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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원 큰글자도서

책소개

목차

여름은 죽기 좋은 계절
물방울
파핑캔디
루나파크
하와이엔 뭘 타고 가지?
랜야드

작가의 말

저자 소개1

글 · 그림 · 여행. 세상 구경 실컷 하고, 아이들과 동물들을 사랑하면서 살다 가고 싶은 소설가.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고, 201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젤리피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소설집 『모두가 부서진』, 장편소설 『아침을 볼 때마다 당신을 떠올릴 거야』 『그들이 사라진 뒤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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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202*297*30mm
ISBN13
9791172133689

책 속으로

엄마가 죽고 싶다는 말을 하는 건 싫었지만, 그런 말을 하는 이유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 p.16

인생은 물속처럼 상하좌우 구분이 안 돼 헤맬 때가 있지만, 도로는 정확해서 길을 따라가면 목적지가 나왔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다음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 것. 이것이 내가 지난 10년간 삶을 버텨온 방식이었다.
--- p.63

포유류 잠수 반사. 잠수할 때 몸은 우리가 물속에서 더 오래 버틸 수 있게 스스로 대비하잖아요. 그래서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확실히 알았죠. 마음과는 별개로 몸은 우리가 살게끔 설계돼 있다는 걸.
--- p.72

엄마의 흔적은 엄마의 부재를 선명하게 만든다. 나는 아직도 엄마 머리카락을 발견할 때마다 몸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기분이다. 그 순간 몸의 모든 기능이 멈추고, 오직 기억의 영역만 활성화돼 오래전 엄마가 했던 말들이 머릿속에서 마구잡이로 재생된다.
--- p.81

나는 지금 긴 꿈을 꾸고 있는 걸까. 이게 꿈이라면 깨고 싶지 않았다. 엄마랑 은우랑 다 같이 하루를 산 기분이었다. 그게 좋았다. 그게 좋아서 겁이 났다. 엄마와 은우의 미래를 알고 있기에 더 겁이 났다
--- p.164

오늘에서 내일로, 하루씩 건너가며 매일 조금씩 무너지는 삶은 눈치채기가 쉽지 않았다. 깨달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어버린 뒤였다.
--- p.201

다른 듯 닮은 나들을 바라보다가 나도 팔을 벌려 이구를 안았다. 내 품 안에 이구도, 일구도, 구도 다 들어 있었다. 우리가 서로 안고 있는 모습이 꼭 나이테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또 다른 나들을 더 세게 끌어안았다.
--- p.251

나쁘게 사는 게 언제나 더 쉬우니까. 부끄러움을 모르면 살기 편하거든. 이기기 쉽거든. 속이고, 거짓말하고, 말 바꾸고, 뒤집어씌우고, 뻔뻔하게. 선한 사람들이 떨어진 꽃잎 하나 밟지 않으려고 조심조심 걸어갈 때, 악한 사람들은 꽃밭을 마구 짓밟으며 무조건 직진하는데, 그걸 무슨 수로 이겨…….
--- p.307

텔레비전에서 어떤 과학자가 그러더라고요. 죽기 전에 살아온 날들이 필름처럼 스쳐 가는 이유는, 생에서 체득한 모든 경험 속에서 지금의 나를 살릴 방법을 찾기 위해서라고.

--- p.313

출판사 리뷰

“세월을 훌쩍 건너뛰니 선명하게 보이는 것들”
지금의 나를 살릴 방법을 찾는 이들을 위한 이야기

생사의 갈림길인 해변 말라가에서 형우는 제일 먼저 아홉 살의 형우를 만난다. 어린 시절에 살던 집으로 돌아가 젊은 나이의 엄마와 어린 동생을 조우한다. 아빠의 부재로 생활에 부침을 겪었으나 셋이서 사랑으로 충만했던 시간을 다시 보내며 가족의 따스함과 소중함을 되새긴다.

열아홉 살의 형우를 통해서는 동생이 처음으로 아빠의 죽음에 의문을 드러냈던 순간을 돌아본다. 그때 동생의 질문을 무시하지 않고 사려 깊게 대화를 나누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회한에 젖어든다. 그랬다면 형제 사이가 소원해지지 않았을지도, 동생의 우울이 심화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죄의식을 거듭 느낀다.

스물아홉 살의 형우는 대기업에 다니며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신규 사업 준비에 치여 엄마와 동생의 번민을 도외시하는 과거의 모습에서 형우는 마음 깊이 자책한다. 아주 작은 관심과 배려만으로도 참담한 불행을 막을 수 있었으리라는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생의 면면을 곱씹어보는 과정에서 형우는 그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던 과오와 놓쳐버린 가능성, 후회, 행복의 순간들을 오롯이 마주한다. 과거의 자신들을 경유해 잃어버렸던 삶의 기쁨과 의욕을 되찾으며 조금씩 새로운 미래를 꿈꾸기 시작한다.

텔레비전에서 어떤 과학자가 그러더라고요. 죽기 전에 살아온 날들이 필름처럼 스쳐 가는 이유는, 생에서 체득한 모든 경험 속에서 지금의 나를 살릴 방법을 찾기 위해서라고. _313쪽

“숨이 쉬어지지 않을 땐 함께 숨을 참는 것도 방법”
물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서로에게 손 내미는 사람들


바다에서 구조되어 현실로 돌아온 형우는 자신처럼 자살 사별자인 프리다이버들과 함께 물속으로 잠수하는 나날을 보낸다. 고요하고 깊은 바닷속으로 침잠함으로써 오히려 숨통이 트이는 듯한 경험을 한다. 투신자살과 유사해 보이면서도 전혀 다른 목적을 지닌 프리다이빙을 통해 그동안의 죽음충동을 극복해간다. 무엇보다 다른 자살 사별자들과 교류하는 과정에서 형우는 고립된 감정 상태로부터 벗어나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손 내밀면 서로를 잡을 수 있는 거리에서, 서로를 구할 수 있는 거리에서, 버디와 함께 수면으로 올라와 다시 숨을 들이마시는” 행위를 반복하며 개인적인 비통과 괴로움이 타자와의 연대로 치유될 수 있음을 발견한다.

우리, 이유를 찾으려고 하지 말자. 결말을 알 수 없는 게 살아 있는 이들의 삶이라면, 결말은 알고 있되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게 스스로 떠난 이들의 삶이니까. 결코 다 알 수 없지……. 죽음의 원인에서 내 탓을 찾지도 말고. 죽음으로 그의 삶을 미화하거나 왜곡하지도 말고. 있는 그대로 기억하면서, 그렇게, 그렇게. _82쪽

“누군가 마음을 앓으면 그 가족도 전부 도움이 필요해지거든”
전염되는 우울을 딛고 끝끝내 새로운 숨을 들이켜는 회복 호흡


한국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로 2024년에만 1만 487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루 평균 40.7명이 자살로 생을 마친 셈이다. 그에 따른 비애와 혼란은 주변의 가족, 친구, 동료들의 몫으로 남는다. 사랑하는 이를 먼저 떠나보낸 이들은 죄의식과 분노, 무력감으로 오랜 기간 비탄에 빠지고 심한 경우 자살을 택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말라가의 밤》은 자살 사별자가 자살 생존자라고도 불리게 된 배경과 이유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동시에 그들의 슬픔이 지나간 시절을 톺아보고 남겨진 이들끼리 서로 연결됨으로써 회복 가능한 상처임을 알린다. 지극한 애통 속에서도 힘찬 발짓으로 수면을 박차고 오르는 존재들을 통해 한 줄기 빛과 같은 위로를 선사한다.

작가의 말


살다가 숨이 쉬어지지 않는 날에는 당신이 당신을 꼭 안아주면 좋겠다. 구와 일구와 이구와 삼구가 서로를 안아주었듯이. 잠시 숨을 참더라도, 결국엔 수면으로 상승해 회복 호흡을 하면 좋겠다. 슬픔도, 분노도, 우울도 힘이 세다. 한 사람 혹은 그 이상의 생명을 꺼뜨릴 만큼 강력한 에너지를 품고 있다. 그렇기에 마음에 ‘우울력 발전소’를 세우고 역으로 그 에너지를 당신이 숨 쉬는 데, 당신만의 빛을 발하는 데 모조리 써버리면 좋겠다.

추천평

너무 슬픈 소설을 읽고 나면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책을 덮고서 소설의 용도에 관해 거듭 생각했다. 우리는 왜 소설을 읽는 것일까? 무력한 현실에서 이토록 슬픈 소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막막한 심정으로 물음표를 노려본다. 현실이 무력하다면 더구나 소설에는 아무런 힘이 없다. 그러나 바로 그 지점에서 소설은 현실과 다른 방식으로 감정을 조직한다. 좋은 소설의 궁극적인 목적이 위로가 아니라 이해인 이유일 것이다. 조수경은 슬픔이 만들어진 원인과 그것이 놓인 자리, 이동하는 경로를 섬세하게 들여다보면서 거기 존재하는 감정의 구조적 맥락을 담담히 재정렬한다. 그 과정을 통해 ‘나의 감정’이 고립된 것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타인들의 마음과 긴밀히 얽혀 있음을 드러낸다. 개인에게 속했던 상처와 고통을 사회적 차원에서 다시 사유하게 한다. 개별적 상태에서 내면으로 침잠하던 슬픔은 비로소 문을 열고 나와 치유의 여정을 시작할 수 있다. 생존자의 삶을 향해 내미는 진심 어린 작은 손. 그 손길이 바로 이 아픈 소설의 존재론적 용도이다. - 정이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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