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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레일 찾기 ∞ 고요한
시험의 미래 ∞ 권여름 코너스툴 ∞ 김혜나 2차 세계의 최애 ∞ 류시은 2의 감옥 ∞ 박생강 다음이 있다면 ∞ 서유미 이야기 둘 ∞ 조수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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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현실과 눈이 마주치면 고개를 돌려 모노레일을 바라보았다. 모노레일은 아까보다 더 멀리 바다 쪽으로 가 있는 것 같았다. 저 모노레일 선로 위를 현실과 걸어가고 싶었다. 밤에 둘이 저 위를 걷는 기분은 어떨까.
---「모노레일 찾기」중에서 이 골방에서 제발 나가게 해주세요. 아니, 나갈래요 그냥. 이렇게 말을 내뱉으려는 순간, 기준서가 구은열의 손을 억세게 쥐었다. “세상을 진짜로 움직이는 건 사실 카운트되지 않는 사람들이잖습니까. 이렇게 제2의 방에서 숨어 있는 자들.” -권여름, 「시험의 미래」중에서 “……책방을 열어야 하니 책방 이름을 지어야 했고,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가 ‘코너스툴’이었어요. 삶은 누구에게나 링이나 마찬가지잖아요. 우리는 비록 링에서 싸우듯이 살아가고 있지만, 잠깐씩 앉아 쉬어 갈 구석 자리가 필요하죠. 사람들에게 이 서점이 그런 자리가 됐으면 해서 지은 이름이에요.” ---「코너스툴」중에서 홈마들의 속도는 언제나 놀라웠다. 오로지 최애를 좋아하는 일에 자신을 던진 사람들답게 빨랐다. 초록 머리의 말이 맞겠지. 지금의 즐거움, 그 이상의 고민은 내 영역 밖의 문제다. 애초에 덕질을 왜 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명확해진다. ---「2차 세계의 최애」중에서 퍼펙트와 2% 부족한 도플갱어가 만난다면? 그럴 경우 두 사람은 마주쳐도 동시에 죽지 않는다. 도플갱어들 사이에서 2%의 힘 차이는 거대하기 때문에, 한쪽 운명이 찌그러질 따름이다. 그리하여 원래 살고 있던 1의 세계에서 밀려나 언젠가 2의 감옥이라는 괴상한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이건 너무 억울하잖아! 2% 부족하다고 어떻게 골로 가? 어떻게 이런 일이 있냐고!” ---「2의 감옥」중에서 “선을 계속 그어야 면을 채울 수 있어.” 드로잉 북은 반 정도 남아 있었고 사촌은 앞으로 채색도 배울 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반년 동안 자신이 새롭게 시작한 일과 그만둔 것, 앞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다음이 있다면」중에서 “올빼미는 정확히 내 눈을 보고 있었어. 그 눈을 마주 보는데, 마치 올빼미가 나에게 묻는 것 같았어. 나는 왜 당신이 있는 곳으로 갈 수 없는 건가요, 라고. 우리는 그렇게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한참 동안 고요히 마주 보고 있었지.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누군가 출입구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는데, 그걸 눈치챘는지 올빼미가 몸을 틀어 하늘 높이 날아올랐어. 문득 이상한 기분이 들더라. 올빼미는 정말 내 쪽으로 오고 싶었던 게 아닐까. 어쩌 면 올빼미는 네가 아니었을까.” ---「이야기 둘」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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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명의 작가, 삶을 통해 말하는 ‘2’의 의미
삶에서 절대 일어나지 않을 법한 일들, 삶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우리가 모르는 일들. 둘 중에 어떤 게 더 비밀스럽고 신비롭다고 느껴지는가? 물론 후자 쪽일 것이다. 일곱 편의 소설은 우리 삶에 펼쳐지고 있는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서 또 다른 ‘2’의 의미를 담아내고 있다. 고요한의 〈모노레일 찾기〉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 31일 어느 횟집에서 만난 전 여자 친구 주변을 여전히 빙글빙글 돌고 있는 마음을 ‘모노레일’로 표현한다. ‘두 개’의 선로가 있어서 영원히 하나 되지 못하는 사랑을. 권여름의 〈시험의 미래〉는 파이널 점독관으로 채택된 구은열이 시험을 점독하는 상황을 그리며, 보이는 세계를 통제하는 또 다른 방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방 역시 통제하는 ‘제2의 방’이 있다. 김혜나의 〈코너스툴〉은 ‘코너스툴’처럼 자신이 그 사람의 쉼이 되어주고 싶었지만 정작 용기를 내지 못했던 ‘이반’ 작가의 사랑을 편지로 그려낸다. 류시은의 〈2차 세계의 최애〉는 아이돌 쇼케이스에서 서로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두 사람이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현실과 달리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있는 ‘2차 세계’ 그리고 ‘덕질’이 주는 즐거움에 대해 말하면서도, 인생에 있어 진짜 즐거움이 무엇인지 질문을 남긴다. 박생강의 〈2의 감옥〉은 퍼펙트 도플갱어를 만나 ‘2의 감옥’에 떨어진 2% 부족한 남자, 그 남자를 찾기 위해 (0)천공의 세계에 사는 존재를 만난 여자 친구의 이야기를 그린다. 서유미의 〈다음이 있다면〉은 구조조정으로 퇴사하게 된 미진이 자신과 닮은 두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느끼는 감정들을 담아내며, 미래가 불투명하고 나만 정지된 상태인 것 같을 때 ‘다음’이 있다고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조수경의 〈이야기 둘〉은 죽음과 만남을 통해 긴밀히 연결된 ‘두 개의 시공간’을 그린다. 두 가지 이야기 속 주인공들에게 찾아온 죽음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 상태이고, 그 속에서 켜켜이 쌓인 그리움이 또 다른 형태의 만남으로 이어진다. 보이지 않아서 더 경이로운 2의 세계로 삶을 산다는 건 불안과 공포, 두려움과 싸워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사랑을 해도 그 끝은 예상할 수 없고, 언제 어디에서 죽을지 모르며, 오늘은 괜찮아도 내일은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혀 모르기 때문에 기대감이 생기는 것일 테다. 눈에 보이는 삶 너머의 세상, ‘2의 세계’는 그야말로 미지의 세계다. 1(삶)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알 수 없고, 그래서 더욱 삶은 신비롭기만 하다. 우리는 오랜 시간 팬데믹을 겪으며 ‘내년엔 괜찮아지겠지’ 하는 기대감으로 2022년을 맞이했다. 그런데 막상 2022년을 살면서도 이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고 오히려 상황의 익숙함만이 삶에 자리해 있다고 느낀다. 그런 우리에게 《2의 세계》는 잠시나마 우리의 눈을 돌리고 이렇게 위로해줄 것이다.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오늘이 또 다른 세계로 이끌 통로라고. 1의 뒤에 ‘2’가 있듯 그 후의 세계도 있을 것이다. 숫자 2의 형태처럼 구불구불하고 또 다른 고통과 아픔, 슬픔의 순간과 직면할 수 있지만, 분명 즐겁고 행복한 길도 걸어가게 될 것이다. 진부하고 흔해빠진 표현이지만, 그래서 인생을 살 만하다고 하지 않던가. 오늘을 사는 모든 사람에게 미지의 세계에 발을 푹 담고 가는 게 나뿐이 아니라는 데에 위로를, 신비롭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한 그 세계를 매일 경험하고 있는 데에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