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黃相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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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 달 째 정신과 약을 끊고 규칙적인 일상을 유지하며 내 생활을 해내고 있었다. 그러나 엄마를 제외한 가족 모두는 내가 약을 계속해 먹기를 바랐다. 약을 먹어야만 내가 발작적인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었다. 내가 힘든 상태에 빠지는 어떤 이유를 약이 알아서 처치해 주기를, 그런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나기를 소망했던 걸까. 내가 고통을 겪느냐 마느냐는 약을 먹느냐 마느냐와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것을 나는 알겠는데. 애초에 내가 겪는 아픔이 무엇인지 몰랐던 것처럼, 나의 아픔과 약물은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 그들은 알지 못했다. 도대체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궁금했다.
--- p.138 「4. 상담실에서 만난 아이 엄마 김지영」중에서 가끔씩 창문 너머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상상해 본다. 제각각 다른 이유로 행복해하고, 서로 다른 아픔 때문에 불행해할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그중 한둘은 어쩌면 밤을 새하얗게 지새우는 나날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고통을 야음 속에서 혼자 삭히고 있을 그들 곁에는 두툼한 약 봉투만 가득할지도 모른다. 나의 아픔이 무엇에서 비롯되었는지 스스로 보지 못했던 그때 나의 책상 서랍처럼. 5년 전에는 꿈조차 꿀 수 없던, 기적 같은 오늘을 나는 살아가고 있다. 여전히 남들에게 나는 별것 아닌 일에도 감정이 북받치고 내 잘못인 것만 같아서 불안해하는,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게 섬세하고 예민한 김지영이다. 그럼에도 나 자신은 어딘가가 고장 난 기계가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다. 창문 너머에 살고 있는 당신에게도 내가 만들어 가는 삶에 대해 말해주고 싶다. 당신의 마음을 몇 개의 단어와 몇 줄의 문장으로 적어 또박또박 소리 내어 읽을 수 있다는 것. 그렇게 자신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면, 형벌처럼 느껴지던 아픔이 때로는 나답게 살아가는 삶의 열쇠가 되기도 한다는 것. 이것이 바로 모두가 자신을 위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도. 짙은 어둠에 가리워진 당신에게 나의 이야기가 가닿기를, 그리고 그곳에서 당신의 이야기가 시작되기를 바라본다. --- pp.194~195 「에필로그」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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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파스, 웰부트린, 아빌리파이, 졸피뎀, ...
‘마음의 감기’라 불리는 아픔에 시달리면서 ‘몸’에 작용하는 약물을 무려 십수 년간 복용해온 92년생 김지영. WPI 심리상담을 통해 자신의 과거와 현재 삶을 돌아보면서 ‘평소 나조차 망상이나 환각 등 이상 증세일 뿐이라며 괴이하게만 여기던 나의 행동은 실제로 나의 어떤 특성과 어떤 인식에서 기인한 것인지’, ‘평생 제대로 알 수 없었던 내 아픔의 정체는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내가 바라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지’, 얼기설기 뒤엉킨 매듭을 하나씩 풀어내어 비로소 ‘자신의 마음’을 찾아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나에게는 결코 일어날 수 없을 것 같던 일.’ 바로 자기 삶의 주체로서 그녀만의 미래를 또렷이 아로새기는 과정을 첫 번째 ‘WPI 심리상담 다큐 소설’에서 엿볼 수 있다. 책도 영화도 아닌 현실에서 직접 만나는 ‘김지영’ 씨는 어떤 사람일까요? ‘82년생 김지영’ 씨를 처음 그려낸 조남주 작가는 책에서 그녀를 정신과로 보내 의사와 상담도 받고 약물 치료도 받게 합니다. 그러나 심리학자이자 심리상담가인 황상민 박사는 예민하고 섬세한 김지영 씨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아픔을 겪으며 오랜 시간 힘들어했는지 그 마음을 읽어줍니다. 이로써 그녀가 자기 아픔의 정체를 파악하여 그 아픔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아프면 병원에 가서 저도 모르게 약물 중독이 되는 세상에서, ‘마음읽기’를 통해 그 누구도 아닌 김지영 자신으로서 진정 행복한 삶을 향해 스스로 발걸음을 내딛는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독자의 말 "지영 씨의 삶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하듯 보여준다. 자신이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모른 채로 막연히 정답을 찾아 자욱한 안개 속을 더듬더듬 헤매고 있는 나의 모습이자,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각자 삶의 무게를 서로 비교하며 ‘네 아픔쯤이야. 그만 징징거려.’ 이렇게 가벼이 여기고 폄훼하지는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적어도 누군가가 우리에게 소중한 사람이라면 그의 마음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잘 모르면 그 마음을 물어볼 줄 알아야겠다는 생각도 해보았어요." "지영 씨는 모든 이야기를 스스로 했고 박사님은 그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정리해 주었을 뿐인데, 지영 씨가 그렇게 속시원해 하는 부분에서 놀라웠어요. 그때까지는 아무도 그렇게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다는 뜻이니까요. 남편도, 부모님도, 심지어 의사까지도요. 슬픈 일인 것 같습니다." "남편분 역시 그동안 배우자의 발작적인 모습과 끔찍한 병명에 얼마나 걱정이 되셨을까요? 아내를 사랑하고 가정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혼자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었을까, 그 고민의 무게가 충분히 느껴졌습니다." |