에서 주변을 살피는 것만으로도 저마다의 세계가 얼마든지 확장될 수 있다고 믿는다. 소양강댐 주변의 경관 속에서 현재의 아름다운 모습뿐만이 아니라 이 자원을 누리기까지의 과정을 톺을 수 있는 안목이 있다면, 신재생에너지 시대가 되었는데도 여전히 연탄 한 장이 아쉬운 이들을 위해 힘을 보태려는 마음이 있다면 말이다. 세상살이의 안목은 지식이 아니라 ‘관심과 성원’의 크기만큼 높아지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 p.224 상게 씨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나는 그에게서 묘한 여유로움과 자유로움을 느꼈다. 앞으로 건설 쪽으로 전업해 계속 춘천, 꼭 춘천이 아니더라도 한국에서 생활할 계획인지 묻는 말에 “일단은요”라는 그의 대답이 결정적이었다. 아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아마도 한국, 춘천에서 지낼 계획이지만 그사이에 또 다른 일을 하게 될 수도 있고, 그 이후에는 어디로든 갈 수도 있을 거라고 했다. --- p.238 도시에서 성장했지만 서울이 아니면 다 똑같은 거 아니냐고 할 만큼 서울에 모든 것이 집중된 한국의 사회구조 속에서 은근히 열등감을 느끼다가, 서울에 상경하여 주류사회의 물을 좀 먹은 후엔 근본 없는 우월감에 취하기도 했던 나는 근래 틈만 나면 지역의 법원 경매 물건을 검색하고, 인터넷 부동산 사이트를 들춰본다. 돌고 돌아 이제야 ‘닥치고 서울’이 아니라 내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삶의 환경이 무언지 꼽아보게 된 것이다. 그리고 때마침 춘천을 톺아볼 기회를 얻었다. 춘천이 낭만의 도시인가? 누가 기다 아니다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사람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느낄 수 있다. 그런데 난 왜 자꾸 춘천 도심의 빈집들을 보며 낭만을 품게 되는지 모르겠다. --- p.2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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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은 과연 우리의 삶에 얼마나 녹아들었나’
이 질문을 던지기 전에 ‘과연 로컬이란 무엇인가’ 근 10여 년간 한국의 지역 정책을 이끄는 말은 단연 ‘로컬’이다. 기존의 지역 정책이 균형발전에 맞춰져 있었다면, 현재의 로컬 담론은 지역 골목 상권의 부흥, 수도권 청년의 이주와 창업을 염두에 둔 전방위적 지역 경제 재구성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이 담론이 ‘로컬 비즈니스’ ‘로컬 파이오니어’ ‘로컬 크리에이터’라는 여러 구호를 만들어낸 것에 비해 과연 무엇을 실질적인 성과로 남겼는가는 의문이다. 이 의문은 단순히 그것에 소요된 막대한 비용에 대비한 효과를 묻는 것이 아니다. 그 수많은 ‘말’이 지향해온 바에 맞게 실제로 지역 곳곳이 어떻게 변모했는가를 묻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일은, 한국의 로컬 담론이 어느 정도 숙성된 상태인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만약 그 담론이 잘 숙성되었다면, 다시 말해 ‘로컬’이 시민들 각자의 삶에 조금씩 녹아들었다면, 그 변화가 우리의 삶을 얼마간은 바꿔놓았을 것이다. 지역 곳곳을 오랜 시간 관찰하면서 그 변화를 세심히 파악하고 구체적이고 정확한 평가를 내려보자. 미처 우리가 체감하지 못했더라도 어느새 생활을 바꿔놓은 무엇인가가 있지 않을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에 맞는 새로운 진단이 나와야 할 것이다. ‘담론으로서의 로컬’은 이제 그만,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로컬 바로 ‘실체로서의 로컬’을 이야기할 때 ‘어느 작가가 자신의 미래 거주지를 찾고자 하나의 도시를 둘러본다면?’ 로컬 담론의 현황을 점검하기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겠으나, 그중에서 ‘30대, 여성, 1인 가구’라는 조건을 갖춘 이가 본인이 실제로 이주할 것을 염두에 두고 직접 해당 지역을 탐방하는 방식이 제격이라고 보았다. 굳이 전문가가 아니어도, 정책 담당자가 아니어도 좋다. 우리는 실제로 그 지역에서 살아갈 청년의 시선이 담긴 이야기를 듣고 싶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작가 서진영 씨가 2022년 12월부터 2023년 5월까지 6개월간 도시 한 곳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그 임무의 수행지는 바로 강원도 춘천. 춘천은 국제인형극제 등 여러 굵직한 축제의 도시이면서 닭갈비의 도시, 호수의 도시 등 여러 좋은 문화 인프라를 가진 곳임은 분명한데, 기존의 구도심과 신도시와의 격차, 도농복합체로서의 한계 등을 고스란히 가진, 한국 도시들의 변천사를 압축한 곳이기도 하다. 정부 주도하에 기획된 신도시가 아닌, 여러 복합적 특성을 동시에 가진 도시를 걷는다는 점은 이 프로젝트에 작은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다양한 요소의 문화가 어우러진 도시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취재해야 할까. 우선, 작가는 차를 두고 발로만 도시를 탐방하기로 했다. 또한 생태감수성을 갖추고 인간과 비인간을 두루 살피고자 했고, 도시의 구성원 중에서 원주민과 이주민의 이야기를 골고루 듣고자 했다. 그러면서 구도심과 신도시 사람들 간의 인식 차를 새삼 확인했으며, 도농복합도시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연과 문명 간의 경계의 이야기 또한 담아냈다. 결국 우리 앞에 놓인 것은 『로컬 씨, 어디에 사세요?』라는, 알 듯 말 듯한 제목의 책이다. ‘로컬 씨’에게 주소지를 묻는 행위는 그동안 추상적으로만 다뤄진 하나의 개념에 하나의 구체성을 더하고자 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담론으로서의 로컬’은 그만 이야기하고, 실질적이고 구체적이며 명확한 지침서로서의 로컬, 바로 ‘실체로서의 로컬’을 이야기할 때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서진영 작가가 자신의 거주지를 찾고자 떠난 여행은 이렇게 ‘로컬의 구체성’과 연결된다. 과연 ‘30대 여성 1인가구’는 한국의 대표적인 지방도시에서 자신의 근거지를 찾을 수 있을까. 지역의 주거, 교통, 교육, 복지, 자연, 인구 구성 등을 점검하면서 ‘이 도시 살 만하다’라고 느낄 수 있을까. 이 물음의 답을 찾기 위해 작가는 책 속의 마을 곳곳, 춘천 효자동의 고양이마을, 번개시장과 애막골 등의 시장, 아이들이 뛰노는 후평동의 골목 어귀를 걸으며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춘천의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리며 지역 내 대중교통의 열악함을 실감하기도 한다. 지역민들이 청소년들을 위해 십시일반 기증한 돈으로 운영되는 카페를 방문하고, 농촌 유학지를 찾아 두메산골로 향하기도 한다. 소양강댐의 물, 여전히 수요가 많은 연탄을 바라보며 지역 문화의 근간인 에너지와 자연 환경을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지역에 내려와 터를 잡기 시작한 청년들의 이야기를 놓쳐서는 안 되었고, 축제의 도시를 지탱하는 여러 문화일꾼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인다. 이제는 지역 인구 구성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이주노동자, 북한이탈주민의 이야기도 빼놓을 순 없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삶의 터전, 집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한국의 로컬 담론에 좀 더 생생한 기운을 불어넣어보자 그리하여 ‘30대 여성 1인가구’의 거주지는 어디로 정해졌는가. 더 나아가 ‘로컬’이라는 구호가 사람들의 삶 곳곳에 배어 있다는 것을 확인했는가. 이에 대한 답변은 열려 있다. 작가는 자신이 6개월간 걷고 말하며, 적고 생각했던 바를 토대로 다음과 같이 결론 내린다. “최상의 환경을 갖춘 지역이 있고 내가 그곳에서 살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가 않다. 춘천을 오가며 지역을 보는 시선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 현재 얼마나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는 곳인가를 가늠하기보다 얼마나 여지가 있는 곳인지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되는 것 같달까. 그러고는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어디에서 내 고유의 색깔을 드러내며 살아갈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이 책 104면) 이 책의 기획은 2022년 늦가을 강원도 춘천문화재단이 강원도 고성의 온다프레스에 출간을 제안하며 시작되었다. 춘천문화재단과 온다프레스는 ‘담론으로서의 로컬’을 지양하고 ‘실체로서의 로컬’을 탐구한다는 데 뜻을 모으고, 청년세대에 좀 더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는 책을 만들기로 했다. 그리고 지난 십여 년간 문화 기획의 전반에서부터 지역 문화의 기반, 청년문화에서 기업문화까지를 두루 취재해온 서진영 작가가 이 기획에 동참했다. 이 책을 모두 읽고 나면 우리는 2020년대 로컬의 현황을 조금이나마 파악할 수 있다. 길을 걸으며 조금은 이질적으로, 생뚱맞다고 생각하며 바라봤던, 어느 플래카드의 문구 ‘로컬’이 내 삶과 가까운 이야기였음을 새삼스럽게 실감하게 된다. 다시 강조하건대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실질적인 로컬 담론이다. 이 책이 한국의 로컬 담론에 좀 더 생생한 기운을 불어넣는 데에 일조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