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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을 팝니다
고요한
나무옆의자 2025.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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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윤해리
2. 김마틴
3. 카미유
4. 압구정
5. 김마틴
6. 루비통
7. 천설화
8. 윤해리
9. 김마틴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2016년 『문학사상』과 『작가세계』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번역문학 전문저널 『애심토트Asymptote』에 단편소설 「종이비행기」가 번역 소개되었다. 2022년 『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으로 제18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사랑이 스테이크라니』(2020), 장편소설 『결혼은 세 번쯤 하는 게 좋아』(2021), 『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2022)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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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280g | 135*200*15mm
ISBN13
9791124185018

책 속으로

아무리 찾아도 남편 파는 곳이 나오지 않아 포기할 때쯤 반신반의하며 검정색 명함에 적힌 알파벳을 주소창에 넣어보았다. 그러자 화면이 바뀌더니 ‘남 주기 아깝지만’이란 타이틀 아래 멤버십 온리, 라는 영어 메시지와 함께 가입 버튼이 깜빡였다. 남편을 파는 비밀 클럽이 진짜 있었다.
--- pp.7-8

음…… 사진은 어디에 쓰려고?
당신을 팔려고.
당근마켓에다?
아니.
그럼 어디에 날 팔아? 허! 그래 팔아라. 이왕이면 아주 비싸게 팔아라.
--- p.11

부천에서 태어나 한 번도 부천을 벗어나본 적이 없는 남자. 부천 남자라는 말에 여자들이 웃었다. 대학 때 익산에서 살았다고 이력을 피력하자 해리가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따라간다며 핀잔을 줬다. 좋은 모습을 보여 팔려야 할지, 안 좋은 모습을 보여 안 팔려야 할지 난감해하는데 해리가 마틴은 감자전을 심하게 좋아한다고 했다.
심하게란 말은 부정적 표현이잖아. 난 그게 아니고 긍정적으로 좋아한다고. (41~42쪽)

근육 칭찬에 마틴은 팔리러 나온 걸 잊고 자기 자랑을 늘어놓았다. 집안일은 반복적인 게 많았다. 팔을 써서 밥하고 설거지하고 청소하는 걸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다 보니 팔뚝이 굵어졌다. 굳이 돈 들여 운동하러 갈 필요가 없었다. 살림남이라고 떠벌리며 반찬도 잘 만든다고 자랑하자 압구정은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였다.
--- p.48

휴대폰을 들이대고 유 회장은 촬영을 하기 시작했다. 당황한 루비통이 한 손에는 휴대폰을 든 채 다른 한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서로 총을 겨누듯 두 사람은 각자의 휴대폰을 상대를 향해 내뻗고 빙글빙글 돌면서 촬영했다.
--- p.59

마당에 차를 세우고 카미유는 파라솔 아래 앉았다. 후두두둑 비가 떨어졌다. 총알을 맞은 것처럼 원피스 자락에 콩알만 한 구멍이 여기저기 생겼다. 순식간에 원피스가 검붉게 변해가면서 몸에 들러붙었다.
--- p.90

돈이란 게 어디 쓰느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오늘은 멋진 미술품을 산다는 생각으로 구매해도 좋을 것 같아요. 남편만 한 미술품도 없죠. 아니, 이 돈으로 남편을 산다면 최고의 미술품이 될지 몰라요. 나를 위한 미술품, 나만 볼 수 있는 남편,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죠.
--- p.101

돈 없으면 현지 남편이든 5년 남편이든 못 구할 텐데.
조용히 있던 유 회장이 정곡을 찌르자 선글라스는 계면쩍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말인데 남편 5년 임대 이런 거 없어요? 전세처럼 5년만 계약할 매물이 있으면 좋겠어요. 아니면 보증금 걸고 저렴하게 월세로라도.
--- p.104

어느 날 등굣길에 형이 성질을 확 냈다. 달팽이 같은 새끼, 진짜 답답해 죽겠네. 밟아버릴 수도 없고. 그 말을 하고 형은 혼자 학교에 가버렸다. 얼어붙은 듯 마틴은 골목에 서 있었다. 그날 처음으로 학교에 가지 않았다.
--- p.133

난 마눌님이 벌어다 준 돈으로 사는 것에 길들여졌나 봐. 요리 강좌 때 알게 된 사람이 알바거리 줬는데 안 했어.
다음에 알바거리 주면 그거라도 뛰어. 일 않고 돌아다니다 너도 총 맞는다.
총?
그래 조심해. 우리 동네에 총잡이가 있어.
--- p.135

할머니가 옹호해주는 바람에 마틴은 돈을 날려 먹었다는 말은 하지 못했다. 대신 어떻게 두 분은 지금까지 함께 살았냐고 물었다.
시소처럼 살았어요.
시소처럼요?
늘 상대가 위로 올라갈 수 있게 난 두 발을 모랫바닥에 딛고 있었어요. 시소를 타면서 깨달은 거예요. 시소를 탈 때면 늘 남편을 띄워주겠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 pp.139-140

이혼해달라고 밤마다 남편에게 전화 거는 이야기를 블로그에 썼어. 남편을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유배 보내는 이야기도 쓰고. 북극으로 남극으로 남편을 유배 보냈지. 태평양 한가운데로도 보내고. 그런 글들을 읽고 여자들이 응원해준 덕에 비밀 클럽을 만들었어. ‘남 주기 아깝지만’이라고. 남 주기 아까운 게 남편이지만 남에게 줘야 맘 편히 살 수 있다는 의미로 말이야. 남편은 재활용도 안 된다잖아. 이렇게 처음엔 수다만 떨었지.
--- pp.145-146

난 연하남이 좋아. 바라보고 있으면 젊어지거든. 어디 그것뿐이야. 연하남과 이야기만 하고 있어도 활력이 생겨. 그거 알아? 이 세상은 연하남들로 인해 돌아가고 있다고.
--- p.165

결혼 생활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은데……. 해리는 우리의 결혼 생활을 종이배에 비유했죠. 물에 젖은 종이배라고.
가라앉을 거란 말인가요?
결국엔 그렇게 되겠죠. 가라앉을 배는 포기하고 새로운 배를 타는 게 낫다고 판단했겠죠.
어떻게 그럴 수 있죠?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탄 배가 가라앉으려 하면 새 종이로 덧대든 말리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다시 띄워야죠.
이미 젖은 배는 물에 띄울 수 없어요. 물에 젖은 건 가라앉는 게 자연의 순리예요.

--- p.183

출판사 리뷰

‘남 주기 아깝지만’
남편을 팔고 싶은 여자들의 비밀 클럽


이혼을 앞둔 해리와 마틴. 해리는 반신반의하며 백화점에서 우연히 입수한 명함에 적힌 알파벳을 주소창에 넣어본다. 그러자 ‘남 주기 아깝지만’이란 타이틀을 단 사이트가 해리의 눈앞에 펼쳐진다. 남편을 파는 비밀 클럽이 진짜 있었다! 더욱 놀라운 점은 클럽에 가입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거래 제안을 받은 것이다. 망설임도 잠시, 해리는 마틴의 사진을 찍어 보내고 상대는 즉각 마틴을 보러 오겠다며 집 주소를 묻는다.
해리가 남편을 팔려는 것은 돈 때문이다.

“결혼 후 지금까지 내가 들인 돈이 얼만데. 이렇게 이혼하면 위자료 한 푼 못 받고 개털 되는 거니까 당신을 팔아서라도 본전을 뽑아야겠어.” (12쪽)

집안일을 하고 김치를 담그고 철마다 계절 밥상을 차려내는 마틴은 일명 살림남이다. 결혼 10년 동안 아내인 해리가 벌어다 주는 돈으로 먹고살았다. 거기다 아파트 사려고 모아둔 돈을 사기당해 모두 날렸다. 월세를 벗어나기는커녕 땡전 한 푼 없는 개털 신세가 되었다. “죽이고 싶을 만큼 원망스러웠지만 그렇다고 진짜 죽일 순 없어” 해리는 “결혼 10년 만에 이혼장을” 내민다. 하지만 그대로 이혼하기엔 뭔가 억울하다. 백화점에서 우연히 들은 한마디, “니 남편도 팔아버려”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차에 남편 매매 비밀 사이트까지 발견한 해리는 마침내 결심한다. 남편을 팔기로.

“오늘의 경매품을 소개합니다.
출품 번호 1번 김마틴 씨입니다.”


마틴을 보기 위해 집 앞까지 찾아온 구매자가 남자라는 사실에 마틴은 물론 해리까지 경악한다. 닉네임은 도로시. 여성 전용인 비밀 클럽에 아내의 주민번호로 위장 가입한 이유는 살아 있는 사람의 각막이 필요해서다. 3억이라는 거액에 해리는 마음이 흔들린다. 하지만 양심상 차마 도로시에게는 마틴을 팔 수가 없다. 해리의 목적은 남편을 팔아 돈을 버는 것이지 죽이는 것이 아니다. 끝내 도로시의 제안을 거절하고 집으로 돌아온 해리는 고민 끝에 〈내 남편을 팝니다〉라는 글을 비밀 클럽에 올린다. 그런데 의외로 반응이 뜨겁다. 경쟁하듯 가격을 제시하는 쪽지가 해리의 품으로 날아든다. 그 순간 해리는 깨닫는다.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방법을. 공개적으로 경쟁을 시켜 가격을 올리는 방법, 바로 경매다. 회원들의 경매 찬성 댓글이 속속 올라오는 가운데 닉네임 카미유는 자신의 숲속 전원주택을 경매 장소로 제공하겠다고 말한다.

경매 당일, 해리와 마틴이 숲속 전원주택에 도착하자 카미유가 나와 맞이한다. 집 안 거실에는 경매에 참여할 회원들이 이미 모여 있다. 압구정에서 60년을 살다 와 닉네임도 그렇게 지었다는 올해 일흔 살의 압구정, 클럽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30대 중반의 선글라스, 놀란 얼굴로 유독 마틴을 빤히 쳐다보던 루비통. 여기에 클럽을 만든 유 회장과 사람까지 팔아본 첫 경매사가 될 예정인 20년 경력의 경매사, 연변에서 온 주방 도우미 천설화까지.

마틴을 아파트에 비유해 소개하는 경매사의 화려한 언변으로 경매가 시작된다. 가격 경쟁을 주도하는 것은 압구정과 루비통 그리고 카미유다. 그러나 루비통은 곧 나가떨어지고 압구정과 카미유 둘의 불꽃 튀는 경쟁으로 좁혀진다. 한 치의 물러섬도 없다. 핑퐁 게임을 하듯, 아니 서로 칼침을 주고받듯 상대의 호가에 더 높은 호가로 맞선다. 1억으로 시작한 마틴의 몸값이 순식간에 2억이 된다. 최종 승리자는 압구정이다. 카미유의 얼굴이 서서히 굳어가던 그 순간,
탕! 하고 귀청을 찢는 총소리가 울린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걷잡을 수 없는 욕망
“제가 마틴 씨를 만난 건 운명 같아요.”


카미유는 자신을 만나러 오다 교통사고를 당해 죽은 남편을 잊지 못한다. 화려한 도시를 좋아하면서도 깊은 숲속 전원주택으로 이사한 것도 조각가인 남편을 내조하기 위해서였다. 집 앞에 3천 평이 넘는 감자밭을 일군 것도 감자꽃이 밤에 보면 아름답다고 한 남편의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남편의 예술가로서의 능력과 2프로 부족한 감성을 채워주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 그런데 그 노력의 열매가 무르익기도 전에 남편이 죽어버렸다. 그 허망함에 처참히 무너져 내리던 카미유 앞에 어느 날 기적처럼 마틴이 나타났다. 남편을 꼭 닮은 마틴. 아니, 남편 그 자체인 마틴. 남편의 빈자리를 채워줄, 아니 남편 그 자체가 될 마틴. 첫 경매에서는 돈이 부족해 압구정에게 질 수밖에 없었다. 마틴을 뺏겨야 하는 현실에 눈앞이 캄캄해지는데 다행히 압구정이 마틴의 구매를 일주일 뒤로 미뤘고, 해리의 반대로 결국 경매는 유찰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급매로 내놓은 아파트가 팔렸다. 이젠 몸값이 얼마가 되더라도 마틴을 살 수 있다.

압구정은 남편을 차에 태워 2차 경매가 열릴 숲속 전원주택으로 달린다. 생각할수록 지난번 경매에서 낙찰받아놓고도 마틴을 구매하지 못한 게 아까워 미칠 지경이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남편과 원만히 합의를 보았다. 경매를 통해 남편은 젊은 여자에게 팔아주고 자신은 마틴을 사는 것으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압구정이 마틴을 사려는 것은 늙어가는 자신을 케어해줄 요양사 겸 연하남의 생기 넘치는 기운이 필요해서다. 미래에 자신을 번쩍 들어 안아 휠체어에 앉혀줄 수 있는 사람, 그러면서도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젊은 남자.

루비통은 첫 경매에서 마틴을 본 뒤로 일주일 동안 앓아누웠다. 먹지도 자지도 못하는 가운데 마틴의 얼굴만 눈앞에 어른거렸다. 자신의 첫사랑을 꼭 닮았다. 처음 마틴을 본 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몸을 떨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자기가 떠나도 괜찮겠냐고 거듭 묻던 첫사랑은, 그의 성공을 위해 루비통 스스로 다른 여자에게 보내주었다. 돈 많고 백 좋고 명망 높은 집안의 여자였다. 그 후 자신은 그림자가 되었다. 그런데 첫사랑을 꼭 닮은 마틴이 나타난 것이다. 이상하게도 이번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양보하고 싶지 않다. 양보는 한 번이면 족하다. 사는 집의 전세보증금을 빼고, 3차 경매가 열릴 전원주택으로 달린다. 오늘은 경매에 앞서 감자를 캔다는 공지에 따라 작업복도 꼼꼼하게 챙겼다. 감자 캐기 경력자로서 자신이 얼마나 감자를 잘 캐는지, 얼마나 생활력 강한지 마틴에게 제대로 보여줄 생각이다.

리트머스처럼 변화난측한 사랑이라는 세계

인물들은 저마다의 사랑을 한다. 혹은 저마다의 사랑을 했다. 카미유는 남편을 내조하기 위해 화려한 도시 생활을 포기하고 산속으로 들어갔다. 압구정은 남편이 좋아하는 민어를 사러 수산시장에 갔다가 미끄러져 다쳤다. 루비통은 사랑하는 남자를 다른 여자에게 보내주고 그 스스로 그림자가 되었다. 그리고 현재 그들은 마틴이라는 남자를 차지하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그것 역시 그들에게는 사랑에 다름 아니다.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그들에게는 결코 웃을 수 없는 잔혹한 현실이다. 그 기이하고 절실한 사랑의 끝은 어떤 모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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