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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두 루푸는 말이 없다
침묵의 피아니스트를 그린 20가지 데생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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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들어가며

1부 20인의 인터뷰와 기고로 듣는 라두 루푸 이야기

[언드라시 시프] 루푸에게 바친다
[미샤 마이스키] 라두와의 만남은 아주 귀중했고, 함께 음악을 만들어가는 시간은 특별했습니다
[보리스 페트루샨스키] 모스크바에서 쌓은 루푸와의 추억은 제 기억 속 깊이 새겨져 있습니다
[안 케펠레크] 첫 음을 듣는 순간 마음속에 퍼진 감동과 감탄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정경화] 라두가 연주하는 음악의 마법이 가진 힘에 의해 듣는 이의 영혼은 하늘로 날아갑니다
[디디에 드코티니] 친구로서, 녹음을 싫어하는 라두를 더 이상 괴롭히고 싶지 않습니다
[제시카 나스미스 & 로빈 럭] 인터뷰를 하지 않는 이유 ― “무언가 할 수 있는 말이 있다면
오직 음악을 통해서만 하겠다”
[루크 거스리] 셀 수 없이 들었던 라두의 ‘노래’ 너무 충격을 받아 피아노 앞에 앉을 수 없게 된 적도 있습니다
[제니 보겔] 자칫 잘못하면 공연 캔슬, 꽁꽁 얼어붙은 뉴욕에서 했던 밤 산책
[헬렌 터너] 자긍심 높은 완벽주의자. 그러나 매니저를 힘들게 하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다니엘 바렌보임] 라두와는 음악을 통해 서로를 잘 이해하기 때문에 특별한 친근감을 느낍니다
[프란츠 벨저뫼스트] 라두와 공유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법’ 우리는 음악적으로 서로를 이해했습니다
[필리프 카사르] 라두 루푸가 작은 목소리로 전해주는 내부 세계의 풍경
[장에플람 바부제] 인생에서 방황하던 제게 라두가 가르쳐준 음악 철학
[미헐 브란제스] 그것은 피아노의 소리가 아니라 ‘라두 루푸의 소리’입니다
[넬손 괴르너 & 루수단 괴르너] 매력과 발견으로 가득했던 조언. 그의 말은 모두 제 마음속에 새겨져 있습니다
[율리아나 아브제예바] 라두의 러시아어는 아주 풍부합니다.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늘 무언가를 주는 사람이에요
[조성진] “가르치진 않아, 들을 뿐이지.” ― 로잔에서의 레슨
[스티븐 이설리스] 라두 루푸와 함께 한 여행의 궤적
[엘리자베스 윌슨] 라두 루푸 ― 모스크바에서 보낸 학생 시절 추억을 더듬으며

2부 라두 루푸를 향해

이야기를 끝맺으며
라두 루푸 연보

저자 소개2

이타가키 지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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いたがき ちかこ,板垣千佳子

오차노미즈여자대학교를 졸업했다. 1988년에 주식회사 KAJIMOTO(구 가지모토 음악사무소)에 입사해 국내외 아티스트의 매니저와 라폴 주르네 음악제의 제작실장으로 일했다. 2019년 퇴사 이후 합동회사 노벨레테를 설립했다. 아오야마가쿠인대학교 종합문화정책학부에서 강사로 근무 중이다.
부산대학교 중어중문학과, 일본 와세다대학교 대학원 문학연구과 석사과정을 졸업한 후 현재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나카야마 가호 『흰 장미의 심연까지』, 다자이 오사무 전집 중 『유다의 고백』 『생각하는 갈대』, 사이토 다마키 『엄마는 딸의 인생을 지배한다』, 우치다 햣켄의 『당신이 나의 고양이를 만났기를』, 『나쓰메 소세키 서한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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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5월 01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128*188*20mm
ISBN13
9791192884431

책 속으로

“당신에 관한 책을 일본에서 출판하고 싶어요. 허락해주실 수 있나요?” 긴 세월 인터뷰를 완강히 거부하고 녹음은 진즉에 중단, 방송 녹화조차도 허락지 않을 만큼 극단적으로 사생활을 중시하는 아티스트가 바로 루푸다. 대답은 ‘노’이겠거니 생각했다. “친애하는 지카코, 나는 물론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겠지만, 자네가 하고 싶다면 맡기도록 하지. 좋은 성과가 있길 빌어.”
--- p.5

당신이 피아니스트라는 범주를 훌쩍 뛰어넘는 존재라는 사실은 당신 스스로도 잘 알고 있겠지요. 마치 작곡가처럼 연주하고 사고하는 당신은 악곡의 형식과 구조를 이해하고 그 주요한 구성 요소의 위계를 파악하며, 지극히 소소한 디테일을 다룰 때도 망설임이 없습니다. 위대한 지휘자 중에도 그런 능력이 있는 이가 있지만, 운 좋게도 당신은 지휘를 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저 양손을 내밀기만 하면 피아노가 무수한 음색과 울림을 가진 오케스트라로 변신했죠. - 언드라시 시프, 피아니스트
--- p.37

하루는 라두와 다니엘 바렌보임이 ‘곡 맞히기 놀이’를 하고 있더군요. 어떤 곡의 첫 화음, 혹은 첫 음의 연주만 듣고 곡명을 알아맞히는 게임이었습니다. 고작 음 하나로 어떤 곡인지를 맞힌다니 저는 믿기 힘든 광경이었죠.- 미샤 마이스키, 피아니스트
--- p.44

“그게(변주곡) 나를 별로 좋아해주지 않는다니까!” 즉, 그는 ‘나는 그 작품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고, ‘그 작품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 겁니다. 이는 네이가우스의 저서 『피아노 연주 예술』 속 한 구절과 상통합니다. 한 학생이 베토벤의 ‘열정’ 소나타가 지긋지긋하다고 큰 소리로 말하자 네이가우스는 이렇게 반론했습니다. “지긋지긋해하는 건 자네가 아니라 작품이네!” 라두가 이 말을 알고 있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아마도 알고 있었겠지요. 아무튼 이 위대한 두 예술가의 윤리관은 명백히 일치합니다. -보리스 페트루샨스키, 피아니스트
--- p.60

당시 아직 무명이던 루마니아인이 처음 몇 음을 연주했습니다. 그게 라두 루푸였습니다. 그 순간 마음속에 퍼진 감동과 감탄을, 저는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하이든의 〈안단테와 변주곡〉 F단조의 주제가 젊은 연주가의 손가락 사이에서 소박하면서도 구슬프고 부드럽게 울려 퍼졌고, 그 시정이 제 마음을 뒤흔들었습니다. - 안 케펠레크, 피아니스트
--- p.62~64

어느 날, 크리스토퍼가 라두와 저를 데카의 스튜디오로 부르더군요. 크리스토퍼가 스튜디오 중앙에 앉아 재생 버튼을 눌렀고, 그건 3년 전 그 드뷔시와 프랑크 녹음이었습니다. 우리는 일단은 조용히 앉아 듣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말없이 집중했고 라두도 침묵했죠. 2, 3분간 침묵이 이어지던 그때 크리스토퍼가 입을 열었습니다. “라두, 어떻게 생각하나?” “음, 미즈 정이 괜찮다면 나는 좋아.” 그런 다음엔 제게 묻더군요. “경화, 어떻게 생각해?” “루푸 씨가 좋다면 저도 좋아요.” 크리스토퍼는 생긋 웃으며 말했습니다. “좋아, 그럼 발매하지!” 이렇게 해서 지금 이 녹음이 세상에 존재하는 겁니다. - 정경화, 바이올리니스트
--- p.68~69

라두는 데카에 레코딩 세션의 경비를 모두 지불하고 권리를 사들였습니다. 제가 기억하기로 한 곡은 D.850 소나타이고 나머지 한 곡은 중기 소나타였습니다. 결국 그 녹음은 빛을 보지 못했어요. 훌륭한 녹음테이프가 완성되어 발매 준비가 완벽히 끝났음에도 라두는 결코 마음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 디디에 드코티니, 데카 레이블 출신의 예술감독
--- p.72

라두는 사무실에 도착하면 모든 직원과 포옹을 한 후 제가 있는 2층으로 올라와 “이 농담 들어본 적 있나?”라는 말로 첫인사를 건넸습니다. 라두가 도착하면 접수처 직원이 내선으로 알려주었는데, 그러면 동료와 저는 “2층까지 오려면 한참 걸릴 거야”라고 말하곤 했죠. 아무튼 그는 모든 직원에게 사랑받았습니다. 라두는 파트타임 비서든 매니저든 사장이든 상관없이 모두에게 똑같은 시간을 할애해 성의 있게 대했습니다. 다들 그를 존경했고, 담당 직원이 아닌 이들도 그의 콘서트에 가곤 했지요. - 제시카 나스미스, 영국 담당 매니저
--- p.78

라두의 연주는 지금껏 제가 본 적 없는 빛을 그 작품에 비추었습니다. 곡의 도입부부터 그 기교에 압도되었죠. 그리고 무엇보다 처음 주제가 돌아오는 부분…… 루빈스타인을 비롯한 모든 위대한 피아니스트는 그 부분을 ‘딴 딴따라 란’ 이렇게 칩니다. 하지만 라두의 연주법은 그 누구와도 달랐습니다. - 루크 거스리, 피아니스트
--- p.93

다음 날 아침, 링컨 센터에서 저희 사무실로 전화가 왔습니다. 티켓을 산 사람에게서 라두가 콘서트를 취소한다는 말을 듣고 당일 티켓 판매소에 공연 취소 벽보를 붙였고, 이제 막 티켓 환불 작업을 시작했다는 겁니다. 화들짝 놀란 에이브가 콘서트는 예정대로 열릴 거라고 필사적으로 설명해서 겨우 사태가 해결되었습니다. 매니저들이 모두 폭소한 이야기입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 그야 라두이기 때문이겠죠. - 제니 보겔, 미국 담당 매니저
--- p.96

그는 마이크로 ‘기록’된 연주는 바꿀 수 없기 때문에 마이크가 부담스럽다고 자주 말하곤 했습니다. 또 사용하는 피아노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도 우려했어요.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길 만한 연주를 해내기까지 며칠이 필요할지 몰랐던 거죠. 콘서트라면 본공연이 끝나면 그걸로 다 끝입니다. 결국 그는 레코딩을 최고 수준으로 만들고 싶었던 거예요. - 헬렌 터너, 영국 담당 매니저
--- p.99

라두가 청중 한 사람 한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쌓을 수 있는 이유는, 그가 듣는 사람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정말 그렇습니다. 음악에 집중한 상태에선 대개 청중에 대한 생각은 사라집니다. 그는 청중을 의식하지 않고 청중에게로 다가가 그들을 무대로 데려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당신만을 위해 연주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거죠. - 다니엘 바렌보임, 지휘자·피아니스트
--- p.102~104

꼭 마법 같았습니다. 뉴욕의 청중은 연주 중에 대개 기침을 하는데, 그가 첫 음을 연주한 후로는 한 번도 들리지 않더군요. 이 마법 같은 연주가 끝난 후엔 말문이 턱 막혔던 걸로 기억합니다. 진심으로 감동했죠. 라두와 저는 함께 대기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 탔고, 엘리베이터 벽에 기대어 선 라두가 정말 즐거운 연주였다고 말해주었습니다. 공연 전반부 마지막 곡이었는데, 휴게시간에 오케스트라 멤버가 모두 대기실로 왔더군요. 연주가 끝나고 다들 울고 있었던 겁니다. 그야말로 유일무이한 순간이었습니다. - 프란츠 벨저뫼스트, 지휘자
--- p.112

라두 루푸의 연주를 듣기 위해 콘서트홀에 들어가면, 몇 분 후에는 무대 위에 있는 그와 객석에 있는 저 사이의 거리가 사라집니다. 그는 마치 마술사처럼 곧장 저를 정적의 거품 속으로 불러들입니다. 그리고 그날 연주하는 곡 속에서 그가 어렴풋이 목격한 내적 세계의 풍경을 저에게만 작은 목소리로 알려주지요. - 필리프 카사르, 피아니스트
--- p.115

저와 친하게 지내던 졸탄 코치슈는 라두를 가장 존경했습니다. 그들의 음악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코치슈는 에너지와 격렬함을 담아 모든 음을 200퍼센트로 연주해서 듣는 이의 목덜미를 잡아챕니다. 라두의 경우 그런 일은 없어요. 그 자신이 말하듯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음악 자신이 연주하게끔 하는’ 연주죠. 청중은 그가 있는 곳으로 이끌려 가 그의 음악 세계로 빠져듭니다. 라두는 결코 당신의 목덜미를 잡아채지 않아요. - 장에플람 바부제, 피아니스트
--- p.124

라두의 터치는 수수께끼입니다. 어째서 그가 연주하면 다른 피아니스트와 그렇게까지 다른 소리가 나는 건지, 참 신기한 일입니다. 많은 피아니스트가 제게 ‘라두 같은 소리를 만들 수 있는지’를 묻습니다. (…) 제가 두 달 동안 피아노 한 대에 매달려 준비한다고 한들 그 누구도 라두 같은 소리를 내지는 못해요. 그건 피아노의 소리가 아니라 ‘라두 루푸의 소리’거든요. - 미헐 브란제스, 피아노 조율사
--- p.132

모스크바 친구들은 라두가 피아니스트가 아니라 지휘자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하더군요. 한번은 라두에게 왜 피아노를 골랐는지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글쎄…… 일단 연주해봤지. 그랬더니 잘되어버린 거야. 이유를 모르겠군.” 그러고 보면 라두는 음악을 들을 땐 늘 지휘를 합니다. - 루수단 괴르너, 피아니스트
--- p.142

한번은 슈베르트의 소나타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어느 소나타가 제일 어려운지 물었더니 후기의 소나타 19번 C단조라고 답하더군요. 제게 가장 어려운 곡은 마지막 소나타 21번 B플랫장조입니다. 하지만 라두는 그 곡이 C단조에 비하면 쉽다고 했어요. 이 B플랫장조 소나타는 제게 아주 특별한 곡으로, 죽기 전에 딱 한 곡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면 라두의 연주로 이 곡을 듣고 싶습니다. 그의 아고긱은 특별해요. 각진 곳 없이 늘 물처럼 흐르죠. 그가 아주 천천히 연주하는 건 놀라운 일이에요. 흐르듯이 연주하려고 하면 음악이 끊어지지 않도록 빠른 템포로 연주하기 십상이거든요. 하지만 라두는 느긋한 템포로 연주하면서도 흐름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 조성진, 피아니스트
--- p.151

라두의 연주 중 단연 훌륭했던 건 런던에서 했던 공연입니다. 그는 이때 약 15년 만에 위그모어 홀의 무대에 올랐습니다. 어느 갈라 콘서트에 갑작스럽게 대체자로 나와 슈베르트의 소나타 21번 B플랫장조 D.960을 연주한 것입니다. 때마침 이 공연을 보게 된 운 좋은 사람들은 다들 그의 연주를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그것은 명백한 계시였습니다. 첫 음이 울려 퍼질 때부터 마지막 음이 소멸할 때까지, 우리는 천국에서 지옥까지를 전부 여행하고 귀환했습니다. 곡이 끝났을 땐 마치 별세계에서 돌아온 느낌이었지요. - 스티븐 이설리스, 첼리스트
--- p.156

연주를 하는 라두는 천사 그 자체였습니다. 온화한 천사가 마지막 인사를 고하고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더없이 자연스럽고 더없이 간결했습니다. 모차르트 연주는 이래야 한다고 느끼게 만드는, 보기 드물게 이상적인 연주였지요. 그리고 마지막에 감동적인 순간이 하나 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앙코르로 연주했던 브람스입니다. 그리고 막이 내려갔습니다. 흔한 장내 방송이나 팡파르 같은 것 하나 없이 라두는 그렇게 은퇴했습니다. - 스티븐 이설리스, 첼리스트
--- p.165~166

저는 라두의 연주에 생각지도 못한 감명을 받았고, 그러고는 그저 멍하니 충격에 빠졌습니다. 이제껏 그런 연주를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겁니다. 라두는 물론 아름다운 소리와 당당한 다이내믹 레인지를 가진 탁월한 피아니스트였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닙니다. 라두의 연주는 서정적이고 기쁨으로 충만한 동시에 비극적이어서, 슈베르트의 사적인 세계와 진심으로 절실하고 정열적으로 교류하는 듯한, 그야말로 음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그 근원부터 체험하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게 됩니다. (…) 저는 그때 말문이 막혀 제가 느낀 모든 감정을 라두에게 하나도 전할 수 없었습니다. 순식간에 평생의 팬이 된 것입니다.- 엘리자베스 윌슨, 작가·루푸의 첫 번째 아내
--- p.179~180

라두 루푸는 스스로를 피아니스트나 연주가가 아니라 음악 그 자체라고 상상했던 게 아닐까. 나는 그런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요컨대 음악의 화신이자 화신으로서의 음악인 셈이다. 그런 의미로 루푸는 음악 그 자체였다. 음악으로 일가를 이룬 것이 아니라, 음악이 묵는 집, 음악이 이 세상에 머물 때의 거처가 되는 음악가. 적어도 콘서트의 어느 순간에 루푸는 그렇게 존재했다. - 아오사와 다카아키라, 칼럼니스트

--- p.237

출판사 리뷰

먼저 고백하겠습니다. 이 세상에 현존하는 모든 피아니스트 중 당신만큼 제게 깊은 감동을 준 사람은 없습니다. - 언드라시 시프, 피아니스트

라두의 음악은 각별합니다. 음악이 그의 손을 거치면 마법적인 힘을 갖게 되고, 듣는 이의 영혼은 하늘로 날아갑니다. 그러면서도 한없이 인간적이며 믿기 힘들 만큼 간결하지요. - 정경화, 바이올리니스트

제게 가장 어려운 곡은 [슈베르트의] 마지막 소나타 21번 B플랫장조입니다. 이 B플랫장조 소나타는 제게 아주 특별한 곡으로, 죽기 전에 딱 한 곡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면 라두의 연주로 이 곡을 듣고 싶습니다. - 조성진, 피아니스트

많은 피아니스트가 제게 ‘라두 같은 소리를 만들 수 있는지’를 묻습니다. (…) 제가 두 달 동안 피아노 한 대에 매달려 준비한다고 한들 그 누구도 라두 같은 소리를 내지는 못해요. 그건 피아노의 소리가 아니라 ‘라두 루푸의 소리’거든요. - 미헐 브란제스, 피아노 조율사

그는 청중을 의식하지 않고 청중에게로 다가가 그들을 무대로 데려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당신만을 위해 연주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거죠. - 다니엘 바렌보임, 지휘자·피아니스트

저는 그때 말문이 막혀 제가 느낀 모든 감정을 라두에게 하나도 전할 수 없었습니다. 순식간에 평생의 팬이 된 것입니다.- 엘리자베스 윌슨, 작가·루푸의 첫 번째 아내

‘침묵의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에 다가가는
그리움과 경의, 사랑과 우정, 열정과 환희의 여정

인터뷰나 녹음을 일절 거절하고 2019년 6월 은퇴한 뒤, 2022년 4월 세상을 떠난 ‘침묵의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의 음악과 사유, 인간적 면모를 담은 『라두 루푸는 말이 없다』가 출간되었다. 시프, 바렌보임, 정경화, 조성진, 벨저뫼스트, 마이스키, 케펠레크, 바부제, 괴르너, 카사르, 이설리스 등 루푸와 음악하고 교류했던 음악가와 조율사, 매니저, 작가 20인이 전하는 생생한 증언이, ‘음악가의 음악가’ 라두 루푸를 다각적으로 조형한다.

머리와 수염을 길러, 음반을 처음 본 소년 조성진이 브람스를 닮았다고 생각한 라두 루푸는 ‘은둔형 예술가’로 세간에 인식된다(국내에는 ‘조성진이 가장 존경하는 피아니스트’로 알려져 있다). 루푸는 오직 그 순간을 위해 연주하길 좋아했고 연주를 녹음해 음반을 통해 다른 시공간에서 재현하는 것엔 회의적이었다. 『라두 루푸는 말이 없다』는 다른 이가 구현할 수 없는 자기만의 소리를 내면서도 자기를 좀체 드러내지 않았던 ‘신비한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에 관한, 책으로는 유일무이의 귀중한 자료이다. 인터뷰를 거의 남기지 않은 루푸에 다가가는 책의 여정은 말 대신 ‘이야기’로 가득하다. 음반을 많이 남기지 않은 루푸를 되살리는 책의 여정은 절대 잊히지 않아 영원한, 음악적 ‘순간’에 다다른다. 독자가 음악을 듣고 싶게, 음악을 하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음악에 관한 루푸의 능력은 음악계에서도 손꼽힐 만큼 특별했다. 마법 같은 피아노 연주 실력과 경이적인 암보 능력, 피아노 파트는 물론이고 오케스트레이션을 숙지하는 능력까지. 하지만 그의 아름다운 음색과 독특한 레가토를 언어로 설명하기란 불가능하다. 이 책에서 루푸와 함께했던 정상의 음악가들과 동료들이 소개하는 특별한 ‘이야기’들은 그들이 목격하고 간직한 그 순간의 감동을 기어이 되살린다. 브람스 피아노 소나타 연주가 끝난 뒤 무대 뒤를 찾아갔다가 루푸 앞에서 울고 있는 알프레트 브렌델을 본 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연주회 인터미션 때 클리블랜드 관현악단 단원들이 대기실에 모여 함께 운 일, 모스크바의 파티에서 존 오그던의 [랩소디 인 블루] 연주를 듣던 루푸가 피아노를 찾더니 아래층의 피아노를 옮겨 와 협연한 일 등, 마치 같은 공간에서 그 장면을 목도하는 듯한 감흥을 준다.

루푸는 예술가들이 대개 그러하듯 본업에 관해서는 예민했지만, 그 밖의 영역에서는 소탈하고 자상한 사람이었다. 그는 조성진을 포함해 여러 후배 연주자의 고민을 진심으로 들어주는 선배였고, 에이전시 사무실 직원 모두에게 농담을 건네느라 2층까지 올라오는 데 긴 시간이 걸리는 동료였다. 책에는 연주회를 앞두고도 윔블던 테니스 중계방송이 보고 싶어 피아노 위에 작은 TV를 올려놓고 연습한 일화도 나온다. 물론 모국인 루마니아의 정치적 현실과 냉전 중인 국제 정세 때문에 고난을 겪은 이야기도 등장하지만, 루푸는 긍정적이며 활력 넘쳤고 의연하게 위기를 헤쳐나왔다.

라두 루푸의 일본 담당 매니저로 일했던 엮은이 이타가키 지카코는 루푸의 고별 무대가 된 2019년 루체른 공연 다음 날, 이 책의 출판을 허락받았다. “친애하는 지카코, 나는 물론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겠지만, 자네가 하고 싶다면 맡기도록 하지. 좋은 성과가 있길 빌어.” 그 후 세계 곳곳에 거주하는 20여 명의 인터뷰와 기고를 엮어 책을 완성했다. 1부는 시프, 바렌보임, 조성진 등 쟁쟁한 음악가들과 음악계 동료들, 특히 루푸와 모스크바 음악원 동문이며 음악 전기 작가인 첫 번째 아내 엘리자베스 윌슨의 글을 포함한 20인의 글과 인터뷰, 2부는 음악 칼럼니스트 아오사와 다카아키라의 평론으로 구성돼 있다. 또한 유족이 제공한 비공개 사진을 포함해 40여 컷의 도판 자료와 루푸의 연대기가 정리된 연보가 수록되어 있다.

책 속에서 루푸를 그려내는 증언들은 각자의 기억에 기반하고, 그것은 과거 어느 순간에 관한 작은 조각으로 이뤄져 있다. 이 작은 조각들을 조합해 루푸의 최종 인상을 구축하는 마지막 주체는 결국 독자이다. 달리 말하면 『라두 루푸는 말이 없다』는 하나의 악보이다. 그 안에 음표 같은 단서가 있고, 독자는 연주하듯 그것들을 읽어내는 것이다. 한 권의 전기를 읽고 그 사람의 삶을 다 이해했다고 믿는 건 쉽고도 위험한 일이다. 그러나 이 책은 선형적인 구조의 전기보다 훨씬 자유롭게 독자 스스로 다가가 겹쳐보게, 해석하게 한다.

『라두 루푸는 말이 없다』는 “음악이 묵는 집” “음악이 이 세상에 머물 때의 거처가 되는 음악가” 곧 “음악 그 자체”였던 라두 루푸를 통해, 음악이라는 예술에 깃든 감흥뿐 아니라 모든 이가 간직하고 지키고 싶어 하는 그리움 경의 사랑 우정 열정 환희를 전한다. 소리를 낼뿐 아니라 이내 사그라지는 잔향과 그 뒤의 고요와 적막까지 음악이 되게 한 루푸의 마법 같은 ‘터치’처럼, 그가 마지막 연주를 한 지 6년, 세상을 떠난 지는 3년이 지나 지금 우리에게, 깨뜨리기 싫은 침묵 같은 긴 여운이 전해져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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