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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기에 앞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 올림픽대로 위의 택시 기사님 일곱 시간 삼십 분, 520킬로미터 에스프레소와 흰 우유 첫 바다 수영, 첫 오레키에테, 그리고 첫 올리브 자연스럽고 근사한 복장으로 길을 잃어버리기로 올리브 농장 옆 워터파크 맨발로, 바다까지 내 마음을 이곳에 두고 왔다 일 돌체 파르 니엔테! 다시 제자리로 가야 할 때 스물다섯 살의 내가 본 것들 리사의 시간은 나의 기억 속에서 에필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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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다. 리사와 함께 여행할 곳은. 더불어 내 마음속의 이탈리아는 언제나 여름이 아니었던가. 곰곰이 생각해봐도 이탈리아의 겨울 풍경을 그려본 적이 없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뜨거운 햇빛과 그 색을 빈틈없이 담아내는 도시. 내가 알고 있는 이탈리아는 이런 여름의 장면으로 가득했다. 넉넉한 리넨 셔츠의 단추를 두어 개쯤 풀어헤치고 제법 손때가 묻은 파나마모자를 머리 위에 얹고서 강렬한 태양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모습. 시원한 바다와 이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즐기는 모습. 게다가 사람들의 섬세한 매너와 다정함은 늘 아름다운 여름의 이탈리아를 잊을 수 없게 만들었다. 그것도 이탈리아의 큰 도시가 아닌, 바닷가에 위치한 작은 도시여야 했다.
--- p.56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중에서 갓 구운 크루아상을 한 손에 들고 베어 무는데, 리사가 말한다. “아빠, 나도 커피 마셔봐도 돼?” 나도 어렸을 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돌아온 대답은 한결같았다. “어린이는 커피 마시면 안 돼. 커피 마시면 머리 나빠져.” 어린 마음에 머리가 나빠진다는데 정작 본인들은 왜 마시고 있는지 궁금했다. 나는 리사에게 그런 대답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에스프레소 잔 받침에 올려두었던 티스푼에 커피를 살짝 담아 “먹어봐.” 하며 건네주었다. 예상했지만 잔뜩 일그러지는 표정에서 대답을 듣지 않아도 리사가 생각하는 커피 맛을 알 수 있었다. --- pp.99-100 「에스프레소와 흰 우유」중에서 리사가 물고기를 찾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을 즐기고 있는데, 그 순간 문득 왠지 모를 어색함이 엄습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여유가 익숙하지 않아서였을까. 갑자기 서울에서 한창 진행 중인 프로젝트도 생각나고, 확인해야 할 이메일이 가득 쌓여 있을 것 같은 불안한 기분도 들었다. 결국 핸드폰을 열어 한참 동안 이메일을 체크하고 답장하는 와중에, 바다에서 “아빠!!!” 하고 부르는 리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서 들어오라는 손짓과 함께. 아드리아해의 청명한 바다를 앞에 두고 이메일 체크라니. 아무래도 이상한 행동이었다. 리사에게 손을 흔들어 화답하고, 가방에 핸드폰을 넣어두고 바다로 들어가려다 생각해보니 이곳은 이탈리아. 이탈리아에서는 항상 소지품을 조심해야 한다고들 하는데 그냥 두고 들어가려니 영 불안했다. 옆자리에 아이들과 함께 온 한 여성에게 잠시 소지품을 봐줄 수 있는지 부탁해보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이 동네에서는 그런 걱정하지 않고 마음껏 바다를 즐겨도 돼요.” --- pp.106-107 「첫 바다 수영, 첫 오레키에테, 그리고 첫 올리브」중에서 매장 안으로 들어가 마음에 드는 옷을 찾기 위해 하나씩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렇게 십여 분 넘게 신중하게 비교하더니 리사는 원피스 두 벌을 선택했다. 부드럽고 하늘하늘한 소재의 흰색 원피스와 에스닉 패턴이 들어간 원피스였는데, 불과 일 년 전까지만 해도 블링블링한 핑크색 공주 드레스를 찾던 리사의 취향과는 사뭇 달랐다. 몸과 마음이 성장하는 만큼 취향도 새롭게 바뀌어가나 보다. 이곳의 풍경과 너무나 잘 어울릴 것 같은 원피스를 양손에 들고 리사는 한껏 설렌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 모습을 보고 지갑을 열지 않을 아빠가 어디 있을까. 나는 흔쾌히 구매했고 리사는 탈의실에서 바로 갈아입고 나왔다. 하늘하늘한 소재가 마음에 들었는지, 이리저리 뱅글뱅글 돌면서 둥글게 퍼지는 치맛자락을 보며 즐거워했다. --- pp.121-122 「자연스럽고 근사한 복장으로」중에서 비밀의 문을 열고 들어간 것만 같은 그곳에는 햇빛을 머금은 바위들이 황금색으로 빛났고 높지 않은 바위 절벽 사이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녹청색의 바다 풀장이 무수히 많이 있었다. 푸른 하늘을 품은 맑고 투명한 물 아래로 오색 물고기와 산호초들이 그대로 들여다보였다. 우리만의 사적인 아틀란티스로 손색이 없는 훌륭한 장소였다. 길을 잃기로 마음먹자, 새로운 길이 열렸다. 이미 출발할 때부터 수영복 차림을 하고 있던 우리는 가방을 내려둔 채 곧바로 물에 뛰어들었다. 바닷물은 뜨거운 해풍을 식혀줄 만큼 시원했고, 몸을 가눌 수 있을 정도로만 잔잔히 출렁이는 파도는 리사와 함께 즐기기에 충분히 좋았다. --- p.130 「길을 잃어버리기로」중에서 흔하게 볼 수 없는 풍경의 연속이었다. 어렸을 때 교과서에서 봤을 법한 종유석, 석순, 석주 등 진귀한 동굴 속 풍경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었다. 종유석은 위에서 아래로 자라는 것, 석순은 종유석에서 떨어진 것이 쌓여 아래에서 위로 올라오는 것, 그리고 석주는 그 두 개가 만나 기둥이 된 것이라고 배웠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탈리아어로 설명하는 가이드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으니, 나는 내가 가진 기초 지식을 총동원해 최대한 친절히 리사에게 설명해주었다. “아빠, 이건 조금만 기다리면 종유석과 석순이 붙어서 석주가 될 것 같아.” “우리가 보기엔 몇 센티미터 남지 않았지만, 수백 년 혹은 수천 년이 걸려야 만날 수 있을 거야.” --- pp.166-167 「일 돌체 파르 니엔테!」중에서 “나는 여름마다 아빠랑 이렇게 여행할 거야.” 리사가 이 말을 꺼내는데 나도 모르게 심장이 두근거리며 설렜다. 매년 이렇게 리사와 둘이서 여행하는 것.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결혼하기 전부터 ‘내가 만약 아빠가 된다면’ 정말 해보고 싶었던 것 중 하나인데…. 이제는 리사와 함께 만들어가고 싶은 나의 목표가 되었다. 벌써 내년 여름에는, 그리고 앞으로 매해 여름마다, 어디로 가면 좋을지 머릿속으로 나열하고 있었다. 다음 여행을 떠올리기만 해도 ‘긍정적 환상’이 마구 샘솟았다. --- p.176 「다시 제자리로 가야 할 때」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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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하나 치우침 없는’ 아빠와 일곱 살 딸,
상호 존중하는 동등한 여행 파트너 “우리는 짙어진 피부색만큼 이곳에 스며들었다.” 일하는 사람, 직업인으로서 정승민의 면모도 이 책을 통해 엿볼 수 있다. 그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TRVR을 운영하는 동시에 글로벌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설계하는 프로젝트를 맡기도 하는 등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모두 아는 실력파 디자이너. 한 아이의 아빠이기 이전에 개인으로서 삶의 기본 자세, 주변 사람들과 자연을 대하는 태도, 디자이너로서의 감각과 직업인으로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늘 자기 자신을 엄격한 기준으로 몰아붙이느라 달고 살던 만성 두통을 이곳에 와서야 비로소 시원한 물보라에 날려 보낼 수 있었다는 고백은, 그가 그동안 얼마나 치열하게 일하고 또 살아왔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이역만리 풀리아에 도착해서도 에메랄드빛 바다를 눈앞에 두고 왠지 모를 불안함을 느끼며 이메일을 확인하기 바빴던 정승민. 이번 여행은 그에게 일과 가족, 무엇보다 바쁘게 살아온 자기 자신의 삶에 대해 충분히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재충전’이 아닌 ‘방전’에 가까운 에너지를 쓰면서도 지치기보다는 오히려 채워지는 것이 더 많았다. 아이와 온전히 함께 보낸 열흘이라는 시간을 통해 내면에 여전히 존재하는 소년을 확인하고, 천진하게 웃고 즐기며 이곳에 완벽히 스며들었다. 날씨는 무덥다못해 모든 것을 녹여버릴 듯 맹렬하지만, 발걸음만은 경쾌하게 남부 이탈리아 이곳저곳을 누비는 부녀의 모습에서 잔잔한 감동이 피어난다. 비행기 삯만 간신히 부모님께 손을 벌려 찾았던 이십대 초반의 유럽과 20년이 지난 지금 사랑하는 딸의 손을 잡고 찾아온 이탈리아의 모습이 곳곳에서 겹쳐진다. 커피 맛도 몰랐던 어린 정승민은 이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와 더불어 카페를 함께 운영할 정도로 전문가가 되었다. 도시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영감이었던 이탈리아의 곳곳을 이번에는 딸에게 하나하나 설명하고 안내한다. 좁은 골목 사이사이 곳곳을 누비며 작은 꽃 하나, 건물의 색깔과 문양, 길에서 만난 고양이 등 두 사람의 시선이 닿는 곳마다 이야깃거리가 무궁무진하다. 특히, 이 책을 먼저 읽은 뮤지션 이상순의 추천처럼 “누구 하나 치우침 없이” 여행을 즐기는 부녀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어린 딸이라고 해서 무조건 아빠의 마음대로 결정하고 그대로 따르게 하지 않는다. 여행지를 정하는 일부터 세심하게 아이의 생각을 듣고 의견을 조율해나가며, 커피를 먹어보고 싶다는 아이에게 안 된다는 말 대신 한 스푼 떠서 직접 먹어보게 하는 등 정승민의 소통 방식은 많은 울림을 준다. 아이가 수동적으로 아빠의 지시에 맞춰 움직이는 방식이 아니라, 무엇이든 호기심을 갖고 스스로 도전해볼 수 있도록 언제나 믿고 기다려주었다. 때로는 리사가 오히려 아빠보다 의젓하게 앞장서 낯선 길을 안내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중의적인 의미를 갖는다. 두 사람은 서로 상호 존중하는 동등한 여행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모든 것을 녹여버릴 듯한 뜨거운 태양 하늘만큼 깊고 푸른 에메랄드빛 바다 아름다운 남부 이탈리아 풍경을 고화질로 선명하게 담은 화보까지 여기에 정승민이 직접 찍은 수준급 사진 속 넘실대는 파도와 건강하게 그을린 피부의 사람들은 우리를 당장이라도 그곳으로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평소에도 늘 가지고 다니는 카메라로 포착한 도시의 풍경과 일상의 순간을 업로드한 그의 SNS에는 게시물마다 뜨거운 댓글이 쇄도하고, 최근에는 갤러리에서 주최하는 사진 전시에 참여할 만큼 그의 실력은 전문 포토그래퍼 못지않다. 이 책에서 역시 고대 역사와 중세 유적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모노폴리 작은 마을의 풍경들을 구석구석 고화질로 선명하게 감상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아빠의 뛰어난 감각과 애정으로 바라본 리사의 자유롭고 해맑은 표정은 그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 생생하다. 책의 마지막에는 이탈리아와 풀리아 지방의 지도를 수록하여 책에서 부녀가 함께 방문한 스팟을 표기했다. 지도 위에서 각각의 대략적인 위치와 거리를 가늠해볼 수 있으며, 두 사람의 이동경로를 살펴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 포인트다. 만약 이 여행기를 읽고 비슷한 여행을 추진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보다 친절한 안내가 되어줄 것이다. 모든 것을 녹여버릴 기세로 작열하는 이탈리아의 여름 햇살만큼이나 뜨겁고 강렬했던 추억. 사랑이 넘치고 모든 발걸음이 도전이었던, 이 아름답고 특별한 여행기를 세상에 선보이는 마음에는 설렘이 가득하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면 마치 한 편의 단편영화를 감상한 것만 같은 아름다운 기분이 분명 뜨겁게 남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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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민이 리사와 단둘이 여행을 가겠다고, 그것도 처음 들어본 이탈리아 어디라고 했을 때, 난 걱정이 앞섰다. 리사가 아빠의 여행 스타일을 감당하기에는 아직 너무 어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승민이라면 그 어디에서도 안전하고 즐겁게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는데, 이 책을 보니 과연 승민다운 선택과 여정이었다.
승민은 든든한 사람이다. 내가 길을 헤맬 때면 늘 정확한 목적지로 안내해주고, 처음 가보는 낯선 길 앞에서 불안에 떨고 있는 나의 손을 잡고 설렘으로 이끌어준다. “길을 잃기로 마음먹자, 새로운 길이 열렸다.” 나에겐 참 두려운 말이지만, 널 믿고 네 손을 잡고 가볼게. 앞으로 우리의 일상도 여행처럼 잘 부탁해. 널 닮은 리사도 너와 같은 여행의 기쁨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 장윤주 (모델, 가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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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일곱 살 딸의 여행이 이렇게 낭만적일 수 있는지. 누구 하나 치우침 없이 여행을 즐기는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딸을 향한 아빠의 넘치는 사랑이 느껴졌고, 남부 이탈리아 작은 마을의 풍경이 눈앞에 그려졌다. 리사가 매일 먹었다는 토마토 파스타와 ‘할머니의 비밀 레시피’라는 이름의 요리는 또 어떤 맛일까. 정승민 디자이너만의 시각으로 포착한 아름다운 사진을 감상하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 이상순 (뮤지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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