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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 7
생존 · 63 토맥윤기(土脈潤起) · 83 그들의 혹성에 돌아가는 일 · 99 컬처쇼크 · 107 기분 좋음이라는 죄 · 117 쓰지 않은 소설 · 129 마지막 전시회 · 151 옮긴이의 말 · 170 |
Sayaka Murata,むらた さやか,村田 沙耶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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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나가오카, 나랑 새로운 사이비 종교 시작해보지 않을래?”
가족 동반 인파로 붐비는 일요일 오후, 역 앞 쇼핑몰 안에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이시게에게 그런 제안을 받았다. ---「신앙」중에서 “언니의 ‘현실’이라는 거, 거의 사이비 종교 수준이네.” ---「신앙」중에서 “구미, 그러면 너는? 다른 ‘A’를 찾을 거야?” “아니, 나는 ‘D’가 되려고. 최근 들어 생각했어. 그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 ---「생존」중에서 “난 야생으로 돌아갈 거야.” 언니가 갑자기 그런 말을 남기고 집을 나간 지 어느덧 3년이 되었다. ---「토맥윤기」중에서 “응. 세 사람의 아이라면 낳아보고 싶어.” 단숨에 이야기가 진행되어 해외 정자은행에서 일본으로 정자를 받을 날짜가 정해졌다. ---「토맥윤기」중에서 내가 타고난 성격 그대로 이 세상에 존재해도 미움받지 않는 장소, 내가 능숙하게 인간을 연기하지 않아도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장소, 그런 장소는 이 세상에 단 한 곳, 그 불가사의한 혹성밖에 없었다. ---「그들의 혹성에 돌아가는 일」중에서 나와 아빠가 ‘균일’에서 나와 ‘컬처쇼크’에 도착한 건 어젯밤 늦은 시간이었다. ---「컬처쇼크」중에서 어릴 때, 어른들이 ‘개성’이라는 말을 안일하게 사용하는 것이 정말 싫었다. ---「기분 좋음이라는 죄」중에서 이렇게 신중해진 이유는 내가 ‘기분 좋은 다양성’과 관련해 한 가지 죄를 지었기 때문이다. ---「기분 좋음이라는 죄」중에서 내 손발이 눈앞에서 포개어지고 얽히는 광경은 현실감이 없어서 뇌에서 버그가 발생한 느낌이었다. 내 손발이 잘려 저쪽으로 굴러갔나 싶어 무심코 확인하게 된다. 나쓰코D의 머리칼 속을 헤엄치고 있는 나쓰코E의 손바닥과 똑같은 것이 대롱대롱 내 팔에도 매달려 있었다. ---「쓰지 않은 소설」중에서 K는 그의 기나긴 여정을 이 별에서 끝낼 생각이었다. ---「마지막 전시회」중에서 “이 별에 인간이라는 생물이 있었습니다. 만 년쯤 전에 멸종했습니다. 백여 명 정도가 남았을 때 인간은 ‘예술’을 많이 보존해두고자 했습니다. 그걸 위해 나를 만들었습니다. 나의 몸 안에 수많은 ‘예술’ 있습니다.” ---「마지막 전시회」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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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는 재능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어.”
믿음에 관한 이야기이자 믿음을 흔드는 이야기 “저기, 나가오카, 나랑 새로운 사이비 종교 시작해보지 않을래?” 가족 동반 인파로 붐비는 일요일 오후, 역 앞 쇼핑몰 안에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이시게에게 그런 제안을 받았다. _「신앙」 표제작 「신앙」의 주인공 나가오카는 이른바 ‘가성비 인간’인 극단적 현실주의자다. 환상에 돈을 지불하는 다른 이들을 어리석게 여기며 집요하게 ‘현실’을 따지는 그에게, 오랜만에 나타난 동창은 사이비 종교를 함께 시작해보자고 제안한다. 비현실적인 데다 너무 뻔한 수법이라 생각해 비웃던 그는 곧 섬뜩한 의문에 직면한다. 누군가의 믿음을 부정하는 것 또한 모종의 믿음에 기반한 행동이 아닌가. 그렇다면 다단계 판매에 속아 신묘한 정수기를 사는 행위와 유행하는 접시를 모으는 행위는 무엇이 다른가. 그가 마주하는 혼란은 독자에게도 고스란히 건네진다. 사회는 어째서 속기 쉬운 이들을 노린 사기보다 속은 자들의 약하고 어설픈 마음을 탓하는가. 당신이 ‘현실’이라 부르는 세계를 ‘진짜’라고 할 수 있는가. “사이카와는 이시게랑 달라. 사이카와는 ‘속는 쪽’의 인간을 사랑하니까. 있잖아, 나도 그쪽으로 데려가줘. 내 눈에 돌멩이는 그냥 돌멩이로만 보이고, 플라스틱은 그냥 플라스틱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아. 근데 다들 원가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돈을 내잖아. 그걸 사랑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환상을 공유해. 나도 그쪽으로 가고 싶어.” _「신앙」 속는 재능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힌 나가오카는 급기야 사이비 종교의 교주가 된 동창에게 자신을 세뇌해줄 것을 부탁하기에 이른다. 두 사람의 별난 계약과 함께 이야기는 예측할 수 없는 강렬한 전개로 흘러가며, 그 끝에는 “우리의 발아래, 올바르고 당연하고 견고해 보이는 믿음 더미들”에 대한 조용한 응시가 남는다. 믿음은 우리를 지탱하고 강하게 하는가, 오히려 위태롭게 하는가. 나아가 불신으로 가득한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신앙’은 무엇인가. 기발한 상상으로 포착한 일상의 균열 독특하고 경쾌한 디스토피아 상자를 여니 동결건조된 내 클론이 들어 있었다. 설명서를 보면서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 잠시 담가두었다. 30분쯤 지나자 클론이 나와 같은 크기가 되었다. (……) 스스로를 나쓰코A라고 하고, 욕조에서 가져온 순서대로 나쓰코B, C, D, E라고 부르기로 했다. _「쓰지 않은 소설」 일상의 균열과 SF적 상상력을 결합해 풀어낸 이야기들은 인류의 미래와 기후위기, 불평등, 인공지능 등 현대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를 날카롭게 환기한다. 이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어둠과 교차하며 서늘함을 자아내는 한편, 작가 특유의 흥미진진하고 경쾌한 문체를 통해 ‘무라타 사야카 월드’만의 별난 디스토피아로 탄생한다. 생존 경쟁에서 자진 탈락해 야생 인간이 되길 택하거나(「생존」) 전자제품 코너에서 사들인 클론을 출산 도구로 삼으려 했던 인간에게 주어지는 벌에 “왠지 그래도 괜찮을 것” 같아 기꺼이 순응하는(「쓰지 않은 소설」) 등, 예측을 벗어나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그려진 세계는 우리가 믿어온 현실과 어긋나는 지점을 드러내며 시원한 충격을 전한다. 낯설고 이질적인 감각 너머 ‘진짜의 진짜’를 향한 탐구 “저는 어렸을 때 ‘진짜의 진짜’라는 말을 정말 좋아했습니다. 단순한 진짜는 어른들이 흔히 입에 담고, 아동용 책에도 자주 나왔지만 그것을 한 겹 벗겨냈을 때, 거기에는 봐서는 안 되는, 존재하게 되면 인간이 불편해지는 ‘진짜’가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저는 너무나도 그것이 보고 싶었습니다.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거기에 나를 좀먹는 것의 정체가 그 안에 잠들어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_2022 서울국제작가축제 작가 대담에서 ‘진짜의 진짜’를 드러내기 위해 무라타 사야카는 잔혹한 세계에 비명을 지르거나 선악 판단을 내리는 대신, 이야기 곳곳에서 묘한 이질감을 불러일으키는 상황을 계속 펼쳐 보인다. 보편을 강요하며 이질적인 존재를 배제하는 사회에서 한 사람이 겪는 위화감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그의 화자들은 모두 세계와 불화하는 감각을 품고 살아간다. 이렇듯 “존재하게 되면 불편해지는” 것들을 드러내 탐구하는 일은 우리를 병들게 하는 막연한 공포에서 자유로워지는 것과도 맞닿아 있다. 자신을 ‘지구인을 연기하는 우주인’이라 생각했던 어린 시절(「그들의 혹성에 돌아가는 일」)과 ‘다양성’이라는 말에서 느낀 공포에 대한 고백(「기분 좋음이라는 죄」)이 담긴 두 편의 에세이 또한 이질적인 감정을 받아들이며 사회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해가는 태도를 찾아볼 수 있다. 그렇게 『신앙』은 불신과 단절의 시대를 정확히 응시함과 동시에 그곳에 잠재하는 낯설고 독특한 세계들을 자유롭게 방출해낸다. 인류 멸망 이후 지구에서 벌어지는 전시회를 다룬 마지막 단편(「마지막 전시회」)에 이르기까지, 경쾌한 리듬으로 변주되는 이야기들을 통과하는 동안, 『신앙』의 기발하고 독창적인 세계는 우리가 믿어온 현실의 표면을 한 겹 벗겨내어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선사할 것이다. 이 물체들을 보면 몸속에서 꽃이 핀다고 합니다. 마음에 짚이는 구석이 있는 분은 꼭 전시회에 오세요. 지구라는 별이 멸망할 때까지 계속됩니다. _「마지막 전시회」 옮긴이의 말 무라타 사야카의 작품이 겨누는 곳은 늘 그 지점이다. 우리의 발아래, 올바르고 당연하고 견고해 보이는 믿음 더미들. (……) 나의 ‘올바른’ 신념, 인간의 존엄, 발을 딛고선 땅까지,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믿음들을 차례로 무너뜨리는 이 작품집은, 그 안일한 믿음으로 우리가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지 묻는다. (……)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내일이 올 것이라는 무구한 믿음이 거짓말처럼 무너지는 것을, 우리 집 문을 걸어 잠그고 남의 집 문에 못을 박아 저마다 섬처럼 단절되는 일종의 디스토피아를 이제 막 목격했기 때문일까. 이 작품집 속 별세계가 성큼 가까이에 있는 것만 같다. 늘 생각을 뒤집어 허를 찌르는 ‘무라타 사야카 월드’를 여실히 보여주는 이 작품집이, 모두에게 다양하고 가치 있는 질문으로 남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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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대해 품은 질문을 녹여서 전달하는 작가가 있는가 하면, 찔러서 전달하는 작가도 있다. 무라타 사야카는 누구보다도 날카로이 벼린 소설로 찌르고 또 찌른다. 충격과 통증을 버텨내면, 익숙했던 주변이 균열로 가득 찬 상태였다는 것을 새로운 눈으로 깨닫게 된다. 어둠과 비명이 혼재하는 이야기를 읽기 위해서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지만, 무라타 사야카만이 선사하는 독특한 경험을 놓치지 마시길 바란다. - 정세랑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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