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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오랑은 사람 우탄은 숲 13아이들 15스타팅 라인 17윤달 19포천 20사월 22사과는 조금 좋다 24개구리극장 25연천 28여름 촉감 29필요하신 분 가져가세요 32풍경 34혜미의 아파트 36여름 방학 38봄이 아니야 40새해 42스키 캠프 452부이 세계를 걱정하는 방법 49우리 영혼의 바닥까지 줄을 내려 사랑을 길어 올리는 동안 52오늘의 한가운데 55무릉리 무릉도원집 58동지(冬至) 61작게 말하기 63새에 대한 믿음1 66불가능 도시 68타임 코드 71쎄쎄쎄 74읽고 싶은 책이 없을 때 77잘 지내고 있습니다 78수요일의 사람 80천사가 아닌 82생일 853부새해 89생활과 비생활 91폭염 94괴산에서 96용이게이트볼클럽 98새에 대한 믿음2 100몸. 조망되기. 102오후 104공원 색칠하기 105黑 108여기서 일어나는 일들 111가을 인사 114산책 116설탕 기둥 118과적합 120사랑의 경로 123해안 순환 버스 126작품 해설- 박혜진(문학평론가) 129추천의 글- 이원(시인) 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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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안을 맴도는 단어들 모종은 방울토마토 흑토마토생활은 액자, 안마기 가져가세요 - 「사과는 조금 좋다」에서마윤지의 시를 읽다 보면 단어들이 자꾸 맴돈다. 입안에서 말들을 굴려 보게 된다. 방울토마토 흑토마토 블루베리 딸기 같은 제철 과일. 액자 안마기 사탕 산책 같은 생활의 말들. 포천, 연천, 괴산, 지명과 수요일, 가을, 동지(冬至) 같은 시기. 여름 방학 운동회 스키 캠프 소원 약속 같은 어린 시절 전부였던 말들. 마윤지 시인은 익숙한 단어들을 꺼내서 새롭게 발음해 보도록 만든다. 되뇌는 동안 생경한 감촉으로 떠오른 단어들은 읽는 이를 낯선 데로 데려간다. 기억 속에 가라앉은 장면들이 상연되는 극장으로. ■ 죽음을 상영하는 극장나는 극장에서 사람 구경을 자주 해요사람들이 어둠 뒤에 숨어 울고 웃는 걸반짝이는 죽음이라고 이름 붙였거든요- 「개구리극장」에서개구리극장은 시인이 독자들을 데려가는 장소다. 죽은 사람이 개구리가 되어 만나는 이곳에서는 “언제든 자신의 죽음을 다시 볼 수” 있다. 저마다의 이야기로 채워지는 어두운 극장에서 어린 시절에 했던 천진한 약속이 그때와 같은 무게로 떠오르고 오롯한 슬픔이 떨어져 나온다. 고요하고 생기로운 개구리극장에는 울고 웃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이가, 그걸 “반짝이는 죽음”이라고 이름 붙이는 시인이 있다. 떨어져 나온 슬픔을 늦지 않게 낚아 올리려는 다정하고 찬찬한 시선이다.■ 보이지 않는 곳부터 보이지 않는 데까지묻어 놓는 건 숨기는 게 아니라 늘 볼 수 있도록 하는 거지그 무엇보다 많이 만져 보는 거지나중엔 번쩍 번개가 되는 거지오렌지색 같은 하늘이 된다 맛도 향기도- 「동지(冬至)」에서“보이지 않는 곳부터 보이지 않는 데까지”를 보는 시선은 우리가 서 있는 이곳을 감각한다. 시인은 스타팅 라인에 선 아이의 “심장의 출발”을, “도착과는 상관없는 일”을 일러 준다. 땅 아래 묻힌 죽음을 생각하며 여름 과일의 단맛을 곱씹는다. 말을 아끼고 차분하게 바라보는 시선 끝에 예감처럼 좋은 순간이 온다. “묻어 놓는 것은 숨기는 게 아니라” 무엇보다 많이 보고 만지기 위함이라는 태도는 그것들이 “번쩍 번개”가 되고 “오렌지색 같은” 맛과 향을 낸다는 믿음으로 이어진다. 계절이 바뀌기 전에는 바람이 불 것이고, 분명 무언가 남아 있을 것이다. ‘장독대 안의 매실’ 같은 작지만 단단한 것이. 오래 귀 기울인 이들에게 찾아온 약속이다. “나타나기 전에 이미 닿아 있는”, 마윤지의 시를 읽는 독자들에게도 찾아올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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