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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명상 (큰글자도서)
“마음은 기어코 단단해진다”
이은경
위고 2026.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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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명상과 개새끼
매트 위의 명상
술과 나
매직 머시룸
덜 한심한 사람이 되고 싶은 한 조각의 의지
모호함 속에서 모른다는 것을 견디며
하루는 단순했다
대퇴사 시대의 용기
9월 23일에는 작은 실험을

2부

철학이 필요한 시간
SBNR(Spiritual But Not Religious)
해발 720미터의 끝내주는 식사
삶을 명상으로 만들기
뒤틀린 파이터의 고백
어떻게 사랑을 덧입힐 수 있을까
마음은 기어코 단단해진다
명상을 시작하려는 당신에게

저자 소개 1

세상과 브랜드를 연결해온 15년 차 PR인. 바깥의 소리에만 집중하다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졌을 때 명상을 만나 비로소 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웠다. 직장인, 아내, 엄마, 고양이 집사, 요기니, 대학원생이라는 다양한 역할 사이를 오가지만 그 모든 시간에 수행자로 살고자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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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7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56쪽 | 184*297*20mm
ISBN13
9791193044490

책 속으로

나의 명상은 어디서 시작되었나 곰곰이 떠올려본다. 내가 명상을 찾은 게 아니라 명상이 나를 찾아왔다. 삶이 날리는 매운맛 펀치를 맞고 정신없이 너덜거리고 있을 때였다. 이 만남에 대해 말하려면 내가 얼마나 망가졌었는지부터 시작해야 한다.
--- p.9

마음을 선택할 수 있다고? 그 말이 오래 맴돌았다. 내게 감정은 늘 ‘당하는’ 것, 그래서 마음은 자연스레 ‘생기는’ 것이었다. 세상과 타인 그리고 사건이 내게 기쁨과 슬픔, 분노와 우울을 안겨주는 것이라 믿었다. 그런데 마음을 선택할 수 있다니. 그게 정말 가능한 일일까?
--- p.12

사람들의 동작이 물처럼 우아하게 흘러갔다. 나는 헉헉, 거친 숨을 몰아쉬며 헬스장을 떠올렸다. “하나만 더, 하나만 더”를 외치던 PT 선생님은 카운팅이 끝나고도 “자, 이제 진짜 마지막!”이라고 외치곤 했다. 얄미운 선생님을 때리고 싶다고 생각하다 운동을 때려치운 참이었다. 그때 귓가에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애쓰지 마세요. 애쓰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세요.”
--- p.18

이 신경망은 특정한 작업을 수행할 때는 활동이 줄어들지만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활발하게 켜졌다. 연구자들은 이 흥미로운 부위에 ‘기본모드신경망(DMN, Default Mode Network)’ 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쉬는 동안 더 바삐 움직이는 뇌가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살펴봤더니 주로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데 에너지를 쓰고 있었다. 과거를 돌려보거나 미래의 일을 걱정하거나 남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고민하는 일들 말이다. 내가 명상 시간에 오늘 수업에 온 것을 ‘후회’하고 남과 ‘비교’하고 명상이 맞지 않는다고 ‘자책’하는 것처럼 마음은 끊임없이 나라는 이야기를 만들고, 붙잡고, 다시 써내려가고 있었다.
--- pp.43-44

천 년처럼 느껴지던 30분의 명상이 어느 날은 15분처럼, 또 어느 날은 1분처럼 흘러갔다. 이 마법 같은 일은 호흡에 집중할 때 벌어졌다. 시간을 때운다는 마음으로 생각을 따라가고 있으면 시간은 엿가락처럼 늘어졌고, 끝을 기다리지 않고 오직 한 호흡, 한 호흡에 집중하다 보면 지루함도 없이 시간이 금세 흘렀다. 니키 선생님이 말한 ‘지금, 여기’가 이런 것일까? 마음이 현재에 머무는 순간에는 평화가 있었다.
--- p.61

따로 안부를 주고받는 사이도 아니었다. 그저 서너 번의 어색한 마주침, 두어 번의 식사가 전부인 사이. 여러 경우의 수를 조합해봐도 도통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군대에 있는 아이한테 물어볼 수도 없으니 이유를 알려면 방법은 하나, 직접 만나보는 수밖에.
아줌마를 빵집 앞에서 만났다. 뜻밖에도 그분의 손에 들려 있던 건 주황색 성경책이었다.
“우리 교회 한번 와보지 않을래?”
--- p.89

명상심리상담 과목을 담당하셨던 교스님(스님인 교수님을 나 혼자 이렇게 불렀다)은 어느 날 책 한 구절을 읽어주셨다.
“자신이 아닌 누구도 대신 괴로움을 물리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여라.”
강의실은 조용해졌다. 교수님은 잠시 침묵하다 말을 이었다.
“이게 불교의 잔인한 점입니다.” 그리고 이내 덧붙이셨다.
“그렇지만, 이게 멋진 점이기도 하죠. 결국 내가 나의 괴로움을 끊을 수 있다는 것이니까요.”
--- p.95

‘나답게 살라’는 말을 들으면 늘 마음이 답답했다. 나다운 게 뭐지? 나는 구린 사람인데? 하는 의문이 솟아올랐다. 지금은 안다. 나답다는 건 그저 변하는 흐름 속에서 그때그때의 나로 존재하는 일이었다. 내 안에 일어나는 마음을 제대로 알아볼 수 있다면 일관된 모습이 아니더라도 그게 나답게 사는 것이었다. 위빠사나로부터 얻은 통찰은 나에 대해 새로운 이야기를 쓸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줬다. --- pp.126-127

마음을 다루는 기술을 넘어 나라는 존재를 어떻게 마주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묻기 시작할 때 명상은 수행이 된다. 수행은 나선형의 계단과 같다. 같은 자리에서 맴도는 것 같은 좌절감이 들 때도 사실은 조금씩 위로 올라가고 있다. 반복처럼 보이는 이유는 우리 마음의 패턴이 그만큼 깊게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불교나 요가 같은 수행 전통이 오랜 세월 축적해온 가치는 이런 곳에서 드러난다. 어디를 향해 어떻게 걸어가야 할지 상세하고 친절한 지도가 불교 명상에 있다. 내가 불교 명상을 만나 지속적인 수행을 이어오게 된 이유도 이런 명쾌함 때문이었다.

--- pp.151-152

출판사 리뷰

“마음을 선택할 수 있다면 간절하게 평온함을 선택하고 싶었다”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기

“죽음을 두려워하던 아이는 언젠가부터 죽는 게 더 낫겠다고 생각하는 어른으로 자랐다. 사회에 나가 보니 서로가 서로의 지옥이었다. 내가 힘든 이유는 개새끼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개새끼도 다른 개새끼 때문에 힘들어했고, 부정하고 싶었지만 나 역시 누군가에겐 개새끼였다. (…) 다들 똑같이 괴롭게 산다는 게 위안이 되진 않았다. 다르게 살아볼 수는 없는 걸까.” (92면)

어린 시절 영화에서 본 지옥은 사람들의 혀를 뽑고 뜨거운 솥에 집어넣는 무시무시한 곳이었다. 그런데 살아보니 이승의 땅도 만만치 않았다. 굳이 혀를 뽑지 않아도, 마음은 충분히 타들어갔다. 지옥의 한복판에서 평온함을 찾기 위한 저자의 발걸음은 늘 뜻밖의 장소로 이어졌다. 대학생 시절, 군대 간 남자친구의 엄마를 따라 일요일 아침마다 교회에 다닌 일은 지금도 친구들 사이에서 두고두고 회자되는 ‘웃픈’ 에피소드다. 미신을 좋아해 타로나 사주, 신점도 지겹도록 봤다. 하지만 위로는 잠시,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명상은 달랐다. 밖에서 해답을 찾느라 외면했던 마음을 더 이상 피해 갈 수 없게 만들었다. 못난 자신을 미워하고, 누군가를 질투하고, 과거에 매달리거나 미래로 달아나는 마음을 그저 ‘지금, 여기’에 머물게 했다. 명상은 한꺼번에 뭉쳐 있던 감정들을 하나씩 확인하고 인정하는 시간이었다.

“고통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어요. 명상은 고통을 끝내는 고통이에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질문 앞에서

명상의 큰 틀은 하나지만 그 갈래는 끝이 없다. 저자가 소개한 논문에 따르면 명상 기법만 해도 무려 309개나 있을 정도다. 배우면 배울수록 아득해지는 명상의 바다에서 헤맬 때 길이 되어준 건 불교 명상이었다. 해발 720미터 선원에서 만난 눈이 맑은 스님과, 불교대학원에서 만난 교스님(교수님+스님)은 고통을 끊어내는 불교의 가르침을 전해주셨다. 마음이 일으키는 분노와 후회, 탐욕과 증오를 없애려 애쓰는 대신 그것이 어떻게 생겨나고 어떻게 사라지는지를 알아차리는 게 불교 명상의 핵심이었다.

현대 심리학과 과학이 해석한 명상이 만성적인 긴장과 불안,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법을 알려준다면, 종교 전통에서 비롯된 명상은 그보다 더 깊은 질문으로 나아간다. 괴로움은 어디서 오는가, 그리고 그것을 끊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답은 단순했다. 정말로, 그 일을 해낼 수 있는 건 오직 자기 자신뿐이었다.

“마음은 기어코 단단해진다”
명상을 시작하려는 당신에게

명상의 장점은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방석에 앉지 않아도 괜찮다. 출근길 버스에서도, 자기 전 침대 위에서도 이리저리 방황하는 마음을 지금, 여기에 머물게 할 수 있다. 명상에는 ‘잘한다’라는 구분도 없다. 오직 ‘한다’와 ‘안 한다’만 있을 뿐이다. 명상을 만난 지도 어느덧 10년, 저자가 만난 명상하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공통점이 있다. 능숙하든 서툴든 삶을 조금이라도 더 견딜 만하게 만들어보려는 희미한 희망이 깃들어 있는 얼굴들. 지금 분명 지쳐 있을 당신도 언젠가 그런 얼굴을 갖게 되길 바라며, 저자는 가장 쉬운 명상법부터 시작해 명상이 조금 덜 어렵게 느껴지는 방법을 차분히 건넨다. 짧은 틈만 내어도 괜찮다고, 그 정도로도 하루는 분명 달라진다고 말하며.

“때려치우고 도망치고 싶고, 그런 마음이 드는 나를 비난하는 마음이 올라올 때마다 수행에는 완성이 없으니 이런 마음도 저런 마음도 계속 마주해야 하는 것을 상기한다. 이 시간이 지나갈 것임을, 내가 지금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나의 마음 하나뿐임을 떠올린다. 오늘의 나, 오늘의 마음은 매번 새롭다. 고통을 끝내는 고통의 반복 속에서야 마음은 기어코 조금씩 단단해진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언젠가 찾아올 완벽한 상황을 기다리지 않는다. 그저 오늘의 마음을 바라본다.” (14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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