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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대철
저녁 눈 바람불이 2 눈부신 소리 첫 목도리 북위 38도 15분 흐르는 길 1 북사면 야고 구룡산 방화선 길 김일영 바람모퉁이 그때 그 동네 시소 시래기 수종사에서 분재 집을 버리고 안개 새벽 노을 원통사에서 여인 손필영 새알 타이하르 촐로 하얀 달래밭에서 언 바람 속 되새 탑돌이 속잎 검은등뻐꾸기 來蘇寺에서 來來蘇寺로 가는 길 가을에 조재형 노을꽃 빙하 식량을 올리며 수평선을 감아올리는 수차 너도양지꽃 별똥별 아그배 떨어지는 소리 아주 작은 별꽃 옆에서 통일전망대에서 논물을 대며 이성일 바다가 보인다는 팽목항 눈사람 팽목항에서 불어오는 사랑, 개 같은 거라고 어제 내린 눈처럼 공원 마로니에 4 가을 숲 환하도록 가시연꽃 쌀을 씻다가 시계 제로 최수현 여우비 놀이터 다국적 휴게소 만남 빛이 밀려온다 발자국 아침가리 들리지? 그 소리 가리왕산 1호선 소년 대기의 숨소리 눈사람을 향해 이승규 갈 수 없는 동네 가죽일체수선 검룡소 대추나무 이력서 칠장산에서 열원을 지나며 군락 고한에 뜨는 해 냉기가 향기롭다 흘리 박성훈 빅뱅 양자(量子)역학 혹은 양자(兩者)역학 역사의 현장 전공 단순한 물음 지동설 종의 기원 늦여름 알레르기 도미당약국 장윤서 나니 1 나니 2 나니 3 나니 4 나니 5 나니 6 나니 7 나니 8 나니 9 나니 10 한국호 콩잎 김치 새색시들 용궁 장날 동행해도 될까요 차, 차이나 히말라야 별자리 동네 한 바퀴 가장 긴 해 가을 아침에 인사 오하나 늦은 밤 사부 2 봄 여름 봄 2 공놀이 아아아아아 정을 다해 외출 더위 점심시간 개 북동향 김연광 마침 내린 비 섬을 보는 일 1 섬을 보는 일 2 참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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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
_신대철 억새 풀숲을 슬쩍 비집는 햇살 노란 잎집 틈새로 곱게 분장한 야고 한 송이 발간 빛깔을 내민다. 장터에 천막 치고 나팔 소리 날리다 곡마단 떠나던 저녁 줄 타던 처녀 맨발로 도망쳐 할머니 집 뒤꼍으로 숨어들었고 바람 바뀔 때마다 온 동네 분내 쓰다듬은 아리아리한 길. 꼬마야, 저리 가, 저리 구경꾼들 무서워한 곡마단 처녀 그 겨울 무사히 넘겼을까? 오랜 시간 흘렀는데 바로 앞에서 다시 들리는 숨죽이며 외치는 소리, 저리 가, 저리 * 억새 뿌리에 붙어사는 기생식물. 분장하고 나온 듯 엷은 자주색 꽃이 핀다. “저리 가, 저리” 맨발로 곡마단을 탈출한 처녀가 숨죽이며 외치는 소리. 남의 집 뒤꼍에 숨어들었다가, 호기심에 다가온 아이를 황급히 내쫓는 절박한 소리. 아이에서 이미 어른이 된 시인에게 그 소리가 바로 앞에서 들린다. 그것은 누군가의 위기와 불행, 나아가 세계의 참상에 어찌 손쓰지 못하는 문학의 무력함을 꾸짖는 소리처럼 들린다. 현실이 더 나빠지는 동안, 시인이 구경만 하며 괴로워한다고 끝없이 자책하는 동안, 어느새 겨울을 넘긴 시 한 편이 피어난다. 억새 틈새에서 야고가 발간 자홍색 꽃잎을 반짝 드러내듯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