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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빛을 따라서
권여름
자이언트북스 2023.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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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_ 모든 것의 시작 7쪽
2부_ 꿈의 기능 75쪽
3부_ 이기는 생활 187쪽
추천사_ 장류진(소설가) 260쪽
작가의 말_ 262쪽

저자 소개 1

전북 부안의 작은 섬, 식도에서 태어나 정읍에서 자랐다. 장편소설 『내 생의 마지막 다이어트』로 2021년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에서 대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2의 세계』(공저) 『스터디 위드 X』(공저) 등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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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0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336g | 128*188*15mm
ISBN13
9791191824308

책 속으로

그 누구보다 나는 욕심으로 가득차 있었다. 친구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대해 말로만 떠들 때, 나는 움직였다. 가끔 온몸이 너무 뜨거워져서 열정이 조금은 사라져도 좋겠다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내가 그런 아이라는 것을 선생님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 p.24

늘 이 말만 듣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곳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그걸 확인하느라 한 달에 한 번은 전화를 걸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제가 갑니다’ 속으로 이렇게 비장하게 외치다, 어떤 날은 입 밖으로 뱉으며 수화기를 딸깍 내려놓기도 했다. 누군가에게는 장난전화처럼 보이겠지만, 곧 합류할 세계의 안부를 묻는 중요한 일이었다. 오늘은 한발 더 나아갈 생각이다. 나는 닭이 되고 싶지 않다.
--- p.51

손님이 찾아오지 않아도 문을 여는 마음에 대해 생각했다. 새벽 여섯시 차가운 셔터 끝을 잡아 힘차게 올리는 아빠의 뒷모습이 그려졌다. 여는 시간 여섯시, 닫는 시간 열두시는 법으로 정한 건 아니었지만, 스스로 선택한 시간이었고, 우리 슈퍼만의 신성한 약속이었다.
--- p.170

망설이던 나는 내 마음속 폐허 오은동을 불러냈다. ‘어디에서도 연기를 할 수 있겠죠’ 그 말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쌤마트의 마당이 어느새 널따란 야외무대 같았다. 나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지금 이 순간이 바로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을 말이다.
--- p.215

선우정 언니의 말을 그때는 사실 이해하지 못했다. 쪽수가 많아져 시위를 통해 얻고자 한 바를 얻어낸 것도 아니었다. 결과는 그대로였다. 사람 수 몇 명 늘어난다고 크게 달라질 게 없었던 거였다. 하지만 나는 할머니의 일기를 보고 알게 되었다. 여름방학 시위 시간에 나는 붕어처럼 입을 벙긋거리며 어설프게 서 있기만 했다. 그럼에도 최소한 유상렬 선생님이 덜 외로웠겠구나 싶었다. 누군가를 최소한 외롭지 않게 해주는 것. 그를 덜 이상하게 보일 수 있게 하는 것. 쪽수의 힘이었다.
--- p.219

아주머니가 정답을 알아차릴까 조마조마했다. 하지만 이내 엄마의 느긋한 표정에 안심되었다. 엄마의 느긋한 표정은 언제나 우리를 안심하게 했다. 아무리 큰일이 일어나도 엄마가 느긋하면 우리도 느긋해졌다. 문득 지금껏 벌어진 일의 중심에서 엄마는 줄곧 느긋한 편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엄마가 그런 표정을 짓지 않았다면 우리는 한껏 불안했을 것이다.
--- p.235~236

엄마와 아빠는 슈퍼가 심란한 일을 겪을 때마다 청소를 하고 뭔가를 궁리했다. 지금도 그렇다. 다시 이기기 위해 전략을 짜고, 때론 종목을 바꾸며 변신했다. 외부의 파도에 쉽게 흔들렸지만 마냥 휩쓸리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믿음이 가슴을 가득 채웠다.
--- p.243

‘알어야 면장이라도 혀’ 할머니가 습관처럼 뱉던 이 말을 떠올렸다. 알아야 면장이 담장을 면하는 거였구나. 알면 눈앞의 벽이 없어지는 것. 나도 처음 알게 되었다. 우르르 무너져버린 것은 무엇일까. 할머니가 담을 넘으려는 순간, 눈앞의 벽이 허물어지는 상상을 했다. 고운 가루로, 빛으로 부서져 흩날리는 것들. 그것을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

--- p.253

출판사 리뷰

2021년 제1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대상 수상!
위기와 실패 속에서 주저앉지 않고 나아가는 사람들


권여름 작가의 첫 장편소설 『내 생의 마지막 다이어트』는 단식원을 배경으로 ‘Y의 마지막 다이어트’의 주인공 운남이 실종된 사건을 중심으로 ‘존중받는 몸’에 대해 이야기했다. 흡인력 있는 서사로 독자를 끌어당기며 “주인공이 변화하는 과정이 우리 시대의 역상(逆狀)으로 충분한 호소력을 보여준다.”(유성호 문학평론가)라는 평가를 받으며 심사위원 전원의 만장일치로 제1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대상을 수상했다. 그렇게 자신을 세상에 알린 권여름 작가의 두번째 장편소설 『작은 빛을 따라서』가 출간되었다. ‘우리 삶은 수많은 실패의 연속이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무언가를 얻고 성장하며 변모한다. 이를 종종 잊기에 나는 이 이야기로 이 말을 하고 싶었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자신만의 활기찬 문장, 어딘가에 꼭 존재할 것 같은 인물의 목소리를 빌려 실패라고 느껴지는 순간에도 우리는 자라고 있다고 말하며 우리를 ‘작은 빛’ 속으로 데려간다.

『작은 빛을 따라서』는 내장산으로 가는 길목에서 ‘필성슈퍼’를 운영하는 가족의 이야기다. 여섯 식구를 책임지고 있는 슈퍼는 주변에 입점한 대형마트로 인해 흔들리기 시작한다. 엄마와 아빠는 손님의 발걸음을 되돌리기 위해 ‘두부 한 모라도 배달’을 중심으로 여러 방안을 마련해보지만 돌아선 발걸음은 꿈쩍없다. 그런 상황에서 주인공 은동은 할머니와 비밀스러운 한글 수업을 통해 자신의 오랜 꿈, 배우가 되기 위한 첫발이 되어줄 ‘연기 아카데미’의 학원비를 모으고 있다. 그렇게 일 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매출이 나아지기보다 더 악화된 슈퍼는 급기야 공과금을 비롯해 급식비, 학원비까지 밀리게 되며 최악의 상황으로 흘러간다. 필성슈퍼 가족들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내 안에 희망의 기운이 꽉 찬 건 분명했다.
그런 마음은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사라지는 것일까.”
실패라고 느껴지는 순간에도 우리는 자라고 있다.
‘작은 빛’을 따라가다 만나게 되는 삶의 작은 변화들


떨어지는 벚꽃잎을 잡아 ‘특별하게 살고 싶어’라고 소원을 비는 주인공 은동의 꿈은 배우이다. 어디에도 털어놓지 못하고 마음속으로만 품고 있는 꿈이지만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슈퍼 배달, 집안의 잔심부름 등으로 연기 학원비를 모으고 있는 은동은 포도 씨앗을 통해 할머니의 큰 비밀, 문맹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할머니에게 한글을 무료로 배울 수 있는 학원에 다닐 것을 권했지만, “공것이라고 해놓고 참말로 공으로 주는 사람 봤냐?”(27쪽) 라고 말하며 은동에게 삯을 줄 테니 한글을 가르쳐달라고 한다. 학원비를 더 많이 모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앞에서 고민하던 은동은 이내 할머니의 제안을 수락하고 가족들의 눈길을 피해 비밀스럽게 한글 수업을 시작한다. 할머니와 손녀 은동의 한글 수업이 비밀스럽게 이루어지던 때, 부모님이 운영하는 필성슈퍼에 위기가 찾아온다. 슈퍼 주변에 입점한 대형마트로 인해 손님의 발길이 뚝 끊긴 것. 부모님은 매출을 회복하기 위해 물건 하나라도 배달하고, 김장철에 배추 한 포기라도 절여주고, 시들어가는 채소로 반찬을 만들어 판매하고, 섬 위도로 행상을 나가는 등의 노력을 한다.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다니까. 간당간당 살길이 또 생기네.”(232쪽) 라는 엄마의 말처럼 가끔 생기는 기회를 감사하게 생각하며 그 기세를 이어나가기 위해 애쓴다.

‘작은 빛’을 따라가는 사람들
버티기 위한 노력, 함부로 꺾지 않는 희망
‘존재’하기에 느낄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작은 빛을 따라서』의 중심 사건은 ‘대형마트’라는 외세에 휘청이는 ‘필성슈퍼’다. 대형마트의 입점으로 손님의 발길이 끊긴 슈퍼로 인해 집안의 기세가 기울게 된다. 이런 큰 위기 속에서 은동은 할머니에게 한글을 가르치며 글자를 읽을 수 있게 된 할머니가 말하는 “부런 사람이 없다.”라는 말을 이해하며 자신의 꿈에도 한 발자국 다가간다. 이후 은동은 아빠의 위도 여객선 사고를 통해 ‘존재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꿈을 이루기 위한 첫발이었던 연기 아카데미 오디션에서 겪은 고초와 ‘엄친딸’ 석희에게 느꼈던 감정들에 잡아먹히는 것이 아닌 그것을 삼키고 ‘선택되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선택하는 것을 좋아하는’ 폐허 오은동을 만들어내며 꿈의 무대를 스스로 정하고 펼친다. 고객과의 보이지 않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새벽 여섯시에 슈퍼 문을 열고 자정에 문을 닫는 부모님을 보며 ‘기쁨’과 ‘존재’의 가치를 깨닫고 삶의 ‘작은 빛’을 따라간다.

존재한다는 것은 버티는 것이고 버티는 것은 살아내는 것이다. 오늘도 우리는 한없이 무겁게 느껴지는 삶을 짊어지고 그 무게를 견뎌내고 있다. 잘 견뎌낸 시간 속 이루고 지킨 것은 무엇인가? 어떤 순간을 통해 채운 행복과 나를 웃게 만든 기쁨이 모여 만든 작은 빛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까? 『작은 빛을 따라서』를 읽고 힘차게 나아가길 바란다.

추천평

지나는 계절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불 밝힌 필성슈퍼. 그리고 그 안과 밖을 '작은 빛을 따라서' 한 발짝씩 걸어나가는 인물들의 발걸음에 그 누구라도 응원을 보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동시에 그 발걸음으로부터 그 누구라도 응원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가장 환하고 가까운 곳에 올려두고 싶은 소설. 두고두고 꺼내 읽고 싶은 소설. 사실 그 어떤 말로도 『작은 빛을 따라서』를 읽으며 느꼈던 독서의 기쁨을 다 표현하기는 어렵다. 지금 당장 이 소설을 펼쳐 읽는 것만큼 이 멋진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기에 좋은 방법은 없을 것이다. - 장류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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