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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팥진아’ 폴더 속에 쌓일 이야기똥 맛 카레와 카레 맛 똥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둘리 호빵의 계절도전은 몇 번이나 계속됐지만고시앙 하나 주세요맛있게 으깨지는 시간눈으로 먼저 먹는다시 만난 ‘있을 무’ 맛모퉁이 국화빵 할머니겨울에 조금 더 수다스러워지는 사람들 연말에 만나는 쉬운 행복호두 없는 호두과자버터 없는 앙버터 1버터 없는 앙버터 2대단한 에피소드는 없지만 사랑해덕분에 반짝반짝 안심이 돼오로지 하나의 목표로그 겨울, 스무 마리의 붕어빵 에필로그 찐빵을 하나씩 찜기에 넣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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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조금 더 수다스러워지는 사람들과함께하는 충만한 계절 감각 그리고 쉽고 작은 행복 그러면서도 팥이 아니었더라면 쉽게 꺼내놓을 수 없었던 어린 시절을 소환한다. 삶을 관통하는 크고 작은 사건들과 그에 대한 속내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녹록지 않았던 가정환경과 젊은 부모를 먼저 헤아리느라 정작 마음 놓고 울지도 못했던 자신을 비로소 호빵처럼 뜨겁게 안아주려는 글쓰기적 시도가 읽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찡하게 만든다. 어느 겨울, 두툼한 이불 위에 앉아 배탈이 난 어린 오빠를 대신하여 더 어린 동생 임진아가 오빠의 지시대로 붕어빵을 요리조리 베어 물며 별것 없이도 까르르 배꼽이 빠져라 웃는 장면은 스노볼 속에 박제해두고 싶을 정도로 눈부시게 아름답다.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그리고 나 심은 데에는 내가 자란다. 우리가 숱한 붕어빵과 호빵으로 얼어붙은 손가락을 녹이고 배를 불리는 동시에, 그 쉽고 작은 행복에 기대어 긴 겨울을 보내던 마음은 앞으로도 여전할 것이다. 여름이면 제철 과일 신비복숭아를 박스째 쌓아놓고 챙겨 먹듯이, 겨울이면 자연스레 붕어빵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는 사람들 틈에 임진아 작가가 있다. 여름보다 겨울에 조금 더 수다스러워지는 사람들과 함께 충만한 계절 감각을 공유하며 또 계속 나아갈 힘을 얻는 우리들. 몸과 마음이 춥고 시려도, 뜻대로 되지 않는 일에 무릎이 꺾여도, 그럼에도 팥알처럼 옹골찬 붉고 따스한 용기가 책의 곳곳에 알알이 박혀 있다.“나를 키운 건 팔 할이 팥알이었다.”‘팥’이라는 붉고 따스한 용기에 대하여팥을 좋아하는 마음이 너무나 확고해서 요즘 대유행하는 빵 ‘앙버터’마저 버터를 빼고 그냥 ‘앙’으로 만들어 먹는다는 고백도, 동네 떡집을 기웃거리며 설기설기 부서지지 않는 투명하고 쫄깃한 시루떡이 있는지 떡의 단면을 살피는 모습도, 고속도로 휴게소 필수 간식 호두과자를 3,000원어치 살까 5,000원어치 살까 사뭇 진지한 고민도, 모두 보지 않았어도 훤히 그려진다. 여기에 평소 일본 여행을 즐기고 일본이라면 빵집, 서점, 문구점, 공원 등 다양한 분야에 두루 능통한 필자답게 일본의 당고, 오반야키, 도라야키, 마메모치 등 다양한 ‘앙’을 만났던 순간으로까지 시공간을 초월하여 미각을 자극한다.팥이라고 해서 무조건 다 좋아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임진아식 좋아하기’의 특징이다. 소화불량을 타고나 팥죽과 팥칼국수 등은 삼키기 어렵고 팥빙수는 그저 누군가 먹는 모습을 관람하기만 즐기는 반면, 선명하게 좋아하는 것은 푹 삶아 으깬 ‘팥소’의 형태로 더욱 구체적이다. 특히 밀가루 반죽과 결합할 때 환상의 맛을 내는 붕어빵, 국화빵, 호빵 등이 그것이다. 그렇게 다소 시도하기 어려운 영역과 그저 생각만 해도 좋은 영역이 임진아의 ‘팥’에는 공존한다.한 사람의 고유한 취향을 들여다보는 일은 아찔하게 즐겁고, 그를 이해하는 단초가 되기도 한다. 싫어하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더 좋아하는 건 분명한 미세한 취향의 차이가 스스로를 반짝반짝 빛나는 섬세한 사람으로 만들어주었을 것이다. 현재 일상의 소소한 기쁨을 포착하면서 쌓아온 취향의 장면들이 모이고 모여 행복이라는 감정을 충실히 감각하며 성장하고 자라날 미래의 임진아가 될 것이 분명하다.임진아가 자라서 임진아가 된다는 것, 이 당연하지만 분명한 사실처럼 나 심은 데 내가 자란다는 것이 모두에게 든든한 위안이 되리라 믿는다. 이 책을 만난 모든 이들도 저마다 가슴속에 뿌려진 씨앗을 잘 가꾸어 용감하게 무럭무럭 자라나기를 바란다. 어른이 되어서도, 한겨울에도. 나로서, 나답게.마지막으로, 역시 평소에 ‘팥’을 몹시 즐겨 먹는다는 박혜진 문학평론가의 추천도 이색적이다. “어두운 색감, 거친 질감, 팍팍한 식감…. 그러나 첫입에 온몸의 세포를 미소 짓게 하는 깊고 담백한 단맛.”이라는 매력에 푹 빠진 두 사람은 팥을 좋아한다는 공통점 하나만으로도 이미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만 같다. 좋아하는 것이 같은 사람끼리 좋은 친구가 되지 않을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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