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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원피스, 실재의 조각을 찾아서 … 8
원피스 세계에 관하여 … 12 우린 친구니까―밀짚모자 해적단과 ‘우정’ … 31 몸이 또 늘어났다!―고무인간 루피와 ‘연장(延長)’ … 53 내겐 너희들이 모르는 어둠이 있어―고고학자 로빈과 ‘실재’ … 78 설마 이것이… 프러포즈?―호킨스, 도플라밍고, 슈거, 핸콕과 ‘능동성/수동성’ … 103 저는 죽어서 뼈만 남았습니다―해골 브룩과 ‘엑스터시’ … 122 셋이 붙어 있었던 것뿐인가?―삼두인간 바스카빌과 ‘변증법’ … 144 사랑해줘서 고마워―자연계 능력자들과 ‘아르케’ … 163 빛의 속도로 차인 적이 있나?―자연계 능력자들과 표준모형 … 182 실체가 없는 공허한 적―와포루, 빅 맘, 사카즈키, 호디와 ‘악’ … 203 오빠는 그대로면 돼―샬롯 브륄레와 ‘상상’ … 222 다른 이들을 구분하는 마음을 이해할 수가 없어―Mr.2 봉쿠레, 이반코프와 ‘뉴하프’ … 241 부록 1. 인용한 책들 … 257 2. 악마의 열매 … 260 3. 고유명사 찾아보기 … 263 4. 인명 찾아보기 … 2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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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루피가 이끄는 밀짚모자 해적단 앞에 펼쳐진 세계다. 힘(무력, 권력, 금력)을 제일의 가치로 추구하며, 그 힘의 유무와 크기에 따라 지배/피지배, 명령자/실행자가 배분되는 위계적이고 권위적인 조직들로 득시글득시글한 세계. 그런데 루피는 모험을 떠날 때부터 이런 조직과는 전혀 다른 동기와 목적을 갖고 있었다. 그가 자신의 해적단원을 모집할 때마다 동료가 되라고 제안하는 것부터가 다르다. (…) 들뢰즈 식으로 말하자면, 밀짚모자 해적단은 동료가 들어올 때마다 특별한 중심 없이 퍼져나가는 덩이줄기(리좀) 모델로 설명될 수 있다. 다른 집단은 선장이나 대장의 (힘에 의거한) 명령을 절대적으로 따른다는 점에서 뿌리 모델에 의거한다. 후자가 수직적이고 유한하며 하나의 중심으로 수렴된다면, 전자는 수평적이고 무한하며 다양체로 퍼져나간다.
--- p.36~37 데리다의 글에서 환대의 대상은 ‘이방인’ 곧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타자(the other)다. 그는 나의 장소에 속해 있지 않으며, 내가 아는 언어에 포획되지도 않고, 나의 관습이나 믿음과도 일치하지 않는 자, 요컨대 나와는 절대적으로 다른 사람이다. 초대하는 사람인 주인은 그를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 루피가 동료를 영입하는 방법이 바로 이것이다. 절대적으로 다른 존재에게 우리가 되자고 제안하기. --- p.49 모험을 시작할 무렵의 루피는 인간이 오랜 역사를 거쳐서 받아들였던 연장(延長)으로서의 공간을 대표하는 인물로 출발했다. 그는 여러 모험을 겪으며 근대의 과학, 합리성, 유물론을 대표하는 인물로 성장해갔다. 그는 몸으로 대표되는, 그리고 그 몸의 여러 변형을 통해서 연장에 대한 사유를 확장하는 인물이다. 다양한 원피스 세계에서 루피야말로 인간 자신의 토대인 몸 자체를 대표하는 특별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 p.73 브룩은 말을 맺지 못하고(“아, 난 이미 죽었…”) 제거된다. 브룩이 대표하는 모순된 두 개의 진술, ‘나는 죽었다’(그렇다면 죽었다고 말하는 ‘나’는 누군가?)와 ‘나는 뼈다’(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보고 듣고 느끼는가?)는 우리에게 사유의 모험을 요청한다. 우리의 실존과 사유 사이에 놓인 거대한 심연을 건너가야 하는 모험, ‘엑스터시’와 관련된 모험 말이다. --- p.125 가운데 바스카빌이 왜 ‘중앙 본선’인지, 왜 ‘나홀로 여행’인지는 나중에 밝혀진다. (…) 가운데 머리가 자신을 불렀던 이전의 이름(“중앙 고속도로” “중앙 본선 나홀로여행”)이야말로 로켓맨의 진로가 되어버린 자신을 일컫는 이름이었던 셈이다. 루피 일행은 중앙 고속도로를 타듯 자신(들)을 밟고 지나갈 것이다. 이전의 이름들은 변증법이 암시하는 ‘분열로서의 종합’을 일컫는 부정적인 이름이었던 셈이다. --- p.1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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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내 동료가 돼라!”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만화 〈원피스〉와 함께 떠나는 가장 철학적인 ‘사유 대모험’ “해적왕을 꿈꾸는 소년들이 전설의 보물을 찾아 나선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 상상해보았을 법한 이 소재로 전설이 된 만화가 있다. 바로 오다 에이치로의 〈원피스〉이다. 1997년에 시작되어 2024년 현재까지 무려 26년째 계속되고 있는 장수 시리즈, 〈드래곤볼〉을 제치고 기네스북 ‘단일 저자에 의한 최다 단행본 발행 부수’ 부문을 경신한 무서운 시리즈, 만화를 넘어선 문화적 현상… 〈원피스〉를 수식하는 말은 많다. 그런데, 무엇이 원피스를 세대를 아울러 가장 넓은 팬덤을 지닌 만화로 만들었을까? 우정, 승리, 모험? 인생의 반을 〈원피스〉와 함께해온 ‘원피스의 오랜 팬’ 권혁웅 교수는 그 이유를 철학에서 찾는다. 원피스 지구의 구성, 수많은 캐릭터, 그들이 이합집산하는 방식, 온갖 기상천외한 ‘열매’들, 전설의 보물 원피스를 향해 나아가는 모든 과정을 ‘인간의 앎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본 것이다. 알고 보면 철학적인 만화 〈원피스〉의 팬이라면, 혹은 철학적 개념이 어렵고 멀게만 느껴지는 독자라면 《원피스로 철학하기》로 사유 대모험을 떠나보자. 임마누엘 칸트에서 질 들뢰즈까지, 현대철학부터 물리학까지… 원피스 세계에는 보물만 숨어 있는 것이 아니다! 권혁웅은 시와 평론으로 등단한 시인이자 평론가이며, 한양여자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시와 시론, 인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애인은 토막 난 순대처럼 운다》 《마징가 계보학》 등의 시집을 발표했고, 《시론》과 《시적 언어의 기하학》과 같은 이론서, 일상 속 철학적인 순간을 재조명한 《외롭지 않은 말》과 《생각하는 연필》, 동서와 고금을 횡단하며 신화에 숨은 코드를 찾아 분석한 《태초에 사랑이 있었다》와 같은 다양한 책을 꾸준히 내왔다. 그런 그가 만화 〈원피스〉를 오랫동안 탐독해왔다는 사실은 언뜻 놀랍지만, 〈원피스〉에서 읽어낸 것이 철학이라는 사실은 지극히 당연해 보인다. 루피가 근대의 지식을 대표한다는 나의 추론은 이처럼 원피스를 찾아가는 여정과도 관련되어 있다. 그 비밀을 인간의 앎의 역사로 풀어보고자 했다. _ 작가의 말 중에서 원피스 지구는 왜 반드시 세 개의 거대 세력(세계정부, 사황, 칠무해)으로 나뉠까? 루피는 수직적인 위계질서를 거부하고 ‘동료’를 들임으로써 무엇을 성취하고자 하는 걸까? 악마의 열매가 부여하는 기상천외한 힘에는 어떤 원리가 숨어 있을까? 알쏭달쏭하기만 한 원피스 세계에도 선악의 기준이 있을까? 권혁웅은 칸트와 들뢰즈, 변증법과 물리학을 자유자재로 소환하며 원피스 세계의 바탕을 이루는 ‘철학’을 읽는다. 우선, 밀짚모자 해적단의 수평적 관계와 깊은 우정은 헤겔의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수한 악마의 열매들이 있음에도 주인공 루피에게 몸이 쭉쭉 늘어나는 고무고무열매를 먹게 한 작가의 의도를 권혁웅은 연장(延長, extention)의 개념으로 설명한다. 번쩍번쩍열매를 먹은 빛 인간 보르살리노와 번개번개열매를 먹은 전기인간 에넬 등 자연계 열매 능력자들을 소개하면서는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을 제시한다. 하나같이 특이한 〈원피스〉의 여러 캐릭터 중에서도 유독 깊은 인상을 남기는, 해골만 남아 죽음의 배를 지키는 ‘브룩’은 또 어떤가? 권혁웅은 근대 철학의 가장 큰 탐구 대상인 ‘정신과 육체의 관계’를 가져온다. 데카르트와 흄, 칸트, 스피노자를 두루 소환해 브룩의 몸을 탐구하는 대목에 이르면 “원피스 세계에는 보물만 숨어 있는 건 아니구나!” 하고 무릎을 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