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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미술관 북마크 (큰글자도서)
도슨트와 함께하는 프랑스·영국·네덜란드 미술관 여행
김상래
초록비책공방 2026.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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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1부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세상에서 제일 유명한 그림 〈모나리자〉, 레오나르도 다빈치
완벽한 아름다움이 있다면 〈밀로의 비너스〉, 안티오크의 알렉산드로스
나폴레옹에 의한, 나폴레옹을 위한 그림 〈나폴레옹의 대관식〉, 자크 루이 다비드
·예술과 나를 이어 보기

오르세박물관
나도 당신을 보고 있어요 〈올랭피아〉, 에두아르 마네
무대 뒤에서 〈발레 수업〉, 에드가 드가
세상이 바뀌어도 한결 같은 〈이삭 줍는 여인들〉, 장 프랑스와 밀레
·예술과 나를 이어 보기

로뎅박물관
문이지만 통과 할 수 없는 〈지옥의 문〉, 오귀스트 로댕
우리와 같은 자리에서 두려움을 딛고 〈칼레의 시민들〉, 오귀스트 로댕
인간 정신을 조각한다 〈청동시대〉&〈발자크〉, 오귀스트 로댕
·예술과 나를 이어 보기

오랑주리박물관
그림이 방이 되다 〈수련〉 연작, 클로드 모네
행복에 관한 친숙한 그림 〈피아노 치는 소녀들〉, 오귀스트 르누아르
·예술과 나를 이어 보기

2부 영국

내셔널 갤러리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마음 〈전함 테메레르호〉,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
내가 그리고 싶은 나 〈밀짚모자를 쓴 자화상〉, 엘리자베트 비제 르 브룅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화가와 닮은 그림 〈도마뱀에 물린 소년〉, 미켈란젤로 메리시 디 카라바조
·예술과 나를 이어 보기

테이트 브리튼
그녀는 왜 몸을 웅크렸을까? 〈수태고지〉,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
하늘을 연구한 사람 〈초원에서 본 솔즈베리 대성당〉, 존 컨스터블
순수하고 아름다운 비극 〈오필리아〉, 존 에버렛 밀레이
빛이 주인공 〈노럼성, 일출〉,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
·예술과 나를 이어 보기

코톨드 갤러리
내면 풍경을 그린 풍경화 〈커다란 소나무가 있는 생트빅투아르산〉, 폴 세잔
수수께끼 같은 그림의 주제 〈폴리 베르제르의 바〉, 에두아르 마네
고독과 열정을 짊어진 존재의 기록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 빈센트 반 고흐
·예술과 나를 이어 보기

3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빛이 만든 오해 〈야경〉, 렘브란트 하르먼손 판레인
두 번 봐야 보이는 그림 〈위협받는 백조〉, 얀 아셀레인
·예술과 나를 이어 보기

반 고흐 미술관
고흐의 방으로 초대합니다 〈아를의 방〉, 빈센트 반 고흐
절망과 희망 사이에서 핀 마지막 봄의 꽃 〈꽃 피는 아몬드 나무〉, 빈센트 반 고흐
·예술과 나를 이어 보기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
상상하게 만드는 침묵 속의 소녀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해부학을 예술로 바꾼 화가 〈니콜라스 툴프 박사의 해부학 강의〉, 렘브란트 하르먼손 판레인
·예술과 나를 이어 보기

저자 소개 1

융합예술 연구센터 ‘아뜰리에 드 까뮤’ 대표로 인문·예술 커뮤니티 ‘살롱 드 까뮤’를 운영하고 있다. 미술관 도슨트와 문화예술강사를 거쳐 여러 기관과 박물관, 도서관에서 유아부터 시니어까지 예술로 소통을 이어 가고 있다. 초등학교에서 ‘창의융합예술’ 교육을 연구·진행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문화·예술로 가득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하루를 알차게 살아 내고 있다. 저서로 『실은, 엄마도 꿈이 있었어』, 『나의 시간을 안아주고 싶어서』(공저), 『조그만 별 하나가 잠들지 않아서』(공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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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7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203*297*18mm
ISBN13
9791124126387

책 속으로

가정을 이루고 다시 찾은 유럽의 미술관에서 이번에는 아이의 눈높이로 그림을 바라보았습니다. “이 그림은 왜 이렇게 그렸을까?”라는 질문을 아이와 나누며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습니다. ‘내 아이 또래의 가족이 나란히 앉아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바로 그런 필요를 마주하며 이 책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실제 미술관에서 관람객과 나누었던 설명과 질문의 흐름을 따라 구성했습니다. 낯선 작품보다는 교과서에서 보던 그림을 실제 공간에서 만나는 기쁨을 전하고 싶어 여행자가 가장 많이 찾는 미술관과 놓치지 말아야 할 장면들만 골랐습니다. 이 책은 해설집이 아니라 ‘북마크’입니다. 여행 가방 속에 넣어두었다가 미술관 입구에서 펼쳐보는 작은 안내서이자 어디에 먼저 시선을 둘지 알려주는 친절한 표시등입니다. 작품을 모두 이해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한두 작품의 이야기만 알아도 미술관은 훨씬 다정해집니다. 미술 입문자로 혼자 떠나는 여행자에게도 이 책은 충분한 동행이 되어줄 것입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모두가 감탄하는 ‘세계적인 걸작’이라는 부담감을 안고 〈모나리자〉에 다가가면 어렵게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럴 땐 한발 물러서서 질문을 던져 보세요. “이 그림은 나에게 어떤 말을 건네고 있을까?”라고 말이죠. 나는 온화한 미소와 다소곳이 포개진 두 손을 보며 ‘무엇이든 품어줄 넉넉한 마음’을 떠올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세상이 나를 몰라준다고 원망스러울 때 토닥토닥 위로해 준 엄마의 얼굴이 생각났습니다. 나아가 ‘나도 누군가에게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다짐도 하게 되었고요. 그림 한 점이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삶의 태도까지 변화시킬 수도 있다니,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혹시 아무런 느낌이 없었나요? 괜찮습니다. 그것 또한 솔직하고 소중한 감상입니다. “다들 좋다는데 나는 왜 감동이 없지?”라는 의문이 생기는 순간 이미 여러분과 그림 사이의 대화는 시작된 것이니까요. 중요한 건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느꼈는가입니다. 그림 앞에 선 ‘나’와 그림 속 ‘인물’이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는 그 과정이 바로 예술이니까요.
--- 「세상에서 제일 유명한 그림」 중에서

밀레는 왜 이런 그림을 그렸을까요? 그 해답은 그가 나고 자란 환경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밀레는 1814년 프랑스 노르망디의 작은 농가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떠나자 어린 밀레는 집안의 가장이 되어 어머니와 할머니를 돌보며 거친 땅을 일궈야 했지요. 다행히 가족들은 밀레의 남다른 재능을 알아보고 그가 파리에서 그림 공부를 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성공은 쉽지 않고 가난은 그림자처럼 따라다녔지요. 1851년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밀레는 지독한 가난 탓에 장례식조차 가지 못했습니다. 한 번만이라도 보고 싶다는 어머니의 간절한 편지에도 고향 갈 차비조차 마련하지 못했죠. 결국 2년 뒤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났지만 그는 마지막 곁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이삭 줍는 여인들〉 속 여인들의 얼굴에서 평생 허리 굽혀 땅을 일구며 가족을 지켜낸 밀레의 어머니와 할머니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에게 농부의 삶은 곧 그를 보듬어 준 거칠지만 다정한 가족들의 손길이었습니다. 밀레의 그림에서 투박한 흙냄새와 함께 가족을 향한 고요한 기도가 들려오는 이유입니다. 밀레가 ‘농부의 화가’라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요?
--- 「세상이 바뀌어도 한결같은」 중에서

1877년 브뤼셀 살롱에서 처음 공개된 〈청동시대〉를 보고 사람들은 실제 사람을 석고로 그대로 본뜬 게 아니냐며 의심했습니다. 로댕은 억울했지요. 수없이 관찰하며 스케치를 거듭했고, 흙을 주물러 자기 손으로 조각한 작품이었으니까요. 의혹은 한동안 로댕의 뒤를 따라다녔습니다. 결국 작품의 모델이었던 벨기에 군인 오귀스트 네토가 ‘내가 포즈를 취했다’라고 말해야 했지요. 그제야 비로소 로댕의 결백이 밝혀졌습니다. 〈청동시대〉는 전통적인 청동 기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먼저 밀랍으로 조각을 빚은 뒤 그 위에 흙을 씌워 굳히고 밀랍을 녹여내 빈자리에 청동을 부어 넣는 방식이지요. 작품을 자세히 살펴볼까요? 한 청년이 맨몸으로 서서 한쪽 팔은 머리에 얹고 다른 팔은 가볍게 주먹을 쥐고 있습니다. 그저 한 명의 ‘인간’의 모습이지요. 당시 조각은 신화 속 영웅을 웅장하게 그려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 시대에 로댕이 빚어낸 평범한 젊은 남자의 조각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얼핏 보면 한 청년의 몸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지만 그 안에는 살아 있는 힘이 담겨 있어요. 로댕은 인물에게서 전쟁의 상처와 인간의 연약함 그리고 살려는 의지를 읽어내고는 근육의 긴장, 피부의 부피감, 손끝과 발가락까지 섬세하고 사실적으로 표현했습니다.
--- 「인간 정신을 조각한다」 중에서

트라팔가 광장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비둘기와 사진을 찍느라 분주한 여행객으로 늘 북적입니다. 쉼 없이 오가는 빨간 이층 버스를 보고 있으면 과연 해리 포터의 나라구나 하고 느끼게 되죠. 광장 한가운데에는 트라팔가 해전의 영웅 넬슨 제독의 기념탑이 먼바다를 향해 서 있고 그 뒤로 웅장한 건물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영국을 대표하는 미술관 내셔널 갤러리입니다.
내셔널 갤러리는 13세기 중세부터 19세기 말까지 유럽 회화 2,600점 이상을 소장하고 있답니다. 르네상스와 바로크, 인상주의를 아우르는 이 미술관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요? 금융업자이자 예술 애호가였던 존 줄리어스 앵거스틴의 38점의 명화를 영국 의회가 구매하면서 내셔널 갤러리의 토대가 마련되었습니다. 1824년 그의 저택 앵거스틴 하우스에서 열린 전시를 통해 루벤스와 렘브란트의 걸작이 대중에게 처음 공개되었지요. 이후 다 빈치, 고흐, 모네 등 거장들의 명화가 늘면서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거듭났습니다.
--- 「내셔널 갤러리」 중에서

〈전함 테메레르〉와 함께 꼭 봐야 할 터너의 명작은 〈비, 증기 그리고 속도 - 대서부 철도〉입니다. 거침없이 질주하는 기차를 통해 눈부시게 변화하는 새 시대의 에너지를 보여준 작품이죠. 길게 뻗은 철교 위로 증기기관차가 달려오는 모습은 우리를 순식간에 산업혁명의 한복판으로 데려갑니다. 빗줄기 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하얀 증기와 검은 연기는 비에 젖은 흐릿한 배경의 하늘로 퍼지고, 기차는 화면 밖으로 튀어나올 듯 그 속을 힘차게 뚫고 달려오지요. 그림 왼쪽의 강가에는 노를 젓는 작은 배 한 척이 떠 있어요. 느릿한 나룻배와 힘차게 증기를 내뿜는 기관차의 대비. 세상이 얼마나 빠르고 거대하게 변하는지 느껴지나요?
---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마음」 중에서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마리아의 표정입니다. 경건하다거나 평온해 보이지 않고 침대 끝에 몸을 움츠린 채 앉아 망설이는 소녀처럼 보입니다. 극적인 장면의 장엄함보다는 삶이 송두리째 바뀔 소식을 마주한 소녀의 떨림과 인간적인 망설임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서양 미술에서 성모 마리아는 항상 완벽하고 이상적인 모습으로 그려졌습니다. 평온한 얼굴로 천사의 말을 공손하게 받아들이는 여인으로 말이지요. 하지만 로세티는 마리아를 성스러운 상징으로만 보지 않았습니다. 앞선 〈수태고지〉 두 작품에서 마리아가 ‘평온하고 이상적인 성모’였다면 로세티의 마리아는 ‘현실에서 갈등하는 소녀’입니다. 우리는 이 그림 속 마리아가 성인이기에 앞서 우리와 같은 감정을 지닌 한 인간으로 느끼게 되지요. 전통적인 수태고지에서 강조되던 질서와 장엄함 대신 두려움과 용기, 망설임과 결단이 동시에 교차합니다.
--- 「그녀는 왜 몸을 웅크렸을까?」 중에서

오필리아의 왼팔 아래의 흰 데이지는 ‘순수와 무고함’을 상징합니다. 팬지꽃은 ‘나를 기억해 주세요’라는 뜻을 담습니다. 원작에서 오필리아는 실성한 채 오빠 레어티스에게 팬지를 건네지요. 밀레이가 그린 노란 팬지는 특히 ‘밝은 생각과 희망’을 나타냅니다. 요절한 청년의 신화에서 유래한 작은 아도니스 꽃은 ‘슬픔과 짧은 생애’를 상징합니다. 이처럼 〈오필리아〉에 그려진 꽃들은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그림을 오래 바라볼수록 문학과 회화, 인간의 운명이 겹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도덕과 규범을 엄격히 중시했던 당시 영국 사회에서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일은 좀처럼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대신 사람들은 꽃말을 통해 마음을 전했지요. 이것이 바로 ‘플로리오그라피(꽃의 언어)’ 문화입니다. 빨간 장미는 사랑, 흰 백합은 순결, 데이지는 무고함을 뜻했지요. 편지로 말하지 못한 속마음을 꽃다발에 담아 주고받는 놀이였습니다. 비극적인 순간임에도 이 그림이 아름답게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밀레이는 죽음의 순간을 역설적으로 화려한 자연 속에 담아냈습니다. 또 세밀하게 묘사된 꽃들은 각자의 꽃말로 오필리아의 심정을 말해주죠. 덕분에 오필리아는 생의 마지막 순간마저 평화롭게 잠든 듯 보입니다.
--- 「순수하고 아름다운 비극」 중에서

코톨드 갤러리에서 만난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은 선은 정갈하고 색채는 가라앉아 있으며 구도 역시 안정적입니다. 폭풍이 지나간 뒤의 바다처럼 고요하지만 그 이면에는 차마 말 못 할 고통과 침묵이 숨어 있지요. 자신에게만은 끝까지 정직하고 싶었던 고흐가 남긴 작별 인사가 아닐까요? 고흐는 가슴 속 뜨거운 불꽃을 그림으로 불태운 화가였습니다. 거친 마티에르와 투박한 붓 터치로 표현한 자화상에서 볼 수 있듯 그의 삶은 항상 진심을 향해 있었지요. 그에게 그림이란 일상을 지탱하는 유일한 수단이자 처절한 생존의 기록이기도 했으니까요. 고흐가 보내온 편지를 읽어 내려가는 마음으로 그의 자화상에 남겨진 고독한 흔적을 하나하나 따라가 보기 바랍니다.
--- 「고독과 열정을 짊어진 존재의 기록」 중에서

〈야경〉이라는 제목을 들으면 누구나 어두운 밤을 떠올리게 마련이지요. 하지만 렘브란트가 그린 이 장면은 한낮의 햇빛 아래, 무기고를 나서며 훈련을 준비하던 민병대의 모습입니다. 대낮의 풍경이 어쩌다 밤처럼 보이게 된 걸까요? 원인은 그림 위에 내려앉은 두터운 세월의 먼지 때문이었습니다. 17세기에 그려진 이후 수백 년 동안 먼지, 공기, 빛에 노출되어 그림은 점점 어두워졌습니다. 당시에는 작품 보호 기술이 충분하지 않았어요. 미술관은 그림을 지키기 위해 표면에 바니시(그림 위에 바르는 투명한 보호막)를 여러 겹 덧칠했습니다. 결국 맑은 대낮의 풍경은 칠흑 같은 밤의 기록으로 뒤바뀌었고, 사람들은 이를 밤의 장면이라 믿게 되었습니다. 18세기에는 실제로 군대와 경찰이 야간 순찰을 하는 일이 흔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그림을 보며 ‘야간 순찰’을 떠올린 겁니다. 〈야경〉이라는 잘못된 명칭이 널리 퍼지면서 제목으로 굳어졌고, 그림의 진짜 배경은 한동안 베일에 가려졌습니다. 그러다 20세기 초 본격적인 복원 작업이 시작되며 겹겹이 쌓인 바니시를 조심스럽게 걷어냈지요. 그제야 밤이 아닌 햇살 내리쬐는 한낮의 순간이었음이 밝혀졌어요. 오해로 붙여진 제목이지만 덕분에 작품은 더 풍성한 이야기를 담게 되었습니다.
--- 「빛이 만든 오해」 중에서

편지 속 고흐의 모습은 그림이 가장 잘 그려지는 절정의 순간과 몸과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위기의 순간이 서로 맞닿아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의 삶은 이렇듯 빛과 어둠, 희망과 절망이 종이 한 장 차이로 공존하고 있었습니다. 〈꽃 피는 아몬드 나무〉는 그런 삶의 경계 위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평화롭고 사랑스러운 마음을 담아낸 작품입니다. 하지만 그해 봄에 피어난 아몬드꽃은 고흐가 이 세상에서 마주한 마지막 봄의 꽃이 되었습니다. 결국 고흐는 스스로 생을 마감하며 영원한 휴식의 길을 선택합니다. 형을 세상 누구보다 아꼈던 테오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고흐의 뒤를 따라 세상을 떠나지요. 고흐는 이 세상에 없지만 테오의 아들이자 고흐의 조카, 빈센트 빌럼 반 고흐는 삼촌이 그린 예술 세계를 영원히 꽃피울 수 있도록 반 고흐 미술관 창립자가 됩니다. 덕분에 빈센트 반 고흐라는 이름은 시대를 넘어 세상을 환히 밝히는 별처럼 빛날 수 있었습니다. 예술에 파묻혀 살았던 반 고흐는 만발한 아몬드꽃처럼 우리 곁에 영원히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 「절망과 희망 사이에서 핀 마지막 봄의 꽃」 중에서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라는 제목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오직 소녀의 얼굴과 귀에 걸린 커다란 진주 귀걸이뿐입니다. 소녀가 누구인지 알 수 없기에 시선은 더 오래 머물게 되지요. 화면 밖을 응시하는 소녀의 모호한 시선에서 보는 이의 감정을 비춰보게 합니다. 요하네스 페르메이르는 미술사에서 가장 신비로운 화가로 꼽힙니다. 남겨진 기록이 거의 없어 미국의 소설가 트레이시 슈발리에는 화가와 그림의 모델 사이에 있었을지도 모를 이야기를 상상하여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라는 작품과 같은 제목의 소설을 썼지요. 이 이야기가 배우 스칼렛 요한슨이 소녀로 연기한 영화로 만들어지며 작품은 더 널리 알려지게 되었죠.

--- 「상상하게 만드는 침묵 속의 소녀」 중에서

출판사 리뷰

‘시선의 확장 + 질문과 공감 + 다정한 동행’
명화가 건네는 이야기를 듣고, 질문을 나누며, 예술과 나를 잇는다

여행 일정에 꼭 포함되는 장소, ‘미술관’. 하지만 막상 미술관에 들어서면 공간은 넓고 복잡한 데다 작품마저 방대하여 늘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결국 아이에게는 지루한, 어른에게는 부담스러운 공간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교과서나 시험 문제에서 접했던 명화들, 어디선가 한 번쯤 본 듯 익숙한 작품 앞에서도 감상은 막막하기만 하다. 그 순간 만약 옆에 선 자녀가 “이 그림은 왜 이렇게 그린 거야?”라고 묻기라도 한다면 어떨까?

미술관 도슨트로 활동하며 관람객과 예술 작품의 사이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온 저자는 단순한 미술 지식의 전달에 머물지 않고 우리의 삶으로 이어지는 여정을 깊이 살피며 이 책을 집필했다. 프랑스·영국·네덜란드의 대표 미술관에 자리하는 명화 중 꼭 만나야 할 작품들을 꼽아 친절하게 안내한다. 그림 앞에 섰을 때 가장 먼저 어디에 시선을 두어야 하는지, 화가는 어떤 마음으로 붓을 들었는지, 그리고 그 장면이 왜 그토록 그 시대를 뒤흔들었는지를 명쾌하게 짚어준다.

나아가 시대적 배경이나 미술 용어, 미술사적 의의 등을 ‘아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우리의 일상과 연결하여 스스로 ‘질문하게’ 만든다. 가령 자크 루이 다비드의 〈나폴레옹의 대관식〉,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 장 프랑수아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과 같은 작품이 이 시대에 다시 그려진다면 과연 어떤 작품으로 탄생할지 상상해 보는 식이다. 각 장의 마무리에는 ‘예술과 나를 이어 보기’라는 코너를 마련해 온 가족이 그림을 매개로 풍성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또한 기념사진의 배경으로만 스쳐 지나갔던 공간이 시대와 도시의 기억을 오롯이 품은 의미 있는 장소로 읽힐 수 있도록 미술관의 역사와 건축 이야기도 보탰다. 중세의 견고한 요새였던 파리의 루브르, 활기찬 기차역이었던 오르세, 귀족의 화려한 저택이었던 마우리츠하위스 등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미술관 시간여행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다.


누구나 저마다의 속도로 미술관을 걸으며,
‘즐겨찾기’ 하고 싶은 명화를 간직하는 미술관 북마크

『첫 번째 미술관 북마크』는 여행 가방 속에 쏙 넣어두었다가 미술관 입구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펼치는 친절한 안내서이자 마음에 드는 그림 앞에 오래 머물 수 있도록 꽂아두는 ‘북마크’이다. 딱딱하고 어려운 전문 용어를 최소화하여 미술 입문자와 청소년이 읽어도 부담이 없으며,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에게는 아이와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훌륭한 매개체가 되어준다. 일방적인 설명보다는 스스로 던지는 질문을, 건조한 정보보다는 풍부한 감상을 앞세워 예술과의 거리를 한층 좁혀준다.

그림의 목소리가 들리고 굳게 닫혔던 마음이 열리는 책이다. 유럽 여행을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하는 가족, 잊고 지냈던 명화의 감동을 다시 느끼고 싶은 독자들에게 생각보다 훨씬 쉽고 다정한 동행이 되어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 누구나 저마다의 의미 있는 ‘미술관 북마크’를 남길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책에 이어 출간될 『두 번째 미술관 북마크』에서는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독일, 스페인의 유서 깊은 미술관들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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