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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내가 낯가림이 심하긴 했단다. 아기 때는 엄마 말고는 눈도 맞추지 않았다고 한다. 낯선 사람이 안기라도 하면 넘어갈 듯이 울어댔단다.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 이름을 먼저 부르며 다가가는 요즘 내 모습을 보면 나도 믿기지 않는다.
--- p.24 심장이 쪼그라들며 가슴이 답답해졌다. 머리가 뜨겁고 어지러웠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거나 폭탄이 떨어지거나 지진이 났으면 좋겠다. 아니, 취소! 이건 취소!! 이건 정말 진심이 아니야, 취소!!! --- p.30~31 “학교에 못 가고 집안에만 있으면 심심해서 어떡하냐고요? 에이, 걱정마세요. 어린이들을 뭘로 보고 그런 걱정을 하세요? 어린이들은 놀기 대장, 놀기 천재라고요. 게다가 눈이 있잖아요. 눈사람만 만들어도 하루종일 심심하지 않아요. 눈싸움은 또 어떻고요.” --- p.33 “멧돼지들이 길마다 가득 들어차서 학교에 못 가는 것도 괜찮아요. 뒷산에 멧돼지들이 늘었다는 소식은 들으셨죠? 멧돼지들을 괴롭히던 호랑이와 늑대가 사라져서 멧돼지들이 살판났대요. 옛날에 서너 마리였다면 지금은 스무 마리쯤 된대요. 그러다 보니 먹을 게 부족하겠지요. 피자 한 판을 셋이서 먹다가 스무 명이 나눠 먹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 p.39 눈의 여왕과 멧돼지와 온천물이 대문을 나서며 몇 번이고 돌아보았다. 나는 그 눈빛들을 받아서 차곡차곡 마음에 담았다. 셋이 골목을 돌아 멀어질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 p.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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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가기 싫은 친구들,
새로운 환경이 두려운 친구들에게 전하는 백오봉의 재미있는 위로 새로운 환경은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어렵다. 새 동네, 새 학교, 새 친구. 변화가 좋다는 건 알지만, 마음은 익숙한 자리에 머물고 싶어 한다. 아기 때부터 낯가리기 대장이었던 우리의 주인공 백오봉도 마찬가지다. 갑작스레 새 학교에 가게 된 백오봉은 낯선 학교에 다닐 생각에 덜덜 떨린다. 가슴은 갑갑하고 온몸은 무겁고. 담당 선생님에게 원래 다니던 학교로 돌아가면 안 되냐고 부탁도 해보지만 소용없는 일. 그러면 어떻게 하지? 새 학기 전날, 백오봉은 기도를 하기 시작한다. 눈이 펑펑 내리게 해 주세요! 아니면 산에서 멧돼지 떼가 내려와 마을을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게 해 주세요! 그도 아니면 학교 운동장에서 온천수가 콸콸 솟아 나오게 해 주세요! 학교에 안 가는 가장 쉽고 좋은 방법은 끙끙 앓는 척을 하는 걸 텐데, 백오봉은 거짓말을 할 생각은 없나 보다. 학교에 못 갈 상황이 벌어지기만을 유쾌한 상상력으로 바랄 뿐이다. 거짓말 안 하는 백오봉의 마음 씀씀이는 기도가 진짜 이루어질 뻔한 순간에 발휘된다.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며 자신을 양보하는 백오봉은 학교에 가기 싫은 친구들, 새로운 환경이 두려운 친구들에게 위로를 준다. 많은 게 달라져도 괜찮아, 따스한 마음을 품고 용기를 내! 끝까지 결말을 알 수 없는 전개 핍진성 있게 녹아든 현실성 귀엽고 친근한 그림 『백오봉 새 학교에 가다』의 글을 쓴 최소희 작가와 그림을 그린 최수정 작가는 자매다. 최소희 작가는 백오봉이 정말 학교에 가지 않았을지 결말까지 흥미진진하게 작품을 이끌어간다. 아이 독자도 어른 독자도 마지막 부분에서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또, 지방의 인구 소멸, 도시에 출몰하는 야생동물, 기후 변화와 물 부족 등 현실적인 문제를 잘 녹여내어 작품에 핍진성을 부여한다. 최수정 작가는 따스한 그림체와 수채화풍 채색으로 백오봉의 기발한 상상력을 표현했다. 본문과 찰떡같이 달라붙는 장면 묘사는 독자가 작품을 읽으며 펼치는 상상의 세계를 한층 더 풍부하게 한다. 정겨운 마을 풍경이 불러일으키는 향수도 진하다. 『백오봉 새 학교에 가다』를 펴낸 학교앞거북이 출판사는 경북 포항의 작은 그림책 출판사. 지역의 소재와 스토리를 가지고 지역 작가들과 함께 재미있고 아름답고 감동적인 그림책들을 만든다. 현재까지 그림책 『한 방』, 『다행이야』, 『마녀책방』, 『코끼리 별똥별』, 『이제 괜찮아, 엄마 왔어』, 『우리 집이 제일 좋아』, 『마법의 숲』, 『별 따는 해녀』를 출간했다. 『백오봉 새 학교에 가다』는 문학 웹진 《비유》에서 최초로 발표되었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23년 중소출판사 출판콘텐츠 창작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국민체육진흥기금을 지원받아 책으로 제작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