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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와 춤을
장순
레몬톡 2014.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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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거기 누구 없나?
2 누군가 나를 흔들어 깨운다
3 복수는 나의 것
4 시간이 늙어 간다
5 괜찮은 거야?
6 나는 어떻게 하라고
7 난이야, 난이야!
8 사랑이 죄인가요?
9 일상은 변함없이 달리고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장해담

1970년 02월 20일 경기도 광명시에서 출생하였다. 안성산업대학교를 중퇴하였다. 1991년 '네가 없는 이 세상은 안개무덤'으로 데뷔하였다. 계간 「아라문학」 창간호에 단편소설 「벽」을 발표 하였다. 동화로는 계간 리토피아 《헌 우산》 《물 먹 는 수영모자》등이 있으며 시집으로는 《수화기를 들면 당신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합니다》외 3권, 에세이로는 《내 머릿속의 또 다른 나》, 《내 머릿속의 미친개 한 마리》외 2권이 있다. 장편소설로는 《슬픈 고백》, 《축제는 끝나지 않았다》, 《바퀴벌레와 춤을》, 《야 인마》등 다수의 작품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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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4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34쪽 | 329g | 148*210*20mm
ISBN13
9791185254661

책 속으로

타임라인에 쌓여 가는 글들을 보면서 설렘보다는 짜증이 앞서는 이유다. 그리고 자신의 글에 너무 많은 의미를 두려고 하는 지저귐도 사절이다. 나는 그저 일상을 떠들고 또 그 일상으로 소통의 장을 나누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그것은 오직 내 생각일 뿐이다. 그렇다고 내가 잘났다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겐 내 글들도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친구를 사귀는 것처럼 소통하기도 힘들다는 것을 나는 새삼 느낀다. 내가 트위터를 막 닫으려는 순간 누군가의 지저귐이 메아리되어 나를 잡아 세웠다.
〈한 남자를 사랑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 남자의 아버지를 사랑하게 된 겁니다. 그 남자와의 사랑과 그의 아버지와의 사랑이 동시에 나를 괴롭힙니다. 그 남자와는 헤어질 수 있어도 그 남자의 아버지와는 헤어질 수 없을 것 같은데. 난 어쩌죠?〉
순간 나는 당혹스러웠다. 몇 번이나 읽고 다시 읽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오후를 일깨우는 흥미로운 소재다. 나는 서둘러 그 글을 관심글로 등록시켰고 그녀를 팔로잉했다. 이제 그녀는 나의 관심 대상이다. 나는 좀 더 그녀가 알고 싶어졌고 곧바로 그녀의 트위터를 찾았다. 그리고 그녀가 그동안 써온 글들을 차근차근 읽어 내려갔다. 남자 친구와의 일상들이 소통을 기다리고 있다가 나를 만났다. ­­­p.6-7

매캐한 연기에 목이 막혔다. 집 밖으로 뛰어나와 잔기침을 해대며 119와 아파트관리사무소에 전화를 걸었다. 혹시 있을지도 모를 화재 오인 신고 때문이었다. 현관문 밖으로 소화불량의 연기가 트림하기 시작했다.
앞집에 얘기해야 하나? 집에는 아무도 없을 거야. 그러니 남자가 그 소란을 피우도록 묵묵부답이었겠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현관문을 바라보고 있는데 앞집 현관문이 열렸다. 외출하려는 여자의 얼굴이 많이도 시들어보인다.
“안녕하세요.”
“누구세요?”
“앞집에 이사 올 사람입니다.”
“그런데요?”
“바퀴벌레를 잡으려고 연막탄을 터뜨렸습니다.”
“네.”
“종종 화재로 오인 신고가 들어온다고 해서요.”
“네.”
여자와의 사이에 연막탄은 더 이상 말이 오고 갈 화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여자의 얼굴이 낯설지가 않다. 어디서 봤더라? 엘리베이터가 아래로 내려가는 동안 나는 여자의 낯익음을 자꾸만 되새김질했다. 모르겠다. 답을 내리지 못한 채 나는 되돌아갈 평온의 일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선에 선 바퀴벌레의 비명이 들려오는 것만 같다. 당연히 이 싸움의 승자는 바로 나다. 나는 자신하고 있었다. ­­­p.22

화생방, 화생방!
오후 춘곤증에 한가로이 잠을 자고 있는데 어디선가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뒤척이다가 연막탄이라는 말에 벌떡 일어났다. 그 말로만 듣던 무시무시한 연막탄이 진짜 우리 집에서 터졌단 말인가? 나는 믿을 수가 없었다. 만약에 연막탄이 틀림없다면 우린 초토화 될 것이 분명했다.
일순간 아비귀환이 되어버렸다. 친구들은 허둥대기 시작했다. 연기는 물불 가리지 않고 집안을 장악해 나가기 시작했다. 나 역시 도망칠 곳을 찾아 분주하게 움직였다. ­­­p.23

모니터에 벌레가 있나? 검은 것이 깜빡깜빡거린다. 한순간도 쉬지 않고 깜빡거리는 통에 어지럽기 짝이 없다. 녀석은 별 희귀한 곤충을 키우고 있는 모양이다. 저 녀석이 훑고 지나간 자리에는 알 수 없는 그림자들이 빼곡하다. 어디서 본 것도 같은데. 그렇다. 책에서 봤던 그림자들이다. 아무튼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녀석과의 마주침은 이제 일상이 되어버렸다. 잠시라도 녀석을 확인하지 못하면 무언가 알 수 없이 찜찜했다. 마주침의 희열에 나는 중독되어 가고 있는 중이다.
지금은 잠들어 있는 이 녀석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 중이다. 녀석은 곯아 떨어졌다. ­­­p.87

---본문

출판사 리뷰

「나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다지 잘나가지도 못나가지도 않는 소설가란 타이틀을 갖고 있다.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됐고 결혼식을 2주일가량 남겨두고 있다. 복잡한 것들을 싫어하며 일상에 특별한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주인공 ‘나’는 전업 작가이다. 자신을 소개하듯 무심히 내던지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평안한 일상을 추구하는 나는 뜻하지 않게 바퀴벌레 한 마리와 앞집 여자의 애정문제로 인해 복잡한 사건들에 휘말린다.
약혼녀가 곤충알레르기가 있어서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을 방문하여 연막탄을 이용해 바퀴벌레를 소탕하려고 하지만 이미 그 집에 살고 있는 또 다른 주인공 ‘바퀴’는 죽지 않는다. 그리고 이때부터 바퀴벌레와 인간의 전쟁이 시작된다.
그리고 나는 우연히 SNS를 통해 알게된 remake606(은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그녀가 자신이 이사갈 신혼집의 앞집 여자임을 눈치챈다. 그 여자는 자신이 사귀는 남자와 그의 아버지와의 삼각관계에 놓여 있다. 여자는 아버지를 좋아하고 아들은 여자를 좋아하는 엇갈린 사랑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작가는 삶이 주는 행복이란 자로 잰듯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이 아님을 은연중 내비친다. 그래서 바퀴벌레를 소멸시켜야 하는 대상이기보다는 공존의 대상으로 여긴다. 또한 세상에 비난받아야 하는 사랑이란 없으며 다만 잘못된 선택이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잘못은 되돌릴 기회가 얼마든지 있음도 암시한다.
《바퀴벌레와 춤을》은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인간인 ‘나’와 곤충인 ‘바퀴’가 번갈아 중심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글을 읽다보면 내가 바퀴인지, 바퀴가 나인지 헷갈린다. ‘나’나 ‘바퀴’나 시간 속을 변함없이 달린다. 시간은 지치는 법도 쉬어 가는 법도 없다는 작가의 말처럼 그 위를 달리는 우리는 늘 분주하다. 그러다 문득 불면의 밤이 찾아오면 시간을 구워먹는 여유를 부리게 된다. 인생이란, 사랑이란 이러면서 말이다.
한바탕 웃으면서 읽다가 문득 깨닫게 되는 우리의 일상은 재미있기보다 안쓰럽고 눈물겹다. 그래서 스스로 보듬어주고 위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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