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권
Chapter 14. 영혼도 초기화가 된다면 Chapter 15. 돌아오고야 마는 것들에 관하여 Chapter 16. 영원과 유한함 사이의 존재 Chapter 17. 그리하여 이야기의 끝은 Epilogue. 어느 수상한 대담 |
달슬 의 다른 상품
|
“안아 줘, 로시. 네가 안아 주면 괜찮을 거야.”
“……알겠어.” 결국 나는 이불을 젖히고 침대 위로 꼬물꼬물 파고들었다. 기다렸다는 듯 칼리언이 나를 곰 인형처럼 꼭 끌어안았다. 두근거리는 심장 박동 소리가 엇박자로 엇갈렸다. 나는 점차 고르게 변하는 칼리언의 호흡을 당혹스러운 심정으로 지켜보았다. 안아 달라는 건, 그저 열 기운에 부리는 어리광인 줄로만 알았는데……. ‘이렇게 빠르게 진정한다고?’ 심지어 칼리언의 몸속에서 들썩이던 마나마저도 안정적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이건, 정말이지 어떻게 봐도 엘릭서의 각인 과정인데? 내 마음을 절묘하게 읽은 듯, 칼리언이 갈라진 목소리로 속삭였다. “여전히 내 엘릭서가 될 생각은 없어, 로시? 나 정말 힘든데…….” “안 된다니까. 이건 오빠를 위해서야. 일방향의 엘릭서만큼 위험한 게 없단 말이야.” “그럼 일방이 아니면 되는 거야?” “……뭐?” 나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칼리언을 보았다. 조금 전보다 확연히 생기가 돌아온 칼리언이 나직하게 물었다. “로시도 아직 엘릭서가 없잖아?” “설마, 지금 쌍방 각인하자는 거야?” “안 돼?” “야, 당연히 안 되지.” 이건 놀라운 정도가 아니었다. 그냥 어이가 없어 껄껄 웃음이 났다. 나는 칼리언의 매끈한 턱을 어루만지며 키득거렸다. “네가 애긴 애다…….” “왜?” “아니야.” 쌍방 엘릭서라니. 나는 칼리언에게 차마 하지 못한 말을 속으로 삼켰다. 그건 연인 사이에서나 하는 거야, 오빠야. 그것도 아주 진한 연인 사이. 칼리언이 억울한 듯 항변했다. “하지만 로시는 항상 나랑 같이 있을 거잖아.” “그거랑은 얘기가 다르지.” 단언컨대 나와 칼리언이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될 일은 없었다. 가족끼리 무슨 쌍방 각인? 나는 서로를 인간 엘릭서로 삼은 역대 초월자들의 전례들을 떠올리곤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나같이 세기에 남을 바퀴벌레들이었다. 성열 발현 기간엔 아주 서로에게 붙어 떨어질 줄 몰랐다지. 물론 그런 야시시한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칼리언에게 해 줄 순 없었다. 나는 웃음을 참으며 정정했다. “원래 오빠 동생 사이에서는 그런 거 하는 거 아니야.” “그럼 오빠 동생 안 하면…….” “나 위냐크에서 내보내려고?” “아니, 그건 아닌데.” 칼리언은 도무지 어떻게 나를 설득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곧 체념한 듯 혼잣말을 했다. “어른이 되면 다시 생각해 보자, 로시. 너도 성열이 발현하고 나면 내가 필요해질지도 모르잖아.” “그래, 그래.” 나는 킬킬거리며 대충 맞장구를 쳐 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