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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뉴추이란과 웨이보
2장 웨이보와 미스 쓰 사이에 있었던 일 3장 룽쓰샹 여사의 내적 탐구 4장 웨이보의 아내 샤오위안 5장 골동품점의 감정사 6장 의사의 세계관 7장 감옥에 있는 웨이보 8장 경찰관 샤오허의 짝사랑 9장 감정 교육 10장 차오현에서 11장 용감한 아쓰 |
Can Xue,殘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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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랑 저 친구들도 조신한 스타일이긴 해요. 근데 우린 그런 말은 별로 달갑지 않더라고. 아무렇게나 막 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우리가 늦게 깨달은 거긴 하지만요.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오라는 데도 없고.”
“나도 아무렇게나 막 살고 싶은데.” 추이란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해버렸다. “나이를 너무 많이 먹어버린 게 아쉽네요.” “그쪽이 무슨 생각 하는지 알아요. 웨이보가 빠져드는 여자는 죄다 조신한 스타일이라는 거. 웨이보는 그쪽이 조신하다는 말을 굳이 하더라고요. 근데 난 그 말 안 믿어. 조신한 여자가 무슨 허구한 날 이런 데를 다니느냔 말이지.” 룽쓰샹이 끊임없이 곁눈질하며 말했다. 무언가 떠올리기 싫은 기억을 억누르려는 것처럼. 추이란은 룽쓰샹이 참 못난 얼굴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말 많은 여자는 입을 열기만 하면 묘한 매력이 뿜어져 나왔다. --- p.17~18 “왜 난 여태 그 사람이 그런 폭력적인 남자인 줄도 몰랐을까?” “사람 잘못 본 거 아니야.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한 건데 그 사람이 변한 거지. 종종 있는 일이야.” --- p.91 “‘제보자’다. 난 저런 게 좋아. 저러고 있는 게 바로 세계 종말 아니야? 봐, 저 사람 일어났어. 아이고, 또 쭈그려 앉네. 저 사람 옆에 아카시아가 있다. 키스해줘, 아니, 여기다 해줘. 아, 진짜 좋아. 나 저 노인 사랑하는데, 믿어져?” --- p.98 아쓰의 직감으로 어머니는 결코 좌절하지 않는, 절대 타락하거나 엇나갈 리 없는 여자였다. 아쓰는 혼잣말을 했다. ‘돼지우리에 살면 또 뭐가 어때서? 마음만 깨끗하면 되는 거 아닌가?’ --- p.108 세 사람은 술기운에 차츰 한 사람으로 변해갔다. 서로가 서로를 구분하지 못하는 상태에 이른 것이다. 무슨 이유인지 이들은 조롱박 비닐하우스 앞뜰에서 같이 자랐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 p.126 “어떤 때는 나도 아예 감옥에 들어가버릴까 하는 생각도 한다네. 그럼 더 잘 사유할 수 있을 테니까. 내 생각 어떤가?” “괜찮은 생각인데요? 난 왜 여태껏 그런 생각을 못 했는지. 내가 이렇게 편협하다니까. 우리 아버지는 똑똑하신데, 난 아버지를 하나도 안 닮았답니다.” --- p.139 “난 이렇게 도로에서 어슬렁대는 걸 가장 좋아한다네…… 화장도 지우지 않고 다니는 거지. 귀신처럼 보이게 말이야. 이러고 돌아다니면 죽은 남편이 보이기도 한다오.” --- p.142 “집이 있어서 정말 좋겠다. 나한테 그런 건 천국이 있다는 말만큼이나 불가능한 일인데. 난 이미 늦었다는 말이야. 망령들과 약속이 있어서 매일 밤 오래된 무덤에 들어가서 자야 한다고. 근데 자네는…… 모든 기회가 다 자네 거잖아.” --- p.146 “누가 그러는데 그 여자 정신이 나갔대.” “그럼 또 뭐 어때서? 우리도 정신이 온전한 건 아니잖아.” --- p.154 “여기 앉아서 자기 가족이 살았던 모습을 상상해보니까 내가 전에 방직공장에서 했던 생활이 문득 떠오른다. 그 큰 들통 속에서는 지구 중심에서 전해지는 우르릉 소리가 들렸거든.” 룽쓰샹이 한참 이야기하고 있을 때, 밖에서 웬 짐승이 방문을 움켜쥐는 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리지는 않았다. 어떻게 들어오는 건지 모르는 것 같았다. 짐승은 몸집이 산양만 했지만 산양은 아니었다. 어떻게든 방으로 들어오더니 미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짐승은 고집이 세 보였다. “사람을 해치지 않을까?” 룽쓰샹이 조그만 목소리로 라오융에게 물었다. “무슨 말이야, 우리 아버지인데.” --- p.174 샤오위안은 자기 마음의 끝없는 심연이 된 닥터 류를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닥터 류가 잊히지 않았다. 코뿔소 뿔을 간직하고 있지 않다 해도 잊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누가 마음속 심연을 잊을 수 있단 말인가? --- p.198~199 “시골에 있을 때 사람들이 저더러 아무 가치도 없는 목숨이라고 했어요. 귀신 소굴로 떨어질 거라면서.” 아량이 말했다. “맞는 말이네. 겁은 안 나니?” “설레어요. 저는 그런 삶이 좋거든요.” --- p.230 “당연히 사랑 때문이죠. 오빠, 저는 밤마다 마을 사람들과 같이 모여요. 작은 클럽이 있거든요. 온통 코스모스로 뒤덮인 곳이어서 쥐들이 왔다갔다하는 곳이에요. 우리는 모두 여덟 명인데, 같이 노래도 불러요. 옛날 노래들이요. 사실 고향에 있을 때는 사이가 별로 안 좋았어요. 날 우물 안으로 밀어버리고 싶어했다고 어젯밤에 털어놓은 여자애도 있을 정도로요. 걔가 상세하게 자기 계략을 설명해주더라고요. 어째서인지 모두 아름다운 음모라고 생각했어요. 오빠, 자요?” --- p.256~257 연락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사람과 사람 간의 연락, 그리고 식물끼리의 연락이. 그런 연결이 매 순간 일어나고 있다고, 꼭 바람이 하는 일 같다고, 닥터 류는 생각했다. 당시에 닥터 류는 진료소 입구에 서서 세 사람을 맞이했다. 세 사람은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진료소로 들어왔다. 밖에서는 제법 많은 아이가 바람을 맞으며 소리를 질렀다. 닥터 류의 마음속에서도 많은 아이가 소리를 질렀다. --- p.282 위씨 노인은 대도시에서 온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내면’에서 온 사람일 터였다.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그 세 사람처럼. 노인은 남쪽 대도시에서 왔다고 했지만 자신이 ‘내면’에서 온 사실을 감추기 위한 것에 불과했다. ‘내면’은 어떤 곳일까? 닥터 류는 알 수 없었다. 청목향 같은 약초와 관계있는 듯했다. “저기 봐봐, 아편 판매상의 여자가 집 지키는 개처럼 버티고 있어.” 남자가 말했다. “저게 바로 사랑이야. 아무것도 바라는 것 없이, 이것저것 재지 않고 다 내어주는 것.” “저 여자는 쓰레기야. 조만간 맞아 죽을 거야.” 여자가 상기된 어조로 반박했다. “그러는 넌? 너는 쓰레기 아니야? 아, 넌 독이 든 박쥐지.” 남자가 갑자기 하수관 위로 풀썩 쓰러졌다. 아쓰는 순간 번뜩이는 칼날을 봤다. 여자가 한 짓이었다. --- p.4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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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있다는 건 천국이 있다는 말만큼이나 불가능한데”
추이란은 그동안 쌓인 휴가를 한 번에 몰아서 어느 날 고향을 방문했다. 시골 동쪽에 사는 친척 오빠는 자녀들을 분가시키고 아내와 단둘이 200평 면적의 논농사를 지으며 닭과 오리도 기르는 조용한 삶을 살고 있었다. 마을에 도착해 추이란은 ‘오빠’ 하고 큰 소리로 불렀다. 곧 오빠 부부가 나왔는데 키는 난쟁이 같고 피부는 석탄처럼 까만 데다 뭔가에 정신이 팔린 듯 보였다. 게다가 밤중에는 나무 위나 논두렁에 앉아 있었다. 올케언니는 더했다. 곤충 울음소리를 내는데 마치 매미 같았다. 추이란의 따가운 시선을 느낀 오빠는 말한다. “우리가 왜 나무에 앉아 있었는지 물어보고 싶은 거 다 알아. 땅이 울부짖는 소리에서 멀리 떨어지고 싶었어. 침착하게 뭔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말이야.” 추이란은 문득 친척 오빠 부부가 이 세상 사람들이 아닐 거라고 짐작한다. 하지만 오빠는 중요한 징검다리다. 이후 전개에서 드러나듯 추이란과 그 애인 웨이보 사이를 오가는 역할을 맡게 된다. 웨이보의 아내인 샤오위안 역시 주목할 만한 인물이다. 학교 선생인 그녀를 좋아하는 제자들은 그녀를 쥐와 식물의 세계로 이끌고, 주변 인물들은 그녀가 ‘내면에서 온 사람’임을 알아차린다. 늘 여기저기 출장을 다니는 샤오위안이 내뱉는 한마디는 어쩌면 이 책의 내용을 요약하는 듯하다. “여행이 좋아요. 여행은 한 군데만 고집하는 것과 같으니까. 고향에서도 한곳을 정해 머물면 오히려 떠돌이가 된 느낌이 들죠.” 소설 속 인물들은 집을 가진 사람조차 고향을 찾아 떠돈다. 가령 미스터 유는 이런 말을 한다. “집이 있어서 정말 좋겠다. 나한테 그런 건 천국이 있다는 말만큼이나 불가능한 일인데.” 이 말을 들은 웨이보는 오히려 미스터 유의 뒷모습을 응시하면서 그가 더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소설이 전개되며 점점 드러나듯, 미스터 유는 작품 전체에서 가장 변화무쌍하다. 이 인물들은 모두 상대방의 심연을 불현듯 알아차린다. 비록 자기 자신은 “죽도 밥도 아니”고, 정신이 온전하지도 않지만. 이 책의 주인공들은 스스로의 가치는 보지 못하나 상대방 혹은 내 애인을 빼앗아간 사람에게서는 빛나는 가치를 발견한다. 가령 미스터 유는 “저는 무용지물, 빈껍데기입니다”라고 말하면서 오페라 가수 부부를 존경한다. 사실 가수 부부 중 남편은 고지식해서 아무거나 주워먹으려고 쓰레기통을 뒤지고 다니는 유령이다.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이 이곳저곳에서 등장하며 하나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꿈의 환각 작용과도 같다. 현실과의 구분이 흐릿해지는 경험을 주인공들 누구나 한다. “난 이렇게 도로에서 어슬렁대는 걸 가장 좋아한다네…… 화장도 지우지 않고 다니는 거지. 귀신처럼 보이게 말이야. 이러고 돌아다니면 죽은 남편이 보이기도 한다오.” 그 환각은 작품 전체에 따스한 기운을 불어넣는다. 식물, 지하 동굴 그리고 향기의 세계 추이란의 소설은 감각적이다. 특히 시각과 후각 면에서. 작가는 몇몇 인물의 시각을 박탈한다. 웨이보는 자신의 고향이 정확히 어디 있고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데, 그건 어릴 적 아버지가 매년 아들을 고향에 데려가면서 눈을 안대로 가린 후 맹인인 척하게 했기 때문이다. 어린 웨이보는 고향에 가고 싶어 얌전하게 눈을 가린 채 꿈쩍 않고 기차칸에 앉아 있었다. 그는 어느 날 잃어버린 고향을 찾는 여정에 들어서는데, 나중에 수감되면서 감옥이 바로 고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웨이보의 아내 샤오위안은 어느 날 출장 가려고 동북지방행 기차를 탔다. 그때 맞은편에 앉아 있던 맹인이 자신을 ‘귀뚜라미’라고 부르라 했다. 둘이 대화를 나누던 중 샤오위안은 귀뚜라미 오빠가 평생 한곳에 붙박여 있었을까봐 염려되어 말한다. “고생 많았어요, 귀뚜라미 오빠. 부뚜막에 계셨다죠? 나 같았으면 잡목숲의 은둔자나 방랑자가 되고 싶었을 텐데.” 이런 샤오위안의 발언은 자세히 뜯어보면 아이러니를 품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그녀는 “여행은 한 군데만 고집하는 것”과 같다는 말을 했으니까. 이 책은 향기와도 관련 있다. 추이란은 전 애인 웨이보가 감옥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고는 대성통곡하면서 웨이보가 고귀한 인품을 갖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뭐라고 콕 집어 말할 순 없지만, “어쩌면 쑥향과 관련 있지 않을까”라고 말하면서. 고향을 찾는 다른 사람들도 온종일 여기저기 냄새를 맡고 다니면서 자기가 태어난 마을 입구의 실마리를 얻으려 애쓴다. 소설에서 골동품 감정가 미스터 유와 그가 일하고 있는 가게는 다른 세계로 통하는 입구 같다. 옛 유물들을 다루는 이들은 종적인 시간대를 넘나들며 늘 불면증을 달고 산다. 그런 미스터 유가 감정하는 화병은 중요한 세계를 상징하는 듯하다. “우리 시골에 있는 화병은 비둘기도 집어넣을 수 있어요. 화병이 작아 보이기는 해도 안쪽은 굉장히 넓거든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닥터 류라는 인물은 여자에게 집착하지만 독신주의자다. 직업은 양의사인데 어느덧 약초와 식물의 세계로 빠져들어 여자만큼 식물 없이는 못 산다. 그는 어느 날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샤오위안과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은 독자를 땅의 진동 속, 식물의 세계로 이끄는 매개체다. 후반부로 갈수록 주인공들이 자주 입에 올리는 말은 ‘역사’다. 특히 방직공장 출신의 성 접대부들이 실은 ‘살아 있는 역사’이기에 찬쉐는 이들이 기록되어야 할 인물임을 암시하는데, 그 기록의 권한을 남성 실직자인 공장 수위 홍씨에게 부여한다. 이렇듯 이 책에서 보잘것없이 나타났던 모든 남성은 가장 깊은 존재일 뿐 아니라 다른 세계와 이어주는 데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 세계에서 여성들은 이미 친구가 되어 있고 모두 연결되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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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쉐의 독자가 된다는 것은 예고편이 되는 것이고, 배우가 되는 것이다. 찬쉐는 시적인 존재다. 그의 책에서 끝없이 이야기를 채워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독자의 경외감은 계속 커져만 간다. (…) 사소한 잡담도 없고 구구절절한 이야기도 없다. 늘 강렬하다. - 아일린 마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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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협하지 않는 독창성을 지닌 진정한 아이콘. - 포로치스타 칵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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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운데 새로운 세계의 거장이 있는데, 그 이름은 찬쉐다. - 로버트 쿠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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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면, 바로 찬쉐다. - 수전 손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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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쉐의 소설은 ‘수수께끼 속의 거대한 수수께끼’를 만들어내는 거부할 수 없는 허구를 만들어낸다. 찬쉐는 사회로부터 개인이 분리되는 과정을 탐구하면서 소설의 급진적인 가능성을 실험해왔고, 무엇보다 예술과 철학을 우선시하는 작가로서 변함없이 자리매김하고 있다. -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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