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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전면 개정판 《양화소록》을 내면서
2012년 《양화소록》 개정판에 부쳐 해제 및 옮긴이의 말 《양화소록》 서│강희맹 양화소록 양화소록 노송 만년송 오반죽 국화 매화 난혜 서향화 연화 석류화 치자화 사계화 산다화 자미화 일본 철쭉화 귤나무 석창포 괴석 화분에서 꽃과 나무를 키우는 법 꽃을 빨리 피게 하는 법 모든 꽃이 싫어하는 것 꽃과 나무를 선택하는 법 꽃을 기르는 법 화분을 배열하는 법 갈무리하는 법 꽃을 키우는 이유 부록 《인재시고》의 뒤에 붙이는 글│서거정, 최호 《진산세고》 발문│김종직 인재 강공 행장│김수녕 《양화소록》 원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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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화초는 식물이다. 지식도 없고 움직이지도 못한다. 그러나 그들을 기르는 이치와 갈무리하는 방법을 모른 채 습한 데에 맞는 것을 건조하게 하고 추위에 맞는 것은 따뜻하게 하여 천성을 거스른다면, 반드시 시들어 말라 죽게 될 것이다. 그러면 어찌 다시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 본래의 자태를 드러내겠는가. 식물조차 그러한데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 마음과 몸을 피곤하게 하여 천성을 해쳐서야 되겠는가.
---「양화소록」중에서 한양에서 심거나 접붙이는 것은 모두 천엽홍백매千葉紅白梅이다. 열매를 쌍으로 맺는 것이 많은데, 《매보》에서 말한 중엽매와 원앙매이다. 영남과 호남에서 심는 것은 대부분 단엽백매單葉白梅인데, 열매가 쌍으로 맺진 않지만 맑은 향기가 다른 매화에 뒤지지 않는다. ---「매화」중에서 이른 봄 꽃이 필 때 등불을 켜고 책상머리에 두면 벽에 비친 잎의 아름다운 그림자를 즐길 수 있고, 책을 읽는 동안 졸음을 없앨 수 있다. 설창雪窓이 그린 〈구원춘융도九?春融圖〉가 없더라도 적적함을 달랠 수 있다. ---「난혜」중에서 한양에서 꽃을 기르는 사람들은 서향의 높은 운치를 알아보지 못하고 또한 기르는 방법도 알지 못해서 돌보고 감상한 지 몇 년 지나지 않아 말라 죽게 한다. 그러고는 “이 꽃은 쉽게 죽으니 별로 귀하지 않구나”라고 한다. 나는 이 꽃을 얻어 매우 사랑하였다. 이 꽃이 습기와 햇볕을 싫어한다는 옛 방법을 듣고서야 재배의 기술을 알게 되었다. 물을 주고 거두며 햇볕을 쪼일 때는 일하는 아이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하였다. 그 후 꽃잎이 무성해져 전날의 배가 되었다. 꽃받침 하나에서 꽃 한 송이가 겨우 피었을 뿐인데 마당에 향기가 가득하였다. 모든 꽃이 피자 향기가 수십 리까지 퍼졌다. 꽃이 지고 앵두처럼 빨간 열매가 푸른 잎 사이에서 찬란하게 맺히니, 참으로 한가한 생활 속의 좋은 친구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쉽게 죽는다’라고 하는 것은 정말 맹랑한 말이다. 아! 모든 존재는 각각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지 못하면 아무도 없는 산에서 혼자 피었다가 지더라도 끝내 알려지지 못하니, 어찌 한스럽고 슬프지 않겠는가. ---「서향」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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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훼를 재배하는 것은 키우는 사람의 심지를
굳게 하고 덕성을 기르기 위함이다 《양화소록》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전문 원예서로, 조선 초기의 선비였던 강희안(1417~1465)이 꽃과 나무를 기르면서 작성한 작은 기록이다. 시(時), 서(書), 화(畵)에 능해 삼절로 불리면서도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기 꺼려한 강희안의 글 가운데 드물게 현전하는 작품이다. 강희안은 이 글에서 중국의 옛 문헌에 나오는 원예에 관한 기록을 폭넓게 참조하여 인용하고 문장이나 시를 보탠 다음, 각 화초들을 돌보면서 느낀 소회를 덧붙이고 등을 상세하게 기술했다. 앞부분에서는 16종의 꽃과 나무의 특성 및 재배법 그리고 괴석(怪石)을 소개하고 뒷부분에는 화분을 배열하거나 갈무리를 하거나 꽃을 빨리 피우는 방법 등에 관한 조언과 주의해야 할 사항 등을 일곱 항목으로 정리하였다. 이 번역서에서는 원전의 담백하고 유려한 필치를 살려서 충실히 번역했을 뿐만 아니라,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170여 항목의 각주를 덧붙였다. 각 화초가 등장할 때마다 일일이 자료 사진을 함께 보여주면서 상세하게 설명했으며, 별도의 지면을 통해 원산지나 꽃이 피는 시기, 성장 상태, 재배법 등 실용적인 정보는 물론 화초를 직접 만날 수 있는 방법까지 현대에 맞는 식물학적 설명을 세세하게 전했다. 책의 뒤편에는 부록으로 《양화소록》 원문을 그대로 영인하여 실음으로써 원전의 향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이 책의 특징 선비화가의 꽃 기르는 마음 “화초는 식물이다. 지식도 없고 움직이지도 못한다. 그러나 그들을 기르는 이치와 갈무리하는 방법을 모른 채 습한 데에 맞는 것을 건조하게 하고 추위에 맞는 것은 따뜻하게 하여 천성을 거스른다면, 반드시 시들어 말라 죽게 될 것이다. 그러면 어찌 다시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 본래의 자태를 드러내겠는가. 식물조차 그러한데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 마음과 몸을 피곤하게 하여 천성을 해쳐서야 되겠는가.” (〈양화소록〉 중에서) 강희안은 당대 최고의 학자이자 인품이 고매하고 강직한 선비였다. 하지만 불행히도 자신의 뜻을 펼치지 못하고 맡은 관직도 한직에 그쳐 화초 기르는 일을 일과로 삼게 되었다. 《양화소록》은 바로 이 시기부터 강희안이 깨달은 인간사의 이치를 자연의 순리와 양생의 원리에 따라 써내려간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다. 《양화소록》은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꽃을 기르는 기술이 아닌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한다. 짧은 이야기 속에서 드러나는 꽃과 나무의 습성을 하나씩 살피다 보면, 꽃을 기르고 나무를 가꾸는 일이 세상의 이치를 배우고 익히는 일과 다름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강희안이 이야기하는 ‘꽃을 기르는 마음’이란 곧 세상의 이치를 배우는 마음이자 천하를 다스리는 기본자세라고 할 수 있다. 세월을 뛰어넘는 《양화소록》의 가치 “《양화소록》이 갖는 책으로서의 특징은 우리나라에 전하는 전문 원예서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라는 측면에서 찾을 수 있지만, 그 속에 담긴 진정한 가치는 꽃과 나무의 품격과 상징성을 서술하면서 자연의 이치와 천하를 다스리는 뜻을 담아냈다는 데 있다. 강희안이 특히 강조하는 것은 ‘양생법(養生法)’이다. 지각도 운동 능력도 없는 풀 한 포기의 미물이라도, 그 본성(本性)을 잘 살피고 본래의 방법대로 키운다면 자연스레 꽃을 피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이 본받을 만한 품성으로 소나무에서는 장부 같은 지조를, 국화에서는 은일(隱逸)한 모습을, 매화에서는 품격을, 석창포에서는 고한(孤寒)의 절개를, 괴석(怪石)에서는 확고부동한 덕을 찾고 있다. 이와 같은 덕을 지닌 꽃과 나무를 그 본성대로 길러서 언제나 눈에 담아두고 마음으로 본받을 수 있다면, 수신(修身)과 치국(治國)에 있어서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 곧 강희안의 생각이다.” (〈해제 및 옮긴이의 말〉 중에서) 《양화소록》이 갖는 의미는 우리나라 최초의 원예서라는 역사학적 가치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강희안이라는 선비의 정갈한 문장과 사유를 담은 고전으로서의 가치는 물론, 꽃과 나무를 기르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정보들을 제공해주는 실용적인 가치, 또 꽃을 재배하는 방법을 통해 사람들을 대하는 관계를 인식하고 세상의 이치를 탐구하는 인문학적인 가치를 동시에 지닌다. 과거 우리의 선조들은 집 앞에 꽃과 나무를 심어 정원을 가꾸고 자연을 벗 삼아 풍류를 즐겼다. 옛 선비들의 뜨락에서는 해마다 꽃이 피었다가 지고 나무가 풍성한 가지를 늘어뜨렸으며, 창가에 놓인 화분에서 대나무나 노송이 자라고 여린 난초의 그림자가 바람에 흔들렸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마당에 꽃 한 송이를 키우는 일조차 어려워하고 있다. 서양으로부터 새로운 품종의 꽃들이 수입되면서 우리 자생의 꽃은 더욱 보기 드물어졌다. 이렇게 바쁜 현대인들에게 양화를 통한 수신과 치국을 이야기하는 옛 선비의 글은 삶을 더 여유롭고 풍성하게 해줄 것이다. 이 한 권의 책이 밑거름이 되어 독자들의 마음에 한 뼘의 뜨락을 만들어줄 수 있기를 바란다. 출간 의의 좋은 책을 만드는 것은 아름다운 꽃을 가꾸는 일과 다르지 않다. 새롭게 선보이는 《양화소록》에서는 기존의 책을 다시 손보고 다듬는 것은 물론 새로운 사진을 곁들이고 각주를 보완하여 풍성함을 더했다. 《양화소록》이 여러 차례 간행되고 그때마다 다른 판본이 만들어져왔듯이, 눌와에서도 이 시대에 맞는 판본을 만들면서 맥을 이어나가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초판이 나올 당시 한림대학교 부설 태동고전연구소(지곡서당)의 젊은 한학도였던 서윤희와 이경록 두 저자는, 이제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과 연세대학교 의사학과 연구교수로 일하면서 우리의 역사와 고전을 널리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양화소록》이 세상에 나온 지도 600년 가까이 되었다. 그리고 눌와에서 처음 《양화소록》을 선보인 지도 25년이 지났다. 하지만 세월이 흘렀음에도 자연의 본성과 조화를 이루면서 자신을 갈고 닦아 천하를 다스린다는 ‘양생’의 의미는 그대로 남아 있다. 꽃은 피고 지기를 반복하지면 향기와 아름다움은 영원히 소멸되지 않는 것처럼, 좋은 책 또한 시간이 지나면 당대에 맞게 개정되어 나오면서도 가치와 의의가 사라지지 않는다. 오늘날의 독자들이 《양화소록》을 읽으면서 꽃을 기르는 마음의 진정한 의미와 자세를 배워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